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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스케이프 2016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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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만 스타일이 있나? 조경에도 스타일이 있다!
유혜인 삼성물산주택PM팀 차장 “철따라 바뀌는 꽃을 보면서 애착을 가지게 되면 잘 관리하려는 마음도 절로 생기지 않을까요” 아파트 외부 공간도 ‘정원’이 트렌드다. 개인주택이 아닌 공동주택에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정원을 조성하는 게 과연 적합하냐는 의견도 있지만, 이미 정원은 아파트에서도 대세가 됐다. 정원의 향기가 물씬 나는 각종 초화류와 고급스런 소품들이 아파트 외부 공간을 과감하게 점령하고 있다. 삼성물산도 최근 ‘래미안 가든 스타일’을 새로운 아이템으로 선보였다.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1위 래미안의 신 조경전략, 18가지의 가든 스타일에 숨겨진 차별화 전략에 대해 삼성물산 주택PM팀 유혜인 차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유혜인 차장과 인터뷰를 진행한 곳은 ‘래미안 가든 스타일’이 처음 적용된 ‘래미안 신반포팰리스’였다. 테이블과 의자 등 고급 소품들을 적용해 마치 집안의 거실을 외부에 옮겨놓은 듯한 프라이빗한 느낌의 고급스런 정원이 ‘이것이 바로 래미안의 가든이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번에 개발한 ‘래미안 가든 스타일’은 아파트에 적용하는 가든을 18가지 스타일로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크게는 모던 쉬크modern schick 스타일, 에코 내추럴econatural 스타일, 레트로retro 스타일 등 3가지 스타일로 나눠볼 수 있는데, ‘모던 쉬크’는 정형적인 스타일로 직선형의 식재 패턴 및 바닥 포장 등이 특징이며, ‘에코 내추럴’은 자유곡선 스타일로 곡선형의 바닥 패턴과 부정형의 판석 등이 특징이다. 또한 ‘레트로’는 혹뚜기 마감, 차경, 평상 등 한국적 정원소재를 현대정원 스타일로 풀어낸 것이다. 이렇게 3가지 스타일 안에 휴식과 감상, 모임과 담소, 교육과 참여 등 6가지 행동 테마를 적용해 총 18가지의 가든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18가지 정원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앞으로 현장별 여건에 맞게 도입해 간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공간을 보면 이해가 쉽다. 우선 인터뷰를 진행한 곳이 리빙룸 가든이다. 리빙룸 가든은 집안에 있는 거실을 밖으로 옮겨 놓은 것이 콘셉트로 ‘담소’를 테마로 ‘모던 쉬크’ 스타일의 디자인이 적용된 정원이며, 각 동마다 배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외 다이닝 가든에는 피크닉 테이블과 텃밭이 있고, 에코 가든에는 아이들의 체험을 위한 새집, 텃밭, 환경해설판 등이 도입돼 있다. 아뜰리에 가든에는 소규모 작업이 가능한 공방 스타일의 테이블이 있어서 집에서 하기 힘든 작업들을 밖에 나와서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유혜인 차장은 앉아서 쉽게 개발한 상품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첼시플라워쇼와 쇼몽가든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정원박람회와 휴양단지 등을 다녀와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삼았다. “스타일 자체가 없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스타일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래야 조경도 패션처럼 매년 달라지는 스타일을 개발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스타일을 만들어야 조경도 할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래미안 가든 스타일을 만들게 됐다.”
“시민과 공무원의 연결고리는 바로 나!”
권순형 서울형뉴딜일자리 경의피플 홍보디자인담당 “공원의 콘텐츠를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전문가는 조경가라고 생각한다. 조경가를 꿈꾸는 조경학과 전공자로서 공원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해 보는 건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다.” 배재대학교 원예조경학부를 졸업한 권순형 씨는 조경설계가의 꿈을 갖고 있다.조경학과 학생으로 공부를 하고 졸업시즌을 맞이했을 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 더 공부를 하려던 차에 서울뉴딜일자리 기회를 얻게 됐다. 권 씨는 앉아서 하는 작업뿐만 아니라 설계를 통해 만들어진 공원에서 어떤 행위가 일어나는지,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지 프로그램을 다뤄 봄으로써 설계자가 됐을 때 다르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생겼다고 자부했다. 학교에서의 공부만으로는 실무를 맡기에 부족하다는 갈증을 느낀 그는 실제 공원의 이용 행태와 프로그램, 관리 등 공원 내에서 다뤄지는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며 공부할 방법을 찾아봤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원관리 뉴딜일자리사업을 알게 됐고, 때마침 경의선숲길을 담당할 팀에서 조경 전공자가 필요해 권순형 씨가 ‘경의피플’ 팀에 합류하게 됐다. 뉴딜일자리는 시민을 위한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사업종료 뒤 민간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공공일자리를 말한다. 공원뉴딜일자리는 공원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처리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담당한다. 권순형 씨는 경의선숲길을 담당하는 경의피플 팀에서 공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사업을 제안해 직접 진행하는 일을 함께 하고 있다. 가족이나 연인, 개인 등 방문객 단위별 계획, 공원 내에서 할 수 있는 역사해설 등의 프로그램을 만든다.지난 5월 열린 경의선숲길 3단계 개원식의 준비와 운영도 참여했다. 공원에서의 프로그램 진행은 팀원들이 모두 함께 하지만 홍보를 위한 포스터와 책자 등을 디자인하는 작업은 권 씨의 몫이다. 공원 운영 및 관리에 활용되는 모든 디자인 작업을 도맡아 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고. “실제적인 디자인 작업을 많이 했는데 조경설계와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있겠지만 공원이란 공간에서 디자인을 해봄으로써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실제 적용하는 디자인에 대해서 나름의 연습하는 시간이 됐다.” 권 씨는 조경의 대상지를 관리하는 데 참여한 경험은 조경설계가로서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계사무소를 목표로 하는 이로서 아쉬운 점도 있긴 하지만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계약이 끝나는 연말까지 공원을 주제로 하는 디자인 패키지를 만들어서 본인만의 스토리로 연결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우리는 시민과 공무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 주고 있다. 조경도 자연과 사람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일을 하면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설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공무원도 만족하고 일반인도 만족하는 그런 공원을 만드는 게 내 꿈이다.”
조경의 신사업, ‘산에서 내려온 케이블카’
김인관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사업부 상무 케이블카사업이 조경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 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케이블카를 단순히 관광레저용으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도시 내 교통수단으로서의 활용가치가 높은 미래전략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다.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사업부에서는 케이블카 설치를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케이블카를 도시의 교통수단으로 개발해 이용자 편의성을 증진한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다. 관련 사업을 육성하면 도시를 연결하는 효율적인 대체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김인관 한국종합기술 조경레저사업부 상무의 설명이다. 김인관 상무에 따르면 노선 길이, 지주 위치 및 높이, 지질, 환경적 영향, 경관적 특성 등을 검토해서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과정을 종합적으로 계획하고 설계하는 일을 조경이 맡는다. 한국종합기술은 지난 4월 27일 세계 3대 케이블카 관련 기업 BMF와 MOU를 체결해 케이블카의 기계설비까지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궁극적으로 플랜트와 기계설비까지 자체적으로 가능하도록 설계능력을 배양할 계획을 갖고 있다. 김인관 상무는 케이블카사업은 공공적인 측면에서 접근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치적인 논리로 추진되다 보니 다른 잠재가치가 사장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제성이나 환경성을 떠나서 공공의 목적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보다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쟁점이 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인관 상무는 케이블카가 문화자원, 천연기념물, 경관 등을 보존하면서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게 하는 ‘현명한 이용’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자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용가능하게 함으로써 그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산지쓰레기의 점적관리가 가능해 오히려 환경 훼손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적으로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공법이 관건이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법에는 크게 가설삭도공법, 수십 미터 상공으로 헬기를 띄워 시공하는 방법, 케이블크레인공법 등이 있다. 가설삭도공법은 자연 훼손이 심해 관계부처에서 반대하는 입장이고, 헬기를 이용한 방법은 가장 친환경적이지만 국내에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조종사가 없다고 한다. 이에 한국종합기술은 친환경적 설치방법으로 케이블크레인 공법을 개발했고 이 공법으로 특허를 내 향후 공사에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자연공원의 케이블카 조성계획 수립 시 우려되는 환경과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생태계 수용력을 넘지 않는 동시 체류객 한정 ▲생태계 영향을 주지 않도록 지상에서 2~3미터 이격된 전망공간 조성 ▲이용가능 공간 제한 ▲안전기준 충족하는 난간 설치 ▲기상악화에 대비한 전원공급 이원화 등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케이블카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의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교통수단으로서 환경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에서만 논의가 돼 왔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환경적으로 민감한 곳에만 주목하면서 놓치고 있던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다.”
“나의 첼시플라워쇼 도전은 지금부터”
황혜정 HAYIDESIGN LANDSCAPE ARCHITECTS대표 “20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첼시를 왔었지만 이렇게 나를 행복하게 한 정원은 당신 작품이 처음이다.” 2016 첼시플라워쇼에서 2등상인 실버-길트 메달을 목에 건 순간만큼이나 그를 기쁘게 한 어느 관람객의 말이다. 황혜정 작가에게 2016 첼시플라워쇼는 선물과 같았다. 잊혀지지 않을 좋은 기억이 참 많았다는 것이다. 황 작가는 “2주 동안 20명의 사람과 하루에 12시간씩 혹독한 조건 속에서 정원을 만들었다. 점심도 거르기 일쑤인 고단한 시간이었지만 그 속에서 행복이란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정원디자이너들이 서로 기대고 의지하면서 끈끈한 정이 들었다는 것이다. 정원디자이너에겐 분신과 같은 도구들도 서슴없이 빌려줬을 정도라고 한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왕실 가족이 방문하는 프레스 데이press day도 그녀에게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첼시플라워쇼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하는 쇼가든은 평균 2~3개이다. 그리고 올해에는 황혜정 작가의 ‘Smart Garden’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당신의 정원은 내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부드러운 파스텔 색조의 식재 패턴이 참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정원과 결합한 LG전자의 최신 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살펴봤다. 왕실 가족 모두가 한 번씩 그의 정원을 걸었다. ‘첼시플라워쇼에 여성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감각을 입혔다’는 평가와 첨단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정원을 선보였다는 관람객의 말도 그를 기쁘게 했다. 그래도 큰 무대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황 작가는 “당연히 있었다”며, 하지만 6개 월이라는 짧지 않은 준비 기간 동안 정원의 세세한 부분을 고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첼시플라워쇼에서의 시공 기간은 2주였지만, 사전에 구조물 제작에 6개월을 투자했다. 그래서 사전에 제작된 구조물을 대상지로 옮기는 작업에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관람객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Smart Garden’은 왜 2등상을 받은 것일까“심사위원들이 정원을 설명하는 보고서에 식재가 가능한 기간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는 피드백을 보내줬다.” 단순하지만 핵심적인 지적이다. 황혜정 작가는 정원에서 식재가 얼만큼 중요한지, 또 사전 보고서 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꼈다고 한다. 골드 메달과 실버-길트 메달의 점수 차이는 4점에 불과했다. 첼시플라워쇼 이후 현재 영국에서 활동 중인 황혜정 작가는 한국에서 불러주면 정원문화 발전을 위해 기꺼이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서울정원박람회 같은 정원 이벤트가 많아지고, TV에도 정원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KBS에서도 정원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첼시플라워쇼를 촬영해 갔다며 한국에서의 정원 열풍도 실감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황혜정 작가에게 ‘첼시플라워쇼’에 또 참가하겠느냐고 물었다. 황혜정 작가는 “시기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다시 한 번 첼시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기자수첩] 졸업시즌 준비, “뭣이 중헌디?”
보통 졸업 시즌이 되면 학생들은 취업 준비로 바쁘다. 하지만 조경학과 학생들은 졸업작품 준비에 여념이 없다. 조경학과 학생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관문이다. 대개 졸업작품은 한 학기 동안 하나의 대상지를 정해 가상으로 설계를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작품 마감일까지 밤낮 없이 과제에 몰두하고 매 시간 설계와 싸움이다. 졸업작품 대상지와 주제를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등의 공모전에 맞춰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학생들도 있다. 학교와 마을이 연계해 졸업작품을 실제 대상지로 옮기기 위한 작업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학을 다니면서 쌓은 역량을 집중적으로 쏟아내는 작업이 졸업작품이다. 졸업할 준비가 됐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물인 만큼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4학년이 되면 조경기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졸업작품과 자격증 준비라는 두 개의 큰 이벤트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개인에 따라 공모전이나 다른 진로 준비까지 추가로 함께 진행하는 학생들도 있다. 학생들은 졸업작품에 매진하고 자격증 준비를 뒤로 미룰지 졸업작품을 포기하고 시험을 준비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도 한다. 둘 다 성취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많은 학생들이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다. 그런데 조경학과 학생들에 따르면 최근 대학가에는 조경기사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조경기사의 난이도는 다른 관련 자격증에 비해 어려운 데도 실무에서 큰 메리트가 없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채용으로 인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 지원하는 데는 다른 자격증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전국 4년제 대학 24개 조경학과 4학년 학생 733명에게 물어본 결과 이 중 조경기사를 취득하겠다는 학생은 391명으로 53% 정도에 불과했다. 국산업인력공단 수험자 동향 데이터에 따르면 조경기사 응시자는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산림청은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산림자격 요건에 조경기사를 포함하겠다고 조경분야와 합의했다. 조격자격제도에 개선할 과제들이 아직 산재해 있는데도 이후 조경자격관련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조경계, 도대체 뭣이 중헌디?”
[기자수첩] 국가도시공원과 국토부 장관의 입
지난 3월 3일 일명 국가도시공원법이라 부르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법률이었고 모두가 기뻐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법률안에는 국가도시공원이라는 이름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국가도시공원법을 발의한 정의화 전 의원의 의안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처음 국회에 접수된 의안은 ‘공원일몰제로 사라지는 공원면적을 국가가 매입해 국가도시공원으로 조성하자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국토위, 법사위를 거치며 ‘국가가 국가도시공원을 조성한다’는 전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법안을 발의한 정의화 전 의원은 당시 노동 관련 5개 법안 직권상정을 두고 청와대, 새누리당과 각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9부 능선 앞에 당도한 국가도시공원법을 처음 멈춰 세운 것은 정치권이 아닌 강호인 국토부 장관의 입이었다. 강 장관은 소관위인 국토위심사까지 마친 국가도시공원법 심의를 법사위에서 더 늦추자고 했다. 재정부담 때문에 기재부와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경산업을 육성시켜야할 기관의 장이 공원녹지를 늘리기보다 국가재정을 걱정하며 책임과 직무를 다하지 못했다. 그가 국토부 장관에 임명된 지 갓 한달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7월 22일, 국토부가 국가도시공원법 하위법령인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도시공원에서 국토부 장관은 국가 기념사업과 관련한 시설, 보전 필요성이 큰 자연경관과 역사·문화유산에 관해 일부를 지원하도록 했다. 전체가 아니다. 게다가 공원조성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지매입과 공원시설 설치 비용은 지자체로 떠넘겨 버렸다. 지자체가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받으려면 ‘100만m2 면적의 도시공원, 8명 이상으로 구성된 운영·관리 전담조직, 도로·광장, 조경시설, 휴양시설, 편익시설, 공원관리 시설’을 갖고 있어야 한다. 기존의 대형공원에 국가도시공원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도시공원의 이름을 달기 위해 열악한 지방재정으로 신규 공원을 조성하기는 쉽지 않다. 국가의 예산지원은 미비하고, 지자체에 요구하는 것이많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비록 이름뿐인 국가도시공원법이지만법률 개정으로 보완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토부의 의지도 중요한데 강호인 장관이 한 말을 떠올리면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깝다. 나비의 날갯짓 한 번이 지구 반대편에 폭풍을 일으키듯, 누군가의 말 한마디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직무와 본분을 망각하고 기재부의 대변인이 됐던 그 사람의 말 한마디가 우리 동네에 들어섰을지 모르는 공원을 사라지게 했다.
서울특별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
나무와 벤치만으로도 공원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공원의 역동적인 변화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시대의 변화를 읽고 공원의 미래를 선도해 가는 곳, 여기 서울특별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 “공연도 맘껏 하고 싶어요, 음식도 만들고 싶어요, 담배도 피고 싶어요.” 공원에서 하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은데, 공원에는 하지 말라는 것들 투성이다. 다른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주고 피해를 준다는 것이 이유다. 또는 잔디를 망가뜨린다는 것이 이유다. 공원은 잘 차려진 도심 속 자연이어서 더러워지면닦아주고 상처나면 약 발라 주는 관리에 몰두해 왔다. 웬만하면 시끄럽게 하지도 말고 뛰어 놀지도 말라는 듯, 조금 격한(?) 행사라도 하기 위해 사용 신청서를 들이밀면 “안돼!”라며 퇴짜 맞기 일쑤였다. 어차피 공원 운영이라는 것이 공원 시설물을 잘 유지하면 되는 일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공원이 달라지고 있다. “공원에서 놀자”며공원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민 참여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반가운 변화의 최선두에 보라매공원이 있다. 보라매공원은 주거지역이 가까워 시민들의 접근성이 매우 좋은 공원에 속하며, 최근 어린이 조경학교, 산림학교 등을 운영하면서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렇게 공원 이용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최대 역점을 두고 있는 서울시특별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를 찾았다. 동부공원녹지사업소, 종묘사업과 해외공원도 조성 보라매공원에 위치한 동부공원녹지사업소는 서울에 있는 3개의 공원녹지사업소 중 하나로, 직원 80명과 현장인력 300여 명이 동작, 강남, 성동 등 서울 동남권 8개구에 있는 주요 녹지 조성 사업과 주요공원 관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보라매공원을 비롯해 서울숲, 길동생태공원, 양재시민의숲, 천호공원, 응봉공원 등 6개 공원을 맡고 있으며, 곧 세곡공원이 추가돼 7개의 공원을 운영 관리한다. 또한 경기지역의 7개 양묘장도 관리하고 있는데, 이 양묘사업은 사업소 중 유일하게 동부공원녹지사업소에 서만 진행되는 사업이다. 더불어 울란바토르와 타슈켄트 등 해외의 서울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다. 1972년 남·북녹지사업소 통합 발족을 시작으로 여러 번의 재편을 거친 끝에 2012년부터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으며, 최근에는 우면산 산사태 복구, 서울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 조성 등 다양한 대형사업도 추진했다. 현재 인건비를 제외한 공원과 양묘장의 보수 및 유지관리비만 연간 약 1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거대 사업을 모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소다. 공원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공원이 얼마나 할 일이 많은지 아는가” 이춘희 동부공원녹지사업소 소장은 하고자 하면 할 일이 정말 많은 곳이 공원이라고 말한다. 그간 공원 조성에 집중되던 사업 역량들이 최근에는 이미 조성된 공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면서 공원의 곳곳을 세심하게 운영하게 됐다. 2014년 이춘희 소장이 부임한 이래 공원에는 체험 및 시민 참여 프로그램들이 대폭 증가됐다. 실제 꿀벌, 반딧불이, 누에, 나비 등 공원에 사는 곤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보라매공원 내 사업소 옥상에 있는양봉체험장은 접근성이 좋아서 시민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으며, 서울숲도 나비특화사업을 확대했고, 길동생태공원은 토종벌의 생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반딧불이 서식처 조성에 이어 체험관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시민 이용에 방점을 둔 유지 관리 사업들이 이뤄지고 있다. 사실 공원에는 작은 비용만으로도 시민들의 요구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안돼”라고 하기 전에 “돼!”라는 100%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으로 시민들의 공원 이용 요구를 수용해 나간다는 것이 이 소장의 소신이다.
[전통정원] 일본의 명원28
헤이안 신궁 정원 헤이안 신궁은 메이지 28년(1895) 헤이안 천도遷都 1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창건됐다. 신궁의 사전社殿은 헤이안 시대 도성 내의 궁성에 있던 조당원朝堂院1을 약5/8 크기로 축소·모방해 건축했으며(岡野敏之, 1994:24), 못을 중심으로 하는 정원은 협찬회協賛会의 조영사업으로 축조됐다. 헤이안 신궁의 정원은 본전을 중심으로 서쪽에 만든 서신원西神苑, 본전 바로 옆에 만든 중신원中神苑2, 동남쪽에 만든 동신원東神苑 그리고 서신원 남쪽에 조성된 남신원南神苑으로 구분한다. 이 정원들 가운데 1100주년 기념제까지 완성된 정원은 백호지白虎池를 중심으로 하는 서신원과 창룡지蒼龍池(소류치)를 중심으로 하는 중신 원이었다. 그 후 메이지 30년(1897)에 서신원과 중신원을 계류로 연결했으며 메이지 44년(1911)부터 타이쇼大正 5년(1916)까지 서봉지栖鳳池를 중심으로 하는 동신원이 완성돼 헤이안 신궁 정원의 면모를 갖췄다(大橋治三·齊藤忠一, 1998). 이 정원들은 쇼와昭和 44년 동신원의 남쪽을 일부 개조했을 뿐 모든 것이 조성 당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메이지 시대 정원양식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신원의 건축은 기코 세이케이木子淸敬와 이토 치유타伊東忠太가 담당했고(岡野敏之, 1994:24), 정원은 전체적으로 오가와 지헤에小川治兵衛(1860~1933)의 설계와 시공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지헤에는 메이지 시대와 타이쇼 시대를 풍미했던 작정가로 교토의 무린안無鄰庵, 도쿄의 큐 후루카와저旧古河邸의 정원, 오사카의 게이타쿠엔慶沢園(경택원) 등 동서에 걸쳐 수많은 정원을 만든 장본인이다. 헤이안 신궁 정원은 지헤에가 조성한 많은 정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小野健吉, 2004). 남신원은 계류형 수로와 수로의 흐름이 넓어진 듯 보이는 못을 중심으로 구성되는데, 수양벚나무紅枝}垂桜가 많아 꽃이 피면 장관을 이룬다. 특히 꽃이 떨어질 때는 원로와 수로 그리고 못이 온통 꽃잎으로 뒤덮인다. 서신원은 신궁의 창건과 함께 조성됐다. 서신원의 중심은 백호지로 이 명칭을 붙인 것은 사신상응四神相應을 의도한 것이다. 백호지에는 못가에 군데군데 호안을 겸한 돌을 놓았는데 이것은 지헤에가 조성한 다른 정원에서도 볼 수 있는 작법으로 단순한 포석이 아니라 돌의 우아한 표정을 읽을 수 있도록 한 높은 수준의 기법이다. 못의 북동부에는 높이가 2m 정도 되는 폭포가 있다. 물이 2단으로 떨어지도록 돌을 조합한 롱석조滝石組(다키이시쿠미)로서 헤이안 신궁의 정원에서는 유일한 폭포이다. 못의 남동부에는 창포밭을 만들어 창포가 피는 계절에는 못 주변으로 창포꽃이 만개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못의 남서쪽에는 너무 높지 않도록 축산을 하고 그 위에 징심정澄心亭이라고 이름을 붙인 다실을 하나 두었다. 이곳에는 가마쿠라 시대에 조성한 보광인탑宝筺印塔의 기초를 이용한 츠쿠바이蹲踞(준거)가 있다.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경기도 문화재위원,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현재는 한국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저서로『한국의 전통조경』,『한국의 전통수경관』,『정원답사수첩』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써멀 시티Thermal City: 당인리복합화력발전소 공원화 현상설계
“지하에서는 전기와 열이 만들어지고, 지상에서는 지형으로 미기후를 만들어 온도를 조절하여 겨울과 여름에도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 생긴다. 바로 당인리 써멀 시티Thermal City이다. 강변에 위치하여 역동적인 공기의 흐름을 갖는 점을 이용, 여름에는 바람 골을 만들어 주고 겨울에는 바람을 막아 주는 지형과 식재, 시설물을 통해 여름은 점점 더 길고 더워지고 겨울은 점점 더 길고 추워지는 서울에 필요한 ‘온도조절공원’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과거 한강변에서 볼 수 있었던 작은 모래언덕 형태를 원형으로 삼아 잃어버린 한강변의 경관 또한 동시대적으로 재현하고자 했고, 지형 사이를 흐르는 동선의 다발들은 홍대에서 이어지는 공연전시문화를 받아들여 공원의 프로그램으로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공원의 필요 에너지를 모두 공원 내에서 생산해 내도록 하여, 발전소의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위 글은 지난 2013년 있었던 ‘당인리복합화력발전소공원화 현상설계’에 출품했던 오피스박김의 ‘써멀 시티’ 패널의 도입부다. 당인리 발전소는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로 1930년대에 지어졌고 다시 세계 최초로 지하화될 예정이며 본 현상설계는 그 상부를 문화시설을 포함한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설계 초반부, 우리는 크게 두 가지 이슈에 집중했고 그로부터 ‘써멀 시티’의 공간 콘셉트와 설계방식이 도출됐다. 첫째는 ‘어떠한 형식의 공원이 복합화력발전소 상부의 공원으로서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 있을까’ 였고, 둘째는 ‘점점 공원을 이용할 수 있는 시기가 짧아지는 서울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쾌적한 오픈스페이스를 만들 수 있을까’였다. 설계 과정 초반에 공모 주최측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정리하다가, 발전소지하화 후 기대되는 발전 용량은 약 2배로 증가하는 데 비해(387MW에서 800MW로 증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배 이상 증가(664020ton /yr에서 2292210ton/yr로 증가)하게 된다는 예측치를 보고 놀랐다. 그 후 화력발전소의 원리와 지속가능한 디자인 전략 등에 대한 다양한 리서치를 수행한 끝에, 우리는 지형 설계를 통해 공원 내 미기후, 특히 온도를 조작하여 쾌적성을 높이는 것을 설계 콘셉트로 설정했다(그림1, 2, 3). 이에 덧붙여 지하발전소에서 방출되는 열을 공원의 시설물에 이용하고, 공원의 필요 에너지 또한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등의 보조적 장치들을 통해명실공히 ‘열(혹은 에너지)’이 주제이자 아이덴티티인 공원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설계책임박윤진, 김정윤(오피스박김) 디자인팀최영준, 손상은, 권소형, 박정인, 김명천, 박지용,Chavapong Gem Phipatseritham, 장수연(이상 오피스박김),Iris Hwang(sustainability engineer, ArupHK) 박윤진은 하버드 GSD를 졸업하고 Sasaki Associates, West 8 등에서 실무를 쌓았다. 미국 보스턴 건축대학교와 네덜란드 바헤닝헨 대학교 등에 출강하였으며, 김정윤과 함께 참여한 2004년 대만 치치 지진 메모리얼 국제오픈 설계경기 당선을 계기로 오피스박김을 설립해 현재까지 활동중이다. 김정윤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 GSD에서 조경학을 전공한 후 Child Associates, West 8 등에서 실무를 쌓고, 네덜란드 바헤닝헨 대학교와 미국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 출강하였다. 2007년 차세대 디자인 리더(산업자원부)로 선정된 바 있으며, 광교 공원 디자인 커미셔너(2011)로 활동했다.
해외의 그린인프라 사례분석
기후변화와 그린인프라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강우패턴의 변화와 도시화로 인한 불투수층이 늘어남에 따라 도시홍수와 침수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여러 매체를 통해 이러한 피해가 보도됐다. 지난 2010년 9월 21일 추석에 폭우로 물에 잠겼던 광화문 일대가 2011년 7월 27일에는 시간당 최대 113mm의 집중호우로 또 다시 침수돼 도로가 통제됐다. 시민들은 극심한 교통체증의 피해를 보았다. 이러한 침수피해는 광화문뿐만 아니라 강남역, 사당역, 올림픽대로 진입로 등 서울시 곳곳에서 발생했다. 앞으로 집중호우로 인한 도시홍수와 침수피해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늘어날 전망이다(Kamal-Chaoui et al. 2009). 기후변화가 이상기후와 강우패턴의 변화를 가져옴에 따라 도시지역의 빗물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는 고밀화된 도심지에 녹지를 확충하거나 보존하고 불투수층 면적을 저감시키며 도심지의 건전한 물순환 회복을 위한 대안으로서 그린인프라스트럭처Green Infrastructure(이하 그린인프라)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Klaver, 2010 Foster et al., 2011 American Rivers et al., 2012). 또한 뉴욕, 필라델피아, 포틀랜드, 시애틀 등 미국의 여러 지방정부에서는 ‘그린인프라 계획Green Infrastructure Plan’을 수립해 도시의 물순환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계획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실행하고 있다(Chau 2009 DEP 2010EPA, 2010 Garrison, 2011 Mandarano, 2011 PWD, 2011). 도시의 건전한 물순환 회복을 위해 그린인프라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미국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에서는 그린인프라를 ‘도시의건전한 수자원을 보존하고 다양한 환경적 편익을 제공하며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접근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린인프라는 빗물을 하수관으로 처리하는 단일 목적의 회색인프라Gray Infrastructure1와 달리 빗물이 떨어지는 지역에서 빗물을 관리하기 위해 식생과 토양을 사용하며, 건조한 환경 안에 자연적 과정을 통합함으로써 강우관리뿐만 아니라 홍수완화, 대기질 관리 등 다양한 편익을 제공한다는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본문에서는 최근 기후변화 대응전략으로서 도시의 건전한 물순환 회복을 위해 조성된 해외의 그린인프라 사례를 선정해 살펴보고 그 속에 적용된 그린인프라의 기술요소, 적용지역, 계획·설계기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린인프라 사례분석 대상지 해외의 그린인프라 사례분석 대상지는 미국조경가협회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 ASLA의 프로젝트에서 선정했다. ‘Professional Practice Green Infrastructure’에서는 산림과 자연보호지역, 야생생물 서식지와 코리더corridor, 인공습지, 그린스트리트, 옥상·벽면녹화 등의 분류로 구분한 그린인프라 프로젝트를, ‘Designing Our Future: Sustainable Landscapes’에서는 도시조경계획, 공원녹지, 단지조경, 가로조경, 주택정원, 건물조경, 옥상녹화, 하천복원 등 지속가능한 조경설계 프로젝트를, 마지막으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그린인프라 정책연구보고서 ‘Green Infrastructure CaseStudies: Municipal Policies for Managing Stormwater with Green Infrastructure’에서는 그린인프라 조성사례 프로젝트 사례를 조사했고 이 중에서 11곳의 사례분석 대상지를 선정했다. 김승현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 물순환 관리를 위한 빗물 그린인프라스트럭처 실천전략’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금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국내 녹지제도 개선, 도시열섬 저감 방안, 환경영향평가서 검토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기후변화 적응대책으로서의 그린인프라의 가능성
인간의 활동은 기후 체계를 변화시키고, 변화된 기후 체계는 다시 인간계와 자연계에 위험 요소가 된다. 많은 지역에서 강수량의 유형이 변화하거나 눈과 얼음의 용해로 수문학 체계가 변화하고 있으며, 수질과 수량이 영향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다양한 영향들은 서로 복잡한 상호작용을 보이며, 양상 또한 변화하므로 이에 대한 잠재성을 고려해야 한다 (IPCC, 2014). 세계적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온실가스 저감을 통한 기후변화 완화와 기후변화 영향, 취약성에 대한 이해를 통한 적응이 함께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크게 완화와 적응으로 구분되며, 완화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함으로써 기후변화 진행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목적이며, 적응은 물리·사회·경제적 요소를 통해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그림1). 기후변화 완화의 측면에서는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통해 장기적인 기온 상승을 늦추는 것이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 특히 최악의 기후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 넘어선 안 되는 온도의 상승폭이 2˚C로 제안되고 있다. 2˚C가 넘는 기온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50%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3˚C 이상 온도가 증가할 경우, 해안습지대의 30%가 침수되고, 45억 인구가 기아의 위험에 처하며, 12~30억의 인구가 수자원 관련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IPCC, 2014). 따라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 단기적인 기후변화의 영향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집중호우, 태풍, 폭염, 폭설, 혹한 등의 다양한 이상 기상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기후변화 영향에 대비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적응대책 수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Kim et al.,2016). 대표적인 피해로 기온 상승에 따른 도시 내 열환경 악화, 국지성 집중호우에 의한 도시 내 홍수 발생, 집중호우 및 태풍에 의한 산사태 발생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적응대책으로는 단기적인 효과만을 고려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후변화의 완화 또한 매우 중요한 이슈로서 적응과 함께 고려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린인프라는 단기적인 피해저감 효과를 고려한 적응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기후변화 완화 효과 또한 함께 고려한 적응대책으로 제안되고 있다(Foster et al., 2011). 그린인프라 관련 요소는 적응대책의 효과와 완화대책의 효과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요소로서 기후변화 대책으로서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그림2). 이동근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경대학교 녹지조경학과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통합적인 기후변화 영향 평가, 불확실성을 고려한 기후변화 영향 및 적응의 경제성 평가, 온실가스 저감 대책, 도시 열섬 저감 기술 개발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국회기후변화포럼 운영위원장, 『Landscape and Ecological Engineering』 편집위원장, 환경부 자체평가위원 겸 중앙환경정책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김호걸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자체 기후변화 취약성 평가, 불확도를 고려한 기후변화 영향 및 적응 경제성 평가, 도시 생태계 적응 관리 기술 등의 연구를 수행했으며, 공간분포모형을 이용한 산사태 위험지역 및 생물종 서식지 분석, 취약성 평가 체계 개발 및 중점 취약지역 분석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재 패턴의 변화
기후변화에 의한 생태계의 변화 오늘날 우리는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라는 큰 재앙에 노출돼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기후변화 문제로부터 비교적 적은 피해를 입고 있지만,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 같은 경우는 국가의 존망까지 걸려있다. 지구상의 생물은 기후대라는 조건에 따라 분포하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는 동식물의 분포 조건에 영향을 주게 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세계 평균기온은 20세기 들어 0.6˚C 상승했으며,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기온이 약 0.23˚C 상승했고 특히 겨울과 봄의 기온상승이 큰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유엔환경계획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 UNEP 등의 기관에 따르면 세계 기온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기후변화 모델에 의한 예측결과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2100년까지 1.4~5.8˚C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발표한 기후변화에 대한 2010년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지구평균의 약 2배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한반도의 아열대지대는 북상하는 추세이며, 주로 남해안과 동해안지역으로 북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과거 축적된 자료가 빈약해 현재의 기후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비교가 어려운 실정이다. 과거 자료로는 임경빈 교수 등이 1975년 진행한 온도와 지형에 의해 결정되는 식생분포 특성연구가 기후변화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이를 기반으로 후학들에 의해 기후변화에 따른 식생이동 관련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한반도 산림대의 구분과 주요수종의 분포는 지형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지만, 온도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 난대성 상록활엽수의 분포는 1월 평균기온과 1월 평균최저기온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은 대구와 함께 기온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런 원인으로 최근 서울에서는 과거에 보지 못했던 남쪽지방 식물들이 도입돼 조경공간에서 자라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청계천 복원과 함께 서울에 도입된 이팝나무가 대표적이다. 필자가 소속된 동국대학교 생태계서비스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5년 동안 기상청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의 기후변화 특성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서울지역에 도입 가능한 수종을 선정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이 연구를 위해 지난 1960~2010년 기후자료를 바탕으로 연평균기온, 월평균기온, 평균최저기온, 내한성대, 온난지수, 한랭지수 등을 분석했다. 또한 서울 기후와 유사한 지역 및 시기를 도출해 서울에 식재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식물종을 도출했다. 오충현은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생태계서비스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 적응 식물종, 구상나무 등 고산지역 기후변화 위기 식물, 농업환경 변화에 따른 국내 주요농업유산보호지역 생물다양성 보전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기후변화, 조경은 무엇을 할 것인가
유엔의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0년간 평균기온 상승률은 지난 1000년 동안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생태계의 변화를 초래했다. 뿐만 아니라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가 인간과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경관도 기후에 따라 변한다. 이는 인간과 생태계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각계 각층의 긴밀한 대처가 필요하다. 이번 호 특집에서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진단하고 그 영향에 대처하기 위한 조경과 조경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기후변화가 인간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식재 패턴, 그린인프라, 설계전략 등을 통해 조경분야의 대응전략을 짚어봤다. — 기후변화에 따른 식재 패턴의 변화 _ 오충현 — 기후변화 적응대책으로서의 그린인프라의 가능성 _ 이동근 — 해외의 그린인프라 사례분석 _ 김승현 — 써멀 시티: 당인리복합화력발전소 공원화 현상설계 _ 박윤진·김정윤
[식물 디자인의 발견] Case Study: 존 브룩스
가든 디자인의 교과서 가든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존 브룩스John Brookes(1933~)의 책 한 권쯤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는 1969년 ‘룸 아웃사이드Room Outside’를 시작으로 수십 권의 책을 발간한 가든 디자이너이자 저술가, 강의자다. 그는 영국 더럼Durham 대학교에서 농업을 전공한 뒤 다시 영국 UCL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조경학을 마쳤고 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영국은 물론 미국, 호주, 인도 등 세계 각국에 수백 개의 정원을 디자인해 왔다. 2004년에는 가든 디자인에 공헌한 공로로 대영제국훈장Member of the Most Excellent order of the British Empire을 받았을 정도로 가든 디자인의 교과서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존 브룩스의 가든 디자인 철학은 무엇보다 인본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정원은 사람에 대한 것이다Gardens are about people’라는 자신의 철학을 가든 디자인에 깊숙이 녹여냈다. 즉 정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사람이 무엇을 느끼고, 즐기는지가 가장 중요한요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브룩스는 특히 ‘작은 정원Small garden’이라는 개념을 발달시켰는데 이는 존 브룩스가 넓은 정원을 갖기 힘든 현대인들의 상황을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비록 한두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라 할지라도 거기에 울타리와 바닥의 패턴, 구조물, 화분, 특별한 식물 구성을 통해 큰 정원 못지 않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가든 디자인의 세계를 제시했는데, 이는 이전 가든 디자이너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으로 지금까지도 ‘도시 정원의 디자인 원형’으로 여겨지고 있다. 내추럴 가든, 내추럴 가드닝 존 브룩스는 정형적인 레이아웃과 패턴을 많이 구사했지만 식물 디자인에 있어서는 매우 상반된 내추럴리즘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저서 The New Garden: how to design and plant a garden in tune with the landscape (DK, UK, 1998)를 통해서 내추럴 가든의 경향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식물 디자인 연출법의 바탕이 여기에 있음을 자세히 설명했다. 내추럴 가든은 ‘지역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정원 디자인’으로 정원이 위치해 있는 지역의 기후와 지형적 특징에 맞는 식물 디자인을 통해 자연스러움을 연출하는 정원을 말한다. 이런 내추럴 가든의 연출법은 존 브룩스의 독창적 개념은 아니다. 이는 이미 영국의 가든 디자이너인 거트루드 지킬Gertrude Jekyll (1848~1932)이 자신의 식물 디자인에서 강조한 ‘Ina wild way(야생이 하는 식으로)’의 개념을 더욱 확장한 것이기도 하고, 이미 수천 년간 자생종을 이용한 정원 연출을 구사해온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정원이라는 공간에 이 내추럴리즘을 끌어들인 것은 덴마크의 조경가 젠스 젠슨Jens Jensen(1860~1951)으로 본다. 그는 미국 일리노이의 링컨 메모리얼 파크 디자인에 낙엽수를 이용한 숲 그대로의 모습을 연출한 듯한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내추럴 가든의 신호탄을 올렸다. 이후 내추럴 가든의 경향은 네덜란드로 옮겨져 야크 트이세Jac Thijsse(1865~1945)에 의해 더욱 발전된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위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식재기법] 그늘정원 조성 기법(7)
식재 디자인과 조성 그늘지고 공중습도가 높은 곳이라면 양치식물정원을 추천한다. 이러한 환경은 양치식물이 자생하는 숲과 유사한 조건으로 식재토양만 잘 맞춰주면 아름답고 훌륭한 양치식물정원을 조성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식물을 심기 어려운 곳으로 여기는 중정이나 건축물의 북면은 양치식물을 만나 새로운 매력을 뿜어내는 공간으로 변화될 수 있다. 물론 양치식물을 비롯한 숲 속 식물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큰 나무를 모아 심어 적극적으로 그늘정원을 만들기도 한다. 양치식물은 생각보다 다양한 장소에서 사용되며 잘만 이용하면 그 어떤 식물보다도 가치 있고 매력적인 정원의 요소가 될 것이다. 양치식물정원을 조성할 때 주의할 점은 양치식물을 재배하는 방법과 동일하다. 우선 동절기에 부는 건조한 북서풍을 막아주는 장치가 필요하며 적당한 그늘과 공중습도가 유지돼야 한다. 공간적 여유가 있다면연못이나 계류를 함께 조성해 공중습도를 높이고 경관과 도입가능한 식물종의 다양성을 꾀할 수도 있다. 중정과 같은 협소한 곳은 미스트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선큰 가든sunken garden은 주변보다 지형을 낮게 조성하므로 바람이 차단되고 습도가 높아져 양치식물을 식재하기에 적합하며 아늑한 분위기와 더불어 전시공간을 눈높이로 올려주어 또 다른 공간감을 제공해 준다. 단 대부분의 식물이 그러하듯 양치식물도 하루 종일 햇빛을 거의 볼 수 없는 깊은 음지deep shade에서는 생육이 가능한 종이 매우 제한적이므로 유의한다. 위치를 선정하고 그늘과 습도를 만들어 주고 나면 토양을 해결해야 한다. 대부분의 양치식물은 다른 숲속 식물과 마찬가지로 보습력이 뛰어나고 배수가 잘되는 토양을 좋아한다. 적당한 유기물도 필요하다. 사질양토에 부엽토를 혼합해 쓰는 것이 좋지만 사질양토를 구하기 어려우면 시중에 판매하는 원예용 용토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마사토와 피트모스를 1:1로 혼합해 쓰는 것도 방법이다. 양치식물은 일부 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산성토양을 선호한다. 소나무 등의 침엽수의 잎이나 바크, 우드칩 혹은 볏짚이나 억새등의 그라스grass의 줄기 등을 구해 지속적으로 멀칭해 주면 토양 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 석회질의 토양이 아니라면 큰 문제는 없다. 국내에 자생하는 양치식물은 약 350여 종, 거기에 최근 외국에서 수입돼 재배되는 종까지 합하면 500여 종이 넘는 양치식물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양치식물에 대한 전문가가 부족하고 정원가 들조차도 양치식물을 식별Identification하고 재배하는 요령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관중, 청나래고사리, 나도히초미 등의 일부 종을 제외하면 재배·유통되는 종류가 극히 드물어 활용방안을 고민하는 일이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정원의 현실은 계속해서 양치식물과 같은 그늘식물을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원이나 공원에는 다양한 나무들이 식재돼 있고 나무는 계속해서 커지고 울창해져 그늘을 확장시켜 나간다. 그늘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정원에서 양치식물은 필수적인 소재가 될 수밖에 없다. 김봉찬은 1965년 태어나,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였다.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 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하였다.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 제주도 문화재 전문위원, 제주여미지식물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 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 상남수목원 암석원(2009),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 및 고층습원(2014) 등이 있다.
[옥상녹화 A to Z] 정원이와 알아보는 옥상녹화의 모든 것(7)
정원 팀장님! 뉴욕은 잘 다녀오셨나요? 뉴욕 출장으로 교육의 공백이 생겼네요. 팀장 잘 다녀왔어요. 교육이 늦어져서 미안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뉴욕의 하이라인을 통해 옥상녹화설계를 공부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하이라인을 통해 옥상녹화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답니다. 정원 알겠습니다. 서울역고가 공원화로 인해 하이라인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는 것 같습니다. 팀장 그렇기도 하지만 하이라인은 전 세계에서 이미 그 자체로 걸작masterpiece으로 부를 정도의 가치를 갖게 됐습니다. 정원 고가철도를 공원화한 곳이 그렇게 불린다니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팀장님께서 그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팀장 그럴게요. 하이라인이 그렇게 불리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민간단체 주도로 만든 공원, 길고 아름다운 옥상공원, 완벽함에 가까운 설계와 시공, 연간 수백만 명 이상의 방문객 등이 그 이유입니다. 그리고 몇 가지 고유명사가 생겼는데 ‘The High Line, The High Line Effect, Friends of the High Line’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하이라인파크를 그냥 하이라인이라고 말할 테니 이해하세요. 정원 민간단체 주도로 만들었다는데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팀장 정말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우선 하이라인의 위치를 살펴볼게요(사진1). 정원 녹색으로 된 부분이 하이라인이군요. 전체 길이는 어느 정도 되나요 팀장 전체는 약 2330m 정도 됩니다. 하이라인의 탄생 배경을 살펴볼게요. 고가철로가 만들어지기 전인 1934년 이전 이곳에는 많은 차가 다녔고 사고도 잦아서 ‘죽음의 거리death Ave.’라고 불렸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화물운송을 위한 고가철도를 건설했습니다. 사진을 보면 얼마나 복잡했었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사진2). 사고를 막으려고 카우보이를 고용했을 정도니까요. 정원 정말 복잡했군요. 이곳에 중요한 공장들이 있었나 봅니다. 팀장 맞아요. 그곳 명칭이 Meatpacking District라고 하니 육가공업체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겠죠. 지금은 패션의 거리가 됐지만. 아무튼 그런 이유로 고가철도를 만들었고 고가철도가 건물을 통과하면서 짐을 싣거나 내리도록 한 독특한 철도가 되었답니다. 지금도 하이라인을 가면 그 흔적들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교통이 발달함에 따라 고가철도를 운행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1980년에 고가철도의 열차운행을 중단해 폐허가 됐죠. 마침내 뉴욕시는 1999년 골칫거리였던 고가철도를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고가철도를 이용했던 주민들이 공청회를 열었고 고가도로를 지키기로 의기투합했죠. 이 공청회에서 하이라인을 만든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인 조슈아 데이비드Joshua David와 로버트 해먼드Robert Hammond가 만났고 두 사람이 주축이 돼 ‘하이라인 친구들’이란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정원 그 유명한 하이라인 친구들이 그렇게 만들어진 거군요. 그 두 사람이 동성애자라는 것은 사실인가요? 팀장 하하. 맞아요. 원래 그 근처가 동성애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사귄것은 아니랍니다. 공청회에서 만나 같은 목적을 위해 잘 협력한 것이지요. 하여튼 두 사람은 ‘하이라인 친구들’이란 단체를 만들어 뉴욕시와 법정소송을 벌였습니다. 여기에는 하이라인의 하부 토지를 소유한 지주, 하이라인의 지상권을 가진 협회 등 많은 사람의이해관계가 얽혀서 이것을 풀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답니다. 하지만 지난한 과정을 거쳐 2006년도에 드디어 뉴욕시와 하이라인을 공원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잠시 후에 이 과정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할게요. 정원 결국 지자체를 상대로 법정싸움까지 벌여서 이겼다는 거네요. 시민단체의 승리인가요? 팀장 정당하고 의미가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승리한 것이지요. 뉴욕시도 소송과 협의 과정에서 공원조성이 타당하고 경제적 효과도 좋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럼 정원 양은 하이라인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아나요? 김진수는 다양한 경험을 거쳐 12년 전부터 옥상정원 분야에 전념해 오고 있다. 현재 (주)랜드아키생태조경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독일 ZinCo GmbH사와 기술협약을 맺어 옥상녹화 시스템을 국내에 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랜드아키생태조경은 도시 집중화로 인해 지나치게 상승한 땅값으로 새로운 녹지 조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옥상 공간을 가치 있게 재탄생시킴으로써 생태조경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도시생태복원] 도시의 생태적 공간 증진 방안(2)
지난 글에서는 도시의 생태적 공간의 확대와 생태네트워크 구축에 관한 전반적인 방향을 언급했다. 최근 환경부 담당자로부터 축과 망의 구분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의가 왔다. 법령, 제도, 지침 등에서도 축axis과 망network은 혼용되고 있다. 공원녹지계획 수립 지침에서 축과 망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아직 명확한 개념이 정립되진 않았다. 그동안 필자는 더욱 체계적인 생태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축과 망을 생각해 보았다. 생태축과 생태네트워크는 파편화된 공간들을 연결하기 위한 계획 용어로서 규모와 기능 및 성격에 따라서 분류했다. 규모에서 축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있는 공간을 연결할 때, 강한 선형적 연결성을 강조할 때 사용한다. 한반도 생태축, 광역 생태축, 백두대간 생태축 등이 예이다. 그에 비해 망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공간을 연결할 때 사용된다. 축보다는 복잡하고 다양한 연결 형태가 만들어지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도시생태네트워크, 단지생태네트워크 등이 있다. 다만 경관생태학도 이 개념을 사용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경관생태학은 일종의 규모scale에 관한 학문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인지, 도시 차원인지에따라서 축과 망의 규모가 달라진다. 기능과 성격으로 분류하면 축과 망의 혼용은 더 심해진다. 이 둘은 인간 중심의 여가공간 활용, 보행동선 확보를 위한 녹지 등을 연결할 때 녹지축, 그린웨이green way 등의 개념을 많이 사용하는 경향을 띤다. 반대로 자연의 생태적 기능을 우선할 경우에는 자연생태계 기능 향상을 위한 단일 서식처 보호가 아닌 서식처 연결의 개념으로 많이 사용한다. 녹지네트워크, 코리더corridor 등이 대표적이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파편화된 녹지 등 일단의 토지 등을 연결하는 선형線形 또는 여러 선형의 연계망網形이라는 점은 기본적으로 유사하다. 즉 국토나 도시의 핵심을 이루는 중추적 연결선을 ‘축’으로, 이 축들을 더욱 상세히 서로 연결해 그물망처럼 구성된 것을 ‘망’으로 정의할 수 있다. 도시에서 생태적 공간을 확대하는 세부적인 방법을 제안하기 전에 일부러 개념을 언급한 것은 이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 보다 구체적이고 명쾌한 개념이 세워지고 그에 따른 대책이 마련돼 법제화로 진전되기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앞으로 이에 대한 논의가 보다 세부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이번 원고에서는 도시의 생태적 공간을 증진시키기 위한 방안을 면적인 공간, 선적인 공간, 그리고 점적인 공간으로 구분해 짚어보고자 한다. 조동길은1974년생으로, 순천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고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복원 및 환경계획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대표이사로서 생태복원, 조경, 환경디자인, 경관 등 다분야를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자연마당 조성 등 생태복원 사업과 남생이, 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 관련 R&D 사업을 이끌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생태복원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생태복원 계획 설계론』(2011),『자연환경 생태복원학 원론』(2004) 등이있다.
[이미지로 만나는 조경] 시선의 깊이
어떻게 하면 3차원 공간을 2차원 평면에 표현할 수 있을까요? 동굴벽화를 그렸던 먼 인류로부터 핸드폰 셀카를 찍어대는 우리 세대까지 계속되는 고민이겠지요? 3차원 세상을 2차원 종이에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은 지겨울 만큼 오래된 숙제였습니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 또한 꾸준히 제시됐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해결책이라면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투시도법에 의한 원근법perspective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5세기 피렌체 화가들은 시점을 고정시켜 놓고 이에 대응하는 일정한 점을 화면 중앙에 설정한 후 그 지점을 기준으로 선을 긋는 방식으로 투시도법을 정립시켰습니다. 멀리 있는 것은 작게 보이고 가까이 있는 것은 크게 보이는(원근법을 무시하는 얼굴 크기도 가끔 있긴 합니다만) 아주 단순한 경험을 작도법 형태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당시 르네상스 시대의 과학적 발달을 예술에 적용한 결과인 셈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빛의 산란현상에 착안한 대기원근법을 정립하기도 하였습니다. 멀리 있는 물체일수록 더 푸른빛을 띠고 채도는 낮으면서 윤곽도 흐리게 표현하는 방식입니다.(정말 다빈치는 못하는 게 뭐였을까요? 동양에서도 물론 원근을 표현하는 방식이 있었지요. 가장 단순한 방식은 먼 쪽을 화면 위쪽, 가까운 쪽을 아래쪽에 그리는 방법이었습니다. 자료를 좀 찾아보니 이런 방식을 원상근하(遠上近下, 상하법)라고 한다는 군요. 또 가까운 것에 의해 먼 것을 가리는 방법이나,먼 쪽은 옅은 색으로 가까운 쪽은 짙은 색으로 표현하는 방식도 쓰였다고 합니다.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2013년부터(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
[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1. 지붕에서 자라는바위솔 미묘한 군락 성립 조건 기왓장에서 자라는 바위솔 사진은 본지 2009년 여름호(통권 제54호, pp.188~191)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상당한 군락으로 자라고 있는 사례이다. 바위솔은 일본이 원산인 세덤―현재는 이와렌게속(属)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이전에는 세덤속으로 분류됐다―의 일종이며, 도감에도 “지붕에서 자란다”고 명기돼 있을 만큼 지붕과의 궁합이 좋다. 유명한 곳으로는 오카야마켄 쿠라시키시岡山県 倉敷市 미관지구美観地区의 건물 지붕에 대규모의 군락이 있고, 근래에는 개체수가 줄어들어 일부러 채취해서 이식 작업을 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자연 환경에서는 산지 바위나 해안에 가까운 암벽 등에서 잘 자라는 것 같고,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얼마든지 사진을 찾을 수 있다. 보통 식물도감에는 쓰여 있지 않지만, 바위솔은 ‘먹부전나비(黒燕小灰蝶, Tongeia fischeri fischeri )’라는 희귀 나비의 중요한 먹이식물食草로 나비 애호가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유충이 식물의 잎 육내에 들어가서 가죽만 남기고 모두 먹어치우는데, 식물 입장에서는 무서운 대상이다. 먹부전나비는 바위솔 이외의 세덤류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장차 도시의 세덤 지붕 주변에서 먹부전나비가 난무하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바위솔이 기와지붕에서 자라는 것은 이번 기와지붕本{瓦葺 사례뿐이다. 이곳의 경우, 기와 아래에 즙토葺土가 놓여있기 때문에 이것을 식재기반으로 바위솔이 생육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례를 잘 관찰하면 즙토보다는 기왓장 위에 쌓인 부식이나 먼지류를 주된 식재기반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기왓장이 심하게 풍화돼 반半토양화하고 있는장소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기와 그 자체가 식재기반이 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관찰한 결론을 말하자면, 이곳에 있는 바위솔의 식재기반은 ①기와 사이의 즙토 ②기왓장 위에 퇴적한 먼지류埃類 ③풍화한 기와 등 세 종류였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 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 『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 연구 노트 2012』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 1967년생으로, 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 그락크(CLA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 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 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의 3차, 4차를 담당했다. 일본 도쿄도 코토구 ‘장기계획 책정회’ 위원, 서울시 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번역 한규희 _ 어번닉스 대표, 일본 도시녹화기구 연구부 연구원
[홍콩으로 떠난 청춘 유랑] 홍콩기행(2): 습지
자연, 빌딩 그리고 인간의 아름다운 조화를 꿈꾸다 잎이 진 나무는 긴 겨울 동안 죽은 듯 서 있었다. 봄이 되니 푸른 새싹이 돋아나며 다시 활력을 찾는 모습이다. 여러 해 지나온 봄인데 새삼스레 신기했다. 조경을 공부하면서 자연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져서 일까? 더구나 올해는 대학을 졸업하고 새로운 시작점을 맞이하기 때문인지 감성이 풍부해진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다. 때마침 홍콩으로 떠날 기회가 생겼다. ‘환경과조경’ 통신원 인연으로 알게 된 선배와 후배들이 함께 뜻을 모아 자리를 마련했다. 특별한 모임으로 떠나는만큼 인터넷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도심 속 마천루, 황홀한 야경에 사로잡힌 여행보단 갓 졸업한 조경학과 학생으로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다. 꽤 오랫동안 여행 콘셉트를 고민하던 중 고층빌딩 숲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홍콩인들은 어떻게 자연을 접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또 한가지, 세계 최고수준의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홍콩의 자연은 과연 급격한 개발의 압력 속에서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이킹 코스 홍콩국제공항에 도착해 홍콩시내로 향하는 길에 예상보다 많은 수목들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높은 마천루 사이 절벽에 매달린 듯이 자라고 있는 푸른 나무들이 도시의 삭막한 이미지를 덮어주고 있었다. 홍콩은 전체 면적의 70%가 산으로 이뤄져 있고, 도심에서 조금만 빠져나오면 때 묻지 않은 산과 바다가 멀리 펼쳐진다. 100대 명산이 위치한 홍콩의 산지는 총 300km의 트레킹 코스가 조성돼 있다. 1963년 취임한 총독 머레이 맥리호스Murray MacLehose경은 ‘산이나 해안은 만인의 것’이라는 기치 아래 홍콩의 젊은이들이 하이킹을 즐길 수 있도록 장대한 트레일을 만들기로 했다. 신계지와 구룡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약 100km 길이의 ‘맥리호스 트레일MacLehose Trail’ 개통을 시작으로, ‘란타우 트레일Lantau Trail’, ‘홍콩 트레일Hong Kong Trail’, 마지막으로 ‘윌슨 트레일Wilson Trail’을 완성한다. 각 트레일은 다시 세부 구간으로 나뉘는데 구간마다 완만하고 아기자기한 산길과 에메랄드 빛 해안이 도시와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이번 여정은 홍콩 트레일 중 2004년 타임지 아시아판에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로 선정됐던 ‘드래곤스 백Dragon’s Back’에서 시작했다. 홍콩 섬에 있어 도심 가까운 곳에서 시작할 수 있는 드래곤스 백은 다귈라D’Aguilar 반도의 섹 오 피크(Shek-O Peak, 284m)와 완참산을 잇는 굽어진 산길이 마치 용의 등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홍콩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드래곤스 백은 이제 막 트레킹을 시작해서 높은 산에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쉬운 트레일 코스로 알려져 있다. 도심과 그리 먼 거리가 아닌데도 도시의 소음은 바다와 나무들로 인해서 완전히 차단돼 바람소리와 새소리만 들렸다. 완만한 경사로 이뤄진 등산로를 걷다 보면 고층 빌딩숲과 대조를 이루는 키 작은 수목들이 도심 속에서 받지 못한 햇빛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해준다. 드래곤스백을 찾은 한 홍콩인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상쾌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이 곳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삭막한 도시 삶에서 팍팍해지기 쉬운 사람들의 곁에 푸르른 자연은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어주고 있었다. 1. 워터프런트(Waterfront) _ 윤호준 2. 습지(Wetland) _ 박성민 3.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 _ 조유진 4. 식재(Planting) _ 김수정 5. 야간 경관(Nightscape) _ 이향지 6. 영화(Movie) _ 백규리 박성민은 1990년생으로 전남대학교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2015년 ‘환경과조경’ 통신원 활동을 통해 조경과 농촌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과 농어촌컨설팅 회사인 (주)하이엔드솔루션에서 실무를 경험했으며, 소외된 농촌의 정주환경 개선을 위한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다.
미르숲
미르숲은 용龍의 순우리말 ‘미르’와 숲의 합성어로 용이 사는 숲이라는 뜻이다. 초평호 일대의 한반도 지형과 이를 둘러싼 청룡의 모습을 담아 지역의 역사와 지형적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름이다. 들어가며 2000년대에 이르러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중시돼 기업활동으로 창출된 이윤의 일부를 기업의 이해관계자는 물론이고 사회의 요구나 기대에 충족시켜야 한다는 기업의 책임과 활동을 중시하는 시대가 왔다(신강균, 2008). 이는 기업의 사회 윤리적 이미지 제고에 이바지하는 것도 커서 기업 내에서도 홍보와 맞물려 중요시되는 경영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생태숲 조성을 추진하고, 자연환경국민신탁에 사회공헌 사업비로 100억을 기부했다.충북 진천군은 이러한 사회 공헌 활동에 동참해 초평호와 미호천 사이의 국유림 108ha를 사업 대상지로 제공했다. 자연환경국민신탁은 이 사업을 시행하는 주체로 10년 동안 조성과 관리를 담당하기로 하고 시공사로 녹원종합건설을 선정했다. 미르숲의 조성 목적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자연생태계와 경관의 관리를 통해 자연보전 및 생태계서비스 기능을 향상시킨다. 둘째, 생태복지서비스 제공을 통해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를 향상시킨다. 셋째, 특화된 자연체험 및 학습·자연 휴양지 조성으로 지역사회의 생태관광 활성화에 이바지한다. 이와 같은 목적의 달성을 위해 설계 전부터 인문환경, 자연환경, 자연생태계, 시설 및 경관을 면밀히 조사·분석해 설계에 반영했으며, 이용 프로그램 등을 구상해 대상지 조건에 맞는 시설물·식재공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시설은 이미 완성돼 개방 중이며 일부는 시공 중이다. 미르숲을 진입하는 주통로는 1000년을 이어온 농籠다리다. 농다리는 방문자에게 역사적 흥미를 제공하고, 차량의 진입을 막음으로써 쾌적한 환경을 유지시킨다. 젊은 세대에게는 돌다리를 직접 건너는 새로운 체험의 시작점이 된다. 공사명미르숲(생거진천 현대모비스숲) 조성공사 발주자연환경국민신탁 CSR출연현대모비스 설계㈜기술사사무소 LET 시공녹원종합건설 위치충북 진천군 초평면 화산리 산 7-1 군유림 일원 대지면적1,083,071m2 건축면적148.29m2(자연상생 교육센터) 총사업비100억 공사기간2014. 6. 10 ~ 2017. 12. 31 박호석은 전북대학교를 졸업하고 한림종합건설 등 건설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 녹원종합건설에서 근무하는 조경기술자로, 세계 잼버리 대회(1992), 정부대전청사 조경공사(1997), 홍천 자연환경 연구공원 조성공사(2004), 상계장암 택지개발 조경공사(2009) 등에 참여했다. 현재 미르숲 조성공사의 현장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다.
테헤란로 가로정원
다시 정원으로의 초대Reinventing Garden ‘도시에 새로운 활력 불어넣기Urban revitalization’가 21세기 공원녹지의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테헤란로 가로정원 시범조성사업은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현하고, 도시 내 녹지의 범위를 확장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정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사업이다. 테헤란로의 가로경관은 고층의 회색 건물이 도미노처럼 줄지어 건조한 상태였다. 이에 가로정원을 조성해 녹시율을 높이고 도시미관을 향상시켜 시민들에게 쾌적한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어메니티를 창출하도록 했다. 또한 장소성을 느낄 수 있도록 휴먼스케일의 공간으로 연출하는 데 중점을 뒀다. 현황분석 대상지는 역삼역~선릉역 구간으로 길이 1.1km, 너비 50m의 가로로 양 구간을 합치면 약 2.2km다. 테헤란로는 강남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왕복 10차선 간선도로로, 국제금융과 무역이 활발히 이뤄지는 도시설계지구에 해당한다. 1972년에 서울특별시가 한양천도 578주년을 맞아 이름 없는 시내 59개 도로에 대한 가로명을 지으면서 삼릉로로 불렸으나, 이후한국의 중동 진출이 한창이던 1977년에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장의 방문을 기념해 서울시청이 테헤란과 서울의 지명 한 곳을 바꿔 부르는 것을 제안하면서 지금의 명칭에 이르렀다. 주변 건축물은 소프트웨어 및 정보통신 벤처기업과 벨레상스 서울호텔 등 고층빌딩이 많이 들어서 있으며, 도로 주변의 업무지구 뒤쪽에는 주거환경지역이 인접해 있다. 지하철 2호선 역삼역 가까이에는 선릉(사적 제199호)이 있어 도심 속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빌딩 밀집지역은 직장인들을 비롯한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이며, 보도에는 가판대, 분전함, 맨홀 등이 무질서하게 배치돼 있어 경관을 저하시키고 있었다. 또한 가로수 2열식재 외엔 녹지가 거의 없고, 가로에 면한 건물의 저층부는 근린생활시설이 주를 이루고 있어 보행의 행태가 중앙부와 건물쪽으로 형성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여건을 고려해 저층부 가로의 폭이 충분하고 도시시설물에 의한 방해가 적은 공간과 보행자의 행태, 건물 저층부의 용도를 고려해 계획이 가능한 10곳을 선정했다. 공간구조를 살펴보면 언덕배기를 최고점으로 완만한 구릉지가 있는 지형으로 이뤄져 있다. 언덕배기는 언덕경관과 비스타경관을 창출해 공간이용률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구릉지 부분에는 한국미의 아름다움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휴게공간을 조성해 가로의 기능을 높였다. 가장 지형이 낮은 공간은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공간이기 때문에 계절감을 줄 수 있는 관목식재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고자 했다. 공간은 가로의 주변여건과 경관을 고려해 존치할 구간을 포함한 5개 영역으로 구분했다. 그중 역삼역 부근의 기존 가로는 충분한 녹음이 조성돼 있고, 선릉역 부근의 가로는 유동인구가 많아 복잡하기 때문에 계획에 포함하지 않는 존치영역으로 설정했다. 나머지 공간은 언덕길정원, 조화로운 가로정원, 뚜벅이 가로정원, 도시가로정원으로 조성했다. 설계서안알앤디 디자인(주) 시공(주)한국도시녹화 발주서울특별시 강남구청 위치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역삼역~선릉역 구간 면적구간길이 1.1km(총 2.2km) 완공2014.07. 수상내역2016년 서울특별시 환경상 조경생태분야 최우수상 신현돈은 최근 아스타나 한국정원 , 브라질 한국정원, 우즈베키스탄 서울공원, 안탈리아 한국정원 등의 작업을 통해 외국에 우리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압구정동 가로정원, 도초섬 한국정원, 테헤란로 가로정원 등 한국성을 구현하는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IFLA 디자인 1등상, ASLA Honer Awards, Junior Grand Prix, 대통령포장 및 표창 3회, 2016년 서울시 환경상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으며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 겸임교수와 LH심의위원, 동남권국제교류복합지구 추진위원, 한국조경학회 감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