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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를 위한 공원
25%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21세기 말이다. 시간이 반드시 직렬로 흐르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근현대 교육의 수혜자에게 감지되는 시간이란 앞으로만 쏟아진다. 따라서 앞으로 21세기는 이제 75% 남아있을 뿐이다. 우리는 겨우 몇 년 만에 AI를 필두로 세상이 끝없이 변해 가는 것을 지켜 보고 있다.(각주 1) 누군가는 그 변화의 선두에 서 있고, 누군가는 뒷자락에서 페이스 맞추어 가며 달려가고, 또 어떤 사람은 옆에 서서 이 행렬을 지켜보거나 곁눈으로 흘기고 있다.
한 심야 토크쇼의 호스트 존 올리버(John Oliver)는 몇 년 전 로봇 시대에 앞으로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 조건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비판적 사고,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사회적 지능을 요구하는 직업.” 다만 “우리가 아는 직업 중 이런 직업은 없고 이제부터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 해당 섹션의 안타까운(!) 결론이었다. 결국 자신의 머릿속을 까뒤집는 한이 있더라도 뿌리부터 다시 생각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여러 호에 걸쳐 조금씩 언급했지만,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격변하는 도시 사회를 위해 어떤 공원을 상상해야 하는가. 조경은 미래에 유의미한 업역으로 남을 수 있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이용을 위한 공원은 어떤 모습을 갖추게 될까.
에피소드 1. 단계적 MZ 거부 운동(과 그 외 소식)
너도나도 MZ라는 단어를 남발한다. 1988년생 밀레니얼로서 당당히 이 구분을 거부하는 바다. 한때는 기계 속 펼쳐진 세계에 열광했지만, 이제는 자우림의 노래 “20세기 소년소녀”(각주 2)를 흥얼거리며 ‘어린 시절의 갬성이 그리운’ 걸 보면 밀레니얼 시대는 이제야 ‘돌이켜볼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듯하다.
기술이 빠르게 변하고 사회도 그에 맞춰 가속도가 붙는 만큼 이 두 세대를 한 덩이로 잡아서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일견 이해가 된다. 하지만 사회는 앞으로 전진하는 동시에 돌고 돈다. 나선형의 미래를 바라보며,(각주 3) 지금 조성되는 공원과 정원은 앞으로 얼마나 유의미할지, 또는 얼마나 ‘추후 재설계’의 여지를 두고 조성되어야 하는 것일지 궁금해진다. 단계별 조성으로 대표되는 조경의 리질리언스 실천이 그저 “기본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서 내외부의 혼란을 저항하는” “그저 버티는 것 뿐”인 설계 패러다임이라는 리차드 웰러(Richard Weller)의 비판은, 우리 시대의 풀리지 않는 문제를 꼬집는다.(각주 4) 우리는 여전히 돌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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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과조경 443호(2025년 3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무섭다.
2. “비틀즈의 무지개, 오즈의 마법사, 듀란듀란의 노래”로 시작하는 이 곡은 사실 X세대를 위한 이야기다. 하지만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20세기 소년』을 읽고 자란 이들에게도 넌지시 울림을 준다.
3. 일본 애니메이션 ‘천원돌파 그렌라간’(2007)의 테마. 필자는 몇 번이나 돌려보고 한참 울었다.
4. Richard Weller, “The Landscape Project”, in The Landscape Project, Richard Weller and Tatum Hands eds., AR&D, 2022, p.11.
신명진은 뉴욕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뒤 서울대학교 대학원 생태조경학과와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친 문어발 도시 연구자다. 현재 예술, 경험, 진정성 등 손에 잡히지 않는 도시의 차원에 관심을 두고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도시경관 매거진 『ULC』의 편집진이기도 하며, 종종 갤러리와 미술관을 오가며 온갖 세상만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 @jin.everyw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