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윤 ([email protected])
사업성에 얽매인 신도시와는 급이 다르다. 배곧신도시는 시흥의 백년지계百年之計를 세우는 마음으로 지자체에서 직접 시행하는 도시다. 배곧신도시에서 미래의 도시를 보다.
지난해 ‘시흥’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지 100년을 맞이한 시흥시가 앞으로의 100년을 계획하는 도시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로 배곧신도시다. 배곧신도시는 시흥 발전의 디딤돌을 기대하는 사업이라 당장의 수익보다는 살기 좋은 미래형 도시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의 글로벌 캠퍼스 유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교육도시로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아시아 최대 규모의 명품아울렛을 추진하고, 바다에 접한 생태적 환경을 이용한 중앙공원 조성 등을 통해 융복합형 도시의 발전적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포부가 매우 크다.
배곧신도시는 여의도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약 490만m2의 면적으로, 기초지방 자치단체가 직접 시행하는 도시개발 사업으로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다. 아파트 개발 면적이 전체 10%밖에 안되는 토지이용계획은 수익성을 추구하는 사업에서는 결코 가능한 결단이 아니다. 넓은 보도와 쾌적한 녹지 환경, 특별한 교육 여건 등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 개발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시흥시의 최정예 멤버들로 구성돼 중책을 추진하고 있는 미래도시 개발사업단’을 찾아보았다. 허허벌판에 도시를 만드는 기적 시흥과 서울을 잇는 23.8km의 서해안로를 달리다보면 줄 지어 서 있는 크레인 무리를 만나게 된다. 수많은 덤프트럭이 왕래한 탓에 아스팔트 도로는 잿빛 흙으로 덮여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흙먼지를 씻어내기 위해 살수차가 다닌다. 미래도시 시흥의 비전과 염원을 품고 시흥시 서해안로 405 일원에 건설되고 있는배곧신도시 현장이다.
배곧신도시가 들어서는 이 자리는 과거 폐염전 등을 매립해 화학성능시험장으로 사용하던 곳으로, 활용도가 소멸되면서 나대지로 방치되다가 2006년에 시흥시가 매입하게 된 시유지다. 2009년 2월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고 2011년 10월에 경기도로부터 허가가 떨어지면서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됐다. 신도시에 대한 계획은 이미 오래전에 나왔지만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사실 몇 년 되지 않은 셈이다. 아직은 기반시설이 조금 부족하지만 이미 입주한 세대들이 있으며,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서 곧 친환경 저밀도의 미래형 신도시로서의 진면목을 드러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이 본격화된 지 불과 몇 년 사이에 확 달라진 도시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시흥시 미래도시개발사업단의 노고가 제일 크다. 아무도 이 사업에 뛰어들려 하지 않았던 10여 년 전의 상황과 비교하면, 사실상 허허벌판에서 기적을 이루고 있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미래도시개발사업단은 전체 33명으로 구성됐으며, 모두 시흥시 공무원들이다. 이 중 10명이 도시재생 파트여서 실제적으로 20여 명의 인원이 일당백의 자세로 신도시 사업을 챙기고 있다고 하니, 이 또한 기적적인 일이다. 사실 일이 힘들다 보니 중도 포기하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현재는 도시를 직접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과 보람으로 일에 열정을 다하는 직원들이 많아 팀웍이 많이 안정화됐다는 설명이다.
배곧신도시, 서울대학교를 품다
배곧신도시의 최대 개발 호재는 뭐니 뭐니해도 서울대 시흥캠퍼스의 설립이다. 시흥시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및 글로벌 교육·의료 산학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배곧신도시를 세계적인 지식산업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서울대도 지금까지 흩어진 캠퍼스를 관악으로 모으는 일을 했는데, 이제 더 이상 추가로 확장할 공간이 없어서 연구실 확보가 힘든 상황이다. 이미 2007년 1월에 글로벌 캠퍼스 유치를 시작했고, 당시 시흥시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현재까지 사업 추진을 위한 조율을 진행해 왔으며, 현재 최종 협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경기도와 서울대가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시흥시는 배곧신도시를 교육국제화 특구로 지정하고 서울대도 시흥캠퍼스 조성 외에 대학교육 관련 국제협력사업, 외국어 전용타운, 문화체험마을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서울대학교로 개발되는 면적은 66만여m2로 배곧신도시 전체의 13.5%에 해당하며, 2018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병원, 기숙형 캠퍼스Residential College(이하 RC), 연구단지 세 개의 콘셉트로 진행된다.
이 사업이 완성되면, 시흥시는 국제화 시대를 대비하고 교육 인프라 구축에 있어 대한민국 최고 도시가 될 수 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는 자연스럽게 서울대학교 협력 초·중·고 신설로 이어지고, 이는 도시의 교육 전반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