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준 ([email protected])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는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도시는 진화한다.
도시의 진화는 인류가 살아온 삶의 흔적들과 궤적을 같이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한다. 우리나라의 도시는 지난 50년간의 개발성장시대를 거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후유증도 크다. 농촌과 중소도시는 쇠락하고 비수도권과 수도권, 원도심과 신도심은 경제, 사회, 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불균형을 이루었다. 특히 원도심은 산업, 업무, 일자리가 공동화되고 슬럼화돼 범죄를 비롯한 각종 도시문제의 온상지가 되고 있다. 이런 도시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서 시대적으로 전 세계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 요구된다.
도시재생은 2013년 제정된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에 잘 정의돼 있다. 즉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추진되는 사업들을 도시재생사업이라 한다. 그간 도시재생사업은 국내외적으로 다양하게 추진돼 왔는데, 그중 특히 조경의 입장에서 주목할 만한 대표적인 사업들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의 경험과 사례를 검토하고자 한다.
국내·외 도시재생사업들
도시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은 국내외적으로 많은 사례가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역사적으로 1950년대 도시 재건축Urban Reconstruction과 1960년대 도시 활성화Urban Revitalization, 그리고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재개발Urban Redevelopment을 거처 1990년대 이후에 도시재생Urban Renaissance 측면에서 추진돼 왔다. 따라서 그동안 학술적으로도 많은 도시재생사업 사례들이 연구돼 왔다.
정리해 보면 대체로 영국과 프랑스의 도시재생사업은 근린지역재생사업과 연계됐고, 독일은 새로운 도시개발보다 기존 도시를 우선하는 사업으로, 미국은 커뮤니티 운동과 연계된 중심시가지 활성화 사업으로, 일본은 마을만들기 차원의 도시재생사업과 연계돼 추진돼 왔다. 또한 우리나라는 최근 공공 측면의 정책공모사업과 마을만들기와 연계돼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도시재생사업 중에서 필자는 대표적인 국내외 이전적지를 활용한 공원재생사업이나 문화예술재생사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영국의 이전적지 공원재생사업
1980년대부터 시작된 영국의 재생사업은 대처 정부, 메이저 정부, 그리고 블레어 정부를 거치면서 새로운 추진기구와 정부 보조금을 활용했다. 처음엔 물리적인 부동산 재생으로 시작했지만 최근엔 사회적인 재생으로 발전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공부문, 민간부문, 지역공동체 등 모든 주체가 협력관계를 형성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협력을 통한 대표적인 영국의 이전적지 공원재생사업으로는 런던의 마일엔드 공원과 버밍엄 동부공원을 들 수 있다.
먼저 런던의 마일엔드 공원은 런던 밀레니엄 프로젝트 중 가장 조용하게 추진됐지만 최고의 성과물로 평가받는다. 공공기관, 시민연합, 민간사업체들이 좋은 협력관계를 형성해 당시 2차 대전 폭격으로 황폐화된 산업지대를 남북방향의 긴 선형 공원으로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마일엔드 공원의 특징은 혁신적 모양의 녹색브리지, 테라스식 정원, 카트라이더 레이싱 트랙, 익스트림 스포츠 공원, 놀이동산, 개방된 녹지공간 등을 들 수 있다(이수빈, 2015).
또한 버밍엄 도시의 동부공원 역시 주목할 만하다.
2013년에 완성한 동부공원은 버밍엄시에 130년 만에 처음으로 조성한 가장 큰 공원으로 단절됐던 도심지를 이어주면서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동부공원 역시 버밍엄시와 Waste Construction 회사, 그리고 설계가 파텔 타일러가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은 물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성공할 수 있었다. 동부공원 재생사업의 성공은 이후 런던의 다른 유사한 재생사업들이 추진되는 과정에 좋은 선례가 되어 투자와 협력관계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서울연구원, 2015).
독일의 이전적지 공원 및 문화예술 재생사업
1970년대 이후 구도심의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코자 정책적으로 도입한 독일의 재생사업은, 경제적 이익과 공공성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전통과 역사보전, 환경적인 측면에서 추진돼 왔다. 최근에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시민참여와 민주적 절차와 방법이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이전적지를 활용한 독일의 대표적인 공원과 문화예술 재생사업은 란트샤프트 공원과 우파파브릭을 들 수 있다.
란트샤프트 공원Landschaft Park은 독일 뒤스부르크 도시의 ‘IBA Emscher Park Project’의 일환으로 티센 제철소 건물을 재활용한 독일 최대 규모의 환경공원이자 생태교육의 장이다. 원래 이 부지는 유럽 최대의 공업단지로 명성을 떨쳤던 루르 지역으로, 1970년대의 탈공업화의 영향으로 주요 산업인 석탄광업과 제철공업이 몰락하는 바람에 공장과 석탄채굴장이 폐쇄된 채 방치됐었다. 독일 정부와 뒤스부르크 시는 이곳에 방치된 공장들을 철거하려는 정책을 추진했으나,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철거보다 환경공원으로 재생사업을 추진했다. 조경가 피터 라츠를 주축으로 도시계획가, 건축가, 환경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옛 제철소 건물을 그대로 보존한 채 공원화를 진행했다. 부지 내 기존 자재를 나르던 철로는 산책공원으로, 용광로 안은 물을 채워 스킨스쿠버장으로, 광석저장고 외벽은 암벽등반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기존의 산업시설을 잘 활용해 란트샤프트 공원을 세계적인 친환경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약 25억 유로가 투자된 란트샤프트 공원은 10년간의 재생사업 기간을 거쳐 1997년 개장한 이래 연간 5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베를린의 우파파브릭 역시 주민들의 적극적 재생의지와 협력으로 성공한 사례다. 이 부지는 원래 폐허로 방지된 옛 필름공장을 예술인들이 점령해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다가 공장주들의 제안으로 1979년에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당시에 모인 예술인들이 주로 재생이라는 테마로 실험적 예술에 몰두했기 때문에 우파파브릭은 버려진 재료들로 창작활동을 하는 6주간의 공장 문화페스티벌을 자연스럽게 시작하여 성공시켰다. 페스티벌이 성공한 이후 우파파브릭은 음악, 카페, 레스토랑, 제과점 등의 길드를 형성해 재정적으로 자립하면서 오늘날의 우파파브릭으로 자리잡게 됐다. 베를린 중심부의 우파파브릭은 현재도 도시형 생태마을이자 문화공간, 교육공간의 복합적인 문화생태 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이덕진, 2014).
이재준은 2015년 말까지 5년 동안 수원시 제2부시장으로 재임하며 민간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행정을 시 행정에 도입하고, 침체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 넣는 마을만들기와 도시재생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등 한국형 마을르네상스의 선도적 모델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기여했다. 협성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국토해양부 토지규제심의위원회 위원, 환경부 중앙환경우원회 위원, 행정자치부 녹색환경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