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마다 히로유키 ([email protected])
1. 녹색 대지붕
50평의 대초원 지붕
2009년 말 건축가 마에다 유리前田由利 씨가 보내준 준공 견학회 초청장이 도착했다. 마에다 씨는 한결같이 초가지붕 주택을 선보여 온 건축가다. 그런데 난 유감스럽게도 최근 두 번 연이어 준공 견학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체로 견학회는 토요일에 개최되는데 주말 출장과 겹쳐 버리면 도통 갈수가 없는 것이다. 이번엔 연초에 진행되었는데 다행히 입시 업무와 출장이 겹치지 않았다. 여느 때 처럼 학생들에게 초청장을 보내고 나도 견학회장으로 향했다.
장소는 오사카 남부에 있는 쿠마토리熊取라는 마을로, 대학과 집에서 가까운 거리였다. 차로 가면 40~50분 정도. 고베神戸의 산 속에 있었다면 가는 것만 반나절 걸리는데, 그에 비하면 엎어지면 코닿을 곳이라고 말해도 좋을 거리다. 그렇지만 일정이후에 항상 있는 축하 회식을 생각하면 전철이나 버스로 가야 한다. 좀 귀찮지만, 어떻게든 괜찮은 환승 방법을 찾아내 쿠마토리 역까지 겨우 도착했다. 다행히 그곳에서 차로 이동하던 학생과 우연히 합류하여 생각 외로 편하게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 속의 신흥 주택지에 세우는 집들은 모두 넓다. 나중에 들었는데, 일반적인 분양 주택의 약 2배 정도 넓이라고 한다. 도착한 장소도 그 안에 포함되 었지만, 이 건물은 상당히 작게 보였다. 옆 건물과 비교하면, 높이가 2/3정도 밖에 안 되어 보였다. ‘로프트가 있는 단층집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실내로 들어가 보니 놀라울 정도로 넓게 뻥 뚫린 2층 집이었다. 마치 입체 그림 속에 들어 온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다시 밖으로 나와 재차 외관을 확인할 정도였다.
마에다 씨에게 물어 보았더니, 1층과 2층을 연속적인 지붕으로 덮는 콘셉트로 설계하였는데 높이를 낮게 하려고 한 의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초가지붕 주택은 천정과 지붕 사이의 공간이 필요 없기 때문에 대체로 건물 높이가 낮지만, 1층과 2층의 연속 지붕과 무천정이라는 조합이 이러한 모습을 낳은 듯하다. 또 평면도 상에서 보면 건물 전체가 앞으로 말린 형상으로, 지붕이 제일 안쪽 동棟으로 꺾여 있는 점이 시각적으로 더욱 작아 보이는 인상을 주는 것 같다.
지붕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잔디 요양 중 -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오사카의 외진 곳까지 오는 견학자가 드물고 이미 뿌리가 활착되어 있기 때문에, 마에다 씨는 “좋아요”라고 허락했고 모두 지붕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모습은 마에다 씨, 초가지붕의 토양재료를 만든 철공소의 사장님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이 지붕 위에서 그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다. 이 지붕에 오르면 세토나이카이瀬戸内海를 내려다 볼 수 있어, 춘추의 좋은 계절에 바비큐라도 하면 좋을 것 같다. 이번은 “녹색 대지붕”이라는 제목을 붙인 만큼, 정말 광대한 초가지붕이다. 마에다 씨가 설계한 가운데 최대 면적이고 대략 50평 넓이다. “스키장의 겔렌데Gelände같지요”
라고 마에다 씨는 말했다. 개구쟁이 아이들이 놀며 뛰어 내릴 것 같은 생각도 드는데, 지붕에 올라가도 괜찮은 사람들을 선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 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 『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 연구 노트 2012』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 1967년생으로, 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 그락크(CLA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 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 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의 3차, 4차를 담당했다. 일본 도쿄도 코토구 ‘장기계획 책정회’ 위원, 서울시 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