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 국제지명 설계공모
노들섬의 출발은 인공섬이었다. 1917년 용산 이촌동과 노량진을 잇는 철제 인도교를 놓는 과정에서 모래 언덕에 석축을 쌓아 인공섬을 만들었고 중지도라 명명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노들섬 동쪽의 고운 모래밭은 ‘한강 백사장’이라 불리며 여름엔 강수욕장으로, 겨울엔 스케이트장으로 이용됐다. 노들섬의 풍경이 변화하기 시작한 건 1970년대 한강 개발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한강대교 건설 및 한강종합개발을 통해 노들섬은 콘크리트 호안을 두른 또 다른 모습의 인공섬으로 변모하게 된다. 한강대교의 한중간에 자리 잡은 12만m2의 공유지는 풍부한 잠재력을 지닌 땅임이 분명했다. 이때 풍부한 잠재력은 노들섬 자체가 지닌 땅의 힘과 정체성이 다소 흐릿하다는 사실을 품은 표현이기도 하다. 그 사실을 보여주듯 빈 섬을 대상지로 다양한 개발 계획이 시도되고 무산되기를 반복했다.
2004년 이명박 서울시장의 ‘서울 오페라하우스’는 노들섬에 처음으로 ‘음악’을 들이려는 시도였다. 오페라라는 콘텐츠를 도출하게 된 과정은 알 수 없으나,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물 위에 뜬 유선형의 건물이 청사진(장 누벨 설계)으로 제시됐다. 그 뒤 과도한 공사비로 첫 삽도 뜨지 못하던 사업은 2008년 오세훈 서울시장에 의해 ‘한강예술섬’으로 이름을 바꿔 재추진된다. 하지만 이 역시 큰 사업비와 그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을 증명하지 못해 결국 무산된다.
2015년 노들섬은 조금 다른 국면을 맞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전의 노들섬 개발과는 다른 방식을 꾀하겠다는 듯 세 단계(1차 운영구상 공모, 2차 운영계획 및 시설구상 공모, 3차 공간 및 시설 조성 공모)에 걸친 공모를 계획했다. “노들섬 총괄계획가 서현 교수에 따르면 3차에 걸친 노들섬 공모는 시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 관행에 대한 반성과 공모 과정 자체를 혁신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 엘리트가 나서서 어떤 종류의 건축물을 집어넣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한 후, 이를 통해 결과물을 결정하는 것은 구시대적 방식”(각주 1)이라는 것. 그 결과, 엠엠케이플러스(김지훈, 문동환)+맹필수(서울대학교)+오엠엠건축사사무소(박남규)+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박경탁)의 설계안이 실현되어 복합문화공간 노들꿈섬이 완성됐다.
2023년 2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매력적인 서울시를 만들기 위해 도시·건축 분야의 디자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노들섬 등 공공시설 네 곳을 디자인 건축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노들꿈섬이 완공된 지 불과 5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이라 명명된 프로젝트는 사전공모 제도가 적용된 ‘선 디자인 후 사업 계획’ 방식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국내외 건축가 7명을 초청해 ‘노들 글로벌 예술섬 디자인 공모’(2023년 4월)가 우선 진행됐다. 서울시는 이 공모의 참여작을 대시민 포럼과 전시 등을 통해 공개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바탕으로 다시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 국제지명 설계공모’(2024년 4월)를 추진했다.
공모 참가 자격은 국내 건축사로 한정됐다. 국내에 사무소를 개설하지 못하는 외국 건축사 면허 소지자의 경우, 한국 건축사사무소와 공동으로 응모해야 했다. 공모는 대상지를 공중부, 지상부, 기단부, 수변부로 나눴다. 공중부와 지상부는 공중 보행로를, 기단부와 수변부는 수변 문화 공원을 갖추어야 한다. 노들섬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고, 강변에서 보다 강을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또한 계획 방향에 담긴 네 가지 질문을 이번 공모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공중부 어떻게 노들섬을 새로운 아이콘으로 만들 것인가. ‘아이콘’을 물리적 형태의 랜드마크로 볼 것인지, 강력한 문화 프로그램으로 볼 것인지 등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른 해법이 도출되겠지만, 지침은 어찌되었든 공중부에서 노들섬 동쪽과 서쪽의 유기적 연결을 꾀할 것을 요구한다. 단순한 보행교를 놓는 것이 아닌 노들섬을 하나의 섬으로 인식시킬 수 있으며,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공중부를 계획해야 한다.
지상부 어떻게 노들섬을 일상생활에서 시민이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 것인가. 동측은 보전과 이용을 함께 고려한 체험할 수 있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정원(내추럴 가든)으로, 서측은 복합문화공간을 기본으로 하되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더라도 다양한 일상 활동이 가능한 공간(라이프 가든)으로 계획해야 한다. 기존 건물, 맹꽁이 숲 등의 자연·생태 현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단부 지상부-수변부를 오가며 어떻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할 것인가. 계단, 엘리베이터보다 좀 더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담긴 입체적 공간을 계획해야 한다. 특히 노들섬 수위 변화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다층적 공간으로 계획해야 하는데, 그 예로 바운드리스 쇼어, 팝업월을 제시했다. 5~9m에 달하는 옹벽을 시각적 흥미를 유발하고 인지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미디어 시설물로 활용해야 한다.
수변부 물과 섬이 만나는 경계 부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섬 가장자리를 수위 변동 또는 퇴적에 따라 자연적으로 변화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노을을 배경으로 공연 감상이 가능한 수상 예술 무대를 포함해야 하고, 물을 적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했다.
서울시는 당선작으로 ‘소리 풍경(Soundscape)’을 선정했다. 소리 풍경은 노들섬이 가진 본질적인 장소성을 살려 기존 건축물을 최대한 존치해 주변부를 계획하고, 스테인리스 커브 메탈을 활용한 다양한 곡선으로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장 톰 메인(Thom Mayne)은 “단순히 공모 자체뿐 아니라 더 큰 틀의 시각에서 노들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작품마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심사했다”고 말했다. 소리 풍경이 핀포인트 방식으로 기둥을 세우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며 최소한의 간섭만으로 공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공모에 대한 종합의견서와 심사위원의 심사평은 프로젝트서울 누리집(project.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당선 팀과 오는 7월 설계 계약을 체결하고 기본·실시 설계를 진행한 뒤, 내년 2월에 공사를 시작해 2025년까지 1차 조성(수변부 팝업 월, 수상 예술 무대, 생태 정원), 2027년까지 2차 조성(공중부 및 지상부 보행로 및 라이프 가든) 완료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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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소리 풍경(Soundscape) _토머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2등작 구름 _위르겐 마이어(Jürgen Mayer H.)+위르겐 마이어 운트 파트너 건축사무소(J. MAYER H. und Partner, Architekten)+토문건축사사무소
참가작
하나의 무대(The One Stage) _신승수+디자인그룹오즈건축사사무소
프롬나드 링(Promenade Ring) _강예린(서울대학교)+건축사사무소에스오에이+ 최영준(서울대학교)
더 리플즈(The Ripples) _비야케 잉겔스(Bjarke Ingels)+BIG(Bjarke Ingels Group)+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셰어링 노들(Sharing Nodeul) _김찬중+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정욱주(서울대학교)+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
숨 _나은중+유소래+네임리스건축사사무소+오픈니스 스튜디오
주최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
위치 서울시 용산구 양녕로 445, 446 일대
면적 119,854m2 (군사 시설 부지 740m2는 제외)
- 상단부: 60,078m2,
- 하단부: 59,036m2
공모 방식 국제지명공모
설계 범위 증축
설계 개요
상단부(공중 보행로): 공중부, 지상부
- 대지 면적: 60,078m2(도로 7,378.2m2 포함)
- 증축 면적: 2,500m2 이내(기존 연면적 9,349m2)
- 건폐율 60% 이하, 용적률 200% 이하, 층수 12층 이하
- 주차 대수: 법정 주차 대수 이상(기존 법정 주차대수 88대, 기존 주차 현황 99대)
하단부(수변 문화 공간): 기단부, 수변부
- 부지 면적: 59,036m2
예정 총공사비 2,557억원(제경비 및 부가세 포함)
- 상단부: 2,310억원
- 하단부: 247억원(수상예술무대 특장공사비 5,368백만원 포함)
예정 설계용역비 13,966백만원(각종 인증 및 부가세 포함)
지명초청비 및 보상금
지명초청비: 8천만원(각 팀당)
당선작(1점): 기본 및 실시설계 계약체결 우선협상권
2등작(1점): 4천만원
참가작(5점): 지명초청비
운영위원
강병근(서울시 총괄건축가, 운영위원장, 공공건축관리자)
구자훈(한양대학교 교수, 도시설계)
윤세한(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
임재용(OCA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
진양교(홍익대학교 교수, 조경 및 경관 계획)
이승무(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사회·문화)
심사위원
톰 메인(모포시스 대표, 심사위원장)
김용화(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영화감독)
벤 반 베르켈(유엔스튜디오 대표, 건축)
이정훈(조호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
정현태(뉴욕공과대학교 교수, 건축)
조용준(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조경)
최문규(연세대학교 교수, 건축)
진행 김모아, 금민수,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 서울시, 참여 팀
**각주 정리
1. 김세훈, “노들섬, 공모 과정을 실험하다”, 『환경과조경』 2016년 8월호, p.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