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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Incheon Asiad Main Stadium
지난 9월 19일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막을 열었다. 개회식이 치러진 주경기장은 지난 2009년 진행한 설계공모에 당선된 설계안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최우수작으로 당선된 희림건축의 작품은 빛과 바람, 춤을 콘셉트로 인천의 상징을 형상화했고, 건축물의 선이 대지로 이어지며 주변으로 흐름이 확장되도록 설계했다.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이하 인천 주경기장)은 인천의 새로운 녹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역 통합 연계의 뼈대
인천 주경기장 계획의 주안점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주변 사업과의 연계성, 생태적인 안정성, 경기장의 기능성 확보가 공모 당시 요구된 주요 고려 사항이다. 당초 주경기장 부지를 포함한 130만m2의 대규모 근린공원(연희공원)이 계획되어 공원 부지로 지정되었으나 오랫동안 미집행되었다. 그러던 차에 연희공원 부지 일부에 인천 주경기장이 건립되면서 주변 지역이 연계되어 개발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에 주경기장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통합하는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각 지역에 커뮤니티 가든, 에코 가든, 스포츠가든, 컬처 가든, 페스티벌 가든이라는 테마를 부여해 공간을 연계했다.
일반적으로 경기장은 필드를 스탠드가 둘러싸고 사면이 지붕으로 막힌 형태로 건립된다. 반면 인천 주경기장은 타원형의 지붕 양쪽이 뚫려 있다. 지붕이 곡선을 그리면서 지상으로 이어지고, 녹지의 흐름이 주변의 산으로 이어지도록 대상지 양쪽에는 숲을 조성했다.
건물이 만들어낸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동선이 형성되고 숲과 산으로 연결된다. 경기장의 열린 구조를 통해 주변과 연결되는 것이 설계의 골자다.
인천 주경기장과 주변 지역을 매개하는 또 다른 요소는 두 개의 지하 통로다. 인천 주경기장과 연희공원 사이에는 큰 찻길(봉수대로)이 있어 공간이 단절되는데, 지하 통로가 두 공간을 서로 이어준다. 이 통로는 기존에 이용하던 굴다리로 경기장 조성을 위해 부지가 성토되어 통로보다 높은 지형 여건을 살려 기존 통로 전이 공간에 선큰 형태의 광장을 조성해 연결 통로의 활용성을 높였다. 연희공원 조성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인천 주경기장이 완공되었고 연희공원 일부에 도시 생태 휴식 공간 조성을 위한 자연마당 사업(환경부 주관)이 진행되면서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공사 관계자들은 연희공원이 하나씩 채워지면 인천 주경기장 내에 존치한 연결 통로가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경설계 (주)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설계 (주)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주)상지건축사사무소, POPULOUS
구조설계 (주)동양구조안전기술
시공 (주)현대건설
기계설계 (주)한일엠이씨
전기/통신설계 (주)나라기술단
토목설계 동남이엔씨(주)
인테리어 (주)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조명설계 (주)피투엘이디큐브
음향설계 (주)오에스디엔지니어링컨설팅
소방설계 (주)융도엔지니어링
CM/감리 (주)삼우건축사사무소
발주 인천광역시
위치 인천광역시 서구 연희동 봉수대로 806
대지면적 622,810m2
건축면적 74,948.26m2
완공 2014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는 1970년에 설립된 종합건축서비스 회사로 건축설계, 건설사업관리(CM), 감리(CS)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단독 해외 진출에 성공했으며 베트남, 아제르바이잔, 아랍에미리트, 방글라데시, 이라크 등 8개 지역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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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티피케이션 에렌브라이트슈타인
Fortification Ehrenbreitstein
에렌브라이트슈타인 요새Ehrenbreitstein Fortress는 라인Rhine 강과 모셀Mosel 강의 합류부에 위치해 있다. 이 기념비적인 구조물은 두 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고원위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이곳이 19세기 초에 독일이 프랑스의 침공으로부터 라인 강 유역을 지켜내기 위한 군사적 요충지였기 때문이라 한다. 포티피케이션에렌브라이트슈타인Fortification Ehrenbreitstein은 2005년에 열린 설계공모 당선작으로 기존 공원을 개선하고, 더 많은 주차 공간을 만드는 것을 기본적인 목표로 한다.
디자인 콘셉트는 역사적인 고원 요새fortress plateau를 극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하여 공원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고 역사적 경험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북쪽 진입부의 구조를 변화시키면서 방문자 센터가 만들어졌고, 변화된 공원과 주변 지역 간의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새로운 공간적 가치를 창출했다. 고원의 가장 자리에 위치한 차량 출입구와 주차장이 수벽wall of trees에 의해 차폐되어 쾌적한 보행 환경을 유도하며, 요새의 주출입구와 인접한 자갈로 덮여있는 공간은 다목적 야외 활동을 위해 활용된다. 이렇게 재조성된 공간은 기존에 식재되어 있던 나무들과 조화를 이루고 요새로의 시야 또한 방해하지 않는다.
요새가 건축되었을 당시, 요새의 방벽에서의 시야를 차단했던 지형은 모두 평평하게 다져져 지금과 같은 형태의 고원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과거의 인공적 지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전략을 통해 구조물의 북쪽으로 펼쳐진 넓은 평원이 역사적 기념비성과 요새의 실루엣을 담아낼 수 있도록 했다. 곳곳에 배치된 폭이 넓은 원형 벤치는 넓게 뻗은 평원의 광대함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일부 남아있는 바로크 양식의 구조물은 잔디로 덮어 그 앞에 펼쳐진 오픈스페이스는 요새와의 조화로운 모습을 만들어낸다. 길게 뻗은 보행로들은 열십자형으로 고원을 교차하여 비어 보일 수 있는 경관에 마치 슈팅라인shooting line처럼 강렬하고 리드미컬한 기하학적 형태를 구축하고 기존의 보행 동선 시스템과 연결되어 새로운 보행 네트워크를 만든다.
길게 늘어선 요새의 첫 번째 방어선을 따라 걷다보면, 3면으로 구성된 포도원을 만나볼 수 있다.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포도나무들 사이에 위치한 잔디밭은 새롭게 깔린 포장도로와 함께 친밀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와인바, 피크닉 등을 위한 공간이다.
Landscape Architect TOPOTEK 1
Architect HG Merz Architekten
Client State of Rhineland-Palatinate, Germany
Location Koblenz, Germany
Area 104,000m2
Planning 2005~2009
Completion 2011 / 2013
Photographs Hanns Joosten, Thomas Frey
토포텍 1(TOPOTEK 1)은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하는 조경설계사무소로 마르틴 라인-카노(Martin Rein-Cano)가 1996년에 설립했다. 조경 전반에 걸친 다양한 유형 및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건축과 도시설계에서부터 예술 부문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여러 지식 분야와 사회적 이슈의 하이브리드적인 접근법, 디자인 요소 및 오브젝트의 철거·확대 및 재맥락화(re-contextualization), 그리고 시노그래픽한(scenographic) 과정의 단계별 계획 등 다양한 설계 전략을 통해 최근 경향에 민첩하게 적응한다. 공공 공간을 비전의 표현이자 사회 전반의 축소판으로 재해석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설계 개념을 대상지의 상황과 역사적 지식의 범위 내에서 발전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게 생각한다.
- TOPOTEK 1 / TOPOTEK 1 / 2014년10월 /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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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코 도라
Parco Dora
1980년대 피아트사의 철제 부품 공장과 미쉐린Michelin 타이어 공장이 폐쇄되었다. 해당 산업 전반의 쇠락과 더불어 이들 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서 도심 근처에 상당한 넓이의 지역이 버려지게 되었다. 파르코 도라Parco Dora는 토리노의 이러한 탈산업 유휴지를 구조적으로 재생하기 위해 1990년대 시행된 ‘스피나 센트랄spina centrale’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구상되었다. 45헥타르 넓이에 달하는 본 프로젝트는 도시의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개발 축 전역에서 가장 큰 규모라 할 수 있다.
과거 산업용 부지로 활용되었던 역사가 대상지의 성격을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며, 공간적으로는 대상지를 둘러싼 도라 강River Dora, 주요 간선 도로망, 그리고 신규 주거 지역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공원은 각기 다른 다섯 개 구역―인제스트(Ingest), 비탈리(Vitali), 모타라(Mortara), 미쉐린(Michelin), 발도코(Valdocco)―으로 구성되었다. 각 구역의 개별적 특성이나 해당 구역에 남겨진 과거의 흔적을 하나로 통합하고, 새로운 시설물을 통해 기존의 특징을 강화·발전시키며, 각 구역을 서로 연계시키는 한편 주변 지역과도 연결하는 것이 주 목표였다.
공원 한가운데 위치한 제철 공장 카포노네 디 스트리파지오Caponnone di Strippaggio, 눈에 잘 띄는 미쉐린타이어의 냉각탑, 인제스트 라미네이팅 공장, 그리고 도라 강은 대상지에서 손을 대지 않고 존치시킨 가장 중요한 요소다.
도라 강의 서쪽은 강변 지역을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어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 반면 동쪽의 경우 대규모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강이 완전히 덮여있다. 냉각탑, 운하, 그리고 슬러리 탱크 등은 공업 생산 과정에서 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물 관리 시스템의 한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 시설들을 이용해 저장된 빗물은 관개 및 임시 물 관련 시설에 활용될 계획이다.
주변을 둘러싼 건물들의 어마어마한 크기로 인해 공원은 여전히 위축된 모습이다. 공간을 새롭게 정의하고, 공원 내부의 여가 공간을 보호하는 한편 그늘 제공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많은 나무를 식재했다. 잡목림, 가로수, 수풀은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의 건물들을 단순한 배경 정도로 만들 것이다.
Lead Design and Artistic Supervision Latz + Partner(Tilman Latz, Peter Latz,
Dörte Dannemann,Daniela Strasinsky, Felix Metzler, Susanne Genilke)
Project Management STS Servizi Tecnologie SistemiS.p.A.
Restoration of Historic Buildings, Tendering andCosts Studio Pession Associato
Structural Analysis and Surveys CMC StudioIngegneri Associato
Agronomy, Tendering and Costs Dario Grua
Lighting Pfarré Lighting Design
Art Ugo Marano
Client Città di Torino
Location Turin, Italy
Total Surface 456,000m2
Project Surface 376,000m2
Completion 2012
Photographs Andrea Serra, Fabrizio Zanelli,Heidemarie Niemann, Mattia Boero,
OrnellaOrlandini, Latz + Partner
Latz + Partner는 아넬리스 라츠(Anneliese Latz)와 피터 라츠(Peter Latz)가 아헨(Aachen) 및 자르브뤼켄(Saarbrucken)을 기반으로 설립했으며 현재는 뮌헨으로이전해 활동하고 있다. 2011년 3월 이래로 조경가이자 건축가인 틸먼 라츠(Tilman Latz)가 대표 이사이자 책임 디자이너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각각의 장소가 지닌 독특한 특성과 기술적 해결책을 결합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략을 세우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다. 도시 변화, 탈산업·전통적 경관, 공공·사적 공간, 정원 등의 프로젝트가 주요 활동 분야다.
- Latz + Partner / Latz + Partner / 2014년10월 /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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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도시재생, 편의적이거나 인기영합적인 해석을 넘어
‘도시재생’이 공간 문제를 다루는 모든 학계와 업계의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이에 따라 전국 13개 도시에 도시재생 선도 지역이 선정되어 도시재생 사업이 이루어지면서 그동안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생하던 학계와 업계도 도시재생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그러나 도시재생은 여전히 생경한 개념이다. ‘재생’이라는 용어 자체가 일본의 법제에서 그대로 따온 것으로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재활성화’가 더 이해하기 쉬운 용어다. 그 뜻을 새겨보면 예전에는 번성했던 곳을 ‘다시’ 활성화시킨다는 의미로, 그 전제 조건은 도시 쇠퇴다. 이러한 점에서 엄밀히 말해 한때 활력이 있었던 곳이 쇠퇴decline한 경우와 한 번도 발전한 적이 없었던 낙후backwardness의 경우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그러므로 도시재생을 ‘낙후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수단’쯤으로 여기는 지자체들의 태도는 매우 안이하다. 번영했던 도시가 쇠퇴하면 공장과 상가가 문을 닫고 빈 집이 생기고 도로가 한산해지면서 그동안 도시 개발을 위해 투자되었던 각종 시설이 100%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재활성화’에는 이렇게 미이용unused되거나 저이용under-used되고 있는 기존의 도시 시설을 다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재활용’의 의미가 그 기저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영국에서 탈산업사회의 도래로 인해 가동이 중단된 수변 공간의 제조업 공장, 창고, 도크dock 등의 산업 유산을 문화 자산으로 재활용하거나, 일본에서 ‘읽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도심에 방치되었던 대단위 토지를 재활용하여 도시재생을 꾀하려고 했던 시도와 맥락을 같이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시재생을 ‘부수지 않고 다시 이용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일정 부분 유효하다. 실상 많은 사람들에게 도시재생은 단적으로 재개발redevelopment 또는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철거 재개발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철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용한다는 개념은 일찍이 수복 재개발, 보전 재개발 등의 개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곧 도시재생은 수복 재개발, 보존 재개발을 의미하는 것일까?
유의할 점은 ‘부수냐 마느냐’는 방법 또는 수단일뿐, 도시재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일정 지역의 ‘재활성화’에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기존의 것을 없애버리는 것보다 다시 활용하는 것이 지역의 재활성화에 보다 효과적이라면 보존하여 이용하고, 반대의 경우라면 철거해도 된다는 것이다. 재활용하기에는 너무 노후화되고 불량화되어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거나 재활용할 만큼 희소한 가치를 지니지 않는 것까지 모두 무조건 재활용하자는 뜻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재활용’은 건축물·시설물 등의 재활용뿐만 아니라 기성 시가지내에 이미 개발이 되었던 토지의 재활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건축물·시설물을 재활용하는 것이 지역의 재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예전의 것이 지니는 희소성의 가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예전에 수많은 달동네들이 도시 곳곳에 자리 잡고 있을 때 신작로와 아파트는 매우 신기하고 희소한 존재였다. 그렇지만 그동안 거의 모든 달동네가 철거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 숲으로 변모하게 됨에 따라 오히려 이제는 그나마 남아 있는 달동네와 골목길이 신기한 희소한 자원이 되어 버린 것이다. 따라서 겨우 남겨진 철로, 공장, 창고, 점포, 한옥, 골목길, 계단길 등이 그 지역 고유의 유일하고unique 진정성 있는authentic 장소성을 나타내며 도시재생의 귀중한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도시재생은 종종 ‘마을만들기’와 혼용되기도 하면서 하향식top-down 방식에 대비되는 주민참여형의 상향식bottom-up 도시 정비·개발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역시 주민참여는 방법 또는 수단에 관한 사항이다. 도시재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역의 ‘재활성화’에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오늘날 계획 이론에 의하면 주민참여에 기초한 협력적 계획collaborative planning은 그 대상이 도시재생이든 새로운 지역의 개발이든 또는 비물리적 프로그램이든 절차적 합리성과 정당성이 재활성화와 같은 계획의 성공적 산출을 위해 매우 중요함을 보편적으로 지적하고 있을 뿐이다.
실로 도시재생의 가장 큰 특성은 그 목적인 도시재활성화가 물리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측면을 통합적이고 균형 있게 고려한 개념이라는 데 있다. 즉, 종전의 재개발이 물리적 측면에서 도시 및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춘 데 비해, 도시재생은 물리적 환경이 개선되더라도 그러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쇠퇴 도시의 재활성화는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도시재생의 원조격인 영국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카리브 해와 서남아시아의 이민자들이 공간적으로 집중됨으로써 나타난 빈곤, 치안, 인종적 갈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 제조업 쇠퇴에 따른 실업 등 경제적 문제를 도시 및 주거 환경 악화와 같은 물리적 문제와 함께 통합적으로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다. 일본의 경우도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 도쿄 등 대도시 지역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경제적 요인이 도시재생을 외치게 된 주요 배경이었다.
이렇듯 도시재생이 물리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측면의 도시 재활성화를 통합적이고균형 있게 고려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기존의 낡은 건축물·시설물의 철거를 통해 물리적 환경만을 개선하려는 재개발의 개념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또한 사회적·경제적 여건 개선의 핵심은 사람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민참여가 재활성화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도시재생이 갖는 시대적 화두의 의미는 통합적 또는 융·복합적 접근 방식에 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뿐만 아니라 여러 부처에서 벌이고 있는 도시, 주택, 교통, 환경, 경제·산업, 교육, 의료, 사회복지 관련 사업들이 지역 활성화라는 하나의 최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통합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연계 사업’이야말로 도시재생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최막중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로서 원장에 재임 중이다.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도시계획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을 맡고있으며,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국무총리 소속 국토정책위원회 위원, 국토해양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등으로활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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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도그마
용도 폐기되어 방치된 지 16년 만에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꿈꾸며 진행된 ‘마포석유비축기지의 재생 및 공원화 사업을 위한 국제설계경기’가 막을 내렸다. 그 진행 과정과 수상작들을 보면서 일종의 도그마dogma라고도 할 수 있을 두 가지 쟁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참가 자격 문제가 그 하나다. 경쟁 끝에 선정된 당선작과 여러 수상작의 설계 개념과 해법보다 오히려 작품 외적인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환경’과 ‘재생’을 주제로 한 이 공모전은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제공할 수 있는 공원 조성을 목표”로 삼았음에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폐쇄적인 참가 자격 조건을 내걸었다. 대표자를 “건축사 면허를 소지하고 … 건축사사무소의 등록을 필한 자”로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공동 응모 시 응모자 모두 상기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고 제한한 것이다.
이와 같은 제한은 “푸른 도시, 건강한 도시, 매력적인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서울시의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다양한 전문분야의 협력과 융합이라는 시대정신에도 어긋난다. 이러한 극단적 폐쇄성의 원인이 서울시를 대리하여 공모를 전담 운영한 기관의 건축 교조주의dogmatism나 근본주의fundamentalism에 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진행 과정상의 단순한 실수이거나 서울시의 행정적 무관심에서 비롯된 일이기를 바랄 뿐이다. 결과적으로 조경가는 설계 크레디트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환경과조경』은 그들의 역할을 기록하기 위해 수상작에 참여한 조경가의 이름을 본문에 포함시켰다(지면 관계상 수록하지 못한 가작 수상작에도 유승종, 정욱주, 최혜영 등의 조경가가 참여했음을, 이곳에서나마 밝혀둔다). 마포석유비축기지 공모전을 두고 함께 생각해 볼 또 다른 도그마는 산업 유산을 재활용하는 최근의 설계에서 드러나는 단선적 경향에 관한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기능을 다한 공장, 항만, 창고, 철로 등의 산업시설을 재활용하여 공원, 미술관, 복합문화시설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20세기 후반 이후 줄을 이었고, 이러한 재활용이 주변 지역과 도시를 재생시키는 촉매가 된 성공 사례도 속속 탄생했다. 뒤스부르크-노르트 공원을 벤치마킹한 선유도공원이 국내 포스트-인더스트리얼 공원의 서막을 열었고, 콘크리트와 녹슨 철과 새로운 식물이 동거하는 선유도공원의 생경하면서도 숭고한 sublime 미감이 서울숲공원의 정수장 구역과 서서울호수공원 등 여러 공간에 그대로 이식되었다. 이제 공장이나 산업시설에 문화나 유산이라는 말을 대입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공업시설의 구조물, 흔적과 잔해, 재료와 물성을 그대로 남기고 적극적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일종의 설계 ‘규범’으로 작동하고 있기까지 하다. 그러한 규범이 절대 어겨서는 안 되는 도그마로 치닫거나, 아니면 단순히 표피적인 이미지로 소비되면서 하나의 유행으로 복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포석유비축기지는 1970년대의 두 차례에 걸친오일 쇼크 이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한 석유 비축사업의 결과물이다. 매봉산 자락에 콘크리트와 철제 구조물로 만든 5층 건물 높이의 탱크 다섯 개가 매설되었고 여기에 20여 년간 130만 배럴의 석유가 저장되었던, 한국 현대사의 독특한 산물이다. 새로운 변신을 기획하고 있는 이 땅의 설계에서 ‘재생’과 ‘남기기’가 중심 주제로 검토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방식은 보다 자유롭고 창조적일 필요도 있다. 석유를 저장했던 탱크는 형태와 물성만으로도 강렬한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계의 다양한 해법을 제한하는 조건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당선작 ‘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은 탱크가 건설되던 당시의 작업 역순으로 그 과정의 기억을 복원하고자 한다. 암반을 뚫고 석유 탱크를 만들던 작업로를 다시 재현하고자 한다. 이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회는 “공간의 기억에 주목해 ‘건축의 고고학’을 전개한 작품”이라고 정의하고, “과도한 설계를 자제하면서 이 땅이 지닌 지형의 고유한 잠재력을 최대로 이끌어냄으로써 탱크와 풍경이 하나가 되게 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심사평처럼 이 작품은 건설 당시의 상황과 조건에 주목하여 설계를 전개했으며 새로운 물리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지혜를 발휘한 수작이다. 그러나 그러한 해법이 과연 이 땅과 주변 지역에 어떠한 재생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지 상상하기란 쉽지않다. 당선작뿐만 아니라 다른 수상작들도 과연 무엇을 재생하고자 한 것인지 의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 탱크를 최대한 원래의 형태대로 남겨서 다시 쓰는 것과 이미지의 소비나 유행 사이의 경계는 아슬아슬하다.
지난 9월 초, 서울시는 철거가 예정되었던 서울역 고가도로를 “뉴욕의 하이라인처럼 공중 공원으로 바꿔 서울의 명물로 키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산업시대의 대표적 산물인 이 고가도로를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해 원형 구조물을 최대한 보존하여 휴식 공간으로 재생할 계획”이며, “도로 상하부에 ‘환경과 재생’을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한다. 10월에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연말까지 계획안을 선정하고 내년에는 구체적인 설계안을 발전시켜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는 ‘토건시대적’ 스피드의 일정도 내걸었다. 이 프로젝트는 기억과 역사에서 지워질 예정이었던 1970년대의 구조물을 재활용해 서울에 새로운 명소를 만들어낸다는 의의를 분명히 지니고 있다. 모든 것을 순식간에 지우고 버린 후 다시 빠른 속도로 그리고 만들기를 반복해 왔던 우리 현대사에 대한 반성과 극복이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서울의 도시 구조와 형태에, 또 주변 지역의 재생과 재활성화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가져 올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되어야할 것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급박한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연장 1km에 가까운 고가도로를 그대로 ‘남겨’ 다시 사용하는 것에만 초점을 둔다면, 이 프로젝트 역시 이미지의 소비이거나 도그마의 추종에 불과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번 호의 도시재생 특집에서 여러 필자들이 강조하고 있듯, 과거의 것을 남긴다고 해서 재생과 재활성화의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뉴욕의 하이라인을 모델로 삼았다는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가 여느 시장들의 전시적 대형 사업과 다름없는 정치적 프로젝트가 아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