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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경계를 넘어: 조경의 영토를 넓혀나가는 주목할만한 조경가 12인(7)
  • 환경과조경 2013년 7월

The Forefront of Landscape Architecture 12 Innovators Opening New Horizons of the Field

최근 도시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발길이 잦지 않았던 시골 마을까지 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 이슈 중 하나가 이른바 ‘걷기’이다.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의 지방 소도시까지 ‘걷고 싶은 길’을 명소로 만들고 있고, ‘둘레길’, ‘올레길’ 등 ‘걷기’를 테마로 한 관광 상품들도 앞 다투어 등장하고 있다. 과거 좋은 도시를 지칭했던 ‘아름다운 도시’, ‘살기 좋은 도시’ 등 수많은 상징적 표현 가운데 이제 ‘걷고 싶은 도시’가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대세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걷고 싶은 도시’일까? 임승빈 교수(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최근 라펜트에 연재하고 있는 ‘도시사용설명서’에서 “걷고 싶은 길은 걷기 편안하고 매력적인 경관을 가지며, 이제는 보행자의 권리를 찾아야 할 때이다.”라고 주장하며 “우리는 차량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이제 떠나보낼 때가 되었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쾌적한 도시환경조성과 건강증진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하지만 임 교수님의 주장에는 미흡하게도 진정한 의미의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는 아직도 해결해야할 숙제가 많다. 한때 차량들로 인해 보행자들이 지하터널로 건너야 했던 대한민국의 상징, 광화문 광장에도 횡단보도가 생겨나고 보행 중심의 광장으로 재탄생하며 도시의 풍경이 바뀌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보도블럭 깔기’와 ‘광장 만들기’에 그치는 ‘물리적 보행환경’의 개선에 머무는 수준이다.
참의미의 ‘걷고 싶은 도시’를 위해서는 이와 같은 잘 정비된 하드웨어와 더불어, 거리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활동들을 수반할 수 있는 문화적인 소프트웨어 또한 중요하다. 또 무엇보다 애착을 가지고 도시와 거리를 걸으며 가꾸려는 사람들 자체의 노력 또한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인 도시,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공존의 도시, 차를 타는 것보다 걷는 게 오히려 편리한 도시,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걸으며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결국 현대도시의 매력과 경쟁력을 되살리는 길일 것이다. 

이번호에서는 미국에서 20여 년에 걸쳐 스마트성장과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최근『Walkable City걷기 좋은 도시』를 저술하는 등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조경가 제프 스펙Jeff Speck을 소개하고 최근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걷고 싶은’ 도시의 발전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1. 대규모 도시설계(Large Scale Urban Design) _ Signe Nielsen
2. 해일에 대비한 갯벌 및 해안 생태 공원(Salt Marsh Design) _ Susan Van Atta
3. 좁은 도시면적을 이용한 레인가든(Stormwater Treatment) _ Mayer Reed
4. 도시의 빗물관리를 위한 그린 인프라스트럭처(Green Infrastructure) _ Nette Compton
5. 국가도시공원 조성의 성공적 모델(Downsview Park) _ David Anselmi
6. 생태복원, 재생 디자인(Ecological Restoration) _ Keith Bowers
7. 걷기 좋은 도시 만들기(Walkable City) _ Jeff Speck
8. 조경 이론(Urban Design and Landscape) _ Witold Rybczinski
9. 에너지 경관 및 시민 참여(Renewable Energy Plant & Community Design) _ Walter Hood
10. 탄소제로 및 친환경 소재(Life-cycle Design and low-impact material) _ Michael McDonough Partners
11. 친환경 주거정원(Sustainable Residential Design) _ David Kelly, Rees Roberts Partners
12. 대규모 도시옥상농업(Urban Rooftop Farming) _ BEN FLANNER, Brooklyn Grange


제프 스펙(Jeff Speck)
Speck & Associates사 대표, 미국 도시계획사, 미국 조경가협회 명예회원

걷기 좋은 도시(Walkable City)의 선구자
제프 스펙은 윌리엄스 칼리지에서 미술사와 경제학 전공을 수석 졸업하고, 이태리 플로렌스의 시라큐스대학 분교에서 르네상스 건축사를 전공했으며, 하버드 건축대학원을 우수하게 졸업하였다. 이후 10여 년간 Duany, Plater-Zyberk & Company(DPZ)의 타운플래닝 디렉터를 역임하였으며, 2003~2007년 동안 미국 국립예술기금의 디자인 디렉터로 임명되어, ‘도시디자인을 위한 시장 협의회’를 이끌었으며, ‘커뮤니티디자인을 위한 주지사 협의회’를 창설하였다. 현재는 Speck & Associates사를 설립해 주로 저술, 강연, 공공기관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활동하고 있으며, 스마트성장과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주로 관료집단과 부동산 개발기업에 대한 자문을 맡고 있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매사추세츠 로웰시의 다운타운 계획, 6개 도시의 워커빌리티(걷기 좋은 정도)에 대한 비교 연구, 롱아일랜드 바빌론의 대중교통 위주 타운 계획, 오클라호마시티의 다운타운 50개 블록의 거리환경을 개선하는 프로젝트 180 등이 있다. 『메트로폴리스』매거진의 편집기자를 맡고 있으며, 미 국토방위국의 지속가능성 추진본부의 자문을 맡고 있다. 안드레스 두아니, 엘리자베스 플래터자이벅과 함께, 「Suburban Nation: The Rise of Sprawl and the Decline of the American Dream, The Smart Growth Manual」을 공동 저술했으며, 최근『Walkable City: How Downtown Can Save America, One Step at a Time』을 출간했다.

Q. 걷기 좋은 도시는 곧 지속가능한 도시라 할 수 있습니까?
A. 세 가지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레인버거와 에드워드 글레이저가 주장하듯, 걷기 좋은 도시는 우수한 인력들을 끌어오는 힘이 있습니다. 도시별 특허 출원의 수에 대한 연구결과는 창의성과 걷는 도시의 연관성을 증명합니다. 한편, 공중보건학자인 딕 젝슨이 주장하길, 걷는 도시는 비만과 교통사고, 천식 등을 줄임으로써 사망률을 낮추고, 사회 전반적인 의료비용을 낮춘다는 결과를 보고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경저술가인 데이빗 오웬은 이제까지 통념적으로 알려져 있던 도시와 공해 배출량의 연관성에 대한 관점을 뒤집으면서,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구 밀도가 낮아질수록 개인별 탄소배출량이 오히려 늘어남을 극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실제로 뉴욕 맨해튼 사람들은 미국의 1920년대 배출량에 머무르고 있을 정도로, 개인별 화석연료 소비가 적습니다. 결론적으로, 걷기 좋은 도시는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고, 시민을 건강하게 하며, 지구 환경을 덜 파괴합니다.

Q. 센트럴파크, 하이라인과 같은 도시 어메니티가 있고, 걷거나 대중교통을 통해서 출퇴근하고 일을 보는 것 자체가 미국의 일반 대중은 상상할 수 없는 사치 항목일지도 모릅니다. 걷기 좋으면서 쾌적한 도시 환경이, 중저층도 누구나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해질 수 있을까요? 걷기 좋은 도시가 되려면, 거기에 합당한 밀도를 공급하는 고층아파트가 필수적이지 않을까요?
A. ‘걷기 좋은 도시는 비싸다.’는 문제점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미국 도시 중에서 극히 일부라고 할 수밖에 없는 사례를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도시들은 이미 예전부터 걷기 좋은 도시들입니다. 맨해튼이나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미국인의 수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오와의 시더래피드라든가, 매사추세츠의 로웰과 같은 중소규모 도시에 절대 다수가 거주합니다. 그런데 이런 도시들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도시중심부에 주택이 드물거나, 저소득층 주거건물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시장 가격에 맞춰진 주택이 보다 많이 공급되어야 하고, 주택고급화가 이슈화되기 전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고층 주택이 물론 걷기 좋은 환경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층건물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5층짜리 건물로 이루어진 지역이 얼마나 높은 밀도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도시 중심부의 밀도를 저해하는 요인은 건물의 높이가 아니라, 법정 주차대수에 대한 규정입니다.

Q. 걷기 좋은 도시라는 관점에서, 성공적인 도시 오픈스페이스는 어떤 형태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데 있어 조경가의 역할은 무엇이인가요?
A. 미국의 경우에, 걷기 좋은 도시를 위한 이상적인 오픈스페이스란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교통과 갓길 주차, 그리고 적절하게 계획된 자전거 시설물 등입니다. 여기에 추가적인 광장이나 플라자 등은 유용하긴 하지만, 명확한 공간감을 잃을 정도로 규모가 커진다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건물의 벽면 높이와 도로 폭 간의 비율 또한 중요하고, 지나치게 넓어진다면 사람들이 기피하는 장소가 됩니다. 광장이란 딱 그곳을 맞대고 서 있는 벽면의 높이만큼만 유익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조경가들이 이런 좋은 공간을 만드는 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외부 환경에 대한 장식가의 역할만을 수행합니다. 수목은 부적절하게 정의된 도시 공간을 개선하는데 놀라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조경가들은 수목을 장식적으로 활용하는데 그치지 말고, 뚜렷한 공간감을 창출하는데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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