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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수첩] 장관고시 ‘무섭네’
    요즘 장관고시의 위력을 실감하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특히 조경분야는 더하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사건이 온 국민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고, ‘조경기술자 인정 범위 확대’가 온 조경인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사건이 모두 장관고시로 처리될 예정이거나 처리됐다고 하니, 도대체 그 ‘장관고시’란 게 뭔지 궁금해진다. ‘설마 장관 마음대로 하는 게 장관고시인건가.’ 법률을 만드는 것은 국회다. 그렇다고 법률을 만드는 것을 국회의원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에 맞는 제정 절차가 있으며, 복잡한 이해관계들을 조정하는 과정이 있다. 법률만 그런 것은 아니다. 법률에 큰 틀의 내용을 담는다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게 되는데, 이 세세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정부기관의 소관부처에서 담당하게 된다. 예들 들어 국정교과서 문제는 교육부고, 건설기술자 문제는 국토부다. 이 법안들을 보면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장관고시로 정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말 그대로 장관 이름으로 고시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행정청에서 정하는 시행규칙이나 행정규칙도 알고 보면 반드시 거쳐야 할 행정절차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과정은 ‘의견 수렴’일 것이다. 헌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열렬히 반대하는 여론이 50% 이상이라는 결과들이 언론에 줄을 이어 발표되고 있지만,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내용을 행정예고했고, 심지어 다음달 5일에는 ‘확정고시’를 하고 집필진을 구성해 강행한다는 방침이라니, “장관고시는 장관 마음대로”라는 말이 맞는 듯도 하다. 그래도 이번 교육부의 장관고시 강행에는 대통령의 의지가 아주 잔뜩 실린 사안이라 가능했다고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경기술자 범위에 산림, 종자 등 타분야 자격증을 대거 집어넣은 것은 도대체 어떤 ‘강자’의 의지가 실린 것일까. 조경인들은 조경분야의 뻔한 반발이 보이는 데도 사전 의견 청취 과정을 거치지 않은 국토부의 비상식적인 행위에 불만이 높다. 또한 호시탐탐 조경업으로 업역 확대에 나서고 있는 산림청에 대한 성토도 나온다. 행정규칙 개정 시 국토부 전체가 열람을 진행한다고 하니 소관부처가 게을렀거나 공조했다는 의혹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조경과 산림이 비슷한 분야라고 오해한 무지의 결과일 수도 있다. 사실 뭐니 뭐니해도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행정예고 기간을 놓친 조경인들 스스로에게 있다. 어쨌든 잘못된 상황은 빨리 되돌려야 놓아야 한다는 게 조경인들의 일치된 생각이다. 절망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제일 먼저 할 일은 ‘여론’의 힘을 만드는 일이다. 누구보다 몇 달만에 수십 년 가꿔온 자격증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 조경인들이 나서서, ‘장관고시’보다 우월한 논리와 단결된 ‘여론’을 모아가야 한다. 우리들의 희망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토양에서부터 꽃피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