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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스케이프] 걸어도 걸어도
일상의 가치, 풍경의 깊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수필집 『걷는 듯 천천히』에서 풍경과 영화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어떤 풍경을 마주한 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내 쪽에 있는가, 아니면 풍경 쪽에 있는가? 나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세계를 생각하는가, 세계를 중심에 두고 나를 그 일부로 여기는가에 따라 다르다. 전자를 서양적, 후자를 동양적이라고 한다면 나는 틀림없이 후자에 속한다.” “작품도 감정도 일단은 세계에 내재해 있고, 나는 그것을 주워 모아 손바닥에 올린 뒤 보여줄 뿐이다.”
‘걸어도 걸어도’(2009년 개봉작, 2016년 8월 재개봉)는 감독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의 소회를 반영하고 있다. 삶의 어떤 순간, 한 가족의 기억을 담고 있다. 영화를 위한 구성이라기보다 생의 어느 한 부분을 툭 잘라서 보여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부모가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다른 세상으로 부모를 떠나보낸 자식 입장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이건 다 내 이야기’다. 마지못해 억지로 한 일, 듣기 싫은 잔소리, 끝내 못 들어드린 부탁들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오래 생각난다. ...(중략)...
*환경과조경341호(2016년9월호)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영화 속 경관’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겨레 영화 평론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조경을 제목으로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영화를 삶의 또 다른 챕터로 여긴다. 영화는 경관과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관계 맺는지 보여주며 인문학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텍스트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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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시선들, 큐레이터 뷰] 위기의 시대,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도모하다
2016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국가관 리뷰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열 이상으로 제15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의 열기가 뜨겁다. 올해의 총감독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가 제시한 주제 ‘전선에서 알리다’ 때문이다. 이 주제에 응답한 다수의 국가관들은 미학적 견해를 내려놓고, 전 지구적인 위기와 분쟁에 대응하는 건축의 사회 참여를 고민한다. 이번 글에서는 국가관의 화두를 통해 건축의 사회적 제안과 시대적 논의에 접근하고자 한다. 총감독이 기획한 본 전시는 다음 호에 이어서 살펴볼 예정이다.
세계는 이주, 난민, 전쟁, 재난, 주거난, 경제 위기, 분쟁, 테러 등 여러 심각한 문제들이 끊이지 않는다. 점점 더 극심해지는 사회적 위기를 의식한 것일까? 올해 건축 비엔날레는 이 위기의 현실 속으로 뛰어 들어가 건축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도모하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이렇게 전면으로 나선 적은 거의 없었다. 고고한 건축 미학을 유보한 데에는 올해 건축전의 총감독으로 선정된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의 사회적 의식이 바탕이 된다. 그는 올해의 주제를 ‘전선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로 두어, 지구적인 위기 속에서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고자 한다. 전장에서 건축의 적은 삶의 공간을 위태롭게 하는 세상의 온갖 위기들이다. 건축이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의 환경을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65개의 국가관들 다수가 자국의 사회적 위기, 도시 문제, 건축적 위기 등의 문제를 내걸어, 이를 해결하려는 건축적 시도가 여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드러난다. 이번 글에서는 여러 국가관의 이슈 중 난민 문제, 로컬의 건축 쟁점, 폐허로부터 재생, 위기의 환경이라는 네 카테고리에 주목해 오늘날 건축이 모색하고 있는 사회적 역할과 제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41호(2016년9월호)수록본 일부
심소미는 독립 큐레이터이며 미술과 도시 관련 비평을 쓰고 있다.‘신지도제작자’(2015), ‘모바일홈 프로젝트’(2014) 등 현대 미술과 도시 연구를 매개한전시 기획을 해왔으며, 도시 개입 프로젝트 ‘마이크로시티랩’(2016)을 선보일 예정이다.2016년 난지창작스튜디오 연구자 레지던시에 입주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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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읽는 공간의 기호학
조경디자인캠프 조경토크쇼 ‘풍경의 대화’
불을 끈 강의실, 스크린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이 빛났다. 빔 프로젝터가 비추는 화면은 설계 도면이 아니라 영화 클립이다. 영화 ‘괴물’ 속 송강호의 익살스러운 연기에 간간히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영화 속 강’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매는 사뭇 진지했다.
지난 8월 12일, 서울시립대학교 자연과학관에서 조경 토크쇼 ‘풍경의 대화’가 열렸다. 조경디자인캠프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된 이번 토크쇼에는 서영애 소장(기술사사무소 이수)과 김혜리 기자(씨네21)가 초청돼 ‘영화 속의 강’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영화 ‘김씨표류기’, ‘악어’, ‘괴물’, ‘머드’ 등을 넘나들며 강의 상징성과 장소성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오갔다. ...(중략)...
* 환경과조경 341호(2016년 9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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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의 신 조경 선언
The New Landscape Declaration, LAF
지난 6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조경 미래 회의A Summit on Landscape Architecture and the Future에서 향후 50년을 내다보고 조경의 미래를 위한 선언을 만들기 위해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조경가들이 모여 논의의 장을 열었다. 미국이 거대한 정치적·사회적 변화와 환경 오염 문제를 경험한 1966년에 LAFLandscape Architecture Foundation가 발표한 기존 선언 이후 50년만의 일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중국, 아르헨티나, 호주 등 다양한 국가에서 초청된 700명 이상의 조경가가 참여한 이번 회의의 주요 주제는 두 가지다. 먼저 기존 선언과 지난 50년간 조경이 이룩한 것들을 비판적으로 반성하고, 전문 분야로서 조경의 비전을 예측해 향후 50년간 조경가가 해야 할 일에 가이드가 되어줄 새로운 선언을 구축하는 것으로 회의가 구성되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41호(2016년 9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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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서재] 종의 기원
악惡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악에 대한 사람의 호기심은 왜 이다지도 강렬할까. ‘희대의 살인마’, ‘인면수심의 악마’, ‘사이코패스’ 등 점점 자극적인 수식어를 달고 TV나 신문에 큼지막하게 등장하는 범죄자의 무심한 시선을 볼 때면, 얼굴을 가린 마스크를 슬며시 내리고 그 뒤에 숨은 표정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범죄자의 얼굴을 확인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한 색다른 정보를 읽어 내거나 보복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도. 이 싸구려 궁금증을 당장 채우지 못하는 답답함에 ‘범죄자의 인권을 보호해줄 필요가 있나? 우리나라는 범죄자에게 너무 관대해’라며 가볍게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우리와 닮은 평범한 얼굴일 범죄자의 표정과 인상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은 범죄에 대한 분노일까, 혐오일까,
아니면 원초적인 호기심일까? 우리는 범죄자의 얼굴에서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정유정의 소설은 악에 대한 우리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독자를 단숨에 휘어잡는다. 그동안 우리 문단에서 ‘범죄’라는 소재와 반전을 거듭하는 극적인 이야기 구조는 장르물의 영역으로만 취급되어 왔다. 하지만 정유정은 장르물적인 소재와 스토리텔링 방식을 따르면서 한국 문학 판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정유정은 요즘 국내 소설가 중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최근작들만 놓고 보았을 때, 정유정만큼 화제작을 연달아 내놓는 작가는 드물다. 물론 올해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몇 달째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문학평론가 노태훈은 대담하고 유머러스한 필치로 『릿터』 창간호에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최근에 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읽었을까? 만약 읽었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하자. 그 책은 당신이 읽기에 조금 어렵다.”
오랫동안 ‘악’의 문제를 탐구해온 정유정은 최근작 『종의 기원』에서 순수한 ‘악’에 가장 가까운 캐릭터를 창조했다. “등단작인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에서는 정아의 아버지로, 『내 심장을 쏴라』에선 점박이로, 『7년의 밤』에서는 오영제로, 『28』에서는 박동해로. 매번 다른 악인을 등장시키고 형상화시켰으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목이 마르고 답답했다.” 정유정은 『종의 기원』에서 악인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내면의 본성적인 악의 기원에 깊이 침잠한다. 소설의 주인공 한유진이 피투성이 상태로 깨어나는 첫 장면에서 독자는 이미 범인과 결말을 예측하게 되지만 이야기 전개는 전혀 지루하지 않다. 1인칭 시점으로 사건의 전말을 더듬어 가는 주인공 내면의 일렁이는 파도가 시시각각 독자를 덮쳐오기 때문이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자기 합리화로 일관하며 쾌락을 느끼기까지 하는 유진의 범죄 장면에서 왜 우리는 눈을 뗄 수 없을까. 소름끼치도록 황량하고 공허한 유진의 독백에도 연민과 동질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다. 알아야 했다. 단서들을 조합한 추리 같은 건 의미가 없었다. 오로지 나 자신에게 들어야 했다. 내 안에 나라고 믿는 나 말고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지, 그 ‘누군가’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모르고는 세상 속에서 살아갈 길이 없었다. 아는 순간, 지옥문이 활짝 열린다 할지라도, 그로 인해 내 인생이 송두리째 엎어진다 해도.” 유진은 도망가고 싶고 회피하고 싶은 진실의 문 앞에서 후퇴 대신 전진을 선택한다. 비록 용서할 수 없는 악인이지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끌고 나가고자 하는 끈질긴 삶의 의지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느껴진다.
소설의 배경과 캐릭터 설정을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그려내는 정유정은 이번에는 소설의 배경으로 ‘군도’라는 신도시를 창조했다. 『여성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시화호를 소설의 모델로 삼고 아주 초창기 송도신도시의 모습을 입혔다”고 말했다. 소설에서 군도신도시는 입주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입주가 절반도 채 이루어지지 않은 도시다. 상권이나 교통, 공공시설 등의 생활 인프라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외딴 베드타운이다. 공허하고 메마른 주인공의 내면처럼 도시도 텅 빈 황량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어머니에 대한 분노, 친구 해진에 대한 질투와 애정, 이모에 대한 혐오로 뒤섞인 주인공의 내면만큼이나 도시는 우후죽순 들어선 빌딩으로 인해 어수선한 풍경이다. 신도시를 배경으로 새로운 종의 악인이 탄생하는 알레고리가 흥미롭다. 새로운 ‘종’으로 태어난 유진이 강렬한 의지로 삶의 첫 걸음을 내딛는 것처럼, 여러 가지 도시 문제를 껴안고 세워진 우리의 신도시들은 도시로서 기능하기 위해 치열한 의지와 노력을 들이고 있을까. 덧붙이자면, 『환경과조경』의 다음 달 특집은 ‘광교신도시’(가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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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 파리의 공원과 정원에 차린 식탁 사이
“근데 뭐하는 분이세요?” H가 물었다. “잡지사 다녀요.” 눈을 동그랗게 뜬 H가 다시 물었다. “그럼 인터뷰하고 글 쓰는 일 하세요?” 이런 식으로 대화가 흐르면 머리가 분주해진다. ‘내가 하는 일이라….’ 회사에 두고 온 일들이 마감 순서대로 머리에 떠오른다. “음… 네… 취재를 하지요.” 명료한 답을 원하는 게 분명할 H에게 전문지 기자의 정체성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포기하고 배에 힘을 주고 다리를 들어올렸다.
동그란 눈과 탄탄한 몸매가 인상적인 H는 가볍게 시범을 보인다. 나 역시 가볍게 따라하다가 “으악” 소리를 지르며 철퍼덕 다리를 떨어뜨렸다. 내가 물었다. “운동 계속하면 저도 몸이 유연해질까요?” “꾸준히 하면요.” H가 말했다. “글 쓰는 일은 어려운 것 같아요.” “계속 쓰면 늘어요.” 그렇게 대답해 놓고는 ‘과연 그런가’라고 생각한다. 곧 내가 몸치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거란 당연한 결론을 내렸다. ‘쳇 세상에 쉬운 일이 없네.’ 얼마 전 시작한 필라테스 수업이 끝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데 서영애 소장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이번 달 시네마 스케이프의 영화 ‘걸어도 걸어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설에나 아들을 다시 볼 거라 아쉬워하는 아버지와 달리, 설에는 오지 않겠다고 말하는 아들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는 자식들이 있을까. 서 소장의 원고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으로 마무리된다. “자식들이란 늘 한발 늦게 깨닫죠. 그리고 지면이 부족해서 쓰진 못했는데,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도 보면 딱 우리 얘기에요. 아버지는 아들이 화가가 된 게 못마땅해서 그림 복원하는 작업을 ‘수리’라고 깎아내려요.” 처음 기자가 되었을 무렵, 내가 설계를 하길 바랐던 아버지는 친척들 앞에서 “취미로 할 일을 하고 있다”며 못마땅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시 아버지의 눈에는 글이나 쓰는 일이 생산적인 일(혹은 밥벌이?)로 보이지 않았던 게 아니었나 싶다. 지금도 아버지는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실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번 달은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도 못하고 있는 아버지께 소식을 전한다는 구실로 홍보를 몇 가지 해볼까 한다.
파리의 공원들
전문지 기자가 하는 일이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면 반만 맞는 이야기다. 취재 기자와 편집 기자가 분리되어 있는 일반적인 일간지 기자들과 달리 조경이나 건축 분야의 전문지 기자들은 전천후가 되기 마련이다. 기획부터 취재, 편집까지 맡고 때로는 사진 촬영이나 제작에도 관여한다. 그래서 ‘잡지를 만든다’는 표현이 익숙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개는 잡지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내용이 담긴 단행본을 만드는 일도 한다.
지금 내가 편집하고 있는 단행본은 『파리의 공원들』이다. 파리는 대표적인 관광지기도 하고, 파리의 공원 역시 이런저런 소설이나 영화에서 많이 소개되어 가보지 않았어도 마치 잘 아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직접 가본 공원을 꼽으라면 아마 다섯 손가락이면 충분한 이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파리의 공원들』은 파리에 있는 500여 개의 도시공원 중 규모나 성격 면에서 의미가 깊은 스물두 개 공원을 역사적으로 또 공간적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파리의 도시공원을 통해 프랑스의 역사와 파리라는 도시의 변화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덤이다. 9월 발간 예정이다. 덕분에 줄기차게 야근 중이다.
정원에 차린 식탁
전문지는 특정 분야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그 분야의 다양한 행사와 관련되기 마련이다. 포럼이나 강연을 기획하기도 하고 공모전을 주최하는 매체도 있다. 이때 기자들은 기획자이자 코디네이터인 동시에 현장의 여러 잡일을 처리하는 스태프이기도 하다. 포럼이나 강연을 준비하면, 주제 기획부터 연사 섭외, 그리고 마지막 뒷풀이 동선까지 치밀하게 짜야 한다. 공모전을 기획한다면 심사위원 섭외부터 전시 장소 섭외까지 그 고민의 폭이 상당히 넓다. 환경과조경 역시 조경비평상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을 공동 주최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올해는 10월에 월드컵공원 내 평화의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정원박람회를 주관한다.
올해 처음 참여한 서울정원박람회 준비로 모두들 전에 없이 분주하다. 편집팀, 디자인팀, 마케팅팀 너나할 것 없이 각자 관심사(?)에 따라 프로그램을 맡았다. 나는 공원에서 먹는 일의 즐거움에 대해 줄기차게 떠들어왔던 만큼 ‘정원에 차린 식탁’이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셰프가 텃밭 작물을 이용한 레시피를 선보이고,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따라해 보며 시식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정원에서 채소와 과일, 허브 등을 키워 먹는 일의 역사야 유구하지만 축제에서 요리 프로그램이 기획된 것은 주요 방송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먹방이나 요리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 최근 셰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관련 방송 프로그램은 ‘삼시세끼’다. 섬마을이나 농촌에 던져진 남자들 너덧이 하루 세 끼 밥을 해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다인 이 프로그램에 대한 지인들의 공통된 반응은 ‘평화롭다’는 것이다. 복잡한 도시의 현실과 단절된 한적한 시골에서 출연자들은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밭의 잡초를 뽑고, 닭에게 모이를 주고 알 낳기를 고대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구한 재료로 한 끼 식사를 만들어 먹는다. 그 단순함이 우리에게 평온함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밥벌이에 바쁜 나머지 이러한 노동을 생략한 채 간편하게 조리한 음식을 늘어놓고 TV를 보면서 이러한 원초적 노동의 즐거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 그들을 보면서 농사를 지어볼까, 아니면 뜻밖에 귀여운 오리를 키워볼까 하는 생각을 몇 초쯤 한다. 하지만 단순한 삶과 실제 우리 일상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러한 갈증을 달래주는 것이 텃밭 정원이다. 화분 하나만으로도 만들 수 있는 텃밭은 (갑자기 늘어나는 벌레나 귀찮음을 이겨낸다면) 꽤 현실적으로 도시인의 삶에 녹아든다.
‘정원에 차린 식탁’은 최근 높아진 요리에 대한 관심에도 기대고 있지만 단순한 노동의 즐거움, 손수 키워 먹는 재미를 다양하게 확장하려는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준비한 기획이다. 10월, 정원에 차린 식탁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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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장면으로 재구성한 조경사] 식물의 르네상스
#93
식물원, 식물 수집, 식물 사냥
조각, 조형물, 분수가 아무리 근사하고 알레고리적 의미가 흥미롭다고 하더라도 식물과의 조화 속에서 비로소 빛이 난다. 르네상스 정원들을 보면 녹색 기하학이 지배하여 회양목, 주목, 사이프러스 외에는 별다른 식물이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녹색 기하학의 정원’이라고 정의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르네상스 정원들은 조성 당시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모두 후세에 복원된 것이며 고증을 통해 ‘이러했을 것이다’라고 유추하여 최대한 실제와 근접하게 재구성한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구조적 기본 틀과 개념을 재구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당시 실제로 자라고 있었을 식물을 재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높은 유지·관리비 때문에 포기하고 녹색 테두리를 두른 반듯한 기하학 속에 모래를 깔고 만다. 그러나 당시 정원을 직접 목격한 여러 증인에 따르면 수천 가지의 식물이 자라 풍성하고 화려한 것이 마치 낙원과 같았다고 한다. 물론 과장은 있겠으나 수많은 식물이 심겼던 것은 사실일 것이다. 르네상스 정원이 완성될 즈음에는 휴머니스트들이 고문서 수집과 조각상 수집에 이어 식물 수집에 열을 올렸다. 그 많은 식물을 수집하여 정원이 아니면 어디에 심었겠는가. 다만 심는 방법이 지금과 많이 달랐다. 식물을 서로 자연스럽게 섞어 심은 것이 아니라 유형별로 나누어 따로따로 심는 것이 불변의 원칙이었다. 마치 오케스트라 구성과 같았다.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를 나누고 그 안에서 악기 종류에 따라 음악가들을 배치했듯, 르네상스 정원에는 교목, 관목, 수벽, 유실수, 초본 식물들의 위치가 따로 지정되어 있었다. 엄격해 보이지만 이들이 철따라 서로 어우러져 내는 수많은 화음은 풍성하고 화려했고, 때로는 웅장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41호(2016년 9월호) 수록본 일부
고정희는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머니가 손수 가꾼 아름다운 정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느 순간 그 정원은 사라지고 말았지만, 유년의 경험이 인연이 되었는지 조경을 평생의 업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를 비롯 총 네 권의 정원·식물 책을 펴냈고, 칼 푀르스터와 그의 외동딸 마리안네가 쓴 책을 동시에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베를린 공과대학교 조경학과에서 ‘20세기 유럽 조경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베를린에 거주하며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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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랜드스케이프, 더 비기닝
올해 어느 때인가부터 일 때문에 속이 쓰리면 인류사 책을 짬짬이 읽었다.저마다 두꺼운 책 중 앞부분,정원과 조경의 시작이 궁금해서 시간을 거슬러갔다.복잡다단한 현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대략1만 년 전 농업 혁명이 일어나던 때다.여기서 실용적 가치와 심미적 가치를 따져서 농업과 정원을 엄밀히 구별한다는 것은 꽤 난감한 주제다.그보다는 우리 인류가 나름의 목적과 의도를 지니고 자연을 가꾸는 행위를 시작했다는 데 초점이 있다.
사들인 여러 권의 책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은 것은 올해 인문학 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에 상당 기간 올라 있던『사피엔스』.이스라엘의 역사학자인 저자 유발 하라리는1만 년 전 지구에서 벌어진 혁명에 대해 다소 도발적인 견해를 내놓는다.알고 보면 농업 혁명은‘역사상 최대의 사기’라는 것이다.몇몇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밝혀졌듯이 초기 농업인의 영양 섭취와 건강 상태는 이전 시기 수렵 채집인에 비해 상당히 열악했다.농경을 시작한 결과 정착 생활을 하고 발아 단계의 도시와 문명을 창조했지만,어찌되었든 농지를 돌보기 위해서 전에 없던
가혹한 노동이 줄기차게 필요했다.인류라는 종의 관점에서는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었으니 진화의 법칙에서는 성공한 셈이지만,인간 개체의 입장에서는 처절하게 실패한 혁명이었다.인류가 거대한 진화의 법칙에 속은 것이다.더 매몰차게는 밀이나 쌀을 비롯한 일부 곡물의 성공적인 생존 전략에 인류가 선택 당했을 따름이다(고정희의 책 제목『식물,세상의 은밀한 지배자』는 이런 의미에서 더욱 절묘하다).
150억 년 전 물질과 에너지가 모인 아주 작은 점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대폭발하면서 생겨나 지금도 끊임없이 팽창하는 우주.언젠가는 다시 수축하면서 원래 블랙홀로 돌아가기까지 우주론과 물리학으로 설명하는 시간과 공간.그 망망한 흐름 속에서 잠깐 미미하게 살다가 다시 먼지로 돌아가는 셈이니 인간의 비루한 삶이란 애초부터 그랬던 것이다.또 지구에 터를 잡은 생명체라면 어쩔 도리 없이 도도한 진화의 법칙에 매일 수밖에 없다.법칙으로 환원되는 세계는 치밀하고 지루하며 끔찍하다.
하지만 유발 하라리는 작은 출구 하나를 열어 두었다.터키에 있는 괴베클리 테페는 약1만2천 년 전의 유적이다. 20여 곳에 달하는 기념물을 이루는 돌기둥은 총200개 이상이고,가장 큰 것은 무려 높이5.5m,무게7톤이었다.또 미처 완성하지 못한50톤의 돌기둥이 근처 채석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놀라운 점은 이 유적의 건설 시기가 농경의 시작보다 앞선다는 사실이다.또 이 유적에서30km떨어진 카라사다그 언덕은 밀의 변종이 최초로 생겨난 발상지로 밝혀졌다.그렇다면 수렵과 채집을 겸하던 모종의 집단이 어쩌다가 먼저 공동체를 이루고,종교를 비롯한 자신의 문화와 신념 체계를 만들었으며,이를 배경으로 아직까지 목적을 알 수 없는 거대한 기념물을 지었을 가능성이 있다.이렇게 예상 밖으로 농업 혁명은 실용적 목적보다는 이런 사회 문화적 동력에 의해서 생겨난 것일 수 있다.이렇게 본다면 오로지 과학의 법칙으로만 인간 환경을 설명할 수 없다.초기 인류사를 통해서 짐작하는 정원과 조경의 탄생은 대략 이런 풍경이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41호(2016년9월호)수록본 일부
허대영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졸업 후1999년부터18년째 조경설계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으며,느슨한 설계연대를 지향하는 스튜디오 테라(STUDIOS terra)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7년 전부터는 개인 주택정원,어린이 집과 학교의 외부 공간,놀이터,가로 공원,호텔 조경설계 및 감리 등 하나하나 성격이 다른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수행하고 있다.공간을 설계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나중에 그 곳에 머무는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땅에 뿌리를 박고 실천하는 조경 설계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철새협동鳥합』을 여럿이 함께 쓰고,제프 마노의『빌딩블로그』를 함께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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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경제학] 경관, 경제 활동의 배경에서 대상으로
경관의 경제학은 가능한가?경관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 하늘과 땅이 낳은 수많은 것들로 이루어진 경관은 신이, 또는 대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한 무상 공여물이다. 문화 경관, 나아가 도시 경관조차 그러하다. 사람의 손이 닿아 형성된 도시도 그것을 조망하는 입장에서 보면 마치 산이나 바다와 같이 누가 보여주려고 일부러 만든 적이 없는(만들 수도 없는) 광활한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도시는 사람이 만들었지만, 도시 경관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이러한 경관이 경제 활동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경관을 경제 활동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정당할까? 애덤 스미스(1723~1790)를 출발점으로 본다면 경제학의 역사는 참으로 짧다. 그러니 그것이 다루어본 대상도 매우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 충만한 경제학자라면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경관에 대해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여기서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이란 경관이 거래되어 가격이 형성되고, 가격에 의해 적정한 수요량과 공급량이 결정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경제학적 관점에서 경관을 고찰하기 전에 경제학자나 조경학자가 경관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면 그 작업의 난이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자는 자연환경이 인간의 경제 활동에 세 가지 측면에서 유용하다고 본다. 자연환경은 경제 활동을 위한 자원을 제공하고(resource supplier), 경제 활동의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처리하고(waste assimilator), 자연 또는 경관 그 자체로 쾌감을 준다(direct source of utility). 그런데 이 중 첫 번째 유용성을 다루는 분야는 자원경제학, 두 번째 유용성을 다루는 분야는 환경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상당한 연구가 진행되어 있으나, 세 번째 유용성을 심도 있게 다루는 경제학의 분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자연이 아닌 도시의 경관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에 비해 조경학자는 경관 분석에 대한 접근 방법으로서 생태학적 접근 방법, 미학적 접근 방법, 철학적 접근 방법과 나란히 경제학적 접근 방법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자연환경의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어 경관 시장의 메커니즘과 같은 본질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경관의 경제학이 이렇게 전문가들에게 홀대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경관의 가치가 낮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그보다는 경관이라는 대상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다루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 환경과조경 341호(2016년 9월호) 수록본 일부
민성훈은 1994년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조경설계 서안에서 2년간 일했다. 그 후 경영학(석사)과 부동산학(박사)을 공부하고 개발, 금융, 투자 등 부동산 분야에서 일했다. 2012년 수원대학교로 직장을 옮기기 전까지 가장 오래 가졌던 직업은 부동산 펀드매니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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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데이터센터
Hanwha Data Center
모든 프로젝트가 충분한 기간과 공사 예산을 확보하고 시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클라이언트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가 수반된다면 부족한 시간과 예산이 언제나 좋은 공간의 탄생을 막는 것은 아니다.
본 프로젝트는 아주 명확한 동기에서 시작되었다. 기존의 외부 공간은 얕은 토심으로 인해 나무가 고사해 그늘이 전무했고 따라서 건물의 전면부로서 인상도 좋지 않았다. 클라이언트는 이를 개선하고자 했고 예산은 기성품 퍼걸러 세 개를 구입할 수 있는 정도로 확보되어 있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오피스박김은 셸터를 직접 디자인하고 식재를 포함한 전체 시공 책임까지 맡아 ‘디자인-빌드design-build’의 형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윈드 터널, 단순하고 안정적이며 아름다운 구조체우리나라의 외부 공간에서 그늘의 제공은 매우 중요하다. 한강공원에서 텐트들이 만들어내는 이질적 경관이 이를 증명한다. 이 프로젝트에서도 그늘의 제공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는데, 우리는 어떤 그늘을 어떻게 제공하는지에 초점을 두었고 3D 모델링을 통해 셸터의 구조와 길이, 모양 등을 집중적으로 스터디했다.우리는 셸터 구조의 원칙으로 ‘별도의 다리 등의 지지물 없이 하나의 바디가 자체로 서는 심플한 형태’, ‘제작비를 낮추고 시공이쉬운 모듈화 방식’, ‘구조가 곧 겉모습이 되는 아름다운 디자인’을 전제했고 많은 대안들을 연구한 끝에 두 가지 삼각형 모듈이 서로 연결되어 서는 절판 구조를 설계했다.본래 비를 완벽히 막는 것을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 모듈의 연결 부위는 따로 막지 않고, 오히려 셸터 안에서 중간중간 그 틈 사이로 떨어지는 빛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설계 및 시공오피스박김발주한화디자인본부 / 한화데이터센터위치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면적380m2완공2016
*환경과조경 341호(2016년 9월호) 수록본 일부
박윤진은 하버드 GSD를 졸업하고 치치 지진메모리얼 국제설계공모 당선을 계기로 김정윤과 함께 네덜란드에서 오피스박김을 설립하였다(2004). 미국 보스턴 건축대학교 등에 출강하였고 타이완 쉬이첸 대학교(2007), 미국 하버드 대학교(2008, 2010), 오하이오 주립대학교(2011), 호주 멜버른 대학교(2012) 등에서 교육, 전시, 강연을 위해 초청되었다. 김정윤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 GSD에서 조경학을 전공하였고, 네덜란드 조경건축사이며 바허닝엔 대학교에 출강하였다. 차세대디자인리더(산업자원부 2007), 광교신도시 공원디자인 커미셔너(2008), 서울형공공건축가(2011)로 선정되었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놀튼건축대학원이 선도적 조경가에게 수여해 온 글림처 특훈 교수(2011)로 임명되어 강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