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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트 존스, Jones & Jones Architects and Landscape Architects
Grant Jones이번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곳은 북촌마을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였다. 문화가 다른 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호텔을 선호하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에 놀랐다. 한옥은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자 한다면 좋은 장소가 되겠지만 일반인들이 사용해도 불편한 곳이기 때문이다. 좁은 골목을 지나 막다른 한옥의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마당에는 Jones & Jones사의 대표이자 조경가인 그랜트 존스Grant Jones 씨와 그의 아내가 있었다. 존스 씨는 마당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을 등지고 앉아 있다가 우리를 보자마자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날은 부부가 시애틀로 돌아가는 날이어서 인터뷰는 공항으로 가는 차안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마당에는 시애틀로 가져갈 여행용 가방들이 있었고 그의 아내도 분주한 모습을 보이며 우리와의 동행을 서둘렀다. 차 안에서는 인터뷰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먼저 이번 한국에서의 일정은 어땠는지 물어보았다. 존스 씨는 우선 한국에 많이 왔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다른 때보다 이번 방문은 더욱 좋았다고 하였다. 그의 대답을 듣고 미리 준비했던 내용은 아니지만 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해 물어보기로 하였다. 또 그의 한국인 아내를 보고 나서 더욱 궁금해졌다.존스 씨는 한국에서의 스케줄을 마친 후이긴 했지만 인터뷰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많은 웃음을 주었다. 그는 누구보다 한국의 전통성을 되찾는 게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이야기 하였다. 본지에도 한국의 전통 명원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는데, 이 코너를 대할 때면 생소한 단어들로 우선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한국의 서원과 경관을 이해하는 게 그리 쉽지 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존스 씨의 이야기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그는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에“I love earth”란 말을 꺼내었는데, 단순히 디자인을 하는 조경가의 모습 뿐 아니라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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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의 식물이야기(2): 도시의 계절
봄으로 오는 길올해는 유난히 봄소식이 더뎠다.봄으로 오는 길이 얼마나 길고 험했던가. 눈도 많이 내렸고 많이도 추웠었다. 3월에도 일주일 간격으로 눈이 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러다 영영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슬그머니 걱정도 되었다. 기다림에 지친 마음에 마침내 사방에서 피어나는 개나리를 발견했을 때 얼마나 반갑던지. 평소에 흔하디흔하고 지천으로 널린 데다가 도로변 경사면마다 늘어져 있는 늙은 개나리들을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었다. 정원에도 절대 심지 않았던 구박덩이들이었는데 미안한 생각이 든다. 분당에서 서울 강남으로의 출퇴근길에 이어지는 개나리 행렬들이 비록 햇병아리 색을 입고 있기는 해도 가만히 살펴보면 늙고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최소한 십 년 이상 새 개나리를 심지 않았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슬슬 세대교체를 해주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식물도 나이가 들면 현역에서 은퇴해야 하는 시점이 온다. 특히 빼곡하게 밀식한 관목일수록 더 빨리 노쇠현상을 보이는 것 같다. 옆으로 퍼지지 못하니 길이 생장만 거듭하여 밑둥 부분이 서늘하게 비게 되는데 그 모습이 추래해 보인다.
도시 속에서 마치 길을 잃은 듯이 늘 엉거주춤해 보이던 진달래는 동병상련이랄까 늘 정감이 갔었다. 그 허술해 보이는 모습이 올 따라 더욱 다정하 게 다가온다.조팝도 하얗게 피어나고 쥐똥나무의 잎들이 연두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운 좋게 양지에 자리 잡은 목련들도 만개하였고, 산수유, 생강나무 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마다 도로변마다 많이도 심어 준 벚나무 들이 기지개를 켜며 이제 그들의 시절이 돌아왔음을 알린다. 이미 서둘러 활짝 핀 벚꽃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그동안 벚나무를 많이 심어 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 보았다. 그럼에도 벚나무 아래 개나리를 심은 것은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연분홍과 진노랑의 얼핏 조화롭지 못한 배합만이 문제가 아니라 벚꽃의 아주 섬세한 핑크와 제대로 어울리는 색상이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벚꽃이 만개하면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사방에 가득해지므로 주변에 다른 색은 될수록 피해 주는 센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벚꽃과 거의 동시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될수록 가까이 두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무슨 벚나무를 저리도 많이 심었나 하고 불평하던 지난 일이 떠오르고 사람의 마음이란 정말 간사하다 싶다. 그래서 혹독한 겨울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이제 머지않아 철쭉이 온 세상을 진한 분홍으로 물들일 것이다. 철쭉과 영산홍이 지고 나면 우리의 도시들은 서서히 녹색만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며 가을에 단풍이 물들기까지 도시를 지배할 것이다. 계절을 색으로 표현한다고 하면 우리 도시의 색은 벚나무와 철쭉으로 이루어진 봄과 단풍이 그려내는 가을 두 계절로 단순 압축되는 경향이 있다.물론 여름의 배롱나무가 있고, 원추리, 붓꽃, 옥잠화, 비비추와 맥문동이 있지만 녹색이 차지하는 비율에 비한다면 큰 호수에 약간의 물감을 흘리듯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게 된다.도시 나무들꽃을 피우는 수많은 식물들이 실제로 존재하는데 그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도시조경에 개입시킨다면 도시가 좀 더 아름답고 명랑해 지지 않을까 싶다.우리가 만약 소나무를 향한 집착만 버릴 수 있다면 소나무 값으로 꽃을 피우는 수목들을 얼마나 더 많이 심을 수 있을까 하는 쓸 데 없는 계산도 해 본 적이 있다. 장송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하자 보수하다가 도산한 업체들도 적지 않다는 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장송과 조형소나무를 향한 편애가 식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아예 식재에서 손을 떼고 시설물만 다루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분명 우리 조경계의 심각한 문제임에 틀림이 없겠는데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막상 개선방법은 찾아지지 않는 것 같다.개인주택의 경우 건축주들과 대화를 통해 소나무를 피할 수 있기도 하지만 아파트, 주상복합 등 분양율과 낙락장송의 숫자가 함께 가는 프로젝트에서는 이들을 심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이 아직 없어 보인다.소나무는, 특히 낙락장송은 멋진 나무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들을 도시보다는 강원도 산속에서 보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할 것 같다. 한 그루의 장송이 되기까지 무수한 세월이 흘러야 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 그럼에도 극구 도시로 이식해 와 한 해가 지나지 않아 죽이 장송을 보호수종으로 지정하여 이식을 금지하는 법이 책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 더 나아가서 장송뿐 아니라 산에서 수목을 채취해 와 도시에 식재하는 관례 자체가 과연 옳은 것인지 한 번 되새겨 볼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지난 회에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원칙적으로 조경에 적용되는 모든 식물은 묘목부터 별도로 재배되어야 한다. 이는 한편 산과 들의 식물 생태계를 보호하자는 것이며 다른 한편 건강한 식물을 생산하여 건강하게 심자는 것이다.뿌리돌림도 제대로 되지 않고 수형도 변변치 않은 것을 수목이라고 판매하는 것 자체가 건전한 상도가 아닐 것이며 하자의 위험이 뻔히 보이는 식물을 구매하여 정원에 심는 것 또한 옳은 조경이라 할 수 없다. 높은 공사비가 책정된 고급 아파트 단지의 경우 PM들과 현장소장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좋은 나무, 소위“명품 수목”을 구해다 심기 때문에 준공 당시에 이미 숲을 방불할 경관이 연출되지만, 지방을 돌아다니다 보면 거리의 가로수로부터 아파트며, 공원에 심은 나무들까지 제대로 나무다운 것을 보기 힘든데 수목에서조차 사회의 양분화가 이루어지는가 싶어 심사가 어지럽다.도시의 얼굴이 되어 주는 가로수며 공원의 수목은 결국 우리가 우리의 도시를 얼마나 귀하게 여기고 있는가의 정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히려 공공공간에 더욱 아름다운 나무를 심고 부지런히 꽃을 가꾸어 문화시민의 자격과 자존심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명품 수목이라니, 신이 창조한 피조물 중에 명품 아닌 것이 어디 있던가. 작은 나무라도 소중히 여기고 작고 알차게 심어 크게 기르는 전통을 만들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무가 성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이를 소비하는 속도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누구나 한 번 쯤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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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따라 밟아본 삼국지 유적과 경관(2)
천재 예형이 묻힌 앵무주를 조망하는 무한 황학루공융은 조조에게 글 잘하는 문사로서 예형을 추천한다. 황제에게 올린 표문에“눈에 한번 스친 것은 입으로 외우고, 귀로 한번 들은 것은 마음에 잊지 않으며, 성품과 도가 합치되고 생각은 신에 가까우니…”라고 칭찬했다. 조조 앞에 불려온 예형은 하늘을 우러러 보며“천지가 비록 광활하나 사람은 하나도 없구나”라고 탄식한다. 조조는 불손하기 짝이 없는 그를 죽이지 않고 북치는 자로 명해서 욕을 보이고자 한다. 그는 헌 옷을 입은 채 북채를 들고 어양삼과漁陽三過를 치는데 그 음절이 지극히 묘하고 은은히 여운을 남겨 마치 금석의 소리 같았다.드디어는 부모님이 물려 준 정백한 몸을 들어낸다고 하며 알몸으로 나서서 조조에게 모욕을 준다. 장요와 허저 등이 죽이려하자 세상인심이 두려운 조조는 형주 유표에게 사신으로 보내고 유표는 다시 강하로 보내 황조를 만나게 한다. 예형이 황조를 “사당 안의 귀신같다”고 모욕하자 그 자리에서 칼을 빼들어 목을 베었다.유표는 그의 재주가 아까워 탄식하면서 앵무주가에다 후히 장사를 지내주었다.조조는 예형이 황조의 손에 죽었다는 소식에 껄껄 웃으며“썩은 선비의 혓바닥이 칼날이 되어 제 몸을 스스로 찌른 격이로다.”라고 말한다.- 황석영『삼국지』2권에서 요약
예형이 죽은 앵무주라는 섬은 무한 황학루에 인접한 장강 위의 한 모래톱이다. 무한武漢은 호북성의 성도로서 한구, 무창, 한양의 세 도시가 1949년 병합해서 세운 도시이다. 삼국지와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손권이 무창 남쪽 교외에 단을 쌓고 황제의 위에 올랐던 오나라의 수도였다. 황학루는 무한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로 강서의 등왕각, 호남의 악양루와 함께 중국 3대 명소이다. 황학루는 애초에 손권이 제위에 올라 세웠다고 하나 당 송 원 명 청시대에 계속 모양이 바뀌어 현재의 모습은 청나라 때 모습을 본떠 무한 장강대교를 놓은 후 만든 것이다. 각 시대별 황학루의 모습이 3층에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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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엔지니어링 최기호 부사장
“최기호 부사장은 여전히 손으로 작업하고 트레싱지를 애용한다. 조경계에서 가장 많은 트레싱지를 소비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특히 계획안의 틀을 잡을 때면 상당한 트레싱지가 필요하다. CG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랜더링 작업을 하던 시절 그는 섬세하게 마커와 색연필을 사용해냈었다. 또 일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서 어떤 때는 식사도 거른 채 담배만 피워가며 계획안을 잡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업 속도는 빠르다.” 위의 문장은 여러 사람들이 최기호 부사장에 대해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종합하여 표준화시켜본 것이다.
손, 트레싱지, 마커, 색연필, 담배최기호 부사장에 대한 언급에서 뽑아낸 사물들. 아날로그적 사물들이다. 실제 그의 작업도 아날로그적이다. 아날로그적 작업은 물질의 작업이고 몸의 작업이다. 같은 색연필이라도 깎인 상태, 잡는 각도, 힘의 정도에 따라 선의 굵기와 톤은 달라진다. 또 손목의 놀림에 따라 곡선은 다른 모습을 갖는다. 미묘한 색연필의 변화가 갖는 효과와 곡선의 서로 다른 맛에 대한 터득은 매뉴얼이 아니라 몸으로 겪은 경험치를 통해서고, 머리보다 몸이 더 잘 안다. 또 그래야 그 미묘함을 행할 수 있다. 경험치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물론‘훈련’일 게다. 손이 내 의도를 거스르지 않고, 어떤 때는 내 의도를 손이 먼저 아는, 손과 생각이 포개져 그 경계가 사라지는 경지에 이르러야 작업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또 자신의 부족한 경험은 선배의 경험으로 메워야한다. 사수라는 존재가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이다. ‘UNDO’라는 명령어가 없으니 고도의 집중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