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윤 ([email protected])
나무와 벤치만으로도 공원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공원의 역동적인 변화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 시대의 변화를 읽고 공원의 미래를 선도해 가는 곳, 여기 서울특별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
“공연도 맘껏 하고 싶어요, 음식도 만들고 싶어요, 담배도 피고 싶어요.”
공원에서 하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은데, 공원에는 하지 말라는 것들 투성이다. 다른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주고 피해를 준다는 것이 이유다. 또는 잔디를 망가뜨린다는 것이 이유다. 공원은 잘 차려진 도심 속 자연이어서 더러워지면닦아주고 상처나면 약 발라 주는 관리에 몰두해 왔다. 웬만하면 시끄럽게 하지도 말고 뛰어 놀지도 말라는 듯, 조금 격한(?) 행사라도 하기 위해 사용 신청서를 들이밀면 “안돼!”라며 퇴짜 맞기 일쑤였다. 어차피 공원 운영이라는 것이 공원 시설물을 잘 유지하면 되는 일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공원이 달라지고 있다. “공원에서 놀자”며공원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민 참여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반가운 변화의 최선두에 보라매공원이 있다. 보라매공원은 주거지역이 가까워 시민들의 접근성이 매우 좋은 공원에 속하며, 최근 어린이 조경학교, 산림학교 등을 운영하면서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렇게 공원 이용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최대 역점을 두고 있는 서울시특별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를 찾았다.
동부공원녹지사업소, 종묘사업과 해외공원도 조성
보라매공원에 위치한 동부공원녹지사업소는 서울에 있는 3개의 공원녹지사업소 중 하나로, 직원 80명과 현장인력 300여 명이 동작, 강남, 성동 등 서울 동남권 8개구에 있는 주요 녹지 조성 사업과 주요공원 관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보라매공원을 비롯해 서울숲, 길동생태공원, 양재시민의숲, 천호공원, 응봉공원 등 6개 공원을 맡고 있으며, 곧 세곡공원이 추가돼 7개의 공원을 운영 관리한다. 또한 경기지역의 7개 양묘장도 관리하고 있는데, 이 양묘사업은 사업소 중 유일하게 동부공원녹지사업소에 서만 진행되는 사업이다. 더불어 울란바토르와 타슈켄트 등 해외의 서울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다.
1972년 남·북녹지사업소 통합 발족을 시작으로 여러 번의 재편을 거친 끝에 2012년부터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으며, 최근에는 우면산 산사태 복구, 서울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 조성 등 다양한 대형사업도 추진했다. 현재 인건비를 제외한 공원과 양묘장의 보수 및 유지관리비만 연간 약 1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거대 사업을 모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소다.
공원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공원이 얼마나 할 일이 많은지 아는가” 이춘희 동부공원녹지사업소 소장은 하고자 하면 할 일이 정말 많은 곳이 공원이라고 말한다. 그간 공원 조성에 집중되던 사업 역량들이 최근에는 이미 조성된 공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면서 공원의 곳곳을 세심하게 운영하게 됐다.
2014년 이춘희 소장이 부임한 이래 공원에는 체험 및 시민 참여 프로그램들이 대폭 증가됐다. 실제 꿀벌, 반딧불이, 누에, 나비 등 공원에 사는 곤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보라매공원 내 사업소 옥상에 있는 양봉체험장은 접근성이 좋아서 시민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으며, 서울숲도 나비특화사업을 확대했고, 길동생태공원은 토종벌의 생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반딧불이 서식처 조성에 이어 체험관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시민 이용에 방점을 둔 유지 관리 사업들이 이뤄지고 있다. 사실 공원에는 작은 비용만으로도 시민들의 요구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안돼”라고 하기 전에 “돼!”라는 100%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으로 시민들의 공원 이용 요구를 수용해 나간다는 것이 이 소장의 소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