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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시선들, 큐레이터 뷰] 시대에 반응하는 몸
Wandering Eyes, Curator's View: Bodily Reactions to an Era
  • 환경과조경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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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zuka Natsuko, Some Experiments in a Decade and a Half, 2016, Performance ⓒTezuka Natsuko

 

 

붕괴로부터 저항의 몸으로

몸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세기말적 불안과 전환 속에서 몸은 여러 화두로 전개되었다. 당시 미술계에서는 몸과 욕망, 몸의 풍경, 몸의 정치학, 몸의 변형과 확장 등을 소재로 한 전시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러다 2010년이 넘어가며 몸은 예술의 주된 화두에서 사라져 가는 듯 했다. 사회적 침체, 경제난, 재난, 파국 등 연일 반복되는 충격의 상황에서 몸이 더 이상 도발하지 못한 것 이다. 그러나 반응하는 몸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계속적으로 존재해 왔다. 최근 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몸짓은 미미하나 거센 진동으로 감지된다.

 

수동적 몸의 저항: 히지카타 다쓰미-방언

얼마 전 광주에 다녀왔다.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예술극장에서 ‘히지카타 다쓰미-방언’(5월 6일~8일) 프로그램을 보았다. ‘히지카타 다쓰미-방언’은 1960년 대 일본의 전후 사회적 암흑기에 탄생한 ‘부토舞踏’를 오늘날의 관점으로 조명한다. 당시 일본의 암울한 정치ㆍ사회적 상황에 가역적으로 반응한 히지카타 다쓰미Hijikata Tatsumi(1928~1986)는 쇠약한 모습으로 무대 위에 쓰러져 다시 서지 못하는 수동적인 몸을 격하게 보여주었다. 마치 나병 환자와 같이 허물어지는 그의 몸은 주저앉은 채로 그 움직임을 이어나간다.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걸어지고 있는 인간,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고 있는 인간, 죽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죽어지고 있는 인간… 이런 완전한 수동성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 자연의 바이탈리티가 역설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 분명하다.” _ 히지카타 다쓰미, 형무소로


 

심소미는 독립 큐레이터이며 미술과 건축 관련 글을 쓰고 있다. ‘신지도제작자’(송원아트센터, 2015), ‘모바일홈 프로젝트’(송원아트센터, 2014), ‘Hidden Dimension’(갤러리 스케이프, 2013)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갤러리 스케이프 책임큐레이터, 갤러리킹 공동디렉터,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2015년 동북아시아 도시 리서치(예술경영지원센터 후원)를 진행했으며, 2016년 난지창작스튜디오 연구자 레지던시에 입주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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