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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리틀 포레스트
  • 환경과조경 2022년 7월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예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가끔 받는 질문이다. 가슴을 울린 명대사,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예상치 못한 반전, 여운을 주는 엔딩 등 좋아하는 이유를 또렷하게 말할 수 있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영화도 있다. ‘리틀 포레스트’(2018)가 그렇다.

리틀 포레스트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혜원(김태리)이 고향 집에 돌아가 사계절을 보내면서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아버지를 병으로 떠나보내고 시골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던 혜원은 어느 날 빈집에 놓인 편지를 발견한다. “혜원이가 힘들 때 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돌연 떠난 엄마가 남긴 글을 보며, 자신도 이 시골을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며 집을 떠났지만, 서울 생활은 팍팍하기만 하고 편의점 알바를 하며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으로 식사를 때우며 살아간다. 준비하던 임용고시는 떨어지고 함께 준비하던 남자친구는 시험에 합격한다. 지칠 대로 지친 혜원은 서울 생활을 뒤로한 채 고향으로 내려간다. 혜원은 고향에서 스스로 키운 작물들로 직접 제철 음식을 만들어 먹고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 간다.

사실 리틀 포레스트는 보고 싶었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8)이 막을 내려 엉겁결에 본 영화였다. 재미없진 않겠지라고 걱정한 게 무색하게, 암흑한 상영관의 조명이 켜지고 나서야 끝났다는 걸 깨달았을 정도로 푹 빠져있었다. TV에서 이 영화가 방영되고 있으면 시작 부분이 아니더라도 리모콘을 내려놓고 다시 보곤 한다. 재탕, 삼탕해도 여전히 지겹지 않다. 하지만 좋은 점을 설명할 길은 찾지 못했다.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왜 나의 인생 영화 목록 1위를 차지하게 됐는지 말하고 싶어질 때가 종종 있다. 답을 찾지 못해 커다란 벽 앞에 선 기분이었는데, 최근 숨겨져 있던 벽의 문을 찾았다.

얼마 전, 제3회 LH가든쇼가 진행된 인천 아라센트럴파크를 방문했다. 아파트 단지 틈새에 놓인 근린공원에 ‘대지의 주름, 자연의 물결’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공원 사이를 누비며 작가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며 정원에 담긴 이야기를 들었다.

정원에 놓인 벤치에 앉아서 정원을 살펴봐야 설계자의 의도가 보인다고 했던가. 인터뷰를 마치고 벤치에 앉아 정원을 가만히 둘러보았다. 특히 최원만 대표(신화컨설팅)의 ‘자연의 물결’에 설치된 하얀 의자에 앉아 종이배 프레임에 담긴 하늘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하늘을 오랫동안 올려다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아득해서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꽤 감격스러웠다. 잠깐이었지만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하늘을 보며 아무 걱정 없이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주말에 영화를 보려고 넷플릭스를 켰다. 볼만한 콘텐츠를 한참 찾다가 리틀 포레스트를 다시 봤다. 별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장면 속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혼자 있는 혜원을 위해 재하가 오구(개)를 데려와 준다. “조그마한 게 무슨 위로가 된다고……” 혜원은 중얼거리고 재하는 “온기가 있는 생명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야”라며 오구를 남겨둔 채 집을 나선다. 고민이 많을 때면 종종 집 근처 산, 공원에 찾아가 풀멍(풀을 바라보며 멍때리기)을 한다. 고민이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자연에 기대어 있다 보면 걱정에서 해방되곤 한다. 영화 속 장면은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행복이 어디 숨었는지 알려주는 힌트 같았다. 이젠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리틀 포레스트는 별다를 것 없는 일상에 소소한 힐링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우리 주변에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거든요, 그리고 저의 작은 숲이 되어주기도 해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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