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락산 당고개 지구 공원
지하철 4호선 종착역인 당고개역, 서울의 맨 끝자락에 위치한 수락산 도시공원의 현장에 도달하기 까지 두어번의 전철을 갈아타야만 했다. 전철역사를 벗어나자 들어오는 주변의 환경은 참으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주변의 오갈 데 없는 군상의 패배적 자세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우리의 진부한 정치, 불균형의 경제, 문화의 상실이 스친다. 역사에서 도보로 2분여 거리에 있는 현장에는 쓰레기더미, 폐자재, 누군가 돈벌이를 하다 버리고 간 포장마차와 무성히 자란 잡초가 시야에 들어온다. 대상지를 한폭에 느끼기 위해 인접 초등학교 옥상에 어렵사리 접근하여 사진촬영을 하고 다시 현장내를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대지의 조건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좋은 것은 수락산과 인접되어 있다는 점이고 실로 나쁜 것은 부지 전면을 가로지르는 전철고가와 불량한 접근체계였다. 부지내외의 자연, 인공적 요소는? 인문사회적 환경은? 주변 인프라(infra)는? 아카데믹한 체크리스트로……. 동행한 파트너와 현장스케치를 하였다. ※ 키워드 : 생태, 공원 ※ 페이지 : 42 - 47
-
수만마리 철새들의 보금자리 ; LG 구본무 회장의 밤섬사랑
여의도 개발 당시의 일이다. 새롭게 길이 닦이고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공사규모가 워낙 대규모이다보니 건축자재의 필수품인 자갈과 모래가 태부족 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갖가지 의견을 제안한 끝에 가장 손쉽고 비용이 적게 소요되는 안이 채택되었다. 그렇게 해서 밤섬(서강대교를 사이에 두고 있는 두개의 섬. 4만7천6백평)의 일부분에 폭탄이 매설되어 밤섬은 제 몸뚱이의 일부분을 여의도의 건물과 도로에 나누어 주어야 했다. 당시 밤섬은 생명을 다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밤섬은 질긴 생명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남은 섬의 일부분에 각종 퇴적물을 받아들여 어느 정도 자신의 몸뚱이를 추스린 후, ‘왼갖 잡새’가 아닌 희귀한 철새들을 불러 모아서는 철새의 낙원이 된 것이다.
※ 키워드 : 자연, 새
※ 페이지 : 80
-
길동자연생태공원
이 공원에서는 그 흔한 벤치 하나 발견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두 다리 쭉펴고 앉아서 한가로움을 즐길 수 있는 잔디밭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다른 휴게시설은 상상할 수도 없고, 공원 내에서 무작정 시간을 보낼 수도 없다. 그렇다면 ‘공원이 뭐 이래?’하고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있을 법 한데, 짜증섞인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간간히 ‘아!’하는 탄성소리와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소리와 움직임 사이로 언젠가 울려퍼질 새소리, 풀벌레 소리, 개구리울음 소리를 기다리는 습지와 초지와 삼림과 저수지가 있다. 공원에 벤치가 없는 이유는 바로 이곳이 얼마전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생태공원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 키워드 : 생태, 공원 ※ 페이지 : 36 - 41
-
아름다운 정원 ; 자연이 변화를 수용하는 정원
옥인동 주택은 기존재료를 활용하여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계절의 변화를 잘 담아 내고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제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이 집주인이 생각하는 조경에 대한 근본생각이며, 변화의 과정을 수용하는 도구로서 정원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정원의 각 요소가 어우러져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옥인동정원은 작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을 말없이 전해주고 있다. ※ 키워드 : 정원 ※ 페이지 : 48 -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