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동하는 공간을 고민하다
Just Working Landscape
많은 사람이 우리의 정식 명칭 JWL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히자면 JWL은 ‘Just Working Landscape’의 약어다. 번역하자면 ‘놓아두면 알아서 작동하는 공간’ 정도일 것이다. 자칫 가벼워 보일 수도 있는 이 세 단어의 조합에 우리가 지향하는 공간에 대한 생각이 잘 담겨 있다.
보는 사람의 눈을 단번에 매혹시키는 화려한 조형 언어나 깊은 지적 탐구를 통해 도출한 형이상학적 설계 개념은 우리의 작업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특별히 설계한 것이 없어 보인다거나 너무 뻔한 혹은 소극적 디자인이라는 평을 들을 때가 있다.
그러한 평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다소 심심해 보이거나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 디자인을 행하는 이유는, 그러한 디자인 행위가 결국 땅과 함께하며 가장 오래 갈 디자인이라는 굳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조경가의 디자인 행위는 본질적으로 땅과 사람의 속성을 잘 이해하여, 최적의 동적 평형 상태를 찾아 스스로 작동할 토대를 만드는 일이라고 믿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을 자아내는 좋은 술처럼, 우리가 만드는 공간도 잘 늙고(well-aging), 잘 숙성된(well-matured) 곳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원종호 소장)
JWL과 함께 한 2년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덧 벌써 2년 차 사원이 됐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JWL은 어떤 회사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우리의 일상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처음 입사했을 때 일반적인 설계사무소와는 다른 업무 수행 방식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JWL은 사원 때 부터 PM을 맡아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간다. 그렇다고 모두가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업무를 파악하는 네트워크가 형성돼 혼자만의 힘으로 벅찬 순간이 올 때는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설계사무소답게 현장에 대한 이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대상지의 초기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답사를 자주 나가는 편이다. 비록 야생의 상태일지라도. 답사를 통해 얻은 자료들은 적절히 설계에 녹아들어 좀 더 합리적인 설계안이 만들어지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종종 시공까지 이어지는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높은 완성도를 위해 직접 발품을 파는 등 사무실 밖에서의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시공 현장에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내가 설계한 시설물이 어떤 공정으로 진행되는지 확인할 수 있고, 직접 식재하면서 식물의 특성을 배울 수 있어 다음 프로젝트에서 식재 계획을 진행할 때 한번 더 고민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상당히 자유로운 사내 분위기다. 그래서 업무를 진행할 때도 모르거나 배우고 싶은 부분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는 편이다. 비슷한 나이대가 모여서 그런지 취미나 취향도 많이 겹친다. 퇴근 후 다 같이 클라이밍을 가거나 평소 가고 싶던 곳을 공유해 같이 소소하게 답사를 다녀오기도 한다. 이외에도 미식가의 회식, 운동 지원금, 해피아워, 생일파티 등의 소소한 복지가 더해져 지금과 같은 분위기의 JWL이 만들어진 것 같다. (이정화 사원)
본질을 고민하는 설계
구조화된 사고
‘주 대리, 이제 이 정도는 할 수 있지?’라는 말과 함께 600만 평에 달하는 기업도시 도면이 책상 위에 놓였다. 너무 거대한 땅이다 보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땅의 잠재 가치를 발굴하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주는 방식으로 점차 진행하다 보니 결국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우리만의 답을 찾아나갈 수 있었다.
이런 일을 할 때마다 우리는 겉으론 디자인으로 설득하는 사람들이지만, 본질은 구조화된 사고로 설득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난무하는 정보를 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엮어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을 온몸으로 겪게 해준 이 프로젝트는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사랑하는, 애증의 프로젝트로 남을 것이다. (주민수 팀장)
본질에 닿기 위한 한걸음
최근 가장 깊게 발을 담그고 있는 프로젝트는 서초역 인근에 건축 예정인 한 공연장이다. 처음 맡아보는 중형 프로젝트인 데다 주변에 엮여 있는 이슈들이 많은 탓에 애꿎은 트레이싱지 낭비를 셀 수 없이 많이 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낭비는 진행 중이다.
다양하게 변모하고 있는 한국의 문화예술을 담는 공연장,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기대할까. 건물의 모퉁이에 난 언덕길을 오르며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감상은 무엇인가. 그리고 단편적으로 존재하는 각각의 조경 공간이 가져야 할 적정한 역할과 그 안에 담는 본질적 이야기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고민하면 할수록 머릿속 질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고 나의 수많은 질문이 어렴풋이 해결된 어느 날 지금을 돌이켜보면, 조경가로서 한 걸음을 견고히 할 수 있었던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길 바란다. (박지현 사원)
여덟 명의 어벤져스
저녁 있는 삶
우리 회사의 장점 중 하나인 저녁 있는 삶이 나에게 다양한 취미를 경험하게 해 준 것 같다. 보통 직장인이라면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야근 때문에 한 가지 취미를 가지기도 힘든데,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퇴근 후 스무 가지 이상의 다양한 취미를 가졌다.
이런 활동이 가능했던 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방법이 다른 설계사무소와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원부터 소장까지 개개인이 각자 프로젝트를 도맡아서 진행하기 때문에 스스로 기민하게 프로젝트 일정을 관리하고 조율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정이 몰려 야근하는 일이 발생하면 나머지 팀원들은 하던 일을 잠시 중단하고 어벤져스가 되어 그 팀원을 돕는다. 이러한 방법 때문에 팀원 대부분은 저녁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요즘 퇴근 후 운동하는 재미에 빠져 있는데, 내년에는 첫 바디 프로필 촬영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갖게 해준 JWL에 고마움을 표하며 오늘도 헬스장으로 간다. (박태영 대리)
배우면서 채워나가는 설계
6월 전체 회의에서 팀장님이 A 아파트 실시도면 납품에 대한 추가 인력을 요청했다. 당시 뭣도 모르던 나는 바로 팀장님을 찾아가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혔다.
처음 도면 목록을 봤을 땐 ‘이걸 언제 다 하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래도 기본 도면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다 보니 상세 도면 순서가 되었다. 상세도 경험은 많이 없었기에 시작할 땐 막막함이 가득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배웠던 것을 적용하며 도면을 작성했다. 도면을 작성하면서 헷갈리는 부분이 생기면 주변 대리님에게 물어보며 디테일한 내용들을 채워 나갔다. 작성한 뒤에는 팀장님과 소장님의 검토를 받으면서 모르던 부분들을 배우고 내 도면에서 부족한 설명을 채워나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막막하기만 했던 작업이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해결되는 것을 느끼며, 다시 한번 팀워크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더 열심히 공부해 다른 팀원들에게 도움이 되어야겠다. (이정화 사원)
자연과 우리의 시선이 마주할 때
자연이 주는 울림
작년 가을부터 JWL과 함께하게 되었다.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주시 일대의 산을 답사하게 되었다. 회사 구성원 모두 GPS 기반의 산악인 앱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이 의아했다. 하지만 몇 번 답사를 하면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정 교수님은 언제나 사람의 손발이 닿지 않는 곳을 향한다. 이번엔 가시덤불과 발이 푹 빠지는 늪지대였다. 그 이후 직원들 사이에서 ‘황천길’이라고 불리게 된다. 답사 막바지쯤 공간을 압도하는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진 숲을 만났는데, 거친 숲길에서 겪었던 고생이 희미해질 만큼 큰 울림을 준 장소였다. 우리는 대지가 제공하는 순간들 속에서 아름다운 장면을 발견하는 눈과, 그 장면의 가치를 전달하는 목소리에 힘이 있는 설계사무소다. 현재 맡은 프로젝트에서도 대상지 답사 중 얻은 인사이트와 숲의 흐름을 대상지까지 연결하는 것을 주 전략으로 삼았다. 과정 중에 매끄럽지 않은 경험도 있지만, 이곳이라면 그 끝에 마주할 결과물에 대한 믿음이 있다. 앞으로 JWL과 함께 쌓아갈 자연과의 협업이 기대된다. (김제인 대리)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베트남의 광역 부지를 계획하는 마스터플랜 프로젝트 덕분에 해외 출장을 가게 되어 우리 회사 엄청나잖아? 라는 고취에 빠진 것도 잠시, 미개발된 베트남 오지에서 정글의 법칙을 찍었다. 하지만 고군분투해 조사한 자료가 쓰이는 것을 보며 뿌듯했다. 실내에 앉아 컴퓨터로 자료를 조작하는 일에만 익숙하던 내가 부지를 직접 탐방하고 이색적인 자연환경을 공부한 좋은 기회였다.
조경설계는 조사와 설계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실무에서는 현장에서 발로 뛰는 일보다는 사무실에서 단축키 두드리는 업무의 비중이 늘게 된다. 우리 회사에서는 기회가 될 때마다 원형에 가까운 자연을 답사하러 가곤 하는데, 시원한 바람을 쐬며 무성한 풀내음을 맡다 보면 아름다운 자연에 우리의 시선이 닿는 순간을 기대하게 되고 내가 이 일을 선택한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정은혜 사원)
제이더블유랜드스케이프(JWL)는 다양한 오픈스페이스의 계획·설계를 수행하는 디자인 오피스다. 대상지의 다양한 환경 조건을 세심하게 살피며 대지의 잠재력을 만개시키는 설계를 지향한다. 간결하고 심미적인 설계 언어를 통해 대상지의 공간적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격조 있는 문화적 산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경관 배치와 감각적인 공간 연출을 동시에 추구한다. 이용자 모두의 다양한 요구에 절묘하게 부합하도록 작동하는 장소 구현을 중요한 임무로 삼고 있다. www.jwlandscape.net, instagram(@jwlandscape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