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정보] 트리 처치
트리 스페이드 기술이 도입된 살아있는 교회
당신에게 마당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정원을 가꾸거나 작은 텃밭을 조성한다는 답을 가장 쉽게 내놓지 않을까. 관리가 어렵다며 그냥 자동차 주차장으로 쓰려는 사람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같이 더운 여름날에 아이들이 있는 부모라면 간이 수영장을 만들어주려 할 수도 있고,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개인 정원을 조성하려고 전문가에게 문의 전화를 걸 수도 있겠다. 올해 초 뉴질랜드 오하우포Ohaupo에도 이런 개인의 관심과 호기심, 또는 필요에 따라 조성된 특별한 마당이 있다. 어린 시절 교황이 되고 싶어 했다던 뉴질랜드의 정원사 베리 콕스Barry Cox는 자신의 마당에 토마토와 상추가 아닌 교회를 심고 길러냈다.
살아 숨 쉬는 교회를 건축하다
살아있는 교회, 트리 처치Tree Church는 식재 전문 업체 트리로케이션스TreeLocations의 대표이기도 한 정원사 콕스가 수년에 걸쳐 직접 길러낸 나무와 다양한 식물을 이용해 만들어 낸 개인 제단altar이다. 트리처치 본관의 전면에는 기원전 460년에 존재했던 고대 제리코 시티City of Jericho에 기초한 350m의 미로 길과 연못이 있으며, 그 주변은 다수의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탈리아계 혈통을 갖고 태어난 콕스는 가족의 영향으로 인해 어려서부터 교회 건축과 주변 자연 환경, 세례식을 비롯한 장엄한 의식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그런 관심은 뉴질랜드를 넘어 유럽과 미대륙을 여행하며 다양한 교회를 답사하고 교회를 구성하는 건축물의 면적과 볼륨, 그 비율과 배치 각도, 건축물의 높이, 교회 첨탑의 조각, 벽과 포르티코portico(대형 건물입구에 기둥을 받쳐 만든 현관 지붕) 등을 연구하게 만들었다. 2011년 3월에 이르러 콕스는 그렇게 알아낸 사실을 자신이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나무라는 소재로 표현해내고자 90헥타르의 땅에 4,000주 이상의 나무를 심어 길렀고, 4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트리 처치를 완성해 냈다.
자료제공 Tree Church
-
[특별기고] 조경 디자인의 상징과 표상
상징성, 독창성, 전통성 그리고 유사성
들어가며
계절이 바뀌어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있다.지난 겨울의 강추위도 잊히고 있다.조경 분야는 정원박람회를 통해 계절의 변화를 체감한다.지난 봄에는 코리아가든쇼가 열렸고 오는 가을에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개최된다.올해로3회째 열린 코리아가든쇼는 정원문화 대중화와 생활 가드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화훼와 정원산업 발전을 위해 매년 열리고 있다.제4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오는10월 성남시청 공원에서 개최된다.생활 속 새로운 정원문화 트렌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올해는 정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정원문화를 즐기는 박람회로 만든다고 한다.전시된 정원은 행사 이후에도 시민들이 직접 가꾸도록 할 예정이다.
필자는2012경기정원문화박람회(수원시 청소년문화공원)의 인생길 정원(모델정원)의 작가이자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수원 정원과 코레일 정원의 작가로서 정원문화 발전을 위한 조경 디자인 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아울러 정원산업 발전을 위해 디자인 작업과 작품 활동과 연관된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해 함께 나눠보려고 한다.
디자인에서 상징과 표상
조경 디자인에서 창조성을 끌어내기 위해서 활용할 수 있는 접근방법이 하나 있다.바로 상징과 표상이다.상징symbol이란 원래 어떠한 사상이나 개념 등을 상기시키거나 연상시키는 구체적인 사물과 감각적인 말로 바꾸어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예를 들면‘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에서의 비둘기, ‘백색은 순결의 상징’에서의 백색이 상징이다.상징과 유사하게 사용되는 개념으로 표상이라는 단어가 있다.표상attribute이란 대표적인 상징이나 상징물을 의미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특징을 보여 주는 것을 말한다.표상은 미국의 상징을 독수리로 표현하는 것처럼 엠블럼emblem으로서 성격과 표징을 가지고 있다.
비록 시간과 공간,생활 풍습과 문화양식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의 삶 속에는 보편적인 상징적 뿌리가 존재한다.예를 들어 우리는‘하늘은 아버지이고 대지는 어머니이다’또는‘불은 열정의 상징이며 물은 풍요의 상징이다’라는 개념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반면 개인의 철학과 종교,고급문화와 생활문화 등의 차이로 상징체계가 다르게 받아들 여질 수도 있다.까마귀는 대개 악과 죽음의 상징물로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지만,유교적인 관점에서는 효도를 상징하는 새로 보고 있다.이렇게 시대와 지역,분야와 층위,집단과 개인의 차이에 따라 상징마다 상이한 측면을 가질 수 있다.하지만 우리에게는 의식의 그릇 안에 어느 정도 함께 이해하고 담을 수 있는 상징체계를 갖고 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상징체계는 앎의 도구이자 가장 유서 깊고 근본이 되는 표현방식이었다.이러한 표현방식은 인간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상징은 적절한 표현방법을 찾기 어렵거나 지나치게 복잡한 어떤 실재를 전달하는 소통 수단이기도 하다.그래서 상징은 반드시 대상을 이해시키는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본질적인 부분이 드러나야 한다.표상은 삶과 진실,특정 사물의 경험(측면)을 전달하거나구체적으로 암시하는 방법이다.그래서 공간을 만드는 조경 디자이너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즉 특정 지역이 지닌 장소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고 상징적인 특징을 표현하며 해당 공간 속에 있는 정체성identity이 드러나는 디자인을 할 때 매우 유용한 접근 통로라는 것이다.
본 원고에서는 상징과 표상에 의한 조경디자인의 예시로 필자의 작품인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수원 정원’의 최종 디자인을 소개하고자 한다.이어서 상징과 표상이라는 디자인 접근방법 즉 독창성,전통성,유사성과 관련해 디자인 과정에서 일어났던 발주처의 변경 요구와 민원 사항에 대한 이야기도 풀
어보고자 한다.
수원 정원 디자인 과정
필자는2012년10월 수원시 청소년문화공원에서 개최된2012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서 모델정원인‘인생길 정원’의 작가로 참여했다.곧이어 수원시로부터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조성되는‘수원 정원’을 담당할 작가로 위촉받았다.이후 필자는 수원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정원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먼저 다음과 같은 디자인 콘셉트와 주제를 설정했다.
디자인 콘셉트
조선 시대 정조대왕이 웅대한 개혁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세운 도시 수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의 이미지는 수원을 대표하는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수원이 역사도시임을 상징하고 있다.
오늘날 수원은 역사도시에서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로 변신하고 있다.
깨끗한 도시환경 조성으로 자연과 어우러지는 환경도시 따뜻한 복지 행정과 시민의 참여로 번영하는 소통의 도시
튼튼한 경제로 청년이 꿈을 맘껏 펼치는 희망 도시
청렴한 행정과 유비쿼터스 기반 조성으로 신뢰받는 첨단도시
즉,자유민주시민사회의 일원인 수원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성숙한 인격적 존재로서 수원의 미래를 위한 개혁적 가치를 지니며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수원을 상징하는 정원을 디자인하면서 과거 정조대왕의 개혁적 꿈과 현재 수원시민의 미래를 향한 비전을 담아 역사도시와 휴먼시티의 장소를 상징하는Human History Garden을 만든다.
이러한 정원 디자인의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추상적인 디자인 접근방법에 의해 모던한 공간연출로 구성된 디자인 안을 만들어 발주처에 제안했다.그러나 발주처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 다소 난해할 수 있다며 누구라도 쉽게 수원시를 연상할 수 있는 또 다른 정원 디자인 안을 만들어달라고 했다.그래서 다음에는 수원시를 표상하는 디자인 접근방법에서 최대한 은유를 피하고 직설적인 표현기법으로 정원에서 수원시의 모습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도록2차 디자인 안을 만들었다.수차례 회의를 거쳐 추상적인1차 안과 직설적인2차 안 가운데2차 안을 발전시키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2차 디자인 안을 세부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 중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하나는 정원의 면적이 축소된 것이다. 650m2의 면적을 대상으로 하던 디자인이500m2로 줄어 공간의 구성과 형태가 축소됐다.디자인이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또다른 하나는 인접한 정원의 작가가 필자의 작품을 거론하며 자신의 작품과 유사성이 있다며 조치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신원은 경희대학교와 코넬 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경희대학교 조경학과에서‘북한의 국토 및 지역개발에 의한 조경공간 형성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현재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조경디자인랭귀지,조경기초디자인,도시조경설계,도시공간디자인론을 가르치고 있다.저서로는『조경디자인 그래픽랭귀지』,『조경기초디자인』등이 있다.
-
[기자수첩] 나무에게 쾌적한 주거권을
요즘 어디를 가도 자작나무가 쉽게 눈에 띈다. 자작나무는 수피가 하얗고 수간이 수직으로 곧게 뻗어 공간에 세련미를 더해준다. 회색의 콘크리트 건물 앞에 서 있으면 무거운 분위기를 중화시켜주고, 주변이 화려한 곳에서는 시선을 정돈해주는 느낌이 든다. 단조로운 공간에 때론 포인트가 되기도 하는 여러모로 훌륭한 미적 효과를 자랑하는 조경 소재다.자작나무는 이런 장점을 가져 조경용으로 많이 쓰이는데, 알고 보면 식재 기반과 관리, 기타 생육 조건을 맞추기가 까다롭기로 손꼽힌다. 이 나무는 묘목은 잘 활착되지만 큰 나무는 이식이 어려워 ‘점’ 수가 높으면 하자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대부분 큰 나무를 심는 조경공사에선 주의를 요하는 나무다.
지난해 발표된 논문 『아파트 조경변화에 따른 조경수목하자 경향 연구』(2014)에 따르면 자작나무는 2013년 기준 39%의 높은 하자율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LH 수목하자 현황에도 자작나무의 하자율은 약 4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난다. 설계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서 자작나무를 꼭 심어야 하는데 현장의 조건이 생육에 부적합한 경우가 종종 생긴다. 시공업체에서는 하자의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보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자작나무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상을 대체할만한 수종을 찾기가 여간어렵지 않아 그냥 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같은 현장을 다음에 찾아가면 수목이 있던 자리가 빈자리로 남아 있거나 고사목으로 심겨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설계 단계에서 상황을 판단해 적절한 수종을 선정했다 하더라도 시공 과정에서 대상지가 생육 조건이 맞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있다. 한 예로 계획대로 시공을 할 경우 높은 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 현장이 있었다. 원안대로 시공을 하려면 식재 여건을 개선하거나 수종을 변경해야 해 발주처에 건의를 했다. 또한 공사를 강행할 경우 이후 철저한 유지관리가 없이는 생육이 어려울 것이란 설명도 함께 했다. 감독관도 내용에는 공감하는 듯 했지만 결국 그대로 공사를 진행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이후 하자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는 온전히 시공사에 있었다.
나무는 저마다 선호하는 환경이 있다. 적절한 환경에 놓여야 올바른 생육이 가능하다. 이 문제를 시공사가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나무의 하자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된다 해도 적절하지 않은 환경에서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나무는 조경 공간에서 저마다의 기능과 역할을 한다. 이를 따져 필요에 따라 식재 수목을 선정한다. 그중 심미적 효과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여기에 더해 식물의 생육에 필요한 요건과 환경 등 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해 조경공사를 수행하게 되는데, 다른 요소들에 비해 식물 자체는 비교적 소홀하게 다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쾌적한 환경에서 거주하기 위해 주변에 나무를 심는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환경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자신과 맞지 않으면 주변 여건을 개선하거나 자신에게 맞는 환경으로 옮겨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한다. 나무도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 살아야 건강해진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나무도 건강해야 주변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아닐는지.
-
[기자수첩] 장관고시 ‘무섭네’
요즘 장관고시의 위력을 실감하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특히 조경분야는 더하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사건이 온 국민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고, ‘조경기술자 인정 범위 확대’가 온 조경인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사건이 모두 장관고시로 처리될 예정이거나 처리됐다고 하니, 도대체 그 ‘장관고시’란 게 뭔지 궁금해진다. ‘설마 장관 마음대로 하는 게 장관고시인건가.’ 법률을 만드는 것은 국회다. 그렇다고 법률을 만드는 것을 국회의원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에 맞는 제정 절차가 있으며, 복잡한 이해관계들을 조정하는 과정이 있다.
법률만 그런 것은 아니다. 법률에 큰 틀의 내용을 담는다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게 되는데, 이 세세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정부기관의 소관부처에서 담당하게 된다. 예들 들어 국정교과서 문제는 교육부고, 건설기술자 문제는 국토부다. 이 법안들을 보면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장관고시로 정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말 그대로 장관 이름으로 고시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행정청에서 정하는 시행규칙이나 행정규칙도 알고 보면 반드시 거쳐야 할 행정절차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과정은 ‘의견 수렴’일 것이다.
헌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열렬히 반대하는 여론이 50% 이상이라는 결과들이 언론에 줄을 이어 발표되고 있지만,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내용을 행정예고했고, 심지어 다음달 5일에는 ‘확정고시’를 하고 집필진을 구성해 강행한다는 방침이라니, “장관고시는 장관 마음대로”라는 말이 맞는 듯도 하다. 그래도 이번 교육부의 장관고시 강행에는 대통령의 의지가 아주 잔뜩 실린 사안이라 가능했다고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경기술자 범위에 산림, 종자 등 타분야 자격증을 대거 집어넣은 것은 도대체 어떤 ‘강자’의 의지가 실린 것일까. 조경인들은 조경분야의 뻔한 반발이 보이는 데도 사전 의견 청취 과정을 거치지 않은 국토부의 비상식적인 행위에 불만이 높다. 또한 호시탐탐 조경업으로 업역 확대에 나서고 있는 산림청에 대한 성토도 나온다. 행정규칙 개정 시 국토부 전체가 열람을 진행한다고 하니 소관부처가 게을렀거나 공조했다는 의혹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조경과 산림이 비슷한 분야라고 오해한 무지의 결과일 수도 있다. 사실 뭐니 뭐니해도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행정예고 기간을 놓친 조경인들 스스로에게 있다. 어쨌든 잘못된 상황은 빨리 되돌려야 놓아야 한다는 게 조경인들의 일치된 생각이다.
절망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제일 먼저 할 일은 ‘여론’의 힘을 만드는 일이다. 누구보다 몇 달만에 수십 년 가꿔온 자격증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 조경인들이 나서서, ‘장관고시’보다 우월한 논리와 단결된 ‘여론’을 모아가야 한다. 우리들의 희망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토양에서부터 꽃피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기자수첩] 전략보다 단합이 우선이다
요즘 세계가 위태로운 모습이다.테러의 위협과 난민 문제로 어지럽고,국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최근엔 국정교과서로 국론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혼란함 속에서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가 마녀사냥의 표적이 되고 있다.특히 연예인은 쉬운 사냥감이다.근거 없는 말에 살이 붙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하루아침에 인기 연예인이 마녀로 전락하기도 한다.얼마 전엔‘국민 여동생’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아이유가 이 마녀사냥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마녀사냥은15~17세기 기독교 권력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교도를 박해하는 지배 수단으로 시작됐다.이는 전쟁,경제악화,기근,페스트 등 연속된 불행에 납득할 만한 변명을 찾아내기 위한 수단이 되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마녀사냥은 사회가 위태로울 때 나타난다.사회가 병들었을 때 그 원인을 누군가에게 전가하고 희생양을 통해 안정감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발현되는 것이다.
조경 자격 확대로 조경계도 시끌시끌하다.국토교통부가 지난5월 조경기술자 인정 범위에 산림 관련 자격증을 무차별적으로 포함한‘건설기술자 등급 인정 및 교육·훈련 등에 관한 기준’제정을 행정예고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돼 있다.여기에LH리츠 사업 통합발주 건과 하자 판정 기준 강화까지 합세해 조경의 목을 죈다.
SNS가 발달해서인지 조경이 언제 이렇게 뜨거웠나 싶게 많은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다.그런데 논쟁은‘책임 추궁’과‘해결 요구’두 가지로 귀결된다.이러한 논란들의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도 보이지만 대부분은‘책임’이 누구에게 있냐를 따져 묻는 분위기다.
한편에선 누군가,무언가 해주길 바라는 요구 사항이 가득하다.세상에 공짜로 얻어지거나 나아지는 일은 없는데,조경은 너무도 당연하게 무언가 주어질 것을 여전히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달려야 그나마 제자리걸음인 시대다.
지난10월 조경 단체 관계자들은 조경 자격 확대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열었다.그 자리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한국조경학회를 중심으로 뭉칠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학회가 나서지 않으니 뭉치지 못하는 듯한 방관자적 입장을 취해왔다.범조경적 해법을 모색하는 모양새는 아니었다.지난11월25일 드디어 조경 관련11개 단체가 한 자리에 모였다.이날 모인 단체 관계자들은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입장을 털어놨다.구체적인 해법을 도출하지는 못했지만,일단 연합회 성격의 범조경 단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마련했다.실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서로 다른 입장의 단체들이 중지를 모은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하지만 말로만 끝나선 곤란하다.부디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
[기자수첩] 새해 다짐, 보고 또 보는 잡지
잡지의 매력이 뭘까.
종이라는 것,하루살이가 아니라는 것,그렇다고 영원하지도 않다는 것.
전자 매체에 대한 기대와 전망이 하늘을 찌를 때만해도 종이 매체는 곧 죽는다는 쉬운 예언들이 판쳤다.물론 여전히 종이 매체는 쇠퇴를 거듭 중이지만,아직 전자 매체가 따라오지 못하는 종이의 장점 몇 가지를 부여잡고 끈질긴 생명력을 연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어쩌면 생각보다 종이의 수명이 더 길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요즘 신문이나 잡지들은 종이 매체에 전자 매체를 융합해 가는 것이 추세가 됐다.누가 누굴 대체한다기 보다 둘 다 기본이 됐다고나 할까.
이유를 추측컨대,아직 종이만큼 텍스트를 읽기에 효율성을 부여하는 매체는 없는 듯하고,그래서인지 공부하는 학생들은 아직 종이책에 대한 의존에서 많이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며,나이가 들수록 종이가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 글자를 대하는 것이 너무 피로해지기도 한다.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어쨌든‘종이’가 이 디지털 세상에 맞서 선전하고 있는 건 사실로 보인다.
월간지의 매력은 하루살이가 아니라는 데 있다.그만큼 일간지에 비해 덜 치열하지만 그만큼 깊어야 한다.월간지는 한 달을 책상 위에 놓였다가 다음 달 새로운 잡지가 배달될 즈음 책꽂이에 자리 잡게 된다.잡지 일생에서 최고의 전성기가 그렇게 지나간다.어떻게 보면 초라하지만 사실은 그만한 대접도 없다.한 번 보고 버려지는 수많은 종이 인생 중에선 귀족이 아닐까 싶다.게다가 책꽂이에 갇히게 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읽힐 수 있는 게 잡지다. ‘이게 몇 월호에 실렸더라’하면서 이것 저것 꺼내 뒤적여 놓고는,순번대로 맞췄던 잡지의 배열을 흐뜨려 놓았던 경험이 한번 씩은 있을 것이다.보고 또 보고,한 달이 지나도 보고,일 년이 지나도 보고.그리고 돌려도 보고.그 게 종이 잡지다.
종이 잡지는 적당한 삶을 산다.요즘 인터넷을 통해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적당한 세대를 거치면 알아서 퇴장해 주니 정말 인간적이기까지 하다.물론 요즘 잡지는 모두 디지털화 돼 보관되지만 말이다.그래서 말인데,우리 잡지 에코스케이프도 적당한 세월만 살더라도 독자들이 자주 뒤적이고,서로 돌려보는 잡지였으면 좋겠다.잡지는 기본적으로 열독률이 높지만,좀 더 유용한 정보로 더욱 불티나는 잡지가 되길 바라본다.
새해 다짐은 자꾸 보고 여럿이 돌려 보는 잡지를 만드는 것!
-
[기자수첩] 인사이동은 아웃?
인사이동 철이다. 공공기관은 인사이동이 대부분 끝났고 민간은 3월 전까지 계속된다.
최근 출입처 몇 곳의 관계자들이 자리를 옮겼다. 경의선숲길 조성 및 운영 등을 담당했던 공무원도 자리를 옮겼다. 공원이 공사 중일 때부터 알게 된 그는 준공 이후 공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행위와 사건 사고들을 전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온 사람이다. 덕분에 기자도 더 관심을 갖고 취재를 지속할 수 있었다.
경의선숲길 내에 위치한 부지 철수 건으로 마포구와 마찰을 빚고 있는 늘장과 시민사회 단체들을 취재하는 과정에 경의선숲길을 ‘시민이 운영하는 공원의 모델’로 만들려 한 푸른도시국 담당자와도 인터뷰를 진행하려 했으나 인사이동 탓에 그러지 못했다.
마포구 지역경제과에서 늘장 관련 사무를 담당했던 공무원과도 통화를 시도했다. 이곳 역시 담당자가 바뀌어 인수인계 받으면서 들은 내용, 서류에 기재된 내용에 기반한 ‘제3자’적인 입장만을 전해 들었다. 시민사회가 공동 대응할 움직임까지 보임에도 구는 이에 대한 대응은커녕 분위기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LH가 응모한 사업이 우수사례 공모에 당선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취재차 LH 관계자를 통해 담당자를 찾았으나 인사이동으로 어느 부서에서 했었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는 답변을 받았다. 서울시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몇 년간 남산복원 업무를 수행하다 얼마 뒤 어린이놀이터 관련 업무를 수행하게 됐는데, 또 얼마 뒤 다른 부서로 옮겼다. 얼마 전 새로운 곳에서 다시 업무를 익히고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 불과 2년간의 일이다. 또 1년 전 푸른도시국에서 일하게 됐다며 얼굴을 익힌 공무원은 이번 인사이동 철에 다른 국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그 사업하면 그 사람으로 1:1 매칭이 되는 공무원이 있다. 물론 아닌 경우도 많지만 가끔 그 사업을 위해 태어난 듯 사명감을 가지고 일에 매진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그런데 몇 년 간 한 사업에 전력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증발되듯 사라지는 일이 허다하다 .
새로운 담당공무원이 그간의 전후사정을 서류를 통해 전달받고 익히는 동안에도 관련 현장은 빠르게 돌아간다. 행정이나 시민이나 물어물어 일을 처리하고, 새로 온 사람이 기존 사안의 전문가가 아니니 이중삼중으로 자료와 정보를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 와전되는 것, 잘못 전달되는 일이 발생해 수정을 거치고 길을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아닌,서류를 통해 익힌 사람이 본인이 주도하지도 않은 사업에 얼마나 열의를 가질지도 미지수다. 결국 사업의 성과와 품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실제 이슈가 될 만한 것도 인사이동 이후 흐지부지 되는 일이 적지 않다.
공무원 개인으로서도 기존에 하던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간 쌓아온 관계, 역량, 사업에 대한 인지도, 관련 지식들이 쓸모없게 돼 버린다. 인사이동 이후 얼마나 힘을 쏟아 부었든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관과 시민이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 일을 해왔는데 갑자기 새로운 사람이 와서“○○○에서 ○○업무를 담당할 ○○○”라고 소개하면 시민 입장에선 관계를 다시 맺어야 하는 피곤한 일이다. 결국 누가 오든 관으로서 볼 수밖에 없고 행정과 시민의 거리는 멀어진다. 관으로서도 손해다. 인사이동 이후 기존 관계자는 사업에서 완전히 아웃된다.
-
[기자수첩] 공 넘어온다. 마이 볼!
약수터배 배드민턴 복식 대회를 보면, 한 번씩 연출되는 장면이 있다. 가끔 동네 아저씨 족구 경기에서도 목격되는 장면이다. 상대 진영에서 네트를 넘어 공은 날아오는데, 아무도 공을 쳐 낼 생각은 않고 가만히 바라보다 어이없이 실점하는 경우다. 그런 공은 주로 선수와 선수 사이에 떨어진다. 누가 이 공을 쳐 냈어야 하는지 애매한 위치다. 자기 잘못이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애매하니까.” 그냥 다음에 잘하자며 눈웃음 한 번주고받으면 그만이다. 이런 실수를 하고 나면 나름 작전을 짜기 시작한다. 어느 구역으로 오는 공은 누가 치고, 어려운 공은 누가 받아 낸다든가 하는 것이다. 애매한 것을 줄여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조경학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등록을 마친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마이 볼”을 외치고 있다. 그간 조경학회와 발전재단, 조경사회 간 역할이 명확치 않았다며,이제부터는 학회가 조경계를 리드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지난해 건설기술자 조경직무 자격 범위에 산림, 원예 등의 기술자들이 대거 포함돼 조경계가 분노로 들끓었을 때, 재단과 사회에서는 학회가 나서라고 했고, 학회는 왜 일방적으로 떠넘기냐며 반발했다. 위기를 맞고 보니 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교통 정리가 안 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대해 학회 차기 회장 후보들도 의견이 갈렸다. 한 후보는 “당시에는 재단이 법이나 제도적인 문제를 다루는 조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다른 후보는“학회가 리드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조경계 원로들이나 역대 단체장들의 생각도 서로 달랐다. “재단을 만들었을 때 조경계를 대표해 법과 정책을 챙기고자 했다”는 주장과 “재단은 그런 일을 하는 조직이 아니다”는 주장이다.
과거 굵직한 조경계 현안들은 조경학회와 조경사회가 함께 나서서 해결해 왔다.그러나 재단이 만들어지면서 조경계를 대표하는 연합체 성격의 조직이 생겼다는 믿음이 있었다. 물론 착각일 수 있다. “애매하니까.”
그럼 학회, 사회, 재단 사이에 다시 작전을 짜면 된다. 위상이란 상대적인 것이고, 역할이란 나누기 나름이다. 국가도시공원법을 재단에서 챙긴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고, 학회가 서명을 받는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누구든 분야를 위해 나서주면 기꺼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선거는 희망을 품게 한다. 이번 학회 선거는 학회, 사회, 그리고 재단 사이에 있었던 그간의 역할 공방을 극복하고, 누구든 조경계의 위기에 발벗고 나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품고 있다.
“공 좀 못 차면 어떤가요. 마이 볼을 외쳐주세요.”
-
[기자수첩] 선거용 이사, 앞면과 뒷면
치열했던 조경학회 선거가 막을 내렸다. 승자도 패자도 조경 분야의 발전을 위해 나섰다는 점에서 모두 박수를 받을 만하다.
최근 취재를 다니면서 학회 선거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당연히 “누가 당선될 것 같으냐”는 질문이 제일 많았고,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도 적지 않았다. 지난 호에 심우경 명예교수의 후보 자격 논란이 기사로 나간 후 그 뒷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학회 선거 기간 동안 숨겨뒀던 두 개의 이야기를 꺼낼까 한다.
하나는 ‘심우경 교수’고 하나는 ‘선거용 이사 논란’이다.
심우경 교수의 후보자격 논란을 다룬 것은 본지가 유일했다. 논란 이후 기사들이 없어서 본의 아니게 궁금증만 높여 놓은 셈이 됐으니, 간단하게라도‘뉴스 후’가 필요할 듯싶다.
심우경 교수의 후보자격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학회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심우경 후보에게 이틀간의 이의신청 기간을 줬고, 심우경 교수는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의신청 마지막 날인 오후 6시를 넘겨서 제출했다는 이유로 최종 후보 자격을 얻지 못했다.
심우경 교수는 “현 조경계의 위기를 풀어보기 위해 후보에 출마한 것은 진심이었지만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치게 돼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이번 학회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세 번 듣게 된 말이 있다. ‘선거용 이사’라는 말이다.
처음은 김남춘 교수였다. 지난호 인터뷰에는 지면관계상실리지 못했는데,후보자 인터뷰를 하면서 “현재 학회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학회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이사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과거 선거용으로 늘리던 이사처럼 많이 늘리지 않았다”는 점을 하나의 예로 들었다.
두 번째는 심우경 교수로부터다. 후보 자격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학회에 섭섭함을 보이며, 회원가입도 하지 않았는데 학회의 이사가 됐다는 지인의 사례를 들며 ‘선거용 이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세 번째는 한 조경단체의 모임에서였다. 현 학회가 선거에 유리한 사람들로 이른바 ‘선거용 이사’를 많이 만들어 놨다는 발언이었다.
누구 말이 옳다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학회의 정관을 보면, 오랫동안 학회의 회원으로서 열심히 일을 하신 분들이 상임이사와 이사를 하는 것으로 규정은 돼 있지만, 비록 자격에 미치지 못해도 회장의 권한으로 상임이사나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회장은 이사회 구성원의 10% 이내에서 이사 자격을 갖추지 않아도 직무 수행에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있다. 또 회장은 상임이사회 구성원의 30% 이내에서 상임이사의 요건에 충족하지 못하는 이사를 상임이사로 위촉할 수 있다.
이렇게 정관에 들어 있으니, 흔히 비판적으로 말하는 ‘선거용 이사’라는 것은 편법도 아니고 불법도 아닌 것이다. 회장이 임기 내 사업을 하면서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이사로 선임할 수 있는 근거다. 선거만 놓고 보자면 여당에게 유리한 불공정한 조항은 될 수 있으나 누구도 없애지 않는 합의된 기득권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면, 언젠가 기득권을 과감하게 던지는 회장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선거용 이사, 알고 보면 별게 아니다.
-
[기자수첩] 10돌 맞이 조경박람회, 재정비가 필요하다
지난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코엑스에서 ‘대한민국 조경·정원 박람회’가 열렸다.환경과조경사도 부스를 마련해 박람회에 참여했다. 불과 얼마 전 같은 장소에서 다른 박람회를 취재했던 터라 어느 정도 사람들이 붐빌 것을 예상했으나, 이번 박람회는 입구부터 한산했다. 비단 평일 아침 시간대만 그랬던 건 아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주말임에도 사람들이 뜸했다. 그나마 22일에는 한국조경사회 자재분과위원회가 주관한 신기술 ·신자재 세미나가 진행된 덕에 비교적 많은 조경인들이 박람회를 방문했다. 사람이 적고 전시품목의 규모나 숫자가 확연하게 줄어서 전시장 내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예전 박람회 때 한 조경인은 “시설물밖에 볼 게 없다”며 사실상 ‘조경’보다는 ‘조경산업’이란 말이 박람회 명칭으로 더 적합할 것 같다고 말했었는데, 그때는 최소한 다양한 시설물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박람회에서는 시설물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참가업체들은 운반이 용이한 시설물을 일부 가져다 놓는 수준이었다.박람회 정체성이 무엇인지 의문이 드는 부스도 많았다.
조경박람회는 2006년 ‘대한민국 환경조경 박람회LANDEX’란 이름으로 처음 열렸다. 이후 2008년부터 열린 ‘대한민국 조경 박람회’는 한국조경사회를 중심으로 전시·박람회 전문기업인 리드엑스포와 함께 조경업체들을 유치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람들에게 선보여 왔다.
그런데 2014년부터 한국조경사회와 리드엑스포는 결별하고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벌써 세 번째 박람회를 치렀다. 그동안 조경업체들의 참여는 계속 줄어들었고 프로그램도 부실해졌다. 지난해 한겨레신문의 한 기자는 공식석상에서 “조경의 수준이 이거밖에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또한 올해 박람회장을 찾은 한 건축가는 박람회에 볼 것이 없다면서 “조경 수준 별로네” 하는 말을 남기고 박람회장을 떠났다.
조경 분야는 40여 년 만에 겨우 관련법 하나를 마련했다. 최근 업역 침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외적인 홍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일반인을 만나는 가장 큰 대외홍보 창구 중 하나인 조경박람회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조경가 입장에서 조경을 타이틀로 한 박람회 이미지가 추락하는 건 썩 달갑지 않은 일이다. 조경박람회 재정비 작업이 절실해 보인다.
‘대한민국 조경·정원 박람회’는 내년에 10돌을 맞이한다. 10년 주기로 열리는 독일의 IGA(국제정원박람회)는 세계 3대 정원박람회로 자리 잡고 있다. 정원의 역사가 오래된 독일의 IGA와 같은 박람회를 기대하긴 어려운 현실이지만,최소한 10돌에 걸맞은 모습은 갖춰야 하지 않겠는가.
조경의 이미지 제고와 분야 발전이란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국조경사회를 비롯한 조경단체들이 힘을 모을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