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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수첩] 민간위탁, 책임위탁
    지난 5월 3일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서울숲 민간위탁 동의안’이 가결됐다.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시에서 하는 모든 사업은 민간의 참여를 끌어들이는 방안을 함께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시는 특히 서울숲 관리를 민간위탁으로 맡기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 왔다. 그런데 왜 민간에 맡겨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이해되는 부분은 ‘예산 절감’이란 항목뿐이다. 민간이 공원을 관리하는 해외 사례로는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하이라인파크가 잘알려져 있다. 센트럴파크는 1970년대 뉴욕시가 재정 위기를 겪으면서 공원예산을 삭감하고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슬럼화가 진행됐다. 이후 뉴욕시는 시민단체인 센트럴파크 관리위원회와 공원을 활성화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시는 시민단체에 예산을 지원하고, 전기, 도로,안전, 치안 등 시설 관리는 시에서 담당했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안정적인 기부 문화와 자원봉사 시스템이 활성화 돼 있다.하이라인파크는 민간에서 먼저 나서 공원 조성을 추진하게 됐고,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기부를 받고 물품 판매와 콘텐츠 운영으로 이익을 창출해 수익금의 일부를 공원을 관리하는 데 쓰고 있다. 하이라인은 관리의 많은 부분을‘하이라인 친구들’이 맡고 있지만 구조나 안전, 시설 관리는 뉴욕시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려는 위탁사무 내용을 보면 ▲시설의 안전관리 ▲시설물 유지보수 및 정비 ▲동물·식물·동물사·녹지 및 공원생태계 관리 ▲공원 청소, 쓰레기 처리 및 환경정비 ▲시설이용 승낙 및 이용료 징수 ▲재산관리 및 도시공원대장 작성·관리 ▲곤충식물원·나비정원 운영 ▲서울숲위원회 운영 ▲이용자모니터링 및 공원이용 통계·평가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관리의 전권이 민간에 맡겨진다. 공원의 운영 관리는 크게 시설 및 수목을 유지하는 것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구분될 수 있다. 공원 운영을 민관이 함께하는 것이라면 그 사이에서 어떤 장점을 취할 수 있느냐가 고민이 돼야 한다. 민간의 역할과 공무원의 역할이 있다. 서울시는 경의선숲길과 서울역고가에 대한 민간 운영을 준비 중이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시설 전반의 관리 책임까지 시민이 맡는다면, 시는 예산만 지원하는 기관이 되려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는 기관으로서의 책임까지 민간위탁하려고 하는가?
  • [기자수첩] 용산공원, 역사적 건물을 어찌하오리까
    지난달 말,국토교통부가 용산공원에 도입한다고 발표한8개의 콘텐츠 안에 대한 찬반론이 뜨겁다.조경계에서는“왜 건물 위주의 콘텐츠를 공원에 집어넣느냐”는 반론과“용산공원의 목표에 맞는 콘텐츠를 도입하라”는 조언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은 용산공원 부지 내에 있는 근대적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현재 용산공원의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West 8소속 최혜영 팀장은 처음 이 논의가 시작된 것은 존치될 건물의 활용 방안 때문이었다며,당연히 건물 위주의 콘텐츠 안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내비쳤다. 그에 따르면,용산공원 안은1000여 개의 건물이 있는 하나의 도시와도 같다.그 중에는 상태가 좋은 일제시대 건물들도 많은데,문화재청에서는80여 개동을 존치해야 할 역사성이 있는 근대적 건물로 파악하고 있다.실제2011년 법정계획에서도 이 건물들의 재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우선 국가 부처를 대상으로 건물의 활용 방안을 제안받게 된 것이다.이에 총18개의 안이 들어왔으며,이 중8개의 안을 최종 선정하는 과정에서 콘텐츠 소위원회를 구성해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는 점도 밝혔다.다만 국토부가 이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맥락 없이8개의 콘텐츠 안을 발표해 반발을 자처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4월29일 열린 용산공원 콘텐츠 선정 및 정비구역 변경 공청회에서는 콘텐츠 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이에 콘텐츠 소위원회 위원장인 조세환 교수가 마치 공원이 건물로 가득 찬 것처럼 오해를 준 국토부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 80여 개동의 건물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공원 운영의 관점에서 보면80개 동을 모두 존치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지적이 많다.각각의 프로그램도 있어야 하지만,이를 운영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미군 철수 후 정확한 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만약 문화재로 지정되면 이를 다 철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번 발표에 신축과 증축 계획이 포함된 것은 문제이고,분명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하지만 단순히 건축 위주의 콘텐츠 안이라는 점을 비판하기 보다는 이 근대적 건물들의 활용 방안과 운영 방안을 만드는 데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기자수첩] 만들어진 게 기적인 놀이터
    조영남 대작 사건으로 미술계가 시끄럽다. 조영남은 대작에 참여한 송모 씨를 조수라며, 조수를 두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미술계의 관행이라 주장했다.미술계는 대작이 관행이라 주장한 조영남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다. 그는 스스로를 “화투를 소재로 하는 팝 아티스트”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대작이 미술계 관행이란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한 것은 실제 그렇게 행해지고 아니고를 떠나서, 단순히 머릿속에 그린 것을 말로 전달해 다른 사람이 표현하는 것을 작가로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디자인은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조형 작품을 기능적으로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디자인의 범위는 무척이나 다양해 의상, 제품, 건축, 조경 등 각 주제별로 분야가 구분되고 그 영역의 디자인을 깊이 있게 배운다. 특히 공간을 다루는 디자인은 공학적, 생태적 이론과 기술을 기반으로 기능에 충실한 형태를 만들어 내는 작업으로 전문성을 요한다. 안전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 지난 5월 순천에 제1호 기적의 놀이터가 만들어 졌다. 제안부터 TF팀 구성,위치 선정, 설계, 시공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 놀이터를 만든 TF팀은 총괄디자이너와 7개 운영팀으로 구성됐다. 운영팀은 시민참여, 운영, 안전,아동참여, 조경, 토목, 건축 담당으로 구분된다. 순천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민과 아이들이 모은 의견을 총괄디자이너가 종이에 개략적으로 그려 말로 설명하면 이를 업체에서 공사가 가능한 실시설계도면으로 그려 공사를 진행했다. 사업의 과정을 총괄하고 개념을 설명한 사람을 총괄디자이너라고 순천시 관계자는 소개했다. 공사 관계자들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아동문학가 한 사람만이 놀이터를 디자인한 총괄디자이너로 알려지고 있다. 이곳의 출렁다리, 터널, 슬라이드는 설계됐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엉망이다. 특히 슬라이드는 각도가 맞지 않아 타고 내려오면 출구 2미터 전쯤 정지돼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다. 수로의 형태는 생태형도 인공형도 아니라 어정쩡하다. 수로 하단부에서 지면으로 올라오는 높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의 하반신 정도다. 매끈하고 둥근 돌멩이가 사선으로 수로 가장자리 안쪽에 쌓여 있고, 경계는 석재가 돌출된 형태다. 크게 다칠 위험이 있다. 놀다 보면 다칠 수 있는 것이지, 다치기 위해 노는 것은 아니다. 재료와 마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걸 공학적이고 기능적으로 풀어주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입으로 생각을 전달하는 건 클라이언트의 역할이다.생각을 구현할 기술이 없는 사람을 우리는 디자이너라고 부르지 않는다.설계비도 6개월간 2000만 원에 불과해 만들어진 게 기적이라는 평가다.
  • [기자수첩] 제1호 국가도시공원, 부산이면 좋겠네
    1999년부터100만평문화공원 조성 운동이 진행됐으니“부산에 대형공원을 만들자”는 구호가 시작된지 벌써17년이 지났다.부산100만평문화공원은 기자가 대학을 다니고 있을 때부터 들어왔던 조경분야의 오래된 숙제 중 하나였다.그땐 알았을까?공원하나 조성하는 것이 이렇게까지 힘든 일일 줄이야.그땐 몰랐다.내가 기자가 될 줄이야.감히 누군가의미래를 예측하기도 힘든 만큼의 오랜 시간이 흐른것이다. 대한민국이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4명의 대통령을 배출하는 동안,부산엔 대형공원 하나가 들어서질 못했다.하야리아 캠프 철수 부지에 부산시민공원이 조성되긴 했지만100만평문화공원 조성 운동은 꿋꿋이 외면받았다.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100만평문화공원조성시민협의회는 부산의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우뚝 섰고,땅의 일부를 사서 시에 기부하기도 하고2012년엔100만 명 서명을 달성하기도 했다.많은 부산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형공원 조성에 대한 공감을 이뤘지만 공원은 조성되지 못했다.부산시는 돈이 없다고 했고,의지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 드디어 부산시도 둔치도에 공원을 짓겠단다.지난6월3일 부산시청에서는‘2016국가도시공원법 통과 부산 선포식 및 기념심포지엄’이 열렸다.이 자리에서 송삼종 부산시 서부산개발국장은 둔치도에 국가도시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비록 부산시가 아니라 국가의 돈으로 공원을 짓겠다는 선언이지만,각종 주변 개발 계획과 정치적 압력에 흔들려 왔던 둔치도가 곧 공원시설로 확정될 것이라는 뜻 이어서 조경인으로서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사실 부산에 공원 하나 짓겠다는 선언일 뿐이다.그것도 공원을 만들어 달라고 국가에 매달려 보겠다는 선언일 뿐인데 이렇게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그간의 시간과 노력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국가도시공원법은 아직 하위법령이 없고,둔치도도 공원시설이 아니어서 국가도시공원을 신청할 자격이 없다.시가 도시공원 결정을 한다고 해도,국가가 도시공원으로 조성해 줄지는 미지수다.또한 광주,대전 등 국가도시공원을 조성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지자체가 몇 군데 있어서 순번도 정해야 한다.그 순번에서1번이 바로 칠전팔기의 스토리를 지닌 부산이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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