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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Gwanghwamun Square
  • CA조경기술사사무소
  • 환경과조경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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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과 도시 숲

계획안에 세 번의 큰 변화가 있었다. 당선된 뒤, 8개월간 설계공모안의 지하 광장과 선큰 광장의 규모를 현실적으로 정리했다. 2019년 말 시민 토론회를 거쳐 지상 중심의 ‘공원 같은 광장’으로 계획안을 변경했다.

2021년 공사 중 문화재가 발견됐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했다. 역사적 의미를 강화하고 다양한 수경 시설을 보완해 현재 모습으로 광화문광장을 개장했다. 광화문광장의 골격은 중앙의 열린 광장과 서측의 도시숲으로 나뉜다. 그리고 내자동 지하차도를 기점으로 북측의 역사광장과 남측의 시민광장으로 구분된다. 중앙의 열린 광장은 2009년에 조성된 광장의 구조를 유지하며 부분적으로 개선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 주변에는 역사적 의미를 보완해 승전비와 미디어 게이트를 설치했다. 해치마당스탠드 구간은 18m 폭원의 좁은 기존 구조를 26m로 확장해 그늘을 제공할 수 있는 녹지대를 조성하고 직립형 느티나무를 식재했다. 램프로 인해 생기는 거대한 삼각형 벽에는 LED 패널을 설치해 다양한 영상을 담았다. 잔디마당은 광화문에 가깝게 북측으로 옮겼다.

광장 서측은 도시에 면한 토지 이용에 따라 수목으로 채워진 5개의 숲과 비워진 3개의 마당으로 계획했다. 세종대로 사거리 입구에 있는 광장숲에는 느티나무, 느릅나무, 팽나무를 5.4m 간격으로 촘촘히 식재해 풍성한 녹음을 만들었다. 이 숲은 소규모 상점들을 지나 현대해상 건물까지 이어진다. 서측 도심에서 이어지는 세종대로23길과 지하철 5호선으로 이어지는 해치마당스탠드가 만나는 지점은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다. 지하고가 최소 5m를 넘는 정자목들을 심고 바닥에는 조각보를 콘셉트 삼아 여러 지역의 돌을 깔았다.

수형이 좋은 현장 내 은행나무 가로수 2주를 이식하고 11주의 신규 수목을 식재했다. 팽나무 7주 수형의 편차가 커 식재 위치와 수목 방향을 정하는 데 많은 고민이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앞에는 문화 쉼터를 계획했다. 설계공모 때부터 제시했던 참나무 숲은 도심에서 수목이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으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 다행히 시공 과정에서 어느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도록 적응 기간을 거친 훈련목들을 발견해 갈참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로 숲을 만들 수 있었다. 세종로공원 전면부에는 사계정원을 조성했다. 수십 여 종을 심는 식재 계획으로 인해 적합한 수목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렵게 찾은 수목의 수형이 예상과 달라 배식 도면이 여러 번 변경됐다. 시민광장 끝자락에 위치한 시간의정원에는 강릉에서 찾은 소나무 14주를 식재했다. 숲 아래 진달래를 심었는데, 어렸을 적 매일 뛰어놀던 뒷산 풍경에서 영감을 받았다. 다양한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스타벅스 앞 한글바닥분수와 세종문화회관 2곳의 계단 앞을 비워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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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에서 본 광장숲, 한글분수, 광화문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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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자모를 표현하는 형태로 노즐을 배치한 한글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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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에서 본 중심 포장부

 

깊이와 표면

깊은 표면(deep surface)을 연상시키는 지층의 흔적을 담은 거대한 선큰 광장은 사라졌다. 하지만 공사 과정에서 발굴된 유구의 흔적을 노출한 시간의정원은 설계공모안의 개념인 ‘깊은 표면’을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낸다. 광장보다 2.5m 아래에서 발견된 유구와 1.4m 단차로 조성된 벽천과 선큰 광장, 광장 레벨에 조성된 소나무정원은 물과 숲 그리고 역사의 흔적을 모두 담고 있다. 유구의 흔적을 발아래 두고 벽천의 물소리를 들으며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광화문과 백악산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는 가장 의미 있는 장소다. 촛불 문양처럼 보여 말이 많았던 돌 포장은 설계공모안대로 구현됐다. 신기하게도 남측 방향에서 볼 때 버너로 마감된 돌이 빛을 반사시켜 중앙의 물방울 패턴이 주변보다 밝아 보인다. 반대로 북측 방향에서 보면 중앙의 물방울 패턴이 더 짙게 보인다. 비가 오면 돌 입자에 따라 문양이 더 짙어지는 것이 있고 옅어지는 것도 있다. 빛과 날씨에 따라 그 모습이 바뀌는 ‘반응하는 표면’이다.


물길과 수공간

2021년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뒤 광장 내 물의 요소가 많아졌다. 2009년에 조성된 물길과 공사 과정에서 발굴된 육조거리 배수로를 모티브 삼아 광장 전체를 관통하는 역사물길을 조성했다. 조선 건국 1392년부터 2022년 개장까지의 역사적 사건을 물길 바닥에 새겼고, 이 물길을 따라 여러 수공간을 배치했다. 주변을 비추는 수반과 단차를 활용한 벽천, 사헌부 터에서 발견된 우물에서 영감을 받은 바닥우물, 검은색 돌 표면을 따라 물이 흘러내리는 샘물탁자, 광복 이후 개장까지 77년의 성장을 상징하는 터널분수, 세계적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로고를 닮은 한글분수, 이순신 장군 동상 분수를 북측 광장에서부터 순서대로 배치했다. 물은 열린 광장과 도시숲 사이에 위치하며 두 개의 공간을 매개하는 요소로 활용됐다. 또한 한여름 복사열로 데워진 광장의 표면을 어느 정도 식혀주는 기능을 한다. 물로 인해 광장의 풍경이 풍요로워졌고 시민들의 이용 방식은 다채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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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석 가공석 두 조각으로 만든 샘물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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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공사 중 발굴된 육조거리의 석축을 재현한 유구 재현 시설

 

숨겨진 한글

역사적 의미를 광장에 담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쉽게 이해하며 즐길거리도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때론 흥미롭고 재치 있는 방식이 즐거움과 더 많은 감동을 주기도 한다. 설치미술가 허산의 작품과 동화책 ‘월리를 찾아라’에서 영감을 받아,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 28자를 광장 곳곳에 숨겨두었다. 어릴 적 즐겼던 보물찾기처럼, 광장에서 숨겨진 글자를 찾는 재미와 그 속에 숨은 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숨긴 한글 낱자는 지금은 쓰지 않는 글자―ㅿ(반시옷), ㆆ(여린히읏), ㆁ(옛이응), ㆍ(아래아)―를 포함한 자음 17자와 모음 11자다. 모음과 자음의 배치 방식을 달리했다. 모음의 경우, ㅏ와 ㅓ처럼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이처럼 헷갈릴 수 있는 모음은 쌍으로 붙여 시설물에 배치했다. ㅕ와 ㅑ는 문화쉼터의 모두의 식탁 양끝에 배치했다. 여야 테이블이라고도 불리는데, 여와 야의 대표가 이 공간에서 화합하며 간단한 식사라도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이 글자들을 놓았다. 자음의 경우, 대부분의 모양이 특색 있다. 또한 낱말을 쉽게 유추할 수 있어 의미를 담은 배치가 많다. 해치마당스탠드에 새긴 ㄱ, ㅎ, ㅁ은 광화문을 의미하고, 소셜스텝 앞에 새긴 ㅈ, ㅇ, ㅅ은 세종대왕 시대 훌륭한 업적을 남긴 역사적 인물을 의미한다. 밤에만 찾을 수 있게 조명으로 만든 글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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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정원에 숨어있는 ㅗ, ㅛ, ㅜ, ㅠ

 

다양한 의자

완성된 광장에서 시민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나가며 휴게 시설을 디자인했다. 공간 쓰임새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시설을 계획했다.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 위에 목재 패널을 얹은 와이드벤치는 평상과 각도가 다른 등받이를 결합해 디자인했다. 앉아서 친구를 기다리거나 누워서 수목 사이로 비치는 하늘을 보며 ‘하늘멍’을 즐길 수 있다. 해치마당스탠드 상단에 위치한 바 테이블은 84cm 높이의 철제 구조물 위에 폭원 20cm, 두께 2cm의 기다란 마천석돌을 얹어 완성했다. 음료 한 잔을 올려놓고 기대어 미디어월의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물길을 따라 놓은 ㄱ자 모양의 통석 벤치에서 더운 날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나무 그늘 아래 앉아 광장을 즐길 수 있다. 이동식 테이블과 의자는 많은 걱정과 반대를 무릅쓰고 끝까지 설득해 지켜냈다. 개장 초기에는 최소 수량만 배치했는데, 우려와 달리 유실과 훼손이 없어 수량을 늘렸다. 많은 시민이 자유롭게 위치를 옮겨가며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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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벤치와 소셜스텝에 앉아 각자 자신이 원하는 자세와 방향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사업 책임 CA조경기술사사무소(진양교)

설계 총괄 및 감리 CA조경기술사사무소(조용준)

설계 CA조경기술사사무소(강인화, 김재환, 김수린, 엄성현, 이상민, 이지현, 신원재, 김병철, 오혜지)+유신+선인터라인건축사사무소+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 현상 참여)

시공 신성종합조경+대정골프엔지니어링+보훈종합건설+스마일그룹

관목, 지피 식재 공사 제이제이 가든(JJ garden)+하승호

발주 서울시 도시재생실 광화문광장추진단

위치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67, 1-68 광화문광장 일대

면적 약 40,300m2(당초 약 18,840m2)

완공 2022. 8.

사진 서울시 제공, 이성우, 조용준


2004년 설립된 CA조경기술사사무소는 작은 공간의 설계부터 도시 스케일의 계획에 이르는 국내외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공공을 위한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한다. www.cadesi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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