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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파주가든] 어반 네이처
초청정원
사각형(square)은 도시 빌딩의 대표적 형태이자 영어로 광장이란 뜻을 가진다. ‘도시’를 상징하는 콘크리트와 금속 소재의 사각형 공간 11개를 연결했다. 높이가 다른 각 공간이 모여 만든 풍경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연상시킨다. 내부 동선은 도시 속 시민들의 흐름을 뜻하며, 도시, 자연, 사람을 연결한다. 식물과 구조물 사이에 놓인 중앙부의 수공간을 통해 자연과 대비되는 차가운 도시의 느낌을 연출하고자 했다.
풍성한 주변 식재를 통해 자연과 도시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구조물 사이에서 곧게 뻗어 올라오는 메타세쿼이아, 공간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활엽수 등을 통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입체적 경험을 선사한다.
*환경과조경439호(2024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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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파주가든] 망중유한, 삶의 여백 그리고 한가로움
초청정원
망중유한(忙中有閑), 바쁜 가운데 잠시 틈을 낸다는 고사성어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정원으로 구현했다. 공간을 둘러싼 외벽으로 위요감을 더했다. 중앙의 거대한 사각 구조물은 식물을 품는 플랜터이자, 방문객들이 식물을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테이블이다. 이리저리 옮길 수 있는 의자를 배치해 다양한 각도에서 자연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부드러운 햇살과 바람, 그늘 아래 꽃잎, 흔들리는 이파리와 작은 돌들, 느리게 흐르는 시간과 차분함 속에 작은 것의 소중함과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는다.
*환경과조경439호(2024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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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파주가든] 푸른 빛으로 함께 흘러가는 것
작가정원
바다는 우리에게 무한한 영감과 안정감을 준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파도는 물결과 같은 우리 삶의 흐름을 닮았다. 바다의 푸른빛은 다양한 생명과 색채를 담고 있다. 이러한 바다의 본질을 정원에 담아 도시에서 푸른 빛의 바다를 만나게 한다.
고요한 흐름의 ‘광장’, 푸른 흐름의 ‘정원’, 물결 흐름의 ‘동선’, 세 구역으로 정원을 구성했다.
콘크리트 분지는 고요한 흐름의 광장 안에서 바다의 고요함과 강인함을 상징하는 단단한 물성의 공간으로, 해저에 있는 평평한 분지와 같은 곳이며 사람들이 잠시 멈추는 장소다.
*환경과조경439호(2024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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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파주가든] 네이처 시네마
작가정원
공공 정원은 개인에게 정원을 사유하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다수가 함께 이용하지만 혼자 조용히 몰입하고 관람할 수 있는 영화관처럼 깊이 빠져들고 사유할 수 있는 정원, 네이처 시네마를 조성하고자 한다.
영화관처럼 정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레벨을 0.9m 낮추고 돌담에 둘러싸인 공간을 조성했다. 계단형 진입로를 통해 정원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고, 칸막이가 있는 퍼걸러에 앉아 정원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대관목 위주로 식재해 그린 스크린을 만들고 정원에 입체감을 더했다. 수반에 모여든 작은 새의 지저귐까지 더해진 정원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환경과조경439호(2024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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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파주가든] 도간루: 닿은 순간
작가정원
도시 속 공공 정원은 사람과 자연, 모두가 닿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회에서 도간루는 모두가 닿을 첫 순간이 되어 줄 것이다.
정자는 과거 선비들의 개인적 사유 공간으로 이용됐지만, 누각은 공공으로 향유하는 공간이었다. 공공 정원이라는 대상지의 특성을 강조하고자 누각 형태를 본떠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누각을 2단으로 쌓는 대신 중심부 지면의 레벨을 낮추고 데크의 높이를 높여 누각의 중첩 개념을 유지했다. 진입구 레벨은 누각과 같게 해 접근을 용이하게 했다.
*환경과조경439호(2024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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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파주가든] 일월운정, 해와 달, 구름이 쉬어가는 정원
작가정원
일월운정(日月雲庭)은 해와 달, 그리고 구름이 쉬어가는 곳을 의미한다. 바위의 물갈기 마감으로 해와 달이 비치는 곳을, 안개 분수와 생태 웅덩이로 구름이 머무르는 곳을 표현했다.
정원의 네 면에는 서로 다른 행태를 유발하는 휴식 공간을 조성했다. 입체적 공간 구현을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식물의 모습을 담아냈다.
정원은 단순히 자연을 관찰하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을 넘어, 공동체의 활력을 불어넣고 사람들이 서로 알아가며 소통하는 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용객의 시선이 꽃과 식물들을 넘어 서로에게 닿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환경과조경439호(2024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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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파주가든] 클라우드
작가정원
운정은 안개가 자주 생기는 아홉 개의 우물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운정의 옛 기억을 간직한 채 또 다른 운정의 이야기를 담는 저장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 계절별 자생 식물과 클라우드 구조물, 거울 우물로 구성된 정원은 신도시의 미기후를 조절하고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휴식처를 제공한다.
운정에 자생하며 겨울을 견딜 수 있는 식물, 사계절 다채로운 정원의 관람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공간을 구성했다. 휴게 벤치에서는 다양한 초화류를 감상하고, 거울 우물에 비친 하늘을 눈에 담을 수도 있다.
*환경과조경439호(2024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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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파주가든] 끌림: 더 컬러 오브 파주
사람들은 조각조각 흩어진 도시의 자연을 인식하지 못한다. 색깔 팔레트를 통해 파주의 다채로운 색을 모은 숲을 만들었다. 도시에서 잃어버린 자연을 회복하고,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하는 숲이 된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내어주는 이 숲은 도시에 새로운 색을 입힌다.
대지의 기억을 따라 펼쳐진 팔레트는 자연스러운 지형을 만든다. 가든 팔레트는 색상을 통해 파주의 자연을 표현하고, 팔레트를 플랜터로 활용한 식재 연출을 통해 공간에 활기를 더한다. 빗물정원에는 체크댐을 설치해 우수 저장 기능을 높였다.
*환경과조경439호(2024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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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파주가든] 빅 282
282의 발음이 이파리와 닮았다는 점에 착안해 설계 개념을 설정했다. 자연과 도시의 두 공간이 융화하는 과정을 정원에 담아내고(‘2’82), 여덟 가지 잎 색을 활용해 계절별로 다른 모습을 감상할 수 있게 수목을 식재하고(2‘8’2), 큰 잎과 작은 잎의 모임을 형상화한 시설물을 배치했다(28‘2’).
큰(big) 이파리를 정원 콘셉트로 설정했다. 큰 이파리 모양으로 퍼걸러를 만들어 정원의 문주이자 랜드마크로 삼았다. 이 조형물은 정원에 방문한 시민들을 환영하고 정면의 언덕(자연)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한다. 운정중앙공원에서 정원까지 오는 길에 있는 은행나무를 떠올리도록 은행 잎 모양으로 벤치를 만들었다.
*환경과조경439호(2024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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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타워 옥상정원 리노베이션
Apple Tower Roof Garden Renovation
하나의 단초에서 시작한 설계
옥상정원 설계를 해줄 수 있냐는 연락을 받고 대상지에 방문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의뢰인은 옥상정원 리노베이션을 구상해 이미 다른 계획안을 받은 상태였다. 대안을 하나 더 받아 두 계획안을 비교하면서 결정하려고 주변에 문의했다가 우리를 소개받은 것이었다. 의뢰인과 옥상에 올라가 보니 외곽에는 대추나무, 꽃사과나무, 산사나무 등이 있고 가운데에는 잔디밭, 큰 가제보가 있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흡연하거나 간단한 체조를 하고 있었다. 의뢰인은 임대인들에게좀 더 좋은 흡연 공간을 제공하고 싶어 했다.
애플타워는 17층 오피스 빌딩으로, 옥상정원은 건물 준공 당시 만들어졌다. 건물을 지을 당시 고도 제한이 없었기에 주변 건물에 비해 높다. 그래서 옥상에서 인근 잠실종합운동장 내부뿐 아니라 한강까지 볼 수 있다. 전경을 보고 있자니 대뜸 “여기 투명한 유리 난간을 설치해 사방으로 확 트이게 열어버려요”란 말이 튀어 나왔다. 이 한 마디가 의뢰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렇게 설계를 진행하게 됐다.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 공간의 구성
이곳은 일하다 잠깐 한숨 돌리러 올라오는 곳이다. 쉬는 동안 컴퓨터가 아닌 넓은 하늘과 도시를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우리는 많은 시간 컴퓨터, 핸드폰 등 근거리만 바라본다. 잠실종합운동장과 한강, 롯데월드타워, 도심을 바라보며 잠시 큰 숨을 쉬거나 멍하니 있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외곽으로 조망 구역을 만들고 바 테이블에 앉아 시선을 멀리 둘 수 있도록 했다. 계단실이 양쪽에 있어 두 군데서 옥상으로 진입할 수 있다. 본래 목적인 흡연 공간은 부스를 만들어 건물 중심부에 한정시키고, 다른 출입구 구역은 비흡연자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흡연 부스 쪽에 허브 가든을 만들고, 비흡연 구역은 작은 수반과 긴 의자를 두고 계절 초화를 심어 분위기를 다르게 연출했다.
설계
파라펫(parapet) 높이(슬래브에서부터 1,420mm)와 바 테이블 높이(900mm)를 고려해 파라펫이 시야에 걸리지 않도록 바닥을 들어올리기로 했다. 데크로 포장한 바닥을 600mm 위로 띄웠고 나머지 공간은 300mm로 마감해 식재 토심과 이동 동선을 확보했다. 이런 단차가 자연스럽게 조망 공간과 정원 공간을 구분한다. 건물 외벽을 청소할 때 사용하는 밧줄 연결 고리가 벽면에 있어 관리자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난간으로 막아 버리면 청소가 어려우니 난간 밖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도 만들었다.
유리 난간을 데크 위에 세워야 했다. 데크 위에 사람이 설 때 난간 끝이 어디에 있어야 조망을 즐기면서 안전함을 느낄까. 팔을 위로 뻗은 것보다 더 높게 유리 난 간의 높이를 높였다. 의뢰인은 디테일의 중요성을 강조했기에 레벨, 마감, 소재 등을 꼼꼼하게 챙겨야했다. 난간 기둥을 회색으로 도색하려 했으나 안계동 대표가 하늘을 바라보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기둥을 옅은 회색으로 칠하자고 제안했다. 사소한 디테일이 완성도를 높인다.
식재
기존 옥상의 나무를 전부 활용했다. 시야를 가릴 필요가 있는 곳에 플랜터를 만들어 기존 나무를 식재했다. 중앙부는 토심을 300mm가량 확보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초화류로 연출했다. 흡연 구역과 비흡연구역을 나눈 곳에만 나무 한 그루를 추가하기로 했다. 흡연 구역을 잘 가려주길 기대한다.
옥상정원의 적정 공사비는 얼마일까
설계를 마무리했고, 이제 시공만 잘하면 된다. 설계 기준으로 공사비를 산정하니 꽤 많은 금액이 나왔다. 시공까지 우리가 담당하고 싶어 시공 견적서를 의뢰인에게 전달했다. 의뢰인은 공사비를 어느 정도 써야 하나 고민했다. 공공 공간은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과 주어진 예산에 따라 집행되니 그 금액에 맞추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곳은 개인이 근무자의 복지를 위해 만든 곳이므로 의뢰인의 결정이 중요하다.
적은 비용으로 최소한의 정비를 해 환경을 개선하느냐,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정원을 제대로 만드느냐. 단기간에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공공의 녹지를 위해 개인이 지불하기엔 큰 금액이다. 설계안대로 시공하면 공간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의뢰인을 설득하면서도 강하게 밀어붙이지는 못했다. 다행히 의뢰인은 전문가의 판단을 전적으로 존중해줘서 설계안대로 시공을 진행할 수 있었다.
옥상정원의 시공
층이 많은 건물의 옥상 시공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양중이다. 크레인 작업은 도로를 막고 해야 하기에 교통에 방해되지 않는 주말 아니면 이른 새벽에 진행해야 한다. 시공 담당 소장은 결국 공사 기간 내내 주말 없는 삶을 살았다. 기존 나무들을 그대로 활용하기 위해 옥상의 나무를 땅으로 가져와 가식했다. 옥상 전체에 방수 공사를 한 뒤 난간과 데크, 플랜트 구조물 공사를 진행했다. 곡선의 동선을 만들려면 철재를 쓰는 것이 유리한데, 철재 구조물 공사가 전체 공기의 2/3를 차지했다. 식재 공사는 안계동 대표의 주도 하에 팀원 모두가 함께 했다. 정원 공사를 할 때마다 시도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다.
정원의 가장 멋진 순간
서향의 옥상정원에서 보는 일몰은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보는 전경보다 더 멋있다. 아주 높은 전망대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것보다 18층이란 높이에서 보는 스케일이 더 생생하다. 그 대상이 잠실종합운동장과 한강이라서 더욱 역동적이다. 이 석양과 조명을 많은 사람이 즐기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 (농담이지만) 야근을 독려하고 싶다.
글 김영아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사진 유청오
조경설계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안계동, 김영아, 안원영, 정세미, 최광재, 안주연, 김혜빈, 김채연)
조경시공 동심원건설(성주용, 안하영)
발주 에이피엘파트너스
위치 서울시 송파구 백제고분로 69 애플타워
면적 337.2㎡
준공 2024. 5.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는 땅의 힘을 충실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과도한 수사적 디자인을 경계하고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 삶을 담아내는 설계를 지향한다. 더 나은 일상의 문화를 이끄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