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관리
폴더명
스크랩
  • [기자수첩] 민간위탁, 책임위탁
    지난 5월 3일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서울숲 민간위탁 동의안’이 가결됐다.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시에서 하는 모든 사업은 민간의 참여를 끌어들이는 방안을 함께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시는 특히 서울숲 관리를 민간위탁으로 맡기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 왔다. 그런데 왜 민간에 맡겨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이해되는 부분은 ‘예산 절감’이란 항목뿐이다. 민간이 공원을 관리하는 해외 사례로는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하이라인파크가 잘알려져 있다. 센트럴파크는 1970년대 뉴욕시가 재정 위기를 겪으면서 공원예산을 삭감하고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슬럼화가 진행됐다. 이후 뉴욕시는 시민단체인 센트럴파크 관리위원회와 공원을 활성화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시는 시민단체에 예산을 지원하고, 전기, 도로,안전, 치안 등 시설 관리는 시에서 담당했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안정적인 기부 문화와 자원봉사 시스템이 활성화 돼 있다.하이라인파크는 민간에서 먼저 나서 공원 조성을 추진하게 됐고,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기부를 받고 물품 판매와 콘텐츠 운영으로 이익을 창출해 수익금의 일부를 공원을 관리하는 데 쓰고 있다. 하이라인은 관리의 많은 부분을‘하이라인 친구들’이 맡고 있지만 구조나 안전, 시설 관리는 뉴욕시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려는 위탁사무 내용을 보면 ▲시설의 안전관리 ▲시설물 유지보수 및 정비 ▲동물·식물·동물사·녹지 및 공원생태계 관리 ▲공원 청소, 쓰레기 처리 및 환경정비 ▲시설이용 승낙 및 이용료 징수 ▲재산관리 및 도시공원대장 작성·관리 ▲곤충식물원·나비정원 운영 ▲서울숲위원회 운영 ▲이용자모니터링 및 공원이용 통계·평가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관리의 전권이 민간에 맡겨진다. 공원의 운영 관리는 크게 시설 및 수목을 유지하는 것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구분될 수 있다. 공원 운영을 민관이 함께하는 것이라면 그 사이에서 어떤 장점을 취할 수 있느냐가 고민이 돼야 한다. 민간의 역할과 공무원의 역할이 있다. 서울시는 경의선숲길과 서울역고가에 대한 민간 운영을 준비 중이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시설 전반의 관리 책임까지 시민이 맡는다면, 시는 예산만 지원하는 기관이 되려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는 기관으로서의 책임까지 민간위탁하려고 하는가?
  • [기자수첩] 용산공원, 역사적 건물을 어찌하오리까
    지난달 말,국토교통부가 용산공원에 도입한다고 발표한8개의 콘텐츠 안에 대한 찬반론이 뜨겁다.조경계에서는“왜 건물 위주의 콘텐츠를 공원에 집어넣느냐”는 반론과“용산공원의 목표에 맞는 콘텐츠를 도입하라”는 조언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은 용산공원 부지 내에 있는 근대적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현재 용산공원의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West 8소속 최혜영 팀장은 처음 이 논의가 시작된 것은 존치될 건물의 활용 방안 때문이었다며,당연히 건물 위주의 콘텐츠 안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내비쳤다. 그에 따르면,용산공원 안은1000여 개의 건물이 있는 하나의 도시와도 같다.그 중에는 상태가 좋은 일제시대 건물들도 많은데,문화재청에서는80여 개동을 존치해야 할 역사성이 있는 근대적 건물로 파악하고 있다.실제2011년 법정계획에서도 이 건물들의 재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우선 국가 부처를 대상으로 건물의 활용 방안을 제안받게 된 것이다.이에 총18개의 안이 들어왔으며,이 중8개의 안을 최종 선정하는 과정에서 콘텐츠 소위원회를 구성해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는 점도 밝혔다.다만 국토부가 이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맥락 없이8개의 콘텐츠 안을 발표해 반발을 자처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4월29일 열린 용산공원 콘텐츠 선정 및 정비구역 변경 공청회에서는 콘텐츠 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이에 콘텐츠 소위원회 위원장인 조세환 교수가 마치 공원이 건물로 가득 찬 것처럼 오해를 준 국토부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 80여 개동의 건물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공원 운영의 관점에서 보면80개 동을 모두 존치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지적이 많다.각각의 프로그램도 있어야 하지만,이를 운영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미군 철수 후 정확한 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만약 문화재로 지정되면 이를 다 철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번 발표에 신축과 증축 계획이 포함된 것은 문제이고,분명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하지만 단순히 건축 위주의 콘텐츠 안이라는 점을 비판하기 보다는 이 근대적 건물들의 활용 방안과 운영 방안을 만드는 데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식재기법] 그늘정원 조성 기법(5) 양치식물 정원
    양치식물(羊齒植物, fern)은 고사리 종류를 통칭하는 말이다. 분류학적으로는 이끼보다는 고등한 식물군이지만 꽃이 피지 않고 포자로 번식하는 관속식물을 지칭한다. 양치식물은 숲 속에 분포하는 종류가 많아 그늘정원의 소재로 유용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독립적인 주제원(Fern Garden)으로 조성하기도 한다. 포자로 번식하는 특성 때문에 화려한 꽃이나 열매를 보지는 못하지만 야생화에서는 볼 수 없는 깃털같은 잎의 형태와 부드러운 질감은 다른 어떤 식물에서도 볼 수 없는 매력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양치식물은 고생대 말엽에 출현해 공룡 시대인 중생대에 번성하던 식물이다. 중생대 이후에는 반복되는 빙하기를 맞이하며 쇠퇴했는데 지금은 총 250속 1만~1만2000여 종이 분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중 우리나라에는 약 300여 종의 양치식물이 자생하는데 안타깝게도 다른 식물에 비해 관련된 정보가 많지 않다. 양치식물의 매력에 빠져 양치식물을 공부하고 수집하는 일부 마니아층이 있긴 하지만 전문적으로 원예나 정원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양치식물은 다소 생소하다. 대부분 그 종류와 특성에 무지한 경우가 많고 재배와 번식이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농장에서 번식을 통해 재배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적으로 산에서 채집되어 유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려는 사람들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는 것을 종종 보는데 이기회를 빌려 책 한 권을 소개한다. 『Encyclopedia of Ferns』(David L. Jones, 1987)은 젊은 시절 필자가 공부했던 책으로 양치식물의 식물학적 특징은 물론 증식과 재배, 정원에서의 이용까지 총 망라돼 있다. 특히 국내 자생 양치식물 중 100여 종이 정원 식물로 소개돼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양치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권한다. 정원의 양치식물 제주도를 비롯해 남부 도서 및 바닷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사리가 하나 있다. 흙 한 줌 없는 돌 틈에서 모진 해풍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억척스런 식물, 바로 도깨비고비(Cyrtomium falcatum)다. 도깨비고비는 상록성 양치식물로 어두운 실내에서도 생존력이 강해 실내식물로 애용된다. 그 때문에 유럽에서는 이를 재배하는 농가도 많다고 한다. 넉줄고사리(Davallia mariesii)는 우리나라 남부는 물론 중부 지역 숲의 바위나 나무줄기에 붙어 자라는 고사리다. 일본에서는 14세기부터 넉줄고사리를 정원 식물로 사용했는데 나무나 돌에 붙여 키우거나 처마 밑에 달아 행잉 가든(Hanging garden)으로 이용했다. 특히 몇 대에 걸쳐 대대손손 물려주며 재배하는 특별한 식물이었다고 한다. 양치식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용으로 이용되는 고사리를 생각한다. 그리고 정원에서 양치식물이 어떤 매력을 발휘하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도깨비고비와 넉줄고사리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지만 사람들은 먹을 수 없는 고사리 정도로만 인식할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꽃도 피지 않고 열매도 달리지 않는데다 화려한 색감도 없으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반응이다. 그러나 그런 분들에게 다시 한 번 양치식물을 천천히 새로운 시각으로 보길 권해 본다. 각각의 형태와 질감이 어떻게 다른지, 그저 녹색이려니 했던 잎들이 얼마나 다양한 색감을 뿜어내는지, 깃털처럼 잘게 갈라진 잎들이 다른 넓은 잎의 식물들을 얼마나 훌륭하게 받쳐주고 있는지, 작은 잎 하나하나가 배경을 쪼개고 쪼개서 만들어 내는 극한의 부드러움이 어떤 것인지, 모든 생명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고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알게 될 것 이다. 퍼너리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유럽인들은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는 물론 북미까지 탐험하며 정원의 진귀한 식물을 수집하는 데 열광했다. 그리고 그 수집 목록 중에는 양치식물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접어들면서 양치식물 마니아(Pteridomania: the fern craze)가 급증하게 되는데 이들은 퍼너리(fernery)를 조성해 북반구의 온대 양치식물은 물론 뉴질랜드의 아열대 및 열대의 다양한 나무고사리(tree fern)까지 도입했다고 한다. 퍼너리는 양치식물을 자연 상태와 유사한 환경에서 재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시설로 온실을 만들거나 혹은 옥외에 시설을 조성해 강한 햇빛과 바람을 막고 공중습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양치식물을 위한 특별한 정원 양식으로 양치식물 정원(Fern Garden)의 기원이 된다. 양치식물의 매력 1) 원시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양치식물 정원에 들어서면 마치 사람의 손길이 닿지않는 깊은 숲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곤 한다. 아마도 양치식물이 지니는 원시적인 형태감이 주는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끼와 함께 배식하면 생태적, 디자인적으로 조화가 뛰어나 더욱 극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아열대 및 열대 기후대에 자라는 양치식물 중에는 트리펀(Tree Fern)이라고 불리는 키가 큰 나무고사리도 있다. 딕소니아(Dicsonia)나 해고(Cyathea) 등이 이에 해당되며 나무처럼 수 미터까지 자라나 규모감이 있고 투박하며 단순한 수간과 부드럽게 늘어져 떨어지는 잎의 조화가 멋스럽다. 2) 다양한 색감 양치식물은 그 종류와 시기에 따라 다양한 범주의 녹색을 연출한다. 하나하나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수 만가지의 초록빛이 묻어 나온다. 특히 봄철 돌돌 말린 어린잎이 활짝 필 때까지 형태와 색감의 변화가 흥미롭고 그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 큰 볼거리가 된다. 더욱이 어린잎은 종류마다 색의 차이가 커서 연녹색, 회녹색, 갈색, 홍자색 등 초록색 이외의 색채감을 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3) 배경이나 혼식 식물로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양치식물은 종류에 따라 독립적으로 쓰이기도 하나 다른 식물들과 어우러지는 조화가 뛰어나 배경 식물이나 혼식 식물로 매우 유용하다. 이는 깃털 모양으로 잘게 갈라지는 잎의 형태에서 연유한 것으로 이 독특한 잎의 형태는 공간을 세밀하게 쪼개어 부드러운 질감을 표현해 내며 이는 숲 속의 많은 넓은 잎 식물들과 대비를 이루어 더없이 아름다운 형태를 만들어 낸다. 비비추, 연영초, 둥글레, 천남성 등 표면이 둥글거나 넓은 잎을 지닌 식물들과 이용하기 좋고 풍지초, 맥문동과 같이 가늘지만 깨끗하고 또렷한 형태의 잎과도 조화가 뛰어나다. 4) 음지에 가장 적당한 소재 양치식물은 건조한 풀밭에서부터 물가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와 서식 환경이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음지성으로 숲과 같은 그늘에 서식하는 것이 많아 그늘정원에 유용하다. 특히 일반적인 야생화가 생육하기 어려운 건축물 북면이나 실내에 짙은 그늘에서도 활용이가능해 그 가치를 더한다. 5) 병충해가 적다 달팽이 등이 일부 잎을 갉아먹는 경우가 있으나 그 외로는 병충해가 거의 없어 특별한 관리가 요구되지 않는다. 김봉찬은1965년 태어나,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였다.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 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하면서 식물원 기획,설계,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그리고2007년 조경 업체인 주식회사 더가든을 설립하였다.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과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현재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이사,제주도 문화재 전문위원,제주여미지식물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주요 조성 사례는 평강식물원 암석원 및 습지원(2003),제주도 비오토피아 생태공원(2006),상남수목원 암석원(2009),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원(2010),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2012)및 고층습원(2014)등이 있다.
  • [전통정원] 일본의 명원26 메이지 시대의 정원(1)
    개관 메이지 시대明治時代는 메이지유신 이후 메이지 천황이 통치하던 시기로 1868년 1월 3일 왕정복고 대호령王政復古大號令에 의해 메이지 정부가 수립된 이래 메이지 천황이 죽는 1912년 7월 30일까지 44년의 시간적 범위를 가진다.1 이 시기에 메이지정부는 근대화 정책과 중앙집권화 정책을 폈고 부국강병 및 식산흥업 정책殖産興業政策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메이지 정부는 영주적 토지 소유제를 폐지하고 농민들에게 토지를 유상 분배했으며 지조개정地租改正을 통해 국가 재정을 충실히 다져 나갔다. 또한 의무교육을 시행하고 해외에 견물사절단과 유학생을 대대적으로 파견했다. 아울러 서양 기술자들을 초빙해 서양의 근대화된 제도와 과학기술을 도입하고 습득하는 데 전력을 기울임으로써 일본의 근대화를 앞당길 수 있었다. 건축분야에서도 서구의 진보적 건축문화를 도입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심지어 유럽의 건축기술 도입을 위해 관청 관계의 건물을 석조나 벽돌조의 서양식 건물을 짓도록 권고할 정도였다. 정원 역시 이러한 서양 건축에 어울리는 서양식 정원이 유행하는 경향을 띠었다. 그러나 서양문화의 급진적인 도입은 일본의 전통문화를 밀어내는 풍조를 촉발해 일본의 전통문화가 경시되는 시대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건축계와 조경계의 선지식들은 이러한 양풍화洋風化 속에서도 일본의 전통건축과 전통정원을 지키고 계승해야 한다는 생각을 견지했다. 건축과 정원의 조영에서도 일본성을 지키고자 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렇게 일본의 전통성을 지키고자 노력한 작정가들 가운데에서도 메이지 시대부터 타이쇼大正 시대에 걸쳐서 활약한 우에지植治 2 오가와 지헤에小川治兵衛는 특히 기억할 만한 인물이다. 지헤에는 만엔万延 원년(1860), 교토부京都府 오토쿠니군乙訓郡 코우타리 마을神足村3에서 태어났다. 그는 에도 시대부터 일본정원 작정의 정통성을 지켜온 교토 오가와 가문의 데릴사위婿養{子로 들어가 메이지 12년에 오가와 가문의 7대목으로 지명되었다. 우에지植治는 오가와 가문의 옥호屋戶인데, 지헤에를 통칭하는 말로 쓰였다. 지헤에에 대한 가문의 신뢰도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의 작풍은 일본의 전통문화를 내팽개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당시의 정·재계 유력자와 문화인에게 크게 환영받았다. 그는 배후의 경관을 차경해서 정원의 배경으로 삼고, 지천池泉(못)과 계류를 중심으로 정원을 만들었다. 밝고 개방적인 넓은 뜰과 소담한 경관이 보이는 다실, 경쾌한 물의 흐름, 원지형의 부드러운 기복을 그대로 살리는 등 에도 시대의 정원과는 또 다른 신선한 감각을 정원에 도입했다. 특히 그는 교토의 동산지구에 많은 작품을 남겼다.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県有朋의 별장인 무린안無鄰庵을 조성한 경력이 이 지역에 별장을 가진 유력자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에지 지헤에에게 정원을 맡긴 대표적인 인물로는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県有朋(산현유붕), 스미토모 하루 미도리住友春翆(주우춘취), 노무라 호토쿠안野村得庵(야춘득암)4 등이 있다. 그의 활약이 관동지방에 영향을 미치면서 근대 정원의 문도 열렸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헤에는 일본정원사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무린안 정원, 헤이안진구平安神宮 정원, 다이류산조對龍山莊 정원, 스미토모가住友家 정원, 마루야마코엔円山公園, 헤키운조碧雲莊 정원, 큐후루카와테이엔旧古河庭園이 있다西桂(2005). 무린안 정원 무린안無鄰庵은 메이지明治유신의 일등공신元勳(원훈)인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県有朋가 교토에 만든 별저의 정원이다. 아리토모는 생전에 도쿄, 오오이소大磯(대기), 오다와라小田原(소전원) 교토 등지에 별장을 경영했던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도쿄의 친잔쇼春山荘(춘산장)와 무린안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岡野敏之(1994). 무린안 정원은 그 당시 최고의 작정가인 오가와 지헤에小川治兵衛가 아리토모의 설계에 따라 작정했다. 정원 요소요소에 지헤에가 당시 사용했던 작법이 고스란히 발견되는 것을 보면 아리토모의 의도와 지헤에의 작정 기법이 동반돼 만들어진 정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5 지헤에는 아리토모를 만나면서 시서화詩書畵와 골동품을 보는 눈이 떠지고 풍류를 즐기는 아취雅趣를 갖게 됐다岡野敏之(1994). 이것을 보면 아리토모는 정치가인 동시에 예술가적 성향을 지닌 풍류객이었음이 분명하다. 메이지 24년(1891) 5월 총리대신을 사임한 아리토모는 교토 니조 키야초二条木屋町의 스미토모가住友家의 별저를 사들여 교토로 거처를 옮긴다. 이 별저는 부지 안에 타카세강高瀬川이 흐르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아리토모는 이곳 별저에 무린안無鄰庵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경치를 즐겼다고 한다. 일찍이 케이오慶応 3년(1867) 30세의 나이로 결혼한 아리토모는 조슈 요시다長州吉田의 청수산淸水山 기슭에 별저를 설계하고 무린안이라고 호를 붙인 적이 있었다. 아리토모는 무린안이라는 옥호를 교토의 별저에 다시 사용했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리토모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메이지 27년(1894) 아리토모는 다시 육군에 복귀해서 제1군 지령관指令官으로 만주에 출정한다. 그가 출정한 사이에 현재의 무린안이 들어선 자리에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이 땅은 당시 시가 소유했던 시유지였다. 공사는 아리토모와 동향 사람同鄕人인사업가 하라슈 자부로久原庄三郞가 맡아서 진행했다. 자부로는 훗날 아리토모에게 당시의 유명한 작정가 오가와 지헤에小川治兵衛를 소개하게 된다. 그때의 인연이 지금의 무린안 정원을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것을 보면 아리토모와 지헤에는 만나야만 하는 운명을 지녔던 모양이다. 홍광표는 동국대학교 조경학과,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경기도 문화재위원,경상북도 문화재위원을 지냈으며,사찰 조경에 심취하여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진행해 왔다.현재는 한국전통 정원의 해외 조성에 뜻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저서로『한국의 전통조경』,『한국의 전통수경관』,『정원답사수첩』등을 펴냈고, “한국 사찰에 현현된 극락정토”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또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 [식물 디자인의 발견] Case Study: 메이저 존스톤 & 비타 섹빌웨스트 잉글리시 가든 양식 식물 디자인
    코티지 가든과 식물 디자인 코티지cottage라는 단어는 ‘작은 시골집’을 의미한다. 16세기 영국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재임 시기로, 이 시기는 영국을 대표하는 문인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1564~1616)가 활동했던 때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즈음을 영국 시골에 이른바 ‘코티지 가든’이라는 독창적인 정원 양식이 정착된 시점이라고 본다. 식물 디자인 관점의 코티지 가든은 ‘꽃을 피우는 나무, 풀, 덩굴식물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식물이 중심이 되는 정원’을 말한다. 그러나 16세기의 코티지 가든은 당시 귀족이 만들고 즐겼던 이탈리아르네상스 정원을 이어받은 정형성―기하학적 패턴의 공간연출이 중심이 된―이 강조된 바로크 양식의 정원에 밀려주류의 정원이 되지는 못했다. 코티지 가든이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잉글리시 가든’ 이라는 정의로 다시 떠오른 것은 19세기로 윌리엄 로빈슨William Robinson(1838~1935)의 힘이 컸다. 그는 저널리스트이자 정원사로 정형성이 강조된 프랑스의 바로크 정원1을 비판하면서 “식물들이 자유롭게 자라고 꽃을 피우는 영국 시골의 코티지 가든이야 말로 정원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런 윌리엄 로빈슨의 정원 문화 사상은 프랑스 절대 왕정에 반기를 든 영국인들의 정치적 배경에 힘을 받으면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그런데 19세기에 다시 부흥한 영국식 코티지 가든은 16세기 영국 시골 정원에 모태를 두긴 했지만 그 특징은 조금 다르다. 16세기 코티지 가든이 이름 없는 농부에 의해 만들어진 특별한 양식이 없는 정원이었다면, 19세기와 20세기에 이르러서는 전문 디자이너에 의해 그 양식과 식물 디자인의 체계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이 체계를 완성한 대표 디자이너로는 이미 앞선 장에서 소개한 거트루드 지킬2과 함께 히드코트 매너 가든을 조성한 메이저 존스톤, 시싱허스트캐슬을 디자인한 비타 섹빌웨스트 등을 들 수 있다. 메이저 존스톤과 비타 섹빌웨스트 메이저 존스톤Major Lawrence Waterbury Johnston(1871~1958)의 존재는 그가 40년간 조성한 정원, 히드코트 매너를 내셔널트러스트에 기부하기 전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정규 원예 학교를 다닌적이 없었고, 당시 영국의 원예문화를 이끌었던 왕립원예학회와도 아무런 연관이 없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가 조성한 히드코트 매너 가든이공개되면서 식물 디자인에 대한 그의 엄청난 내공은 이후 많은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교과서가 됐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은 인물 중에는 당시 영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여류 시인 비타 섹빌웨스트도 있다. 메이저 존스톤은 살아있는 교과서와 같은 정원을 생생하게 남겼지만 그가 왜 이런 정원을 만들었는지, 어떤 원리가 그 안에 숨어 있는지에 대한 생각과 식물디자인의 노하우를 정리한 그 어떤 글도 남아 있지않다.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그의 디자인을 직접 보며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다행히 그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았고, 메이저가 살아 있는 동안 절친한 사이였던 비타 섹빌웨스트가 남긴 히드코트 매너 가든에 대한 글3이 있어 그의 디자인 철학을 짐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비타 섹빌웨스트Vita Sackville-West(1892~1962)는 우리에게는 여류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가든 디자인계에서는 시싱허스트 캐슬 가든Sissinghurst Castle Garden을 디자인하고 조성한 가든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그녀의 식물 디자인 노하우는 단순한 취미의차원을 넘어 깊은 원예 지식을 바탕으로 식물을 예술적으로 연출한 진정한 ‘잉글리시 가든’ 디자인의 백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위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박사 과정 중에 있다.『가든 디자인의 발견』,『정원의 발견』,『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현재 신문,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 오경아, 사진 임종기[email protected] / 오경아가든디자인연구소 대표 / 2016년06월 / 94
  • [옥상녹화 A to Z] 정원이와 알아보는 옥상녹화의 모든 것(6) 옥상녹화설계를 위한 지식들
    정원 어느덧 6월입니다. 정말 화려했던 꽃들의 계절이 지나가서 아쉽습니다. 역시 꽃은 4~5월이 제일 화려하죠? 꽃이 화려한 5월이 가정의 달이라 여행하기 좋은 시기인데 팀장님은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나요? 팀장 조경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봄이 가장 바쁜 시기인지라 가정에 충실하기 쉽지는 않네요. 가족들과는 다녀오지를 못했습니다. 지난 4월에 행사가 있어 1박 2일로 천리포수목원에 다녀왔답니다. 천리포수목원에는 정말 근사한 한옥으로 된 숙소도 있고 4월에는 특히 목련이 아름답죠. 정원 양은 천리포수목원에 가본 적이 있나요? 정원 아쉽게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천리포수목원은 어떤 곳인가요? 목련은 보통 4월 초에 반짝 화려했다가지는 꽃이 아닌가요? 팀장 많은 사연과 특징이 있는 수목원입니다. 수목원의 역사에 대해서는 다음에 알려 주기로 하고 천리포수목원의 목련에 대해 말해 줄게요. 천리포수목원은 전 세계에서 목련 품종을 가장 많이 보유한 유명한 수목원입니다. 목련의 종이 몇 종이나 되는지 아세요? 정원 글쎄요.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데요? 한 100여종이요? 팀장 천리포수목원이 보유한 품종만 약 600여 종이됩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는 약 900여 종의 목련이 있답니다. 굉장하죠? 정원 목련의 종류가 그 정도로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어떤 목련이 있나요? 그리고 언제가 목련을 보기에 가장 좋은가요? 팀장 천리포수목원은 목련이 조금 늦게 핍니다. 4월 초순부터 시작해서 4월 말까지 목련을 볼 수가 있는데 4월 중순 경이 여러 가지 목련을 한꺼번에 보기에 좋은 때입니다. 백목련, 별목련, 노랑목련, 색이 아주 빨간 벌컨, 꽃이 엄청나게 큰 자목련, 함박꽃나무 등 정말로 종류가 다양하고 화려한 목련을 감상할 수 있답니다. 정원 내년에는 시기를 맞춰 한 번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사진을 좀 보여주세요. 팀장 그러죠. 사진(사진1~4)만 감상해도 멋질 거예요. 정원 아! 제가 목련을 좋아하는데 정말 화려합니다. 내년에 꼭 가보도록 하죠. 지난 번 배운 것 중에 태양광이나 에어컨실외기 등 보기 좋지 않은 경관을 펜스를 이용해서 가린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태양광시설이나 에어컨실외기의 하부에는 옥상녹화를 하지 않나요? 팀장 아주 중요한 질문을 했어요. 현재는 태양광시설 하부에 옥상녹화를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답니다. 일부 건축심의위원회에서 권고를 하기도 하지만 조경면적이 모자라지 않는 경우에 추가적인 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 이유겠죠. 하지만 태양광 패널은 주변의 온도에 따라 에너지 변환 효율의 변화가 크답니다. 그걸 모르는 거죠. 쉽게 말하면 태양광시설은 주변의 온도가 높아지면 에너지 변환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데 옥상의 복사열은 여름에는 주변의 온도를 50℃ 이상으로 올려주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을 대부분 모른답니다. 그런 이유로 유럽에서는 옥상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하면 필수적으로 옥상녹화를 함께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태양광시설의 효율은 올라가고 옥상녹화의 장점은 장점대로 살릴 수 있으니 이중의 효과가 있는 셈이지요. 사진(사진5~8)을 좀 볼까요? 김진수는 다양한 경험을 거쳐12년 전부터 옥상정원 분야에 전념해 오고 있다.현재(주)랜드아키생태조경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독일ZinCo GmbH사와 기술협약을 맺어 옥상녹화 시스템을 국내에 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랜드아키생태조경은 도시 집중화로 인해 지나치게 상승한 땅값으로 새로운 녹지 조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옥상 공간을 가치 있게 재탄생시킴으로써 생태조경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 [도시생태복원] 도시 유휴 공간의 복원(3) 폐도·폐선 복원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지난호 원고에서는 도시 유휴공간으로서 폐도로와 폐철도의 개념과 유형, 의미와 사례 등을 살펴봤다. 이 원고를 작성하기 위해서 여러 사례를 조사하면서 필자가 폐도나 폐선 복원 관련 설계나 모니터링에 관여한 것이 적지 않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짧게는 3~4년이 지났고 과거에 진행한 작업이 대부분이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생태복원 분야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이번 원고에서는 폐도·폐선 복원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폐도나 폐선의 복원과 관련해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선형의 공간으로서 접근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짧게는 수백 미터, 길게는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선형적 공간으로서의 특성을 고려해서 계획, 설계하는 것이 좋다. 이런 접근을 하다 보면 주변의 토지이용과 밀접한 관련성을 고려하게 된다. 즉 도심지역을 지나는 곳에서는 휴식 중심의 공원형 공간으로 만들어지겠지만, 자연지역을 접한 곳은 생태적 접근을 하거나 최근의 주요 이슈인 치유의 공간으로 접근하는 대안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철도 교량도 하나의 좋은 설계 아이템이 된다. 또한 긴 선형 공간의 특성을 활용해 구간마다 스토리 텔링을 도입하는 것도 좋다. 무조건 생태적일 필요는 없다. 이곳과 관련된 역사나 문화, 주변의 주요 자원,복원된 지역의 내부 환경과 생물종, 그리고 특색 있는 주제들을 엮어서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도 좋다. 선형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폭이 좁은 특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폐도로나 폐선로의 규격에 따라서 폭의 차이가 천차만별이지만 주변의 토지이용에 따라서 적절한 공간 조성이 필요하다. 조동길은1974년생으로,순천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고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태복원 및 환경계획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대표이사로서 생태복원,조경,환경디자인,경관 등 다분야를 통합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자연마당 조성 등 생태복원 사업과 남생이,맹꽁이 등의 멸종위기종 복원 관련R&D사업을 이끌고 있다.고려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서 생태복원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저서로는『생태복원 계획 설계론』(2011),『자연환경 생태복원학 원론』(2004)등이있다.
    • 조동길[email protected]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 2016년06월 / 94
  • [이미지로 만나는 조경] 도시에서 하늘 바라보기
    하늘을 얼마나 자주 올려 보시나요? 질문이 좀 막연한가요? 그럼 질문을 조금 바꿔서 오늘 하늘은 보셨나요? 아마 많은 분의 대답은 ‘먹고 살기 바쁜데 하늘 볼 여유가 어디 있어’, 아니면 ‘빌딩 숲에 둘러싸여 있어서 하늘을 보기가 어려워’ 정도가 아닐까요? 네 맞습니다. 바쁜 도시 생활에서는 하늘을 바라본다는 건 이젠 정말 사치가 되어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몽골 사람들 시력이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보셨지요? 평균 시력이 3.0이라고 하고 또 어떤 설명에서는 4.0이라고도 합니다. 숫자야 어찌 되었건 분명한 것은 그들이 도시인들보다 월등히 좋은 시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왜 그럴까요? 아마도 넓은 초원에서 말과 양을 기르며 사는 그들의 생활환경 때문이라는 게 가장 그럴듯한 설명 같습니다. 광활한 초원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가까운 곳보다는 먼 곳을 바라보는 생활에 익숙하고, 또 가족과 가축들을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멀리까지 볼 수 있는 좋은 시력의 눈이 필요했다는 얘기지요. 거기에 초원에 있는 녹색의 풀이나 나무가 눈의 피로를 덜어주기 때문에 더욱 시력이 좋아질 수 있다고도 합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도시인들의 시력이 나빠지는 것은 도시 안에서는 시야 거리가 짧아지고 자연물보다는 인공물을 많이 접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2014년까지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 주신하[email protected] /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 / 2016년06월 / 94
  • [옥상녹화] 일본 옥상녹화 단상
    1. 오키나와의 거목 순회(3) 오키나와현 야에세쵸·요나구스쿠의 대만고무나무 요나구스쿠 대만고무나무는 오키나와현에서 주간 둘레가 가장 굵은 대만고무나무이다. 2000년 환경성거목·거목림 조사에 따르면 주간 둘레가 23.5m로 일본 전체에서 3번째로 주간 둘레가 큰 수목이다. 그러나 주간 형태가 특수하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거목목록에서는 제외됐다. ‘요나구스쿠 대만고무나무’를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여러 정보가 나온다. 실제로 본 사람 중에는 이것이 정말 오키나와에서 제일 큰 대만고무나무냐고 의문을 갖는 이가 많다. 필자도 사전에 그 정보를 확인하고 크게 대단한 나무는 아닐 것이라는 선입견을 품고 현지로 향했다. 인터넷에 지도가 실려 있었지만 주위에 눈에 띄는 시설이 아무것도 없는 장소였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으로 주소를 검색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내비게이션 등록 목록에는 이곳 주소(야에세초 코친다지 요나구스쿠 590 八重瀬町 東風平字 世名城590)가 찾아지지 않았고 정말 아무것도 없는 장소인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가장 가까운 번지를 선택하고 내비게이션 안내대로 운전했지만 결국 사탕수수밭 한가운데에 도착해 ‘안내를 종료합니다’라는 음성을 듣게 됐다. 곤란한 표정으로 동행한 I씨와 얼굴을 마주 봤다. 사진을 통해 작은 언덕 같은 곳에 나무가 서 있는 것을 알고 있어서 차창에서 보이는 언덕을 한쪽부터 무작정 가 보기로 했다. 제일 가까운 언덕에 올라가 보니 오키나와에서 흔히 보이는 호국 신사만 서 있었다. 다음에 간 장소는 인가 뒷산 같은 곳으로, 대만고무나무와는 닮아도 잘 어울리지 않는 나무가 서 있을 뿐이었다. 역시 전략 없는 행동은 힘만 들고 얻는 것이 적다. 더욱이 이런 장소에는 반시뱀이 서식할 가능성이 있어 아마추어가 함부로 걸어 다니기에는 위험했다. 우리는 내비게이션의 종착 지점으로 돌아가 다시 주위를 살펴보기로 했다. 그때 행운처럼 근처 밭에서 농사일을 하는 노인을 발견했다. 오키나와의 지역 정보는 현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묻는 것이 가장 좋지만 방언이 심해서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도 “큰 대만고무나무가 있는 장소는 어디입니까”라는 문장이 전혀 전달되지 않았고, 몇 번인가 주고받기를 거듭한 뒤에 인쇄된 문자를 보여주고 나서야 간신히 “그건 저기에 있다”는 대답을 듣는 것에 성공했다. 멀리서도 울창한 모습이었지만 오키나와의 수림은 어디든 초록이 짙다. 그래서 대만고무나무를 사방의 풍경으로 특정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할아버지를 만난 장소에서 5분 정도 달려가니 벌써 대만고무나무 아래였다. 야마다 히로유키는 치바대학교 환경녹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원예학연구과와 자연과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와카야마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오사카부립대학교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토교통성의 선도적 도시 형성 촉진 사업과 관련한 자문위원, 효고현 켄민마을 경관 수준 녹화사업 검토위원회 위원장, 사카이시 건설국 지정 관리자 후보자 선정위원을 역임했다. 일본조경학회 학회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도시 녹화의 최신 기술과 동향』, 『도시환경과 녹지-도시 녹화 연구 노트 2012』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규희는 1967년생으로, 치바대학교 대학원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일본의 에디(EDY)조경설계사무소, 그락크(CLAC) 등에서 실무 경험을 익혔고,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인 도시녹화 기구의 연구원으로서 정책 업무 등에 참여해 10여 년간 근무해 오고 있다. 특히 도시의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의 3차, 4차를 담당했다. 일본 도쿄도 코토구 ‘장기계획 책정회’ 위원, 서울시 10만 녹색지붕 추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연구 논문과 업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한국에서는 어번닉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여러 권의 단행본을 함께 감수하고 집필하면서 기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번역 한규희 _ 어번닉스 대표, 일본 도시녹화기구 연구부 연구원
    • 야마다 히로유키[email protected] / 오사카부립대학 대학원 생명환경과학연구과 교수 / 2016년06월 / 94
  • [디자인 유랑 인 호주] 숨겨진 보물, 퍼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찾아서
    퍼스 풍경읽기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도시’라는 닉네임처럼 퍼스Perth는 보통의 여행객들이 마주하기 어려운 미지의 도시다. 서울을 출발하는 비행기에 올라 경유지를 거쳐 기내박을 경험해야만 다다를 수 있다. 호주의 타도시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 호주를 처음 방문하는 이들에게도 생소한 도시다. 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처럼 숨겨진 이야기로 가득한 이곳이야말로 진정한호주가 아닐까? 눈이 시릴 만큼 화창한 날씨와 산뜻한 바람, 적당히 늘어선 고층빌딩과 도시를 굽어 흐르는 스완 강의 첫인상은 투명하고 건강한 도시처럼 포근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도심 곳곳에는 대도시만의 코즈모폴리 턴적 매력이 빠짐없이 스며있으며, 지척으로 시선을 돌리면 번잡스러운 도시의 모습과 다른 한적한 전원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길 위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과 세련된 도시 풍경, 잘 보존된 자연환경은 이곳을 다시 찾게 만드는 퍼스만의 매력이다. 한 마리의 백조가 헤엄치듯 도시를 유유히 흐르는 스완 강은 북동부 지역에서 발원해 남서부를 가로지른다. 퍼스를 둘러보는 내내 강의 한 자락을 만날 수 있을 만큼 도시의 중심이 되는 스완 강은 퍼스의 도시경관을 형성하는 데 주요한 구성요소다. 기회가 된다면 밤하늘의 별처럼 서호주를 밝히는 이곳에서 기분 좋은 강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나들이를 경험해 보길 바란다. 퍼스 산책 하나. 킹스 파크와 서부오스트레일리아 식물원 여느 도시나 우거진 녹음 하나쯤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퍼스의 킹스 파크Kings Park는 그 이름처럼 웅장하고 특별하다. 여의도보다도 넓은 이곳은 퍼스도심과 스완 강이 한눈에 조망되는 풍경, 유칼립투스 가로수길, 전쟁기념관과 식물원까지 관전 포인트가매우 많다. 오죽하면 그 이름이 왕의 공원일까 킹스 파크는 퍼스를 대표하는 장소이자 시민들의 삶을 대변하는 도시의 아이콘이다. 이곳이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827년 제임스 스털링 선장과 식물학자인 찰스 프레이저가 엘리자 산에 올라 이 일대의경관적 가치를 알아보고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지정한 데서 시작됐다. 유칼립투스 가로수길을 지나 산보를 즐기다 보면 서호주의 고유 식물을 주제로 한 서부오스트레일리아 식물원West Australian Botanic Garden을 마주하게 된다. 아카시아 가든, 그레빌레아, 아케아 가든, 방크시아 가든 등 주제정원 뿐만 아니라 워터 가든과 로 가든, 보존원 등 테마정원까지 다양한 정원을 경험할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스완 강을 한눈에 내려다 볼수 있는 로터리 웨스트 산책로와 나무 가까이에서 숲 위를 거니는 우듬지, 곳곳에 세워진 재미난 조형물들은 서부오스트레일리아 식물원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명소다. 윤호준은 1982년생으로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를 거쳐 서호엔지니어링 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조경 계획 및 설계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북경공업대학교 성시건축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서호엔지니어링 북경지사에서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 『환경과조경』과 『스테이플(STAPLE)』의 해외리포터(중국)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지난 2012년에 출간한 『디자인 유랑 인 유럽』이 있으며, 현재 『디자인 유랑 인 아시아』편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