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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디자인의 발견] Case Study: 메이저 존스톤 & 비타 섹빌웨스트 잉글리시 가든 양식 식물 디자인
  • 에코스케이프 2016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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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영국 챌시플라워쇼 출품작(Roger Platts의 작품). 
챌시플라워쇼의 이름을 바꾼 1913년을 기념해 ‘잉글리시 가든’ 100년을 추억하는 주제로 디자인됐다.
‘잉글리시 가든’은 식물 자체의 아름다움을 색과 형태로 연출한 식물의 정원을 말한다.

 


코티지 가든과 식물 디자인

코티지cottage라는 단어는 작은 시골집을 의미한다. 16세기 영국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재임 시기로, 이 시기는 영국을 대표하는 문인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1564~1616)가 활동했던 때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즈음을 영국 시골에 이른바 코티지 가든이라는 독창적인 정원 양식이 정착된 시점이라고 본다. 식물 디자인 관점의 코티지 가든은 꽃을 피우는 나무, , 덩굴식물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식물이 중심이 되는 정원을 말한다. 그러나 16세기의 코티지 가든은 당시 귀족이 만들고 즐겼던 이탈리아 르네상스 정원을 이어받은 정형성기하학적 패턴의 공간연출이 중심이 된이 강조된 바로크 양식의 정원에 밀려주류의 정원이 되지는 못했다.

 

코티지 가든이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잉글리시 가든이라는 정의로 다시 떠오른 것은 19세기로 윌리엄 로빈슨William Robinson(1838~1935)의 힘이 컸다. 그는 저널리스트이자 정원사로 정형성이 강조된 프랑스의 바로크 정원1을 비판하면서 식물들이 자유롭게 자라고 꽃을 피우는 영국 시골의 코티지 가든이야 말로 정원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런 윌리엄 로빈슨의 정원 문화 사상은 프랑스 절대 왕정에 반기를 든 영국인들의 정치적 배경에 힘을 받으면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그런데 19세기에 다시 부흥한 영국식 코티지 가든은 16세기 영국 시골 정원에 모태를 두긴 했지만 그 특징은 조금 다르다. 16세기 코티지 가든이 이름 없는 농부에 의해 만들어진 특별한 양식이 없는 정원이었다면, 19세기와 20세기에 이르러서는 전문 디자이너에 의해 그 양식과 식물 디자인의 체계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이 체계를 완성한 대표 디자이너로는 이미 앞선 장에서 소개한 거트루드 지킬2과 함께 히드코트 매너 가든을 조성한 메이저 존스톤, 시싱허스트캐슬을 디자인한 비타 섹빌웨스트 등을 들 수 있다.

 

메이저 존스톤과 비타 섹빌웨스트

메이저 존스톤Major Lawrence Waterbury Johnston(1871~1958)의 존재는 그가 40년간 조성한 정원, 히드코트 매너를 내셔널트러스트에 기부하기 전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정규 원예 학교를 다닌적이 없었고, 당시 영국의 원예문화를 이끌었던 왕립원예학회와도 아무런 연관이 없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가 조성한 히드코트 매너 가든이 공개되면서 식물 디자인에 대한 그의 엄청난 내공은 이후 많은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교과서가 됐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은 인물 중에는 당시 영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여류 시인 비타 섹빌웨스트도 있다. 메이저 존스톤은 살아있는 교과서와 같은 정원을 생생하게 남겼지만 그가 왜 이런 정원을 만들었는지, 어떤 원리가 그 안에 숨어 있는지에 대한 생각과 식물디자인의 노하우를 정리한 그 어떤 글도 남아 있지않다.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그의 디자인을 직접 보며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다행히 그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았고, 메이저가 살아 있는 동안 절친한 사이였던 비타 섹빌웨스트가 남긴 히드코트 매너 가든에 대한 글3이 있어 그의 디자인 철학을 짐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비타 섹빌웨스트Vita Sackville-West(1892~1962)는 우리에게는 여류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가든 디자인계에서는 시싱허스트 캐슬 가든Sissinghurst Castle Garden을 디자인하고 조성한 가든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그녀의 식물 디자인 노하우는 단순한 취미의차원을 넘어 깊은 원예 지식을 바탕으로 식물을 예술적으로 연출한 진정한 잉글리시 가든디자인의 백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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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 섹빌웨스트가 디자인한 시싱허스트 캐슬 가든 중 가장 인기있는 방인 
화이트 가든. 시싱 허스트 가든에는 이런 정원의 방이 시리즈로 여러 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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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 섹빌웨스트에게 식물 디자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색이었다. 
그녀는 특히 단일 색상으로 연출하는 정원의 풍경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짙은 주목 생울타리 앞과 뒤로 보라색이 단순하면서도 깔끔하고 세련된 감각을 보여준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위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박사 과정 중에 있다가든 디자인의 발견정원의 발견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현재 신문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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