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윤 ([email protected])
치열했던 조경학회 선거가 막을 내렸다. 승자도 패자도 조경 분야의 발전을 위해 나섰다는 점에서 모두 박수를 받을 만하다.
최근 취재를 다니면서 학회 선거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당연히 “누가 당선될 것 같으냐”는 질문이 제일 많았고,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도 적지 않았다. 지난 호에 심우경 명예교수의 후보 자격 논란이 기사로 나간 후 그 뒷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학회 선거 기간 동안 숨겨뒀던 두 개의 이야기를 꺼낼까 한다.
하나는 ‘심우경 교수’고 하나는 ‘선거용 이사 논란’이다.
심우경 교수의 후보자격 논란을 다룬 것은 본지가 유일했다. 논란 이후 기사들이 없어서 본의 아니게 궁금증만 높여 놓은 셈이 됐으니, 간단하게라도‘뉴스 후’가 필요할 듯싶다.
심우경 교수의 후보자격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학회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심우경 후보에게 이틀간의 이의신청 기간을 줬고, 심우경 교수는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의신청 마지막 날인 오후 6시를 넘겨서 제출했다는 이유로 최종 후보 자격을 얻지 못했다.
심우경 교수는 “현 조경계의 위기를 풀어보기 위해 후보에 출마한 것은 진심이었지만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치게 돼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이번 학회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세 번 듣게 된 말이 있다. ‘선거용 이사’라는 말이다.
처음은 김남춘 교수였다. 지난호 인터뷰에는 지면관계상실리지 못했는데,후보자 인터뷰를 하면서 “현재 학회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학회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이사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과거 선거용으로 늘리던 이사처럼 많이 늘리지 않았다”는 점을 하나의 예로 들었다.
두 번째는 심우경 교수로부터다. 후보 자격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학회에 섭섭함을 보이며, 회원가입도 하지 않았는데 학회의 이사가 됐다는 지인의 사례를 들며 ‘선거용 이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세 번째는 한 조경단체의 모임에서였다. 현 학회가 선거에 유리한 사람들로 이른바 ‘선거용 이사’를 많이 만들어 놨다는 발언이었다.
누구 말이 옳다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학회의 정관을 보면, 오랫동안 학회의 회원으로서 열심히 일을 하신 분들이 상임이사와 이사를 하는 것으로 규정은 돼 있지만, 비록 자격에 미치지 못해도 회장의 권한으로 상임이사나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회장은 이사회 구성원의 10% 이내에서 이사 자격을 갖추지 않아도 직무 수행에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있다. 또 회장은 상임이사회 구성원의 30% 이내에서 상임이사의 요건에 충족하지 못하는 이사를 상임이사로 위촉할 수 있다.
이렇게 정관에 들어 있으니, 흔히 비판적으로 말하는 ‘선거용 이사’라는 것은 편법도 아니고 불법도 아닌 것이다. 회장이 임기 내 사업을 하면서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이사로 선임할 수 있는 근거다. 선거만 놓고 보자면 여당에게 유리한 불공정한 조항은 될 수 있으나 누구도 없애지 않는 합의된 기득권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면, 언젠가 기득권을 과감하게 던지는 회장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선거용 이사, 알고 보면 별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