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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설계, 종합적인 전문성 요구되는 시점
다양한 분야가 도시에서 어우러지도록 조율하는 조타수 될 것
이인성
한국도시설계학회 회장,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도시를 다루는 데서 나타나는 괴리를 조정하는 공동의 작업을 하는 것이 도시설계의 과정이다.전공과 분야에 따라 역할을 제약할 필요는 없다.도시 전체를 개선한다는 큰 차원에서 바라보고 본인의 역할을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4월23일 한국도시설계학회 총회에서 이인성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가 학회 제9대 회장으로 취임했다.이 회장은 도시설계 분야에서 조경과 도시계획부문의 역할을 맡으면서도 회장으로서 다른 분야와의 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앞으로 할 일이라면서 학과나 분야를 구분하지 말고,다루는 대상을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 학과별 특성이 있고 전공에 따라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것은 분명 다르다.하지만 같은 대상에 대해서 고민하는 지점이 있다면 서로의 입지를 따지기 보다는 서로의 생각과 역량을 교류함으로써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도시라는 대상을 바라본다면 그렇게 구축되는 관계가 도시설계 일이 될 것이다.”
이인성 회장은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조경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일리노이대학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서울시립대학교 부설 도시과학연구원 원장을 지낸 바 있으며,서울시 도시계획위원과 국토부의 중앙도시계획위원을 역임하고,현재 서울시 시정평가자문단,서울시 도시계획정책자문단,용산국가공원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한국도시설계학회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학제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건축,도시,조경,경관,환경,역사,교통,문화,경제,행정 등 다양한 전문가가 모여 지난2000년 설립됐다.학회는 난개발과 도시 가속화로 인한 삶의 질적 저하를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인성 회장은 과거 물리적 계획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도시 환경의 계획과 설계가 더욱 복합적이고 다양한 목적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즉 사회가 발달하면서 환경오염,기후변화,범죄,재해 등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으며,이에 따라 도시 환경에 대한 요구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바람직한 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계획과 설계에 관련된 분야들의 협업은 물론,경제적,사회적,환경적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다루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에 따라 도시계획,건축,조경 등 단위 분야의 전문성보다 종합적인 전문성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고,융합 분야인 도시설계 분야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요구는 복잡해진다.종합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여러 분야가 힘을 합쳐서 도시를 바라본다면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될 것이다.도시설계 분야에서 할 일이 많다.조경학과 학생들은 본인의 전공을 살려서 도시설계에서 역할을 할 수 있고,더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추가적으로 공부하면서 융합시켜 자신만의 길로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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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원에서 함께 고민해 봅시다
단절된 우리 정원문화 재설정 필요
안명준
제3회 대한민국 한평정원 페스티벌 총괄감독,
조경시공연구소 느티 소장
“한평정원은 단순히 작은 공간에 꽃 심고 정원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우리의 전통적 일상 정원문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한평정원이 지금 시대에 갖는 의미가 분명 있다.그걸 작가들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는 과정이 공모전의 핵심이다.적은 비용으로 정원의 대중화와 생활화를 이끌 수 있는 방법을 작가들과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이다.”
안명준 총괄감독은 자투리땅에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정원 모델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한평정원 페스티벌의 진정한 의미라고 역설했다.이번 공모는 큰 규모의 여유 있는 공간에나 가능한 정원 아이디어를 전시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안 감독은 자연물을 활용하면서 인류가 성장했고 그 시작이‘정원일’에 있다고 보고 있다.그런데 경제 성장과 시민사회 성장이라는20세기 격변을 거치면서 정원은 사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권력자나 자산가들의 호사취미 정도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특히 우리 정원문화는 수십 년 동안 일제 강점기,전쟁 등 격변기를 거치면서 그 맥이 단절되는 이중고를 겪었기 때문에 의미를 재설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 감독에 따르면 우리는1990년대 말 조경이 활발해지면서 외부 공간과 자연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2007~2008년 이후 만져보고 체험하는 것으로 관심을 확장하기 시작했다.나아가 이제는 보고 만지고 함께 즐길 정도로 성장했고,단절된 정원문화를 새로 설정하는 단계까지 와 있다.
“우리 시대는 정원문화의 의미가 재설정되는 단계에 있다.정원의 본질은‘돌봄’에도 있는데,공모전을 통해 소규모 정원 만들기를 함께 고민하는 것은 자연물을 활용하고 돌보는 정원일의 본질을 이해하고,우리만의 정원문화를 재설정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순천시는 정원도시를 표방한다.이를 실천하는 방편으로 올해 한평정원 페스티벌의 작가부 정원은 도심권에 조성된다.장기적으로는 한 번에60여 개 정도의 정원을 도심권에 만드는 것이 목표다.순천시는 이를 운영하고 조정할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했고,체계를 잡기 위해 안명준 총괄감독을 선임했다.안 감독은 장기목표 실현을 위해 작가부 참가 자격을 조경,원예,정원 등의 실무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확대했다.그는 정원의 의미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겉치레나 화려함에 빠져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은 전통과 현대가 뒤섞인 서울이란 도시를 안고 있다.우리 역사에서 천만이 넘는 도시를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다.천만 도시에 적응한 우리 문화에 맞는 스스로의 정원문화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우리 정원의 핵심은 실용성이 먼저이고,그런 전통양식이나 기법들은 본능적으로 우리 안에 녹아있다.여타 정원박람회처럼 이번 한평정원 공모전도 시민들이 스스로 정원문화를 설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우리 문화권에서 새로운 정원문화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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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 딱한 처지, 관심 받고 싶습니다!
4년 넘게 끝나지 않는 설계, “시민이 나서주길”
최혜영 팀장,
나성진 과장
West 8 서울사무소
“용산공원에 대한 국민들의 큰 관심이 필요하다!”이게 무슨 말인가.지난해 서울시와 정부의 대립으로 뜨거운 이슈를 거머쥐더니,이번엔8개 콘텐츠 안 선정으로 여론이 시끌시끌한 용산공원이,국민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 문정동에 위치한 동일기술공사3층 조경부 한 켠에는,네덜란드의 세계적인 설계업체인West 8소속의 최혜영 팀장과 나성진 과장이 작은 방 하나를 얻어 얹혀(?)살고 있다.특히 최혜영 팀장은2011년 말 진행된 용산공원 국제공모전에서‘West 8+이로재+동일기술공사’컨소시엄이 당선된 이래 벌써4년이 넘게 눈물의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그래서 그는 재밌는 시민 참여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서울역 고가가 너무 부럽단다.
물론 용산공원 프로젝트가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몰랐다.
처음 계획대로라면2014년 말에 모든 설계가 끝났어야 하는데,온갖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며 일이 복잡해졌고,무엇보다 올해까지 집행된 예산이 전체 금액의 절반밖에 안 돼 작업이 지연됐다.그나마 올해 들어 예산이 확보되면서 조금 진척이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최근 용산공원에 도입하는8개 콘텐츠 안을 발표하면서 용산공원이 다시 정치적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느낌이다. 8개 콘텐츠 안을 보면7개는 건물이고,나머지1개는 공원이다.건물들 중 하나는 신축 건물이다.이에‘왜 공원에 건물 위주의 콘텐츠를 집어넣었냐’는 것과‘왜 정부 부처의 제안만 반영했느냐’가 문제로 떠올랐다.
사실 이번 콘텐츠 안 선정은,문화재청에서 역사성 있는 근대적 건물로 판단하고 있는 용산공원 내80여 개동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논의하면서 시작됐다.국가사업이다보니 우선 국가 부처를 대상으로 활용 제안을 받게 됐고,총18개의 안이 들어왔다.이후 콘텐츠 소위원회를 구성해 최종8개 안을 선정하게 되는데,이 과정에서 소위원회가1년 동안10회나 열리기도 했다.
최혜영 팀장은 국토부의 잘못된 소통 방식에서 문제가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국토부가 논란을 우려해 진행중인 설계안은 공개를 꺼리면서 갑자기8개의 콘텐츠 안을 넣겠다고 발표를 해서 마치 공원이 건물로 가득 찬 것 같은 오해를 줬다는 것이다.하지만 언론도 용산공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근대적 건물을 어떻게 재사용할 것이며,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는 다들 자기 영역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답답했는데,지금은 누구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생각을 한다.다만 지금이라도 정치적 의도 없이 다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_최혜영 팀장
“용산공원 설계안을 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설계안을 오픈을 해야 하지 않을 까.이 프로젝트는 디자이너들과 클라이언트만의 소통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이번 콘텐츠 안 선정 논란은 빙산의 일각이다.” _나성진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