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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감공원
  • 환경과조경 2009년 8월

말죽거리. 조선시대에 지방과 서울을 오가는 여행자들이 타고 온 말에게 죽을 끓여 먹이고 자신도 쉬어 갔던 곳. 1970년대에 고교시절을 보낸 많은 이들을 향수에 잠기게 했던‘말죽거리 잔혹사’라는 영화로 익숙한 지명의 이 곳. 그리고 현재는 지하철 3호선 양재역 부근을 일컫는 이 장소에 새로운‘만남’의 공간이 조성되었다.


누구의 것도 아닌 공간

공원의 면적은 946㎡로 한 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공간이다. 이곳은 삼거리의 한 켠에 삼각형 꼴 형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식당이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다. 공원 주변 지역의 용도는 주거지에서 상업지역으로 점차 변모하였고 이러한 장소 특성의 변화와 공원 내의 낡고 오래된 놀이기구들로 인하여 기존의 공원은 아이들에게 더 이상 안전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방치된’공간이 되었다. 게다가 인근 회사원들에게 이곳은 점심시간에 찾을 만한 공간이 되지 못하였고, 낮은 조도로 인하여 슬럼화 되면서 야간에는 음주객이 점유하는 등의 문제가 야기되어 주민들은 골머리를 앓아야만 했다.


지역 주민 모두의 공간으로

대상지가 속해있는 양재역 인근의 옛 지명인 ‘말죽거리’를 모티브로 삼아, 서울과 지방을 잇고 만남과 헤어짐이 일어나는 공간의 애틋함을 “편지와 소통, 가족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공원 안에 담았다. 더불어 수준 높은 예술작품을 가까이서 보고 어린이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야외 예술 갤러리로 조성하였다. 공원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마치 1970년대의 말죽거리로 돌아간 듯 교복 입은 남학생이 짝사랑하는 여학생에게 편지를 건네고 담벼락에 숨어 몰래 훔쳐보고 있는 조각이다. 이는 서울시립대 환경조각과 정대현 교수와 조가람 씨의 작품으로, 디지털시대에 잊혀져가는 편지의 추억과 설렘을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중심의 잔디광장과 놀이공간은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계획하였고, 도로와 공원의 경계와 갤러리 월 역할을 하는 조형벽은 한국을 대표하는 故장욱진 화백의 그림 6점을 도자기 재질의 실사타일로 구워내 공원담장에 부착하여 문화 예술적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한편, 공원의 안쪽에는 수경시설과 휴게공간을 결합한 워터 커튼 퍼골라를 설치하여 공원 내방객들이 청량감 있는 공간에서 쉬면서 공원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


‘어우름’의 공간

어느 무더운 7월의 오후 2시. 막 점심을 먹고 나온 직장인들은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그늘진 퍼골라 아래 테이블에서 잠시 동안의 여유를 즐긴다. 그 옆 테이블에는 삼베옷을 입은 어르신 한 분이 신문을 보고 있다. 유모차를 타고 엄마와 함께 산책을 나온 아기는 놀이터를 총총 뛰다가 워터커튼에서 떨어지는 물을 신기한 듯 손으로 튕기며 꺄르르 웃는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은 한 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서는, 편지를 읽고 있는 여고생 조각상 옆에 나란히 앉아 짐짓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듯 새로 조성된 사도감공원은 그리 크지 않은 공간임에도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를 어우르는 이용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조선시대로부터 이어 온 만남의 공간과 197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이 한번 쯤 겪어봄직한 설레는 첫사랑의 한 장면이 2009년, 오늘날의 공간에 재현되었으니 시대를 어우르는 공원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 시대와 세대를 어우르는 공간, 사도감공원은 그렇게 어울림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서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설계 _ (주)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시공 _ (주)온유조경
발주 _ 서초구청
위치 _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59-12번지
면적 _ 약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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