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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대화, 오늘의 재구성] 조현진
여리고 애틋한 아름다움에 대한 기록
  • 환경과조경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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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청오

 

 

대학교 2학년 시절, 대학 동기인 조현진이 동네 골목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시선의 끝이 향한 곳은 담벼락을 따라 놓인 각양각색의 화분들이었는데, 알고 보니 주변 경관 속 미적 요소를 분석하는 과제를 하는 중이었다. 조현진은 화분의 개수와 형태, 그 속에 심긴 식물의 종류를 기록했다. 평범한 화분도 있었지만 본래의 용도에서 벗어나 식물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된 물건들도 모조리 적혔다. 빨간 고무대야, 귀퉁이가 깨진 욕조와 항아리, 우유팩까지. 그 주제가 참 독특해서 과연 교수님을 설득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과제는 무사히 마무리되었고 좋은 학점까지 받았다. “마스터플랜 없이 만들어진 정원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보통은 어떤 조경가가 그은 선을 따라 공간이 조성되지만, 화분들이 만든 그 풍경은 실제 머무르는 주민들이 식물을 심고 싶다는 마음을 따라 천천히 완성된 결과물이에요. 사실 그곳의 생활환경이 쾌적하지는 않았는데, 고추나 깻잎 같은 작물을 길러먹고 주민들이 계속해서 주변 환경을 가꾸어 나가는 모습과 마음이 애틋해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그린다는 건 어떤 순간을 포착해 영원으로 남기는 일이기도 하다. 조현진은 그 순간을 ‘마음이 머무는 자리’라고 이야기했다. 그 자리의 형태를 짐작해보고 싶어서 그간의 ‘풍경 감각’(14쪽)을 읽으며 몇몇 표현과 단어를 건져 올렸다. 우연, 잠시, 어슴푸레, 멀어지는 것, 사라지는 것, 돌아오지 않는 것, 존재할 수 없는 풍경, 산들거리는, 햐얗고 보송한, 상상하지 못하는 풍경, 환상, 뿌리, 보잘것없어 보이는, 조곤조곤, 발걸음을 붙잡아주길 바라는 마음.

 

어제는 뭐했나요?

마지막 라디오 방송을 마치고 왔습니다. 그간 MBC 라디오 ‘세상을 여는 아침’에 격주 목요일마다 게스트로 출연해 식물 이야기를 하는 코너를 진행했어요. 1년하고도 8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함께해서인지 좀 허전하네요. LH가 발간하는 소책자에 수록될 그림의 스케치를 하는 중인데, 정원 공간에 심긴 식물을 소개하는 지면에 실릴 세밀화 작업이에요. 12월에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서 선보일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식물 세밀화’가 단순히 식물을 상세하게 그리는 작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관찰과 연구에 초점을 맞춘 그림을 식물 세밀화라고 부르더라고요.

넓은 의미로는 식물을 상세하게 그린 그림을 뜻할 수도 있지만, 좁게는 식물 한 종의 분류학적 특징을 정확하게 그려낸 그림을 식물 세밀화라고 불러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절 소개할 때 식물 세밀화가라는 표현은 쓰지 않아요. 식물을 소재로 삼지만 연구보다는 ‘덕질’하는 마음으로 관찰하고 그리거든요. 식물학적으로 중요한 식물 종의 특징도 바르게 다루려고 하지만, 이파리가 떨어진 자리에 나는 자국처럼 제가 식물에서 흥미롭다고 느낀 부분, 예쁘고 귀엽다고 느낀 부분이 잘 보이게 그리려고 해요. 사람들이 식물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린다는 점이 표현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식물 소재로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태니컬 아티스트라 불러요. 그런데 저는 식물뿐 아니라 다른 소재를 그리기도 하고, ‘풍경 감각’ 같은 에세이를 쓰기도 해서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주로 소개합니다.

  

대부분이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 성적에 맞추거나 진학하면무엇을 배우는지 구체적으로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브런치(brunch.co.kr/magazine/we-are-tree)에 연재한 글을 보니 어렸을 적부터 식물에 애정이 깊었더라고요. 그 애정이 바탕이 되어 조경학과를 선택했나요.

식물이 좋아서 조경학과를 선택한 게 맞지만 성적에 맞춰 입학한 게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죠. 한 가지 이유로 어떤 일을 선택하지는 않으니까요. 어릴 적 꿈은 화가였고, 중학생 때부터는 식물학자를 꿈꿨어요.

 

좋아하는 식물의 계통이 한국에서 자생하는 초본 종류였거든요. 공부해보니 정작 한국에서 심어 가꾸는 화초는 외국에서 들여와 개량한 것이 많더라고요. 자생 식물을 연구하고 정원 식물로 쓸 수 있게 개발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입시 준비를 하다 보니 수험 공부도 이렇게 힘든데 연구를 평생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조경이라는 분야를 발견했어요. 사실 입학 당시만 해도 ‘조경’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차를 타고 교외에 나가면 볼 수 있는 ‘○○조경’이라는 간판을 단 조경수 농장이었어요. 그래서 막연히 조경은 정원을 만드는 일이겠거니 생각했죠. 조경을 배워서 내가 좋아하는 자생 식물을 듬뿍 심은 정원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입학했는데, 조경은 정원보다 훨씬 큰 영역을 다루는 학문이더라고요. 식물을 소재로서 공부하지만, 식물보다 사람의 이용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설계도 많았고요. 예상과는 달랐지만 재미있는 학문이었습니다.

 

조경학과 하면 식물을 주로 공부하고 잘 알 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식물과 관련된 수업량이 설계보다는 적고, 특히 초본이나 화훼류를 다루는 경우가 드물죠. 수목학 수업을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해요. 식물을 공부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중학교 때 만난 선생님이 환경운동가였는데, 늘 꽃만 들여다보는 저에게 “지금은 꽃과 풀만 좋아하지만 계속 관심을 갖다보면 나무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될 거야”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과연 관심을 갖게 될까 의구심이 들었어요. 꽃과 초본을 좋아했던 이유가 여린 느낌에서 오는 아름다움 때문이었거든요. 그런데 대학에서 수목학 수업을 들으며 나무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어요. 초본의 경우 보통 구별하는 포인트가 꽃에 있거든요. 그런데 나무는 꽃이 너무 높은 곳에 달려 있거나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도대체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궁금했는데, 수피, 잎맥, 잎 끝의 모양, 잎이 나는 방식, 줄기의 생김새 같이 섬세한 부분으로 구별할 수 있더라고요. 대상의 스케일은 커졌는데 오히려 작은 부분에 집중해야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또 초본은 종류도 많고 이를 구분하는 방식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이 정말 분분해요. 물론 수목 공부도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초본에 비해 좀 명쾌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초본보다는 종수가 적어서 그런지 공부하는 만큼 지식이 금방 쌓이는 기분이고요.

 

혼자 공부할 때는 식물을 감으로 구분했었는데, 수목학 수업을 통해 교수님과 명확한 근거를 통해 수목을 구분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어요. 한 교수님은 도감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동정(생물의 분류학상의 소속이나 명칭을 바르게 정하는 일) 포인트를 만들어보라고 했는데, 이 조언이 큰 도움이 됐어요. 나만의 구분 방법을 만들어 내니 식물과 굉장히 친해진 기분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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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천 자연 도감』에 실린 세밀화 일부, 디자인 스튜디오 loci와 함께 작업 ©조현진

  

학교 다니며 가장 재미있게 들은 수업이나 흥미롭게 한 과제가 있다면요. 

1학년 때 들었던 ‘미술의 이해’라는 교양 수업이 떠올라요. 강의를 들을 때마다 교수님이 그림을 사랑한다는 감정이 절절히 느껴졌거든요. 스크린에 자료를 띄울 때마다 “너무 예쁘죠” 하고 말을 건네는 표정을 보면 덩달아 행복해졌어요. 교수님이 강조했던 게 그림을 억지로 외우려고 하지 말라는 거였어요. 수업에서 만난 그림을 광고나 미술관에서 마주치고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좋아지게 될 거라고 했죠. 이 수업 덕분에 그림이 더욱 좋아졌어요. 식물을 이야기할 때마다 이 교수님을 떠올립니다. 식물의 이름과 학명, 특징을 다 알려주고 나서, 그 교수님처럼 모든 것을 꼭 외워야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해요. 이 식물을 누구와 함께 봤는지, 그날의 날씨는 어땠는지를 기억해도 좋다고 말해요. 그런 기억이 모여 사람들이 식물을 좋아하게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정원 설계 수업도 기억나요. 가상의 클라이언트를 정해 그를 위한 정원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정원 파워블로거를 클라이언트로 삼았어요. 아파트 베란다에 자신만의 정원을 꾸리던 사람이 주택 정원을 갖게 되면 어떨까 상상하며 정원을 설계했지만 교수님이 탐탁지 않아했죠.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하다 블로그의 게시물들을 다시 찬찬히 읽어 내려갔어요. 블로거의 본업은 교사이고 남편은 직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고 딸이 하나 있는데, 가족이 다 모이는 시간이 적은 게 아쉽다는 글이 눈에 띄었어요. 정원에 가족이 모두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 주변을 화단으로 둘렀어요. 화단은 블로거가 가족과 함께 원하는 식물을 심어 꾸려나갈 수 있도록 비워두었죠. 그제야 교수님에게 좋은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때 조경가는 정원을 만드는 게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고, 정원은 집 주인이 직접 꾸미고 가꿔나가는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조경설계를 할 때도 일종의 그림을 그리죠. 인상 깊었던 드로 잉 방법이나 표현 기법이 있나요. 도면에 그리는 식물 심벌이 설계 내용을 전달하기에 적절한 표현 기법이라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해요. 

사실 설계사무소를 다닌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 식물 심벌이 시공에 적절한 표현 방법인지는 깊게 고민해보지 못했어요. 식물 심벌의 형태는 늘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정해진 표현법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형태를 보면 그린 사람이 느낀 식물의 특성을 알 수 있거든요. 황매화 관 목을 그 꽃의 색을 따라 노란색으로 표현한다든지, 침엽수를 나타내는 심벌은 잎의 특성을 따 강조하는 말풍선 모양처럼 끝을 뾰족하게 그린 다든지 하는 점이 재미있어요. 소나무처럼 기우뚱하게 기울어 자라는 나무는 감자처럼 조금 찌그러진 원으로 그리고요. 늘 눈높이에서 바라 보는 나무들을 하늘에서 바라보는 시점으로 관찰해 표현한다는 점이 독특했어요. 

 

졸업 직후에는 조경설계사무소를 다녔죠. 처음 맡았던 일 기억하나요. 

막내로서 처음 맡았던 일은 제주도에 있는 한 호텔에 돌을 배치하는 일이었어요. 구획마다 다른 인공지반 제한 하중을 고려하면서 리듬감이 느껴지도록 경관석을 놓았죠.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맛본 건 어 린이대공원 안의 작은 정원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보고용 파워포인트도 만들고 도면도 정리하며 책임감을 갖고 임했던 프로젝트에요. 그중 카페 앞에 ‘커피 앤 티가든’이라는 정 원을 꾸렸던 게 기억나요. 공간 이름처럼 커피나무와 차나무, 그리고 세이지처럼 향기가 나는 허브류를 심었어요. 방문객들이 음료의 원재료를 보면서 마시길 바랐거든요. 커피와 차, 그리고 허브티는 우리가 일상 적으로 마시지만 그것의 원재료가 식물이라는 사실을 곧잘 잊게 되니까요. 내한성이 나쁜 수목은 화분에 심어 두고 겨우내 어린이대공원 온실에 옮겨두었다가 날이 풀리면 다시 꺼내오도록 했어요. 야외 테이블 가운데 홈을 파서 허브를 심은 화분을 쭉 놓을 수 있게 했는데, 그 테이블 이 마음에 들었어요. 식물이 바닥에 심겨 있으면 한 덩이로 보이지만 눈 높이에 놓으면 자연스럽게 눈 맞춤을 하면서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들 수 있거든요. 처음으로 맡은 프로젝트인 만큼 시공이 끝나 현장에 가니 뿌듯하기는 했는데, 첫 사회생활이기도 했고 당시 야근을 많이 했던 터라 기쁨이 그 피로를 이기지 못했던 모양이에요. 그때부터 조경설계를 내가 오래 할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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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노들섬 캘린더 공모전 수상작 ©조현진

 

흔히 글쟁이, 그림쟁이는 굶어 죽기 딱 좋다는 말을 하잖아 요.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을 택했을 때 두렵지 않았나요. 전 공이 미술이 아니라 기반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고요. 

잘 몰라서 용감했던 것 같아요. 그냥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현실감 없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래서인지 일을 막 시작할 때도 막막했고, 지금도 어려워요. 당시 가지고 있던 그림이라고는 도면 스케치가 전부라서, 조급한 마음에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기도 했어요. 미술을 전공한 사람과 비교했을 때 무엇이 제 장점이 될 수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았거든요. 다행히도 그맘때 일러스트 관련 공모가 많이 열렸어요. 네이버가 크리에이터를 위해 만든 플랫폼인 ‘그라폴리오’와 ‘밴드 오브 노들’(노들 꿈섬 운영계획·시설구상 2차 공모 당선팀)이 진행한 공모전이 눈에 띄었죠. 자연, 음악, 노들섬을 주제로 사계절을 보여주는 그림을 모집하고 있었는데, 조경을 전공해서인지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봄꽃의 왈츠(봄), 달맞이꽃 이 핀 여름밤(여름), 가을날의 기억(가을), 조용한 기다림(겨울)을 그려 제출 했고 당선되어 ‘2017 노들섬 캘린더’로 제작됐어요. 그 뒤로 조금씩 외주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개인 작업도 틈틈이 했어요. 식물을 좋아하니 식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죠. 식물에 관심 없는 사람의 눈길을 끌어올 수 있도록 식물을 영업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이었어요. 열심히 하다 보니 『식물 문답』(눌와, 2021) 독립 출판까지 이어졌고, 라디오 게스트 출연 문의가 들어오기도 했고요.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는데, 돌이켜보니 참 운이 좋은 편이네요.

 

보통 작업을 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나요. 이제 곧 겨울인데, 식물을 관찰하며 그리는 일을 많이 하면 계절의 영향도 받을 것 같아요. 

세밀화 작업은 식물 크기에 따라서 다르지만 생김새가 복잡하면 한 달 이 넘게 걸리기도 해요. 보통 아무리 빠르게 작업해도 이틀 정도는 소요 되고요. 식물을 주로 그리니 온 계절의 영향을 받아요. 꽃 핀 걸 그려야 하는데 관찰을 할 수 없으면 난감하죠. 작업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봄이에요. 여름도 좋지만 벌레도 많고 땀이 너무 많이 나서 힘들어요. 평소에 수목원에 자주 다녀요. 되도록 실물을 관찰해 정확한 모습을 그리 려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을 대비해 사진 촬영을 많이 해두고 필요 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아요. 

 

올해에는 여러 종의 쑥 꽃을 비교해 그리고 싶어서 계속 홍릉수목원에 갔 어요. 갈 때마다 꽃봉오리만 있고 조금만 있으면 필 것 같은데 그대로더 라고요. 그런데 잠깐 바빠서 며칠 가지 못했더니 야속하게도 그새 꽃이 폈다가 진 흔적만 남아있었어요. 그래도 사진보다는 실물을 보고 정확 한 모습을 그리고 싶어요. 이제 겨울이라 그간 쓰지 못한 글들을 쓰고 내년에 준비하고 있는 신간에 수록할 그림 작업을 시작하려고 해요. 

 

어떤 것을 마주하거나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그리고 싶다는 의지가 발동하나요.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마음이 가는 순간이 있어요. 막연한 표현일 수 있겠지만 마음이 머무는 자리 같은 게 있다고 말하곤 해요.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기보다 신경이 쓰이고 계속 생각이 나는 장면이 있어요. 그럼 왜 계속 떠오를까 고민하기 시작하고, 그때 느낀 감정이 무엇인지 골몰하면서 역으로 그 이유를 추적해 나가는 편이에요. 그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거라 봐도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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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 연구간행물 『고택과 어우러진 삶이 담긴 정원』, 쌍산재


일러스트를 그릴 때 가장 선호하는 재료는 무엇인가요. 디지털 툴보다 손 드로잉을 선호하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연필, 샤프를 제일 좋아해요. 수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디테일이 풍부하기 때문이고요. 디지털 툴에 좋은 브러시가 많기는 하지만, 수작업을 할 때 흑연이 종이에 남기는 풍부한 질감을 따라잡지는 못해요. 다양한 소재 중에서도 연필과 샤프를 가장 선호하는 이유는, 안심이 되는 재료이기 때문이에요. 과슈, 수채 물감, 색연필도 수정은 가능하지만 자유롭지는 않아요. 연필이나 샤프는 손쉽게 고칠 수 있어요. “잘못 그려도 괜 찮아”라고 얘기해주는 도구인 것 같아서 편안해요. 아슬아슬한 줄타기 를 하는 작업보다 넉넉하다는 기분이 들고, 작업할 때 느낀 이 여유로움 이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어요. 

 

흑백이라는 점도 주요하게 작용해요. 하늘을 보면 색이 시시각각으 로 바뀌잖아요. 나무 이파리도 빛을 받고 있을 때랑 해가 닿지 않는 곳 에 있을 때 색이 크게 다르고요. 색이 주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순간적 이고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발 디딜 곳 없는 막연한 신기루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색이 구체적이고 만져지지 않는 느낌이라면 형태는 그에 비해 변화가 덜해요.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 보이기는 하지만, 그 변화마저도 색만큼 다이내믹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형태를 자꾸 쫓게 되더라고요. 특히 단단한 형태를 묘사할 때 느껴지는 안정감을 좋아해요. 연필과 샤프는 흑과 백으로 형태에만 집중하기 좋고, 그 형태를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는 재료에요.

 

채도가 높지 않은 부드러운 색을 주로 사용하는 것 같아요. 

앞선 답변과 연결되는데 색이 강하면 형태와 연필 질감이 묻히게 되거든요. 그래서 연한 색을 사용하게 돼요. 기본적인 색만 깔아서 형태와 질감에 많이 집중하도록 만들어요. 생각보다 우리가 어떤 사물의 형태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장미로 예를 들어볼게요. 우리는 모두 장미를 알고 있죠. 긴 줄기 끝에 여러 꽃잎이 둥글게 겹친 모습으로요. 그렇지만 그 모습을 오랫동안 들여다본 적은 없을 거예요. 다 똑같아 보이는 장미의 꽃잎은 안쪽으로 갈수록 더 작고 구겨진 형태에요. 그리고 직립하는 줄기에 항아리 모양 꽃 한 송이를 매다는 것은 꽃다발용 장미의 특징일 뿐, 덩굴로 자라는 것이나 평평한 꽃을 피우는 품종, 여러 송 이를 뭉치로 올리는 종류도 있죠. 가시의 크기, 밀도도 다르고요. 그래서 식물 세밀화를 그릴 땐 형태를 제대로 묘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되죠. 그런데 요즘은 채도 높은 색을 쓰면서도 형태와 질감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너무 옅은 색을 쓰다 보니 오히려 본래 식 물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그림으로 감상하는 즐거움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서요. 한 장의 그림 안에 흑백의 식물과 색을 입힌 식물의 모습을 모두 담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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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연필 정원' 포스터

 

인물과 동물을 그릴 때 얼굴을 생략하거나 뒷모습을 그리는 경우가 많아요. 이유가 있나요. 

얼굴은 너무 구체적인 감정을 전달해서 빼려고 하는 편이에요. 또 얼굴을 그리는 순간 사람들이 생김새를 보게 되고 그에 대한 평가가 뒤따르 게 되더라고요. 감정이나 생김새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순간 그림에 대한 해석이 너무 좁아지게 돼요. 표정보다는 그림 전체의 분위기나 은유를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에 얼굴을 생략하거나 가리고 있어요. 2023년 11월호 ‘풍경 감각’ 글인 ‘11월 저녁’도 얼굴 위에 구름을 올려두었는 데, 표정을 다 그린 후 구름으로 덮은 거예요. 

 

유리병, 손과 손 사이의 틈, 큐브 같이 어떤 프레임 안에 식물 이나 풍경, 오브제를 담아 그리는 표현 방식도 즐겨 사용하는 것 같아요. 

프레임을 넘나드는 느낌이 좋아요. 프레임을 사용했을 때 공간 자체가 깊어지기도 하고요. 나무를 그릴 때 캔버스에 꽉 채워서 그릴 수도 있지 만, 프레임을 두고 그 안에 나무를 그리면 공간감이 생기고 어떤 맥락이 생기기도 해요. 해석의 깊이가 깊어지고, 사람들이 프레임 속 대상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도 있고요. 

 

롤 모델이 있나요. 꼭 그림이 아니어도 분야와 상관없이 좋아 하는 아티스트,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음악이나 영화가 있다 면 소개해주세요.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들을 쫓아가는 편이라서 특별한 롤 모델은 없어요. 영화, 소설, 음악을 비롯해서 여러 분야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그 사람들의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갈 수는 없으니까요. 

 

세밀화 수업도 진행하고 있죠. 주로 어떤 사람들이 오나요. 그리는 일과 가르치는 일은 전혀 다를 텐데,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무료 강의에는 정의 내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사람이 오는 편이고, 유료 수업에는 그림에 진지하게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이 와요. 선생님도 꽤 많이 수강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그림 그리기 수업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가르치는 일은 그리는 일과 또 다른 재미가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이 식물과 그림 둘 중 하나에 관심이 있는데, 식물을 잘 몰라서 혹은 식물을 잘 묘사할 자신이 없어서 그리기를 주저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주로 응원을 하다가 돌아오곤 합니다. 그리는 건 연필을 잡고 선을 긋기 시작하면 그만이에요. 하지만 연필을 잡고 선을 그을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아주는 건 쉽지 않죠. 수강생들의 그림을 보면 각자 식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게 느껴져요. 어떤 사람은 꽃을, 어떤 사람은 이파리를, 어떤 사람은 줄기의 디테일을 봐요. 세부적인 묘사보다 식물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리듬감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어요. 서투르더라도 열심히 관찰해서 그리면 각자 의 시선과 개성이 담긴 그림이 완성돼요. 사실 처음에는 식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를 확실하게 묘사하는 방법을 가르치려 했었는데, 3시간 남짓한 수업 시간에 전부 담기에는 턱없이 방대한 내용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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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진의 『식물 문답』

 

블로그, 브런치, 그라폴리오, 트위터, 인스타그램까지 다양한 매체를 운영하고 있어요. 가장 애정을 쏟고 있는 매체는 무엇인가요. 

블로그는 최근에 관리를 하지 못한 상태라 조금 머쓱하네요. 인스타그램(@jo.hnjn)에 게시물을 많이 올리고 있는데 팔로워 수가 생각보다 중요 하더라고요. 그 수가 영향력을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작품이 마음에 들 더라도 팔로워 수가 적다는 이유로 작업을 맡기지 않는 걸 본 적도 있어 요. 소통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생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SNS를 열심히 운영하려고 합니다. 또 전시를 따로 열지 않는 이상 제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기도 해요. 댓글 수나 좋아요 수에 연연해하지 않아야 하는데, 막상 그 수가 적으면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올린 글을 다 시 읽어보기도 해요. 제일 애정을 갖는 매체는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에요. 인스타그램이 이미지 위주의 매체라면 브런치는 텍스트를 보여주기 에 가장 좋아요. 한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는데 겨울이 되었으니 다시 좀 활성화를 해볼 계획입니다. 

 

어제까지 라디오 방송을 하고 왔다고 했죠. 처음에 어떻게 연락이 닿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식물 문답』을 바탕으로 한 전시를 라디오 PD님이 보러왔었다고 해요. 책 내용 중 재미있는 꼭지의 글과 그림을 함께 전시했는데, 『식물 문답』 의 주요 내용이 “화투의 ‘똥’은 어떤 식물일까?” “라일락꽃을 먹는 이유 는 왜일까?”처럼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다 루고 있거든요. 마침 식물 기르는 것이 트렌드가 되고 있던 때였는데, 이 런 이야기를 하는 작가라면 게스트로 섭외해도 라디오 청취자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겠구나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새벽 5시에 시작해 7시에 끝나는 라디오라 새벽일을 하거나 출근길에 오른 사람이 많이 들을 것 같아요. 이들이 듣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이야깃거리를 어떻게 선정했나요. 

처음에는 제가 좋아하는 식물을 소개하려는 욕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PD님과 작가님이 식물 고르는 기준이 저와 다르더라고요. 두 분이 은방 울꽃은 어떻겠냐고 제안해준 적이 있어요. 알고 보니 그 즈음에 한 연예 인이 결혼할 때 은방울꽃으로 만든 부케를 들고 나와서 화제가 됐더라 고요. 또, 계절마다 주목받는 왕벚나무나 코스모스 같은 식물도 말해줬 고요. 내가 잘 알고 있는 식물도 좋지만, 무엇보다 대중이 관심을 가지 고 있는 화제를 더 중요시해야 하더라고요. 

 

이야기의 깊이도 조절할 필요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식물에 대해 더 긴 설명이 필요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지루하다는 청취자 피드백을 받았어요. 그 뒤로는 하루 일과의 시작을 준비하며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고민하기 시작했죠. 말의 속도도 조금 높이고 무엇보다 구구절절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대본을 거듭 수정했어요. 식물에 대해서는 말이 자꾸 많아져서 초고를 쓰면 1시간 넘는 분량이 나오기 일쑤였거든 요. 신청곡과 광고가 송출되는 시간을 빼면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15분 남짓이니 계속 고쳐 쓰며 분량을 절반 정도로 줄였죠. 전문 용어를 쓰기보다는 더 알아듣기 쉬운 표현과 단어로 바꾸었고요. 

 

풍경 감각에서 ‘손들어 볼까요?’(2022년 6월호)를 인상 깊게 읽었어요. 관엽식물을 위해 보일러를 틀고 가습기를 틀고 서큘 레이터를 틀고 전등을 달다가 문득 “도시가스를 때고 화석 연료로 생산한 에너지를 아낌없이 쓸수록 아름답게 자라나는 식물들. 어느새 이 풍경을 좋아할 자신이 없어졌다”고 했죠. 

식물을 키우는 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좋은 취미이지만, 정원을 꾸릴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고 식물을 가꾸는 일이 꼭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일과 이어지는 것 같진 않아요. 브런치에 연재하는 글에 “안타까운 일이지만 식물을 기 르기 좋은 집은, 가난을 벗어날 확률이 낮은 그림 작가인 나 에겐 없을 것이다”(‘식물을 기르기 좋은 집에 살 수 있을까?’ 중)라는 말을 쓰기도 했고요. 식물을 키우는 일이 생산적이고 친환경적으로 보이는데, 직접 키워보면 소비적인 활동이고 자연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많다는 걸 알게 돼요.

 

식물 재배에 사용하는 흙만 해도 그냥 자연에서 가져올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바깥의 흙은 벌레 알과 오염 물질 때문에 실내 정원에는 적당하지 않죠. 그래서 코코피트, 피트모스, 펄라이트, 제오 라이트 같은 여러 재료를 섞어 인공 배양토를 만드는데, 이중에는 해외에서 수입해서 쓰는 것도 많아요. 환경에 이롭지 않겠죠. 질문처럼 관엽 식물은 잘 기르기 위해 화석 에너지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집안에 들인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 야외에 있는 식물을 기후변화에 시달리게 만드는 일일 수 있어요. 

 

좋아하는 식물을 키우는 일이 지구 어딘가에서 자라나는 다른 식물을 죽어가게 만드는 데 일조를 한다고 볼 수도 있죠. 과연 이게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올바르게 취미를 즐기는 방식인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렇다고 식물을 키우지 말라고 강요하는 게 옳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걸 택하려 노력하면 어떨까 생각해요. 해가 부족하면 내음성이 강한 식물을 고르고, 높은 습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면 촉촉한 공기를 좋아하는 안스리움과 고사리류를 피하는 방법 이 있겠죠. 병해충 관리를 위해서 농약을 써야 하는 순간이 있어요. 하지만 가능하다면 친환경 농약을 택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고요. 식물을 기르는 올바른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에요. 식물을 좋아한다면 자신이 식물을 기르는 방식에 대해 한 번쯤은 고민하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죠.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나요. 많은 작가가 본명 대신 작가명 을 쓰기도 하는데, 만약 작가명을 쓴다면 뭐라 짓고 싶나요. 

 

뚜렷한 방향성은 없어요. 그냥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해내가려고 해 요. 일단 눈앞에 놓인 과제를 잘 해결해나가고, 하나하나 쌓아가다 보면 그게 제 캐릭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름이 평범한 편이라 작가명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조언을 많이 받았어요. 작품이 아무리 좋아도 대중이 이름을 잊는다면, 클라이언트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딱히 절 표 현해줄 다른 이름을 찾지 못했어요. 정작 식물을 너무 좋아해서 그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장에서, 작가명을 쓴다는 게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제 특성과 이미지는 ‘조현진’ 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잘 드러날 것 같아요. 

 

고수리 작가가 쓴 『마음 쓰는 밤』(창비, 2022)이라는 에세이집이 있어요. 특이해서 썩 좋아하지 않던 자신의 이름을 사랑하게 된 일화를 담은 글이 있는데, 거기서 본 문장이 위로로 다가왔어요. “내 이름이 좋아진 건 작가로 일하면서부터였다. …… 때론 다른 이름들에 숨어버릴 수 있는 조 용한 이름들, 그렇지만 아는 사람들만 알아볼 수 있는 활짝 핀 이름들, 흔한 이름들 가운데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승현, 민경, 다혜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특별했다. 다른 꽃들과 비슷하지만 나만 알고 있는 하나의 꽃을 기억하는 마음이랄까. 그런 마음으로 우리 집 아이들 이름도 평범하고 흔하게 지었다.” 작가의 말처럼 저의 이름도 어디에나 있지만, 만나면 반갑고 정겨웠으면 좋겠습니다. 때때로 익명성에 숨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또 조현진이라는 이름이 중성적이라 좋기도 해요. 몇몇 분들이 막연히 절 여자일거라고 짐작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한 클라이언트는 전화 통화까지 나누었는데도 현장에서 절 찾지 못한 경우도 있어요. 여자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마냥 흐릿한 이름인 것 같진 않아요. 여자인줄 알았는데 남자였던 작가라고 기억에 남을 테니까요. 


조현진은 조경학을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다. 2017년과 2018년 서울정원박람회, 국립수목원 연구간행물 『고택과 어우러진 삶이 담긴 정원』, 세밀화도감 『오산천 자연 도감』 등의 그림을 그렸고, MBC FM4U ‘세상을 여는 아침 안주희입니다’와 교통방송 ‘아침엔 TBS’에서 식물 코너를 맡았다. 『식물 문답』을 출간했으며, 북한산 자락의 작은 방에서 식물을 키우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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