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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 한국조경산학기술대전
    e-매거진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 2003년08월 / 184
  • 환골탈태가 요구되는 조경계
    e-매거진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 2003년08월 / 184
  • 주민참여 한(一)평(坪)공원 만들기
    한평공원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 것은 공간이 매우 협소하여 버려지거나 남겨지는 자투리땅이었다. 그래서 도시의 가능한 모든 곳을 악착같이 녹화해보겠다는 전투적인 의지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원서동에 시공된 사례를 보고 오히려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넓은 광장이나 녹지 위에 심겨진 푸르고 웅장한 수목은 한주도 찾을 수 없지만, 그곳엔 나와 내 이웃의 흔적과 따듯한 사람의 향기가 머물고 있다. 한평공원의 진정한 멋은 겉보기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겉보기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한평공원의 내면을 만나보자. 한평같이 작은 땅, 공원같은 공간 한평에 공원이 가능한가? 많은 사람들이 쉽게 던지게 될 의문점이다. 한평공원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이다. 말 그대로 한평 크기의 공원이 아니라 ‘한평’ 같이 작은 땅이라도 찾아서 ‘공원’ 같은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란다. 한평공원 만들기 프로젝트는 2002년에 공식적으로 서안연구소의 이름으로 제안하여 서울시의 녹색서울시민위원회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그 성과를 맺기 시작했다. 작년에 원서동, 옥수동, 금호동, 전농동 등 4개의 대상지를 선정하여 현재는 원서동이 완공되어 있는 상태이다. 올해부터는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이하 도시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고 있으며, 도시연대 내의 건축 도시 조경을 전공한 사람들의 모임인 도시환경센터가 주축이 되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평공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최초 기획했던 김연금 씨(서울시립대 대학원 박사과정)는 “생각지도 않게 여러 언론을 통해 원서동의 사례가 소개되면서 관심을 모으게 되었는데, 이 프로젝트의 진행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효과가 없어서 마냥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다”고 전한다. 원서동을 통해 한평공원 엿보기 프로젝트 1호인 원서동 한평공원은 행정동상으로는 종로구 가회동 20-2번지로서 20여세대가 마주보고 있는 5m 폭의 골목 입구 사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시공 전에는 방범초소가 기능을 상실한 체 서 있었고, 쓰레기들이 방치되어 있던 곳이다. 이 한평공원 프로젝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참여 과정을 통해 공원을 조성해 간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주민의 리더인 통장과 지속적인 협력을 유지하는데, 도시연대가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서, 일을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전언이다. 주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주민 조직을 만드는 것보다는 이미 있는 조직을 활용하는 것이 쉬운데, 예를들어 그 지역의 리더나 지역의 여론을 만들어 가는 규모있는 주민 조직이 있는지 알아보고, 계모임 등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가 있으면 수박이나 떡을 들고 찾아가서 의견을 묻기도 하면서 주민과의 친근감을 높이는 것이다. 원서동의 경우에도, 우선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 1차 면담을 통해 한평공원 조성에 대한 동의를 얻어냈다. 그러나 1차 면담의 결과 대부분의 주민들이 한평공원의 부지가 매우 지저분하다고 느끼고는 있으나 정비방안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을 보여 주민들의 적극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면담 때는 1차 면담에서 나온 내용들을 기초로 하여 작성된 설계안을 들고 다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에게도 동네의 대형지도를 놓고, 그림과 글씨를 써넣으면서 동네의 좋은점과 나쁜점, 사람들이 주로 모이는 장소, 내가 주로 노는 장소 등을 묻기도 했으며, 그 외 다양한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실시하 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 마침내 2002년 11월 10일부터 일주일 동안 2차 설계안을 바탕으로 시공에 들어갔으며, 시공첫날은 준비한 떡과 고기를 주민들에게 돌리면서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준공일에는 주민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면서 공원의 이름을 ‘빨래골 쉼터’로 결정하는가 하면, 부지가 모퉁이어서 차량의 진입이 걱정이라며 이동식 화분을 놓아 막아놓자고 주민들과 동사무소 측이 자발적으로 입을 모으기도 했단다. 현재 완공된 원서동 한평공원은 겉모습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내공이 실려있다. 이렇게 시민단체, 주민, 동사무소, 조경설계, 시공 등의 파트너쉽을 구현하고자한 소중한 실험인 것이다. 아직은 높은 벽 지금까지 녹지정책에 주민참여라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아직 우리 사회가 주민참여 과정에 대해 쉽게 이해하지 못하며, 그것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벽으로 존재한다. 원서동 한평공원은 방송과 신문에도 자주 소개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시민단체에서 시행한 미담 정도로 소개되었고, 기존의 공원조성이나 녹지정책상에서 이 프로젝트가 가지는 차별성이나 주민참여 과정의 중요성과 의미들에 대해서는 외면했다. 아마도 대중의 관심이 아니라는 자체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사실을 말해 준 매우 단적인 사례가 있었다. 원서동이 소개된 한 신문을 보고 성동구청에서 함께 사업을 해보자는 요구를 해 왔단다. 그러나 구청에서는 단기간 내에 조성하여 결과를 보기를 원했다. 주민참여에 대한 구청 직원들의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리고 비용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컸다. 구청에서는 설계비와 주민참여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다. 결국 의자 몇 개를 가져다 놓는 것이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 조그만 공간을 조성하는데 무슨 설계비가 들어가느냐는 것이 성동구청의 가치관이었으며, 그러한 생각은 서울시의 다른 구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스템화가 과제 사회적인 인식과도 싸워야 하지만, 내부적으로 다져야 할 과제도 매우 많다. 우선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접근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사람들과의 친분쌓기 방식으로 치우쳐 있어서 당장은 큰 도움이 되더라도 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데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참여 프로그램이나 과정들을 좀더 시스템화 할 필요성이 있으며, 이러한 과제를 풀어가는 것은 전문가의 몫이다. 또한 행정기관, 주민단체, 시민단체, 전문가가 어떻게 파트너 쉽을 이루어 나가야 하는지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기본적인 바탕이 되어야 한다. 주민 여론 수렴, 재정지원 등의 상호간 의사전달과 협조 체계를 위해서는 반드시 표준화된 모델의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김연금 씨는 “한평공원은 적합한 대상지를 찾아가는게 아니라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서울시에서 진행했던 자투리 공간의 녹화사업과 차별화 하여 적극적으로 한평공원의 공간을 확보·활성화 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자세이다. 이렇게 주민참여와 동의과정, 파트너 쉽의 표준화 된 모델, 대상지의 확보 등이 하나의 프로세서를 이루어 체계화 될 필요성이 있다. 그래서 올해 도시환경센터는 다른 무엇보다도 이러한 프로세서를 시스템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대상지 2곳을 더 선정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초라한 겉모습에 실망하지 말고, 한평이 만들어 내는 숨겨진 아름다움을 느껴보자. 소박한 한평을 통해 내 이웃과 조경인들이 너무도 밀접해져가고 있음을 반갑게 바라보자. 결코 만평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작은 것의 소중함이 느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