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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 두 공간의 교류 : 춤추는 몸과 무대
  • 환경과조경 2004년 1월
우리는 몸의 움직임을 통해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인간의 몸을 매개로 하여 세계관을 이끄는 예술 중, 공간 속에 가시적인 몸의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지는 무용을 여기서 만나 보도록 하자. 우리는 공연장을 찾아가 좌석에 앉는 순간, 하나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무대라는 공간의 얼굴이다. 이 얼굴은 다양한 표정을 짓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무대의 얼굴과 우리의 얼굴은 서로 마주보고 또 서로를 응시한다. 또한 어떤 위치의 객석에 앉느냐에 따라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되며, 무대라는 공간이 어떠한 움직임의 방향을 갖느냐에 따라서도 역시 다른 감동을 갖게 된다. 이것은 바로 무대 안의 또 다른 공간인 몸의 움직임에 따라 다르게 지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용이란 신체의 몸짓으로 공간형식에 내적 감정과 사상을 담아 미학적 체험을 빌어 표현하는 것이다. 무용의 도구는 바로 인간의 몸이다. 또한 이 몸은 공간이라는 공간성에 기반을 둔 시각화된 행위로서 나타난다. 공간 안에서 숨을 쉬고 공간 안에서 몸짓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무용에서 우리는 신체적 공간과 무대적 공간을 보게 된다. 춤추는 무용수의 몸인 신체적 공간과 무용수의 몸이 움직이는 장소로서의 공간인 무대적 공간이다. 이 둘은 서로의 존재에 의해 형태를 갖추게 되는 공생관계에 있다. 마치 서로 감싸 안고 안기는 빛과 그림자와 같은 존재로 말이다. 이렇듯, 무대라는 외부공간과 무용수의 몸이라는 내부 공간은 형태를 만들고 만들어 주는 공간을 서로 제공하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무대 공간 속에서 춤추는 몸은 공간 속의 움직이는 또 하나의 공간인 것이다. 즉, 몸에 의해 채워지고 움직여지는 공간으로부터 무용은 시작한다. 공간과 더불어 무용수의 몸은 형태를 만드는 중요한 도구이고 매체이자, 형태가 만들어지는 또 하나의 공간인 것이다. 이러한 형태는 만들어지는 동시에 연이어지는 다음 동작에 의해 곧 사라진다. 무용은 이러한 덧없는 움직임에 의해 창조되는 공간예술이요, 순간예술이다. 신체적 공간은 정지상태의 공간과 운동상태의 공간으로 나눠진다. “무용이란 공간 안에서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인간의 몸에 의해 만들어지는 순간적 예술이다. 지속적이란 의미는 부동의 자세에서도 의미와 감정의 굴곡에 의한 표현이 내재된 몸의 긴장감을 포함하기 때문에 靜속의 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침묵의 부동자세는 바로 폭풍 전의 고요처럼 그 안에 강렬한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는”(이혜자, 「미궁 속의 몸, 몸 속의 미궁」, 『몸과 몸짓 문화의 리얼리티』, 소명출판, 2003, p400) 침묵의 순간으로 가장 긴장된 집중의 순간이기도 하다. 또한, 무용에서의 무대 공간은 단순히 무용이 실행되는 고정된 형태의 배경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춤추는 몸의 동작과 더불어 그 형태와 표정을 바꾸며 매순간 새로운 공간이 탄생한다. 동작은 장소를 차지하고 장소라는 공간과 더불어 몸의 공간도 존재한다. 육체는 숨을 쉰다. 숨쉬는 몸은 공기를 내면으로 흡수하고 있는 동시에 외부의 공기는 몸을 삼키듯 에워싸고 있다. 따라서 춤추는 몸은 무대의 공간과 어떻게 치열하게 밀고 잡아당기고 부딪히고 저항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그 에너지와 힘의 역동성, 형태가 발생하게 된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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