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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PRA 한국위원회 창립총회 및 국제 심포지엄
‘국제공원 및 레크리에이션 행정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Park and Recreation Administration) 한국위원회(IFPRA Korea)’의 창립총회 및 국제 심포지엄이 지난 2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되었다. IFPRA는 “공원, 레크리에이션, 어메니티, 여가 대책과 관련되는 서비스의 진흥을 위한 국제적 네트워크 촉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공원의 경영과 관리 분야에 대한 국제 조직으로서, 한국위원회는 지난 1월 27일 개인 85명, 지방자치단체 5곳, 기업 및 단체 18개, 언론사 5개가 참여한 가운데 발기인대회를 갖은바 있으며, 이번 창립총회를 계기로 공식 출범하게 되었다.이 자리에는 조세환 회장((사)한국조경학회), 김영수 공동대표(녹색건축청색도시시민디자인연대, 이하 녹청련), 최광빈 국장(서울시 푸른도시국), 홍기문 처장(LH공사 녹색경관처) 등 국내 인사를 비롯해 IFPRA의 Rob Small 회장, Alan Smith 사무국장, Yoritaka Tashiro 일본 커미셔너, Paul Wilson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 등 주요 인사가 직접 방한해 참석함으로써 IFPRA 한국위원회의 출범을 격려하고 축하해 주었다.전영창 IFPRA 한국 커미셔너의 사회로 진행된 창립총회에서 IFPRA 한국위원회 위원장에 조세환 회장((사)한국조경학회), 자문위원에 권영걸 회장((사)공공디자인학회), 김영수 공동대표(녹청련), 양병이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등 3명, 부위원장 9명, 운영위원 30명의 임원진이 구성됐으며, 또 커미셔너는 그동안 IFPRA 한국위원회가 창립되기까지 산파 역할을 한 전영창 사무국장(전국파크골프연합회), 간사는 창립총회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안승홍 교수(한경대), 감사는 이창환 교수(상지영서대)가 맡게 되었고, 회장단회의를 통해 감사 1인을 추가 선출하기로 했다.
오후에 시작된 IFPRA 한국위원회 창립 기념 국제 심포지엄은 “녹색경영과 한국 도시공원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과 주제발표, 토론의 순으로 진행되었다.먼저 IFPRA의 Rob Small 회장은 ‘21세기의 도시공원’이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최근의 기후변화, 도시과밀, 다문화주의, 건강 및 웰빙, 생물종 다양성, 노년 및 유년인구 등 6개의 사회적 이슈를 화두로 던지며 “Global & Local Agenda 점검을 통해, 현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 경제 및 환경적 도전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원서비스를 재정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역설하였다.주제발표 이후 토론회는 엄서호 교수(경기대)를 좌장으로 김덕삼 교수(경원대), 박정숙 교수(경희대), 배상우 교수(고려대), 윤진환 과장(국토해양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전영창 커미셔너(IFPRA Korea)가 참석한 가운데 ‘21세기 도시공원의 변화와 공공 서비스의 역할과 경영’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대부분 공원의 ‘이용프로그램의 다양성 확보’,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 ‘시민참여의 확대’ 등을 강조하였다.
이번 IFPRA 한국위원회의 창립은 그동안 공원의 조성에만 몰두해오던 우리나라가 이제 이용자 중심의 공원 경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더욱이 조경가는 물론 정책을 뒷받침할 행정가, 다양한 문화적 컨텐츠를 담아낼 문화·예술인 등 공원의 조성과 운영 및 관리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글로벌 네트워크와 교류를 통해 새로운 공원문화를 창출하게 될 전기를 마련했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 앞으로 IFPRA 한국위원회가 한국의 도시공원과 세계의 도시공원을 연결하는 네트위크를 이루면서 명실공히 공원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 내는 기구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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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공원과 정원만들기 국제 심포지엄
도시, 정원을 꿈꾸다지난 3월 11일 경기도, 시흥시, 경기농림진흥재단 주최, (재)희망제작소 주관, 산림청, (사)한국조경학회 후원으로 창조적인 공원과 정원만들기 국제 심포지엄‘도시, 정원을 꿈꾸다’가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국제 심포지엄은 도시 안의 정원을 꿈꾸는 일반 시민들과 함께 정원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진정으로 도시 내 정원의 주인이 누가 되어야 할지를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 심포지엄은 경기도가 2010년 10월 2010경기정원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하여 정원박람회가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계되는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국외 사례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데 도움을 받고자 개최한 것이었다. 2010경기정원박람회의 개최를 앞두고 비전과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을 당부한 안양호 지사(경기도 행정1부) 의 개회사로 시작한 이날 행사에는 많은 환영사와 축사가 있었는데, 환영사를 위해 시흥시 김윤식 시장과 (재)희망제작소 유시주 소장이, 축사를 위해 조정식 국회의원과 (사)한국조경학회 조세환 회장이 각각 단상에 올랐다. 이날 조세환 회장은 축사를 통해 경기정원박람회가 도시 행사로 기록될 수 있는 전초작업이 될 것을 기대하고,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정원박람회의 성격과 방향, 디자인, 실천전략, 기술, 산업화, 마케팅 등 다양한 주제가 종합적 관점에서 폭넓게 논의되기를 당부하였다. 또 행사 이후 정원박람회 장소인 시흥시 옥구 공원을 도시전략적 관점에서 어떻게 시민과 함께 최고의 브랜드로 경영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도 잊지 말아야 함을 덧붙였다.
다음으로 2010경기정원박람회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업무제휴협약서 체결식이 진행되었다. 경기도, 경기농림진흥재단, 시흥시는 도시정원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도시의 브랜드 가치향상 및 정원문화 정착을 위하여 업무제휴를 맺고 서로가 힘써줄 것을 기대한다고 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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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상명대 부총장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교육현장 만들기에 앞장1. 부총장으로 임명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전 동국대학교 최상범 교수님의 부총장 임명에 이어 조경학과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부총장으로 임명되셨는데요. 소감 부탁드립니다.
조경학과 교수가 총장이나 부총장이 된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 수는 있지만 특별히 뉴스거리로 삼을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웃음). 조경학과가 신설된 지도 벌써 37년의 역사를 가지게 되었으니 충분히 교육행정가나 정치가, 지방자치단체장 등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조경가라는 전문가적인 식견이 교육경영분야의 리더로서 활동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어느 정도 실감하고 있습니다.
2. 임기 내 이루고자 하는 사업 및 계획을 말씀해 주신다면.
먼저, 교육은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직원의 이름은 물론 서로를 알아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가졌던 교직원 연수 때에는 신임 교수들의 나이, 고향, 생년월일, 출신학교를 공개했었고, 또 신선한 발상이라는 호응을 얻기도 했었습니다.두 번째로 학생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기반으로 학생이 주인이 되는 학교 만들기에 주력하고자 합니다. 이는 젊었을 때부터 학교와 학생에 대한 저의 교육 철학이기도 하여 이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신입생들의 자기소개서를 받자고 학장님들에게 제안을 했었습니다. 학생들의 생년월일, 취미, 특기, 장래희망, 가족관계 등이 적힌 소개서를 미리 받아 사전에 학생들을 면담하고 관리하면 교육적인 효과가 배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1981년부터 지금까지 30년 동안 받아온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가끔 그것들을 들여다보면서 예전 제자들을 떠올려 보기도하고, 그들에게 연락을 취하면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들 자기소개서는 제가 학생들을 관리하는데 크나큰 자산이요, 보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세 번째는 천안만의 색깔, 천안만의 교육역량을 강화해서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특성화 대학으로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천안지역은 IT와 디자인예술 등 지역 나름대로 특징이 있고, 발전시킬 수 있는 분야가 분명히 있습니다. 이를 잘 살려서 캠퍼스를 특성화시킬 것입니다.네 번째는 학교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Seed Money마련에 힘쓸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교는 등록금만으로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교수 연구비, 장학금 등의 진작을 위해 보다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미국사회의 기부문화는 실제로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대부분의 대학교 건물에는 기증자의 이름이 붙어 있는데, 학교의 건물 증축 및 보수 등은 상당부분 이런 기부금으로 충당이 되고, 학생들이 낸 등록금은 순수하게 학생의 복지, 장학금에 쓰입니다. 현재의 상황이 쉽지는 않지만 학교발전기금 조성을 위해 산학협력사업을 강화하고 기부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에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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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인공지반녹화상
(사)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회장 안동만)는 인공지반녹화의 확대 보급 및 우수 소재와 기술을 장려하기 위하여 제1회 인공지반녹화상을 실시하였다. 작품분야는 금상에 강남구청 본관 옥상공원((주)한국도시녹화), 은상에 아람방송국 옥상정원(한국씨씨알(주)), 동상에 노유 빗물처리 정수장 옥상조경((주)랜드아키생태조경)이 선정되었으며, 기술혁신분야는 공동 금상으로 모듈형 옥상녹화시스템(에코엔바이오(주)), GRS((주)한국도시녹화, GCU시스템-경사형지붕녹화), 그린블록레인((주)한설그린)이 선정되었고, 행정 분야는 서울특별시가 선정되었다. _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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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조경비평상 입선작: 우주시대의 조경
조경비평모임 봄은 신진 조경비평가의 발굴을 통해 조경비평의 활성화를 꾀해보고자 혹은 조경비평계에 보다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조경비평문화의 정착에 기여하고자 매년“조경비평상”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제7회 조경비평상에서는「우주시대의 조경, 찰스 젱크스의 비판적 근대주의」를 입선작으로 선정하였으며, 이에 본지는 전문을 소개한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조경비평 문화를 이끌어갈 역량 있는 예비 비평가들의 관심과 참여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편집자주
우주적 사색의 정원The Garden of Cosmic SpeculationL이 이 정원을 만난 것은 <환경과조경> 2006년 5월호의 표지에서다. 초현실적인 지형예술과 환경조각들의 정원 이미지를 보았을 때 L은 결코 우주를 상상하지 못하였다. 다만 화이트와 그린의 격자 패턴이 한 지점으로 빨려 들어가는 테라스에서 눈은 약간 사시가 되고 몽환적인 환상에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뿐이었다. ‘이젠 정원에도 별 짓을 다하는구만’하고 생각하면서도 그 정원의 이미지는 L의 뇌리에 오래 기억되었고, ‘ 누가 했는지 잘 만들었군’, ‘이런 정원을 어떻게 생각해 낸 거지’하는 궁금증도 일었지만 그것이 ‘우주적 사색의 정원’임을 안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우주적 사색의 정원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전도사인 찰스 젱크스가 남부 스코틀랜드 지방에 조성한 개인 정원이다. 12만㎡의 대지 위에 젱크스는 L이 본 블랙홀 테라스, 화이트홀테라스, Quark Soup, Universe Cascade, DNA Garden 등의 우주적 상상력을 동원한 공간을 조성하였다. 이 정원은 스코틀랜드 특유의 전원경관에 지형예술과 현대 이론물리학, 진화생물학 등의 이론을 은유하는 각종 장치물과 환경조각들로 구성되었고, ‘21세기의 정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옛스러운 농촌경관에 하이테크한 우주론에 기초한 환상적인 장치들과 조각, 마운드, 호수는 강한 대비와 함께 신비로운 경관을 연출하며 새로운 형태의 정원으로 각광 받기에 그리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건축가인 젱크스는 이 정원을 통해 1996년 영국의 ‘컨트리 라이프’가 선정하는 ‘올해의 정원사’가 되었고, 근래에도 영국, 중국, 폴란드 등에서 대규모 조경 프로젝트를 10여개 정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정원을 표현하는 음악이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되고 음반이 발매되는 등 포스트모더니즘의 아이콘이자 상징이었던 젱크스가 이젠 조경가로서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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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의 식물이야기(1): 연재를 시작하며, 금낭화와 가로수
식물부재의 조경계요즘 식물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세간이라고 하는 이유는 증가하는 관심의 주체가 조경계가 아니라 조경계 외의 세상이라는 뜻이다. 설문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이메일로 식물에 대해 문의해 오는 ‘일반’독자들이 늘고 있고,‘ 야생화’에 대해서 혹은‘정원’에 대해서 특강을 부탁하는 조경계 외의 단체들도 종종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유추해 보는 거다. 일반인들이‘정원과 식물을 거의 동일시’여기고 있는 반면 정원을 만드는 조경인들은 정작 식물을 대하는 태도가 여전히 시큰둥하다. 유사한 소재를 가지고 조경과에서 특강을 했을 때 오는 반응은“뭔가 멋진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고작) 식물이야기인가?”정도라고나 할까. 식물을 제외한 조경은 과연 멋진 것일까?몇 해 째 대학에서 설계 강의를 하고 있는데 식물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은 스무 명 중 한두 명 정도에 불과하다. 도면에 멋진 라인을 그리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식물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식재설계에 신경 쓰라고 압박하는 일에도 슬그머니 지쳐가는 즈음인데〈환경과조경〉에서 고정희의 식물이야기를 연재하자고 한다. 필자는 식물학자가 아니고 다만 조경에서 식물이 가지는 의미와 역할을 대단히 중요시 여기는 사람에 불과하다. 국내의 조경계에서 식물에 대한 관심도가 의외로 낮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끊임없이 식물에 대해 얘기한 것이 아마 계기가 되어주지 않았나 싶다. 식물에 대해 어떤 ‘멋진’이야기를 펼쳐놓아야 관심들을 가져줄까. 모든 사물이 그렇지만 식물 역시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혹은 용도 에 따라 별도로 조명되어져야 하는 소재이다. 조경에서 다루는 식물은 자연속에 존재하는 식물과 같은 것이지만 같지가 않다. 금낭화나 삼지구엽초 등의 아름다운 식물들이 도시 공간에서 자리 잡기 힘겨워하는 것이라든가, 고층 건물을 등지고 서있는 소나무가 강원도 숲 속의 소나무와 똑같은 광채를 내뿜지 못한다는 것들 때문에 식물을 하나씩 살펴보고 도감식으로 정리하는 것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금낭화에 실패한 사연금낭화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처음 한택식물원을 방문했을 때가 금낭화가 만발한 계절이었다. 금낭화를 처음 보는 것은 아니지만 부슬비가 오는 날 이어서인지 촉촉이 젖은 계곡을 가득 매웠던 금낭화 군락들의 모습은 형용할 말이 모자라게 황홀하였었다. 지금도 눈에 선한데 그 후 한 번 정원에 심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금낭화는 Dicentra spectabilis 혹은 Bleeding Heart라는 비장한 이름하에 유럽에서도 많이 심는 식물로서 한국과 만주가 원산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한국에서라면 어디나 꽂아놓아도 잘살 것이며 한택식물원에서 본 것과 같은 명장면을‘연기’해줄 것을 기대했었으나 그들은 별로 빛을 발하지 못했고 성장상태도 신통치 않았다. 그들의 연기력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 연출력이 부족했기 때문이고 금낭화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결과였다. 부슬비 오는 날 보았던 금낭화 군락의 선명한 아름다움에 대해 좀 더 깊이 사고해 볼 필요가 있었던 거였다. 금낭화의 아름다움을 정원에 이식하고 싶은 마음이 급한 나머지 그들이 원하는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 주지 않았고 그들은 성장 거부라는 반응으로 대답해 왔다. 금낭화는 습하고 그늘진 계곡에 무리지어 자생하는 다년생 초본으로서 키는 대개 70센티미터 정도이고 가장 큰 특징은 가지가 휘어지게 붙어있는 주머니 모양의 꽃들이다. 대체로 진분홍에 가깝지만 흰 것도 있다. 꽃이 물론 압권이어서 유명해졌지만 잎의 모양새도 좋은 편이며 볼륨감이 있다. 물론 심고 난 다음 바로 효과가 나는 것은 아니고 3~4년 지나서 제 골격을 갖추게 되면 거의 관목과 같아서 자리를 제법 차지하는 식물이다. 꽃이 지고 나도 잎이 싱그러움을 보태주는 까닭에 여러모로 고마운 식물인데 이렇게 제대로 모습을 갖추고 자라게 하려면 말할 것도 없이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 주어야 한다. 습한 계곡이라는 그들의 성장배경을 도시 속에 고스란히 재현해 주는 것은 쉽지 않다. 계곡까지는 어찌어찌 흉내 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계곡에 드리우는 아름드리 수목의 그늘이며 이끼며 습한 기운 등 시간의 흔적은 단시간에 재현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계곡 출신이라도 어디서나 그런대로 잘 자라는 노루오줌 혹은 관중 등에 비해 금낭화는 까다로운 편이다. 그 때 실패한 이후 금낭화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식물원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보니 뒤편의 서늘한 담장 그늘 정도에 심어보면 어떨까 라는 의견을 제시해 주었다. 어느 정도 보호된 서식 환경이 필요하다는 조언이었다. 다음 기회에 꼭 시도해 보려고 한다. 물론 금낭화를 어디서 구해다 심었는가 하는 점도 상당히 큰 역할을 차지한다. 같은 식물이라도 재배되는 과정이 상당히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프로페셔널한 관리를 받고 포트에서‘뿌리가 완전히 돌아서 나온’식물은 식재 후 활착이나 성장 행태가 확연히 다르다. 조경공간에 식재되는 식물은 그 환경이 자연과 완연히 다르기 때문에 어린 시절 재배원에서 제대로 ‘준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자라갈 수 있다. 식물 재배원을 서구에서‘Nursery’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렇듯 조경 식물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식물 하나하나의 성격과 서식환경 등을 파악하는 외에도 생산 및 유통과정을 이해해야 하며 어떤 현장에 어떤 방식으로 심어져야 원하는 장면이 연출될 것인가에 대한 시나리오가 만들어져야 한다. 필자의 경우는 즉흥적 연출에 크게 의존하는 편이므로 사전에 배식도면을 꼼꼼히 챙겼더라도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장면을 크게 바꾸는 경우가 많다. 현장소장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그래도 할 수 없는 것이 종이 위에서 연상하던 것과 현장의 상황이 늘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고 물론 아직도 배워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식물‘적용’기법이런 식으로 조경공간에 어떤 식물을 어떤 방식으로 심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들을 엮어서 하나의 학문으로 체계를 잡은 것을‘식물적용학’이라고 한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식물 개체들에 대한 성격묘사라기 보다는 이들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심는가에 대한 원칙과 기법들을 공부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원예학이 주인공들에 대한 성격묘사에 준한다고 한다면 식물적용학은 스토리텔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어떤 나무가 어떻게 생기고 어떤 꽃이 어떻게 생겼는가에 대한 피상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배식했을 때나, 식물을 꽃이나 잎, 줄기의 색이나 형태, 질감 등을 보고‘감각적’디자인을 했을 때 오는 실패의 요인들을 줄이는 방법이라고나 할까. 식물은 유감스럽게도 볼 때 마다 그 모습을 바꾼다.꽃을 보는 식물이라고 꽃에만 치중하여 배식하는 경우, 꽃은 일 년에 2~3주, 길어야 4주 정도 피어있는 반면에 잎이나 줄기는 봄부터 가을까지 내내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을 대개는 간과하기 마련이다. 그런가 하면 잎이나 줄기 등 부분적인 매력에 치중했을 때 그 식물이 가지는 부피식물이름 외우기 누군가 내게 그 많은 식물이름을 어떻게 다 외우냐고 물어 본 적이 있다. 식물공부를 하고 싶어도 대부분은 여기서 주눅이 들어 포기하고 마는 것을 안다. 식물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식물을‘아는 것’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식물을 알게 되면 이름도 알게 된다는 간단한 이치인 것이다. 한 번 각자 알고 있는 친구와 지인, 친척, 탤런트, 스타들의 이름이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면 어떨까. 그들의 이름을 영어단어 외우듯이 밤새 외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 아닌가. 사람을 알게 되면 그의 이름도 알게 되고 그의 이름뿐만 아니라 그의 성격, 습관, 특징 등도 자연스럽게 같이‘알게’ 된다. 같은 원리가 식물에도 성립된다. 필자 역시 식물 이름을 일부러 외운 것은 단 한 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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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따라 밟아본 삼국지 유적과 경관(1)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맺은 탁주탁현 누상촌에 사는 유비는 한실종친이지만 집이 가난하여 짚신을 팔고 돗자리를 짜는 것을 생업으로 삼았다. 유비가 홍건적을 토벌하는 의병을 모집하는 방문을 보고 세상 돌아가는 꼴에 저도 모르게 길게 한숨을 쉬는데 뒤에서 장비가 버럭 같이 소리를 질러 꾸짖는다. 통성명을 한 후 장비는 재산을 내어 대사를 도모하자고 제안을 한다. 조상 대대로 탁현에서 장원과 토지를 가지고 살면서 술을 팔고 도야지를 잡아 지내오던 터였다. 이 두 젊은이가 근처 주막을 찾아들어 술을 들 때 관우가 또한 의병지원하기 전 술 한잔 하려고 들어와 통성명하게 된다. 하동 해량이 고향인데 토호 한 놈이 권세를 믿고 하도 사람을 업신여겨 때려죽이고 5, 6년 동안 강호로 피해 다니는 중이었다.세 사람은 장비의 장원으로 가서 한참 꽃이 만발한 복숭아동산에서 의형제를 맺기로 한다. 이튿날 도원에서 검정소와 흰 말 한 마리에 갖은 제물을 차려 놓고, ‘우리가 동년 동월 동일에 태어나지는 못했으나 동년 동월 동일에 함께 죽자’고 맹세하고 의를 맺어 형제가 된다. - 황석영『삼국지』1권에서 요약유적은 1800여 년 전의 사건과 관련되어 진본은 거의 없고 사실보다는 소설에 근거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허구와 실재가 혼재되어 있다. 유비를 옹호하고 조조에는 반대한다는(擁劉反曺) 후세의 춘추사관이 반영되어 촉한정통론이 우세했고, 중화주의를 내세우는 한족 중심주의가 나타난다. 일반 문화유적과 차이점은 유적의 대부분이 진짜가 아니라 소설로서의 삼국지와 신화, 전설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는 점이다. 허풍과 과장 끼가 있는 중국인들은 후세의 평가와 가치관에 따라 유적을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확대재생산해 왔으며, 이런 경향은 현재에도 이어져 199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것도 많다. 유적이건 소설이건 삼국지의 저변에는 숙명적 결정론이라고 볼 수 있는 천명사상이 깔려 있다. 연재는 매회 한 장소씩, 사진과 함께 소개하며, 소설 내용의 일부분을 발췌하고 그와 관련된 유적과 경관을 소개한 다음 필자 나름의 해석을 포함시키고자 한다.
여기서 말하는 탁현은 현재 하북성 탁주琢州시로서 북경 서남쪽 64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소도시이다. 북경에서 두 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이곳에는 과연 도원결의의 현장답게 장비의 본거지에 관한 유적, 도원결의 현장, 그리고 유비의 고향 등 몇 군데로 나뉘어서 유적들이 분산되어 있었다. 먼저 찾은 곳은 장비의 거점이라고 꿈에 나타났다는 장소로서 장비의 사당인 충의점이 조성되어 있다(사진1). 그리고 조금 떨어져 장비가 고기를 매달아 냉장시켰던 우물을 중심으로 장비점이 있다. 우물은 꽤 오래 된 것으로(사진2) 우물 가장자리에 밧줄로 고기를 매달아 오르내렸던 패어진 자국까지 있으니(사진3) 거의 진짜처럼 보인다. 장비점 충의점 유적은 우물만 진짜이고 문화혁명 때 모두 파괴된 것을 1990년대에 새로 공원으로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장비점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역사주제공원에는 중심에 커다란 복숭아조각을 세웠고(사진4) 그 옆에 유비 관우 장비 세 젊은이가 결의형제를 맺어 술잔을 들고 있는 조소상을 좀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놓았다(사진5). 삼국지에 유비는 ‘두 귀가 어깨까지 늘어져 눈으로 자기 귀를 볼 수 있고, 팔이 남달리 길어서 두 손이 무릎을 지난다’고 했으니 중앙의 인물일 듯하고, 관우는 ‘수염의 길이는 두어 자는 되어 보이고 얼굴은 무르익은 대추 빛이라’ 했으니 우측에 있는 사람이고, 장비는 ‘두 눈은 부리부리한 고리눈, 제비턱에 범의 수염이 있다’고 했으니 좌측의 인물일 것이다. 조금 남쪽으로 삼의궁이라는 공원이 또 있는데 이곳이 옛날부터 진짜 도원결의 장소라고 알려져 있다. 삼의궁은 당나라 때 조성했는데 이미 그때 규모가 1만 제곱미터나 되었다고 한다. 여러 기념사당이 있고 그 모퉁이에 도원결의 장소를 나타내는 비석이 서 있어 모두들 이곳에서 기념 촬영을 한다(사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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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u Seowon
소수서원Sosu Seowon which is located in 158, Naejuk-ri, Sunheung-myeon, Yeongju-city, Gyeonsangbuk-do is 7,504㎡area. After constructing in order to enshrine An-Hyang, it was given the name “aekwoondong Sosu Seowon”in the 5th year of King Myeongjong’ reign(1550). It is the first Seowon in Korea, and An-Chuk and Ju-SeBung is enshrined. The aesthetics of adaption is connected spatially, topographically, and functionally with Myeongryundang, Ilsinjae, Jikbangjae, Yeongjunggak, Jirakjae, and Hakgujae. It was appointed as national historical relics no.55 in 21th of January, 1963.소수서원은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 158에 위치하며, 면적은 7,504㎡으로 중종 38년(1543) 회헌晦軒안향(安珦, 243~1306)을 배향하기 위해 서원을 완성한 후, 조선 명종 5년(1550)“백운동 소수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사액되었다. 이후, 안축安軸, 주세붕周世鵬등을 배향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서원으로, 명륜당, 일신재, 직방재, 영정각, 지락재, 학구재 등이 자연과 인공이 화합하는 순응의 미학을 공간적, 지형적으로 연계시키고 있다. 1963년 1월 21일 사적 제55호로 지정되었다.
造營_조선조 중종 36년(1541) 풍기군수로 부임한 주세붕이 이 곳 출신 학자인 안향1을 배향하기 위해 사묘를 설립하였다가, 중종 38년(1543)에 유생교육을 겸비한 서원2을 설립한 것이 서원의 시초이다. 이후 중종 39년(1544)에 안축, 안보 형제를 추가 배향하였으며, 명종 1년(1546) 경상도 관찰사로 부임한 안향의 후손 안현安玹(1501~1560)의 노력으로 서원의 경제적 기반이 확충되고 운영방책이 보완되어 확고한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그후 명종 3년(1548) 군수로 부임한 이황이 서원을 공인화하기 위해 1549년 1월 경상도 관찰사 심통원沈通源(1499~?)에게 백운동서원에 조정의 사액을 바라는 글을 올리고 국가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명종은 대제학 신광한申光漢(1484~1555)에게 서원의 이름을 짓게 하여“이미 무너진 유학을 다시 이어 닦게 했다旣廢之學紹而修之”는 뜻을 담은 소수紹修로 결정하고“백운동소수서원”이라고 명명했다. 즉‘소수’는 순흥에서 폐지된 학교를 다시 세워 단절된 도학을 잇게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세조 2년(1456) 순흥으로 유배된 세종의 다섯째 아들 금성대군과 순흥 부사 이보흠의 단종복위 밀모사건으로 인해, 순흥부가 풍기군의한 면面으로 편입, 강등되고 순흥향교가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명종 5년(1550) 2월 21일“소수서원”이라는 사액을 받아 조선 최초의 사액서원이 되었다. 이는 왕명에 의해 성리학의 정통성을 서원도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후 인조 11년(1633)에 주세붕을 추가 배향하였으며 서원의 남설濫設과 부패로 고종 5년(1868) 대원군이 서원을 철폐할 때도 훼철되지 않고 존속한 47개 서원 중 하나이다. 현재 서원 내에는 숙수사지 당간지주(보물 제59호), 회헌영정(국보 제111호), 대성지성문선왕전좌도(보물 제485호), 주세붕 영정(보물 제717호) 등의 중요한 문화재가 소장되어 있으며, 경내 건물로는 문성공묘, 명륜당, 일신재, 직방재, 영정각, 전사청, 지락재, 학구재, 서장각, 경렴정 등이 있다.立地_소수서원은 풍기 순흥면 동북쪽 영구봉靈龜峰아래 부석사로 가는 국도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변 동, 남, 북쪽으로는 죽계수3가 위요하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송림이 위치하고 있다. 서원건립 전에는 숙수사라는 절터로서 지금도 목탑지와 당간지주(보물 제59호)4, 석등 등이 남아있다. 주변 환경으로는 부석사, 병산서원, 화천서원, 하회마을 등이 있다.1. 안향은 백이정(白正, 247~1323)과 함께 원나라에서 성리학을 받아들이고, 이를 표방하면서 고려문화를 혁신하고자 한 첫 세대이다. 그는 고려 충렬왕 때인 1249년 11월 원나라에서 주자서(朱子書)를 손수 베끼고, 공자와 주자의 화상을 그려 가지고 왔으며, 주자를 흠모하여 주자의 호인 회암(晦庵)을 모방하여 자신의 호를 회헌으로 하였다. 1297년 12월 후원에 정사를 짓고 공자와 주자의 화상을 모셨으며, 1303년에는 김문정(金文鼎)을 중국 강남 지방에 보내어 공자와 칠십 제자의 화상,그리고 문묘에 사용할 제기, 악기 등을 구해오게 하였다. 1304년 국학의 대성전이 완성되자, 공자를 비롯한 선성(先聖)들의 화상을 모시고 문묘의 제도를 갖추게 하였다. 1304년 그는 섬학전(贍學錢)을 설치해 적극적으로 주자학을 수용하고, 국내 보급을 위해 노력한 성리학자이다. 충숙왕 6년(1319)에는 고려의 수도인 개경의 문묘 동무(東) 종사(從祀)되었다.2. 백운동서원은 중국의 주희의 백록동서원(白鹿洞書院)을 차용한 것으로, 주세붕은 그가 편찬한“죽계지(竹溪志)”서문에 사묘와 서원을 세우게 된 동기에 대하여, 교화는 시급한 것이고, 이는 존현(尊賢)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므로 안향을 모시는 사묘를 세웠고, 겸하여 유생들의 장수를 위하여 서원을 세웠다고 적고 있다.3. 주세붕은“회헌선생실기(晦軒先生實記)”에서“왼쪽으로는 죽계수가 휘감아 흐르고 오른쪽에는 소백산이 높이 솟아 구름과 산과 언덕과 물줄기가 실로 여산(廬山)에 못지않다”, 구름이며, 산이며, 언덕이며, 강물 그리고 하얀 구름이 항상 골짜기에 가득하므로 이곳을‘백운동’이라 하였고, 감회에 젖어 배회하다가 사당건립의 뜻을 갖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4. 당간지주는 사찰 입구에 세워두는 것으로, 절에 행사가 있을 때 “당”이라는 깃발을 달아 두는데 이 깃발을 걸어두는 길쭉한 장대를 당간이라 하며, 이 당간을 양쪽에서 지탱해 주는 두 돌기둥을 당간지주라 한다. 당간은 마주보는 면의 바깥면 중앙에 세로띠를 새기고, 꼭대기에서 1.17m 밑에서 부터 2.34m 까지 사이가 면이 쑥 들어가 있어서 마치 넓은 홈을 마련한 것처럼 보인다. 네모난 기둥 끝으로 올라가면 약간 가늘어지고, 맨 끝은 둥글게 경사지도록 하였다. 꼭대기 끝 안쪽 면에는 홈을 파서 당간을 고정시키도록 하였다. 현재는 지주 양쪽으로 길고 큰 돌 1장씩이 놓여있으며, 전체적으로 소박하며 돌을 다듬은 솜씨가 세련되어 보인다. 현 소수서원입구 소나무 숲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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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로 보는 조경이야기(4): 옥상정원. 채워진것과 비워진 것(1)
이론과 실전: 데리다 좀 그만 데려다 놓지?!라 빌레뜨 공원(parc de la villette)으로 촉발된 해체주의의 광풍은 1990년대 말의 건축계를 뜨겁게 달군다. 기존의 구조를 해체한다고 하는 츄미(Bernard Tschumi)의 당선작은 해체주의(deconstruction)로 이름 지어진다. 대체 무슨 구조를 해체한다는 것인지? 라는 의문으로 시작되는 공부는 러시아 구성주의부터 시작하여 데리다(Jacques Derrida)와 푸코(Michel Foucault)로 이어진다. 저 유명한 라 빌레뜨의 폴리는, 푸코의 광기와 켤레를 이루어 담론을 형성한다. 이제 형태를 이야기하면서도 모든 이들의 시선은 그 너머에 있는 철학가와 그들의 이론들을 향하고 있다. 그들의 이론들은 이제 많은 이들의 작품에 연이어 반복 사용된다. 문득 떠오르는 단순한 질문, 작품을 이해하기위해서 철학의 이론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처음 한두 번은 그렇다 치더라도 해체해야만 하는 근대적 의미의 구조라는게 애시 당초 없는 우리 한국의 실정에서, 어째서 그것이 연이어 반복 재생산되어야 하는가? 도대체 무엇을 해체한다고 하는 폴리인가? 설계가에게 이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훌륭한 이론이 훌륭한 설계를 만드는가? 새로운 이론이 참신한 설계를 담보하는가? 이론과 실전사이 불확실한 좌표위에서 디자이너는 과연 어느 지점에 있어야 하는가? 이 같은 혼란속에서 당시 쏟아져 나오는, 마냥 비슷하기만한 작품들을 보며 ‘이제 제발 데리다 좀 그만 데려다 놓고 네 이야기 좀 해보라’고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패널 한 가득을 채우고 있는 사변들뿐이다.작품을 작품으로 설명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눈을 아래로 돌려 학생 설계를 볼라치면 더욱 가관이다. 작품을 이야기하는데, 무턱대고 “삭막한 콘크리트 숲이…”로부터 시작한다.제 아무리 지구를 구하는 개념이 있더라도 작품에 그것이 나타나지 않으면 차라리 시를 쓰지 대체 뭐하러 설계를 하는가? 어떻게든 이론에 기대어서 설계를 포장해보려고 하는 비굴함이라니!…, 어쩌면 지금 문제되는 의미과잉의 습성은 이미 그 시절부터 잉태된 것은 아닐지 조심스런 의문도 가져본다.
냉소적이기만 한 필자의 태도는 그 자체만으로 당시의 주류를 거스르는 위험천만한 생각이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이 솔직한 고민이었고, 어떤 의도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각 장르의 방법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디자인이라는 장르에서는 그 방법이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해야 익힐 수 있는 것일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남의 작품들을 사례로 하여 그 방법을 역으로 유추해보는 것일 테다. 바로 이 영역에서 구조주의는 좋은 방법으로 사용된다. 다만 언제나 실행이 문제인 법, 그를 위한 이론은 사실 책 한권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성취는 문학의 동네에서 일찍이 있어왔다. 국내에서는 구조주의 문학비평의 대가 이어령의 서시 분석이나 기빨, 처용가, 단심가와 하여가의 구조비교 등을 대표적인 성과로 들 수 있겠다.
채워진 것과 채우는 것 사이의 이야기빌라 사보아? 근대건축의 거장 르 꼬르뷔제의 대표작 빌라 사보아? 조경잡지의 연재에서 분석한다는 건 어째 어울리는 그림이 아닌데? 라고 한다면, 부디 그 생각을 조금만 접으시길 바란다. 두 가지 이유에서인데 우선 첫째로는 애시당초 건축과 조경은 한 몸이기 때문이다(미켈란젤로의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그랬고, 츄미와 렘 콜하스의 라 빌레뜨 공원에서 그랬다.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서는 FOA의 요코하마 페리터미널에 이르기까지 그러하다). 둘째로는, 공간을 조직하고 디자인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에는 건축의 선례를 빌어 이야기하는 것이 아무래도 더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빌라 사보아와 비슷한 시기에 완성된 Roberto Burl Marx의 옥상조경과 비교해보자. 선뜻 머리에 스치는 재현과 표현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현재까지도 조경의 발목을 잡고 있는 회화적 조경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듯하다. 반면에 빌라 사보아의 옥상정원을 보고 있노라면, 도덕경에서 노자가 설파한 공간론을 애써 소개하지 않더라도, 비워진 것은 채운 것을 위해, 역으로 채워진 것은 비워진 것과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겠다. 채워진 방들이 옥상정원을 둘러싸고는 있지만, 옥상정원의 모양과 그 내부의 요소들은 또한 다시 그 주변과의 관계에 의해 같이 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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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Architecture, Asking a Possibility of Governance
조경, 거버넌스의 가능성을 묻다거버넌스와 시민참여거버넌스(governance)는 그리스어의 ‘kybenan’과 ‘kybernetes’에서 비롯된 용어로 키를 ‘조정한다(steer)’와 ‘항해한다(pilot)’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거버넌스는 한 조직 혹은 사회가 스스로의 방향키를 조정하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는 커뮤니케이션과 통제의 역동력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여기서 시민참여는 좋은 거버넌스(good governance)의 핵심요소로서 거버넌스를 대표하는 전략적 수단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은 공공문제의 의사결정에서 직접 혹은 기타 합법적인 중간 기관을 거쳐 자신들의 이익을 표출시킬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거버넌스 체제하에서의 시민참여는 이러한 공식적인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서 다양한 행위자들 스스로 공공문제에 대해서 참여와 토론을 통하여 정부 의사결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참여방식도 포함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물질적 재정력과 다양한 정보와 권한이라 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대 행정에서는 시민사회의 중심인 NGO가 사회복지 서비스의 당사자, 이행자로서 자원을 공유 배분받는 것을 요구하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부와 NGO는 대립관계에서 협조적인 관계로 개선되고 있다.도시문제에 있어서 시민의 참여, 시민제안 등 시민이 무대 앞으로 나선 것은 최근의 일이다. 1960년대의 새마을운동이 관주도의 경제살리기 운동으로 전 국민 참여의 큰 획을 그었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시민주체의 지역활성화, 환경보존운동 등의 참여운동이 대세를 이루기 시작하였다고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국가,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마을만들기, 도시만들기에 있어서 시민의 참여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자발적’인 ‘시민’이 존재하여야 하며, 나아가 ‘창조적’ 혹은 ‘창의성’있는 발상이 따라야 한다.
시민적 창의성과 거버넌스‘시민적 창의성’이란 공공성을 가진 목적에 상상력이 풍부한 해결방식을 적용하는 것이다.공공재에 관여하는 공무원과 기타 관계자가 자신들의 풍부한 상상력을 사회적, 정의적 가치의 틀 내에서 보다 고차적인 가치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고 수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여기에는 아이디어와 행동에 관한 책임감, 주인의식, 신뢰 등을 교섭할 수 있게 된다.서로 경합하는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교섭이 이루어지고, 균형이 취해지고, 조화를 이루는 것 그 자체가 창의성인 것이다. ‘시민적’이라는 것은 가치있고, 필수적이며, 공적인 것을 지향하는 것으로 비추어지는 반면에, ‘창의성’이라는 것은 자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그리고 모험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이 양자가 결합할 때 시민생활은 활성화될 수 있는 것이다. 시민적 창의성은 시민의 열정과 비전에 초점을 맞춘 독특한 질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시민적 창의성이 행정과 결합하게 될 때에 이상적인 거버넌스가 형성되는 것이다.최근 ‘나’를 넘어선 ‘우리들’의 생각이 환경이나 도시문제에서 활발히 표현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의 우려가 있을 때에는 절대적인 보존 우선의 모습을 보이기만 하던 환경운동의 모습이 근래에 들어서는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하였다. 관도 시민단체에 기존의 보수적인 사고에서 발전하여 점차 이러한 창의적 제안들을 수용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나아가 민·관 거버넌스를 형성하기 위한 정책의 전환, 시민참여의 유도 및 지원, 시민참여에 의한 녹색도시 만들기의 제안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거버넌스단체부산그린트러스트의창립
거버넌스를 위한 과제앞으로 조경 거버넌스의 활성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극복해야하는지, 문제는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첫째, 대중의 관심과 참여에 관한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공원조성이나 관리 등의 부분에서 거버넌스의 사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기업이나 일반 대중의 관심이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며 또한 거버넌스에 대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른다. 특히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리더라 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나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라 부르는 진행자가 필요한데 이러한 인재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시민과 기업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방법의 모색과 함께 리더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기금확보방안 등이 절실하다.둘째, 행정의 사고에 관한 부분이다. 행정은 거버넌스를 말하고 있지만, 아직 실무자들은 거버넌스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일부에서는 공원의 유지관리에 있어서 주민참여에 의한 거버넌스적 관리에 대해 행정적 일자리의 박탈이라는 피해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성과에 있어서는 과정(process)이나 질적인 면보다는 양적인 가시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참여자의 숫자에 치중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민과 관이 함께 일을 수행하는 경우에 있어, 행정이 부담한 비용의 사업부분에 대해서는 최종적인 사업의 평가나 비용정산 시 갑과 을의 관계로 착각하고, 민간을 파트너라기보다는 을(乙)로 생각하고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관(官)의 입장에서 풀어나가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회계정산의 경우 행정은 시민파트너를 마치 용역업체나 시공업체 수준으로 생각하고, 감사를 대비하는 공무원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이는 현재 거버넌스를 실행하고 있는 서울그린트러스트, 부산그린트러스트에서 나타난 문제점 중의 하나이다. 거버넌스의 정착을 위해 민관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요구된다.셋째, 사회적인 시스템, 제도적인 부분이다. 거버넌스를 시행할 제도적인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못하다. 공원이나 녹지의 조성 및 관리시 거버넌스를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한데 아직 이를 위한 사회적인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일본에서는 최근 공원조성 시 지역의 주민참여를 토대로 한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그 외에도 거버넌스에 있어서 기금모금, 행정적 지원의 방법, 참여를 위한 사회적인 분위기의 창출 등을 위한 적극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