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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 에코스케이프 201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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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오 기주쿠 대학병원의 옥상정원(1920년 추정)

 

 

1. 1920년 대학병원 옥상정원

 

케이오 기주쿠 대학병원의 옥상정원

사진은 옛 케이오 기주쿠慶応義塾 대학병원의 옥상정원이다. 옛 그림엽서지만 수신자 면의 양식을 통해 그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문서면의 범위, 기술 방식, 한자체 등을 종합하면 이 엽서는 191831일부터 1933214일 사이에 발행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케이오 기주쿠 대학병원 홈페이지에는 병원의 연혁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옛날 같으면 케이오대학까지 직접 가서 오래된 자료를 찾아야 알 수 있던 것이 IT기술 덕분에 전 세계에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게 됐다. IT와 담을 쌓고 지내던 고물 마니아에게도 고마운 일이다.

 

자료에 따르면 대학병원은 1920년에 개원했다. 전쟁중에 공습으로 불타고 1948년 새롭게 본관을 준공했지만, 이 그림엽서의 연대와 맞지 않기 때문에 제외했다그동안 그림엽서는 어떤 중대한 행사와 맞물려 제작돼 왔다. 따라서 이 그림엽서가 제작된 것은 1920년 대학병원이 문을 열었을 때이며, 아마도 개원 기념 엽서로 관계자들에게 배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지 20159월호에 오카야마 의과대학(현 오카야마대학 의학부)의 옥상정원을 소개했지만, 그곳은 1930년대에 시공됐다. 이번 것이 더 오래된 시공 사례이다. 지만 사실 녹화 내용은 거의 볼 것이 없다. 콘크리트 제품처럼 보이는 대형 플랜트 박스에 나무를 식재해 여기저기에 놓았을 뿐이다. 사진 중앙 안쪽에는 퍼걸러 같은 시설물 설치 공간이 보이지만 식물로 덮여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준공 기념으로 제작한 그림엽서라면 식재직후에 바로 찍었을 확률이 높고, 그래서 식물이 충분히 생육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식물로 덮여 있더라도 옥상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부족한 공간이다. 오카야마岡山 의과대학의 옥 상정원은 재활훈련이나 원예요법 용도로 이용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시설이었다. 그러나 케이오 기주쿠 대학병원은 옥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사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 시대는 미쓰코시 포목전三越呉服店을 필두로 다양한 백화점들이 경쟁하듯 옥상정원을 만들어 주목을 받고자 했던 시기였다. ‘모처럼 유행하는 옥상정원이라도 만들까정도의 가벼운 동기였을지 모른다. 이 사진은 엽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같은 면에 또 하나의 사진이 있다. 환자 대기실 사진으로 중후한 가죽을 씌운 소파가 있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대합실이다. 돈을 지출하는 비중도 병원에서의 옥상정원의가치를 추측할 수 있는 요소이다.

그렇지만 1910년대 이미 병원에서 옥상녹화를 하고 있었다는 것은 꽤 놀랄 만한 현상으로 당시 옥상녹화의 보급 정도를 가늠하는 귀중한 자료로 볼 수 있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 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 『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 연구 노트 2012』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 1967년생으로, 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 그락크(CLA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 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 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의 3차, 4차를 담당했다. 일본 도쿄도 코토구 ‘장기계획 책정회’ 위원, 서울시 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번역 한규희 _ 어번닉스 대표, 일본 도시녹화기구 연구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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