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신하 ([email protected])
in & out?(햄버거 얘기는 아닙니다)
사진을 찍을 때 역광은 안 된다는 상식이 있지요? 해 를 마주 보고 찍으면 피사체가 어둡게 나오기 때문에 역광은 피하는 게 보통입니다. 특히나 역광으로 인물 사진을 찍게 되면 얼굴이 잘 나오지 않아서, 얼굴이 잘 나오게 하려면 해를 등지고 찍는 게 원칙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역광이라고 사진을 못 찍는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역광으로 재미있는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역광 조건에서는 피사체보다 주변이 밝게 나오기 때문에 아주 뚜렷한 실루엣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번 달 사진은 창호지를 붙인 꽃살문입니다. 강원도 양양에 있는 낙산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한옥의 아름다움을 하나만 꼽자면 역시 우아하면서도 날렵한 느낌의 지붕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나라의 지붕선은 중국이나 일본과는 또 다른 멋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한옥에는 자세히 살펴보면 지붕선 만큼 아름다운 구석이 참 많이 있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그중에서도 문을 장식하고 있는 문양이 참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낙산사에서 만난 이 문의 모습도 아기자기하면서도 꽉 짜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붉은색과 황금색으로 구성된 육각형 패턴이 꼭 꽃 모양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눈雪의 결정 모습 같기도 했습니다. 작은 디테일을 보니 ‘언제 이걸 하나하나 다 만들어 붙여 넣었을까?’ 하는 직업병(?)적인 생각도 하게 되고 말이죠.
그런데 사찰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다시 보니 밖에서 봤을 때하고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모든 디테일이 없어지고 어두운 면과 밝은 면으로 구분되는 단순한 패턴으로 변해 있더군요. 색은 다 사라져 버리고 군더더기 없는 형태만 남은 셈이 되었습니다.
빛과 그림자로 만들어진 추상화라고 해야 할까요?
이렇게 서로 다른 느낌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두 사진을 붙여 보았죠. 사실 두 사진의 크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뽀샵질을 좀 해야 했습니다만. 붙여 놓고 보니 추상화와 구상화를 붙여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어떤 화가가 연상되기도 하더군요. 역시 비교하기엔 좀 무리긴 하네요. 하여간… .
촬영 조건으로 보자면 두 사진은 정반대의 조건입니다. 바깥쪽에서 본 사진은 순광, 안쪽에서 찍은 사진은 역광 조건에서 찍은 셈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찍은 결과는 빛을 받는 쪽이냐, 어두운 쪽이냐에 따라서 이렇게 다르게 나타난 것입니다. 똑같은 대상인데 보는 방향에 따라서, 빛의 위치에 따라서 이렇게 다르게 보이는 것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같은 사건을 놓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도 조금 닮아 있는 것 같지 않나요? 같은 사물, 다른 표현.
그래서 in & out!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