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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 특별기고: 도시농업, 소통으로의 새로운 가능성
  • 환경과조경 2011년 7월

산업사회를 거치며 생산성과 경제성의 원칙으로 재편된 우리의 도시 구조는 이제 급변하는 정보사회의 조류 속에서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환경과의 관계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인류가 땅에 정착하며 농지를 일구어오던 전통적 농경사회는 경제적 생산성과 무역, 그리고 이에 따른 인프라와 토지 이용의 변화로 급격히 해체되기 시작했고 이제 우리의 밥상은 국적 불명의 수많은 야채, 고기들로 가득하게 되었다. 함께 모를 심고, 수확을 하며 음식을 나누고, 이웃간의 정을 나누던 소중한 공동체 의식 또한 도시화와 농지의 감소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편리성과 경제성이 빚어낸 도시의 기형적 팽창은 농촌의 상대적 몰락과 이에 따른 농산물 생산의 기계화, 대형화를 유발하게 되었고, 이는 전통적 농경사회의 핵심적 가치인 소통과 가치 공유의 근간을 흔들어 놓기에 이르렀다. 이젠 과거 농업사회처럼 이웃과 함께 일하거나 도울 일도, 그래서 어떤 공통 관심을 나누며 보람을 찾는 일도 적어졌으며, 간혹 재산권이나 이익에 관련된 사안으로 결집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삶의 일상적 과정을 통해 지속적인 소통을 나누고 유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 오늘날 도시 사회의 현실이다. 땅이 주는 본래의 가치를 다시 찾아 위협받고 있는 식량의 원천을 살리고, 잃어버린 땅과 사람들과의 소통을 회복하려는 노력은 기존 도시의 형태와 기능에 대한 진지한 반성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계획 및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도시농업의 움직임은 이러한 측면에서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준다. 기후 변화와 대량 생산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의 취약성은 보다 안정적인 농산물 보급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으며, 도시 내 버려진 땅이나 공공용지를 활용한 농산물의 재배와 보급은 이에 대한 하나의 흥미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대량 생산과 관리에 수반되는 화학약품의 이용을 지양하는 도시농업은 유기농 재배를 통해 지역민들의 건강을 증진하는데도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는 농약이나 화학물질에 노출되지 않은 유기농 농작물의 섭취가 매우 중요한 에이즈 환자들을 위해 도심 내 공동 정원을 만들어 농사를 짓도록 배려함으로써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을 개선하고 환자들간의 유대 관계를 높여주는데 크게 기여했다. 도시농업의 가치가 지역주민들의 소통과 공동체 의식, 그리고 사회적 가치의 창출과 공유에도 적지 않게 기여한다는 것은 실제로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뉴욕의 한 형무소에는 공동 농장을 만들어 수감자들로 하여금 시에서 배출된 생활쓰레기로 직접 비료를 생산, 이를 농산물 재배에 활용하게 함으로써, 유기농 야채와 과일 등을 생산해 홈리스들에게 무상으로 배급하거나 도시 저소득층에 싼 가격에 공급해 사회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도시농업의 이 같은 활용은 범죄자들이 사회에 보다 잘 적응하는데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미 전역의 여러 형무소에 적용되었는데, 실제로 1992년 샌프란시스코의 카운티 형무소에 의하면 형무소에서 도시농업에 참여했던 수감자들이 다른 수감자들에 비해 출소 후 재수감될 확률이 25%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감자들이 농작물의 재배를 통해 갱생과 회복의 과정을 배우게 되고, 이에 필요한 전문적 농업 기술과 경험을 얻게 됨으로써, 출소 후 사회에 보다 긍정적으로 잘 적응하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도시농업은 교육적 차원에서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북미의 여러 도시들의 경험을 통해 확인되고 있는데, 이들은 가정 환경이 불우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작물의 생산과 분배에 대한 살아있는 지식을 체득하게 함으로써 가정 환경의 부정적 영향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한때 청소년 범죄로 몸살을 앓아왔던 미국 보스턴 중부 지역의 한 마을은 지난 10년간 매 여름마다 1백40명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도시 내 여러 부지에서 도시농업에 직접 참여하도록 했으며 수확한 농작물은 도시 내 저소득층에게 무상으로 분배하거나 판매하도록 했다. 청소년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농작물 재배 기술을 자연스레 습득하고 또 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보람과 자부심을 얻는 중요한 경험을 쌓았으며 이로 인해 지역 전체의 청소년 범죄는 급격히 줄어드는 효과를 보았다. 이렇듯, 도시농업의 효과는 지역 사회의 건강과 결속력 증진은 물론, 그리고 심리적 교육적 혜택으로까지 확대되며 그 활용 가능성에 다양한 전문가들이 더욱 주목하고 있다. 도시농업이 지역사회 소통의 매개체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화합과 결속, 그리고 공공복지의 근간이 되는 지역사회 자본(community capital)의 구축이 강조되는데, 이는 7가지 구성 요소 즉, 인간 자본(human capital), 사회 자본(social capital), 정치 자본(political capital), 경제 자본(economic capital), 문화 자본(cultural capital), 건설 자본(built capital), 자연 자본(natural capital) 등에 대한 이해와 발전을 통해 가능하다. 도시농업의 구체적 방향과 디자인, 실행, 평가 방법 등은 바로 이들 7가지 구성 요소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여건과 기회, 그리고 이에 부합하는 공동의 목표 설정을 통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도시농업의 가능성은 단지 도시에서의 농산물의 공급이라는 생산적 가치를 넘어 인간과 땅, 인간과 인간과의 소통에 대한 새로운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익명성과 속도에 휩쓸려가는 도시의 삶이 흙과 땅, 시간, 그리고 이를 통해 서서히 피어나는 생명의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인간과 대지의 소중함을 배워갈 때 아마도 오늘날의 도시는 보다 희망적인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옥상 한 켠이나 앞마당, 동네 입구, 혹은 도시의 어느 후미진 땅 한 켠을 농지로 일구어 밥상에 오를 채소나 곡식을 심어보는 건 어떨까? 어느덧 시간이 흘러 땀이 스며든 한 켠의 농지와 각종 채소를 함께 재배하며 정을 나눈 이웃들. 도시 속에서도 흙 냄새를 맡고 땀의 가치를 발견하며 이를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공유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훗날 내가 “이곳에” 살아야 할 이유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도시농업의 목표와 가치는 분명해지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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