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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경계를 넘어: 조경의 영토를 넓혀나가는 주목할 만한 조경가 12인(9)
  • 환경과조경 2013년 9월

The Forefront of Landscape Architecture 12 Innovators Opening New Horizons of the Field

지난해 10월 새로 문을 연 서울시청 신청사 입구 로비에 들어서면 1층에서부터 7층까지의 벽면에 조성된 수직정원을 볼 수 있다. 신청사 에코 플라자의 수직정원은 현재 세계 최대 면적의 수직정원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다고 한다. 장안의 화제가 된 이 실내 수직정원 설치로, 실내 유해물질 제거와 공기 정화 효과는 물론 시청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심리적 쾌적함을 주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최근 도시녹화를 위한 사업들이 서울시를 비롯하여
많은 지자체에서도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도심지 내에 녹화할만한 부지를 찾기 어려운 대도시의 경우 옥상녹화나 벽면녹화 같은 인공지반 녹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서울시의 경우에도 도시 내에 생활권 공원면적을 1인당 1㎡를 늘리기 위해서는 약 10㎢서울시 면적의 약 1.7%의 녹지가 필요한데, 높은 지가로 인해 100조 원이 넘는 돈이 들게 되어 서울시 재정으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사)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자료참조).

인공지반녹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우선 경제적으로 건축물의 임대료 수입이 늘고 에너지 비용의 절감효과도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도시경관이 향상되고 도시민들에게 쾌적한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환경적으로도 환경교육의 기능은 물론이고 도시 생태계 복원이나 기후조절 같은 효과를 통해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기술이 보급되고 비교적 대중화가 되어 있는 옥상녹화에 비해, 우리나라의 벽면녹화기술은 관수문제나 식물의 활착과 생장의 어려움 등 여전히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프랑스를 기반으로 유럽은 물론이고 아메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열사의 땅 중동의 모래사막에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도심지 인공벽면에
원시의 자연을 창조해 가고 있는 버티컬 가든Vertical Garden의 예술가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대규모 도시설계(Large Scale Urban Design) _ Signe Nielsen
2. 해일에 대비한 갯벌 및 해안 생태 공원(Salt Marsh Design) _ Susan Van Atta
3. 좁은 도시면적을 이용한 레인가든(Stormwater Treatment) _ Mayer Reed
4. 도시의 빗물관리를 위한 그린 인프라스트럭처(Green Infrastructure) _ Nette Compton
5. 국가도시공원 조성의 성공적 모델(Downsview Park) _ David Anselmi
6. 생태복원, 재생 디자인(Ecological Restoration) _ Keith Bowers
7. 걷기 좋은 도시 만들기(Walkable City) _ Jeff Speck
8. 조경 이론(Urban Design and Landscape) _ Witold Rybczinski
9. 인공벽면녹화 기술(Vertical Garden) _ Patrick Blanc
10. 탄소제로 및 친환경 소재(Life-cycle Design and low-impact material) _ Michael McDonough Partners
11. 친환경 주거정원(Sustainable Residential Design) _ David Kelly, Rees Roberts Partners
12. 대규모 도시옥상농업(Urban Rooftop Farming) _ BEN FLANNER, Brooklyn Grange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
French National Centre for Scientific Research의 연구원, 식물학자,『The Vertical Garden』저자

인공벽면에 원시의 자연을 창조하는 버티컬 가드너(Vertical Gardner)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버티컬 가든One Central Park, Sydney,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버티컬 가든(Alpha Park 2, Paris…) 패트릭 블랑에게 붙는 ‘세계 최고’의 수식은 다양하다. 그러나 정작 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누구나 이미 한 번 보았음직한 이 식물학자 겸 아티스트의 작품들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버티컬 가든’이라는 탄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입면녹화’ 혹은 ‘그린월’ 등으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그 풍부함과 다양성은 실로 열대우림의 한 부분을 벽 위에 걸어놓은 듯한 느낌을 주기에 그야말로 ‘버티컬 가든’이 적절한 표현이겠다.
패트릭 블랑은 프랑스 국립과학원(French National Centre for Scientific Research)의 연구원이며, 그는 버티컬 가든 때문에 본인이 ‘약간 더’ 유명해졌다고 표현한 바 있다. 좁은 새장에 갇힌 새들을 곧장 하늘로 풀어주곤 하던 순수한 소년이, 19살 때 처음 여행했던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숲 속, 폭포나 바위 위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고 프랑스에 와서 이것을 재현해보기로 한 것이, 이제는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간 버티컬 가든의 소박한 시작이었다. 이제 어른이 된 소년의 사무실 겸 자택에는 거대한 버티컬 가든과 유리바닥 아래 대형 열대어 수족관이 자리 잡고 있으며, 마다가스카르 도마뱀과 말레이시아 개구리가 기어 다니고, 색색의 새들이 함께 둥지를 틀고 날아다니며 살고 있다. 그는 하늘이 트인 중정에 샤워꼭지를 매어놓고, 눈이 오는 한겨울에도 항상 바깥에서 목욕을 한다고 한다. 스무 살의 첫 실험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 파리 케브랑리박물관의 외벽에서 자라고 있는 온대 식물들은 패트릭 블랑마냥 강하고도 경쾌하게, 계절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야생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Q. 당신의 저서에는 열대어 수족관에 열정적이었던 한 소년이 식물학으로 관심을 옮겨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환경이 예술의 형태로 표현되는 식물학적 작업에 영향을 주었나요?
A. 사실 저의 부모님께서는 전혀 다른 일을 하셨습니다. 저는 파리 근교에서 자랐는데 가족들은 열대식물이나 수족관에는 관심이 없었죠. 어머니는 가사 일을 하셨고, 아버지는 정부 기관의 공무원이었는데, 식물학과와는 아주 동떨어진 분들이셨습니다. 따라서 제 유년기의 조건은 지금의 저와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또한 저는 단지 식물학만을 공부해 온 것도 아닙니다. 학창시절에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나중에 우연히 생물학과 열대식물을
전공한 것뿐입니다. 예술과 관련된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Q.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프로젝트를 꼽는다면?
A. 우선 바레인(Bahrain)을 들 수 있겠네요. 중동의 바레인에서는 여름에 섭씨 55도를 육박하고, 거기에 강한 바람이 동반됩니다. 정말 절망적인 조건이죠. 다 말할 순 없지만 그 외에도 많은 해결해야 할 난관이 있습니다. 지금 장 누벨과 진행 중인 시드니 프로젝트의 경우, 150미터 높이의 초고층빌딩 입면에 거대한 버티컬 가든 면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도 바람이 가장 문제죠. 그 정도 높이의 건물에서 바람의 강도는 상당합니다. 주차 건물 내 자연광이 전혀 유입되지 않는 상황도 어렵다고 할 수 있죠. 여기에,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의 독성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이러한 컨디션에서도 꿋꿋이 살아나갈 수 있는 적합한 종을 찾는 것이 바로 가장 큰 숙제입니다.
추운 날씨 또한 문제입니다. 일본 가나자와의 21세기 미술관 외부에 설치된 버티컬 가든이 그 사례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의 겨울 추위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여기서도 적절한 종을 찾는 것이 문제입니다. 바레인이나 두바이에서 살아남는 식물을 찾아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키예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종을 찾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제 프로젝트에는 극한의 추위 혹은 열사, 강풍이라든가 극단적으로 빛이 들지 않는 상황 등 항상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욱 신나는 일이죠.

Q. 당신의 드림 프로젝트를 꼽는다면?
A. 물론 모든 프로젝트가 드림 프로젝트입니다. 저는 지금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매우 어려운 작업을 하고 있는데, 허조그 드뮤론의 미술관입니다. 마이애미 아트 뮤지엄에는 15~20미터에 이르는 기둥들이 있고, 저는 이것을 식물로 감쌌습니다. 기둥을 감싸는 시공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고, 70여 개에 이르는 기둥들마다 적절한 식물의 배합을 통해 전체적으로 조화가 있으면서도 각각이 독특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20~30미터 높이라면 아마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버티컬 가든이 될텐데, 20미터 이상 기어 올라가는 식물들을 이용한 작업이 드림 프로젝트가 되겠죠.
저는 식물학자입니다. 과학자로서 식물이 어디서 잘 자랄 수 있고, 어디서 자라기 힘든지 압니다. 어느 특정한 장소에 어떤 식물이 적합한지도 알고 있습니다. 적절한 장소에 적절한 식물을 선정하기만 한다면, 식물을 이용해 어떠한 것도 가능합니다. 가장 더운 곳, 가장 어두운 곳, 가장 높은 곳, 가장 추운 곳 등 다양한 장소에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기에 매번 프로젝트가 드림 프로젝트였고, 앞으로 오게 될 새로운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조건이 주어지겠지요. 자연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들을 준비해 준다면, 이 지구상의 어떤 곳에서도 자연을 재창조해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러기에 모든 새로운 프로젝트들은 새로운 드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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