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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교신도시와 주민의 열망
  • 환경과조경 2016년 10월

한국의 신도시 주택은 대부분 아파트다. 순차적인 분양과 공사 기간을 거쳐 입주 때가 되면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신도시로 들어오게 된다. 개인에게 아파트 구입은 평생의 큰 거래다. 당연히 그들에게 신도시 계획과 공사 과정은 크나큰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입주자 수가 워낙 많다 보니 관심으로만 끝나지 않고 직접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도 많다. 

조경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조경에 대한 관심과 관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목, 시설물, 포장, 생태 하천, 산책로 등 대부분의 조경 공종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제가 제기된다.

대개는 개인 단위이지만 정보화 기기의 발달에 힘입어 집단적 관여가 점점 늘고 있다. 입주자가 워낙 많다 보니 그 영향력도 갈수록 커져만 간다. 때때로 항의 방문이나 시위도 하지만 이들의 주된 소통 경로는 인터넷 ‘입주(예정)자 카페’이며 행동 경로는 인터넷 ‘민원 창구’다. 입주자 카페는 인터넷 환경이 대중화된 2000년대 초반부터 활성화되어 근래의 판교, 파주 운정, 청라, 김포 한강, 광교, 제2동탄 등대부분의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활발히 작동했다. 카페 게시판을 통해 서로 정보와 의견을 나누다가 생각이 일치되면 곧바로 집단 행동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관련 자료를 보면 광교신도시 입주자 카페 게시글의 상당수가 조경과 관련된다. 그중 57%는 호수공원과 생태 하천을 대상으로 쓴 글로, 광교신도시의 랜드마크인 호수공원에 대한 높은 비중과 기대감을 잘 보여준다. 게시글의 42%는 정보 교류 목적이었고, 38%는 공사 과정에 대한 비평이나 평가였으며, 20%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었다. 문제 제기 글에 대한 댓글수가 다른 글보다 1.6배 정도 더 많아 이에 대해 관심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입주자 카페를 통해 확인되고 뭉쳐진 의견은 대개 사업 시행자나 지자체에 민원으로 접수된다.

광교신도시의 조경 민원은 입주 전후로 본격화되었다. 조경 공사를 시작한 뒤 준공하여 공원·녹지를 지자체에 인계할 때까지 약 4년간 조경 관련 민원은 1,000여 건에 달했다. 이 중에는 같은 사안에 대한 수십 명의 집단 민원도 있었고, 한두 명이 비슷한 내용을 하루에 몇 번씩 접수하거나 길게는 몇 달 동안 반복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물론 그 모두가 조경에 대한 높은 관심의 증거다. 그렇지만 일부 공원 시설에 대한 혐오와 기피는 조경 시설도 님비 현상의 대상일 수 있음을 경고한다. 화장실과 빗물 저류조가 대표적이다. 화장실은 디자인에 신경 썼음에도 혐오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빗물 저류조는 위생성에 대한 걱정과 함께 지상에 돌출된 환기구가 공원 이용에 불편하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판교신도시에서도 같은 문제로 결국 화장실을 최소화했다고 하니 이는 신도시의 공통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혁신적인 디자인 개발과 기술 개발로 풀어야 할, 신도시 조경의 과제다.

물론 입주자의 조경 민원은 원칙적으로 타당한 것이 많았다. 그렇더라도 예산과 공사 기간, 관련 법규 등의 현실적 문제와 설계 개념 및 기능과 맞지 않을 때는 수용하기 힘들다. 상당히 공을 들인 생태 하천이었건만 친수 및 경관에 치중한 나머지 생물 서식처 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꽤 가슴을 아프게 했다. 최신의 포장재에 대한 신통찮은 반응을 보니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적정한 공간에 적절하게 표현되지 못하면 ‘듣보잡’ 포장으로 전락하는구나 싶었다. 그 외에도 수질 문제와 기능성에 치우쳐 경관적고려가 부족한 토목 공사 구역의 옹벽에 대한 지적도 꽤 있었다.

입주자 카페에서 많이 얘기되었다 해서 모두 민원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민원은 엄연히 공적 영역이기에 은연 중 자기주장의 공공성을 재고해 보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를테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조경수의 경우 입주자 카페에서는 수종에 대한 주관적 평가와 함께 ‘가격’도 꽤 따지지만 이러한 요구가 그대로 민원이 된 경우는 별로 없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생각임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입주자 의견의 공론화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지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광교 이후에 ‘주민 참여형 조경’을 적극 고려하게 되었다. 행정적인 처리나 전문가주의를 탈피하고 주민의 역할과 참여 폭을 선제적으로 더 넓힌다는 데 목적이 있다. 물론 그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더 들거나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신도시를 개인들만의 ‘개미굴’이 아닌 ‘공동체’로 만들려면 결국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그 방법의 하나로 경기도시공사는 ‘조경가든대학’을 2015년부터 개설하여 현재 다산신도시 조성에 2년째 적용하고 있다. 입주자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14주 교육 프로그램으로, 공원ㆍ녹지의 공익적 가치와 함께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원 만들기와 그 관리법을 알려준다. 신도시 조경 공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궁극적으로는 주민들의 자율적인 공원ㆍ녹지 관리 역량을 길러주기위함이다.

저출산ㆍ저성장 시대를 맞아 이제 신도시는 과거처럼 양산되기 힘들다. 지금까지 주택이라는 주거 시설 공급에 급급했다면 앞으로는 주거 공동체와 신도시 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졌다. 특히 신도시의 공원ㆍ녹지는 주민들의 일상적 공간이자 문화의장소다. 이 공간들이 주민들의 소통과 공유 경제에 일조하기 위해서 공청보다 공론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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