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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변개발 ; 수변개발과 예술
  • 환경과조경 2008년 7월

흐르는 물을 관망(觀望)하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존재를 맡기는 것이다. 예술은 풍류(風流)와 함께하고 삶이 한 박자 쉬어가는 물위의 향연(饗宴)은 물 위에 멈추어 선 침묵과 명상의 공간이다.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 순간에 불과하며, 직선이 차원(次元) 없는 점들로 이루어 진 것처럼, 시간은 지속(遲速)이 없는 순간들로 이루어진다. 물줄기의 흐름보다도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강변의 자동차들과 그 위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그림자가 수면위로 떨어지면, 나르시즘에 우쭐한 도시문명이 강물조차 무기력하게 한다. 투명한 물은 무엇이든 집어 삼킨다. 물의 표면은 물 자체가 아니다. 그것은 허상이며 반영이고 거울이다. 물의 이러한 정다운 환영은, 즐기는 상상력 또는 상상력의 인공적인 착각에 일반적으로 결부되어 있다. 이러한 즐거움을 따라 도시하천 공간을 해석하고 공동체가 더불어 쉴 수 있는 향연을 마련한다. (2006 AFI 안양 _ ‘물위의 향연’ 서문 중에서)

농경사회에서는 농업용수로, 산업사회에서는 산업용수로 공급되었던 강은 후기 산업사회에서 문화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수년전만 해도 산업폐수로 인하여 강 근처에는 가까이 갈 수도 없었던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강의 수질이 개선됨과 동시에 수변에 각종 사회체육 시설들이 들어서고 수변도로가 정비되고 있다. 나아가 각 지방 자치단체들은 각종 수변개발 프로젝트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04년에 안양천 프로젝트를 통해서 하천을 테마로 한 예술프로젝트와 인연을 맺어 온 필자는 이 글을 통해 불과 몇 년 사이에 급변하고 있는 하천에 관한 문화적 관심의 변화를 진단하고 예술가들이 하천과 더불어 주목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안양천 프로젝트를 진행할때만 해도 안양천은 많은 환경단체들에 의해서 감시되고 있었다. 그들은 28개 시민사회 단체와 연대하여 하천 오염 산업시설들을 고발하고 하천 생태계의 복원을 위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주목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었다. 당시 예술가들이 주목했던 부분은, 지역 하천 오염의 원인이 된 삼덕제지 공장에 대한 역사적 검토와, 지금은 공원으로 변화된 근대 산업시설들에 대한 수도권 인근의 위성도시 자치단체장들의 문화적 인식을 개선시킬만한 활동을 기획하는 일이었다. 환경운동은 정치적 슬로건과 프로파간다(propaganda)식의 선동으로 이루어 낼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삶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고 총체적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동반되는 문화적 행위들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경운동 단체들이 문화와 예술을 환경운동과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경험이 부족했고, 예술가들은 창작을 통해 환경문제 및 사회문제에 개입하는 데에 서툴렀다. 그나마 이와 같은 사회문제와 예술을 결합하고 예술의 사회적 경로를 확대하리라고 기대했던 공공미술은 지극히 실망스러웠다.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문화부의 아트인 씨티 사업, 서울시의 도시갤러리 사업을 비롯한 공공미술을 화두로 도시공간을 개선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프로젝트들은 예술을 철저히 물질화 시키는데에 기여하고 있다.

환경운동가들과 함께했던 안양천 프로젝트는 2006년 AFI(Artist Forum International) 안양지역행사로 ‘물위의 향연(饗宴)’이란 프로그램으로 다시 안양천에서 진행되었다. 이 행사는 환경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던 하천을 문화적이고 예술적 관점으로 옮겨 오기 위한 실험이었다. 무용수들은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며 물 위에서 춤을 추고, 시민들은 안양천을 노래하는 시와 한 페이지 문화담론을 낭독하며 지역문화의 부흥을 이야기 했다. 우리가 주목했던 것은 환경문제로 덧입혀진 하천이 아니라, 물질 그 자체로서 흐르는 강에 대한 것이었다. 물과 더불어 상상하고 풍부한 은유를 찾아내는 것의 토대는 우리가 강변을 따라 걷고 그 흐름대로 사유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안양에서 진행되었던 공공미술 활동들을 점검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순간(moment)은 물 위의 플랫폼에서 진행되었다. 지역의 환경운동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가야할 길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지역예술의 사회적 경로를 마련하기 위한 문화예술교육 활동, 예술가들의 예술매개활동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토론했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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