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 작동하는 거대한 보일러 그리고 스팀 블로잉
2013년 가을, ‘당인리 서울복합화력발전소 공원화 설계공모’가 시작되었다. 현장을 둘러보면서 무척 낯익은 모습에 가슴이 설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발전소, 서울 마포의 유서 깊은 장소라는 특성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수많은 배관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풍경이 남다르게 보였던 것은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군인 시절 서울구치소에서 보일러병으로 복무할 때 보았던 거대한 보일러와 형형색색의 파이프들이 아직까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각각의 배관 설비가 저마다 기능을 수행하며 작동하는 모습은 마치 전체가 유기체처럼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특히 보일러 배관의 이물질을 청소하는 스팀 블로잉(steam blowing)은 단연 압권이었다. 배관 안의 찌꺼기를 제거하여 거대한 보일러를 다시 새롭게 만드는 역동적인 작업이 수증기를 시원하게 내뿜었다.
마포새빛문화숲, 문화의 새빛을 밝히다
스팀 블로잉을 공원 조성의 기본 개념으로 설정함으로써 자연적·도시적·사회적 과제를 시원하게 날려줄 수 있기를 희망했다. 또 하나의 바람은 서울에서 한강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공원이 되는 것이었다. 마포새빛문화숲의 세부적인 목표는 다음과 같았다. 자연성을 회복함과 동시에 갇혔던 물을 다시 흐르게 하여 땅과 자연과 사람의 관계성을 회복한다. 문화와 예술, 새로운 생각과 사상을 담아내며, 일상과 비일상의 프로그램을 담는 비움의 공간이 되도록 한다. 당인리 발전소의 산업유산적 가치를 되새기며, 경계를 허물고 도시 맥락을 담아내어 지역민에게 일상의 삶과 생동감이 있는 장소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한다.
* 환경과조경 403호(2021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설계 조경설계 이화원
시공 포스코건설, 에코밸리
발주 중부발전
위치 서울시 마포구 당인동 1번지
면적 118,779m2 (공원 면적 95,054m2)
완공 2021. 4.
김이식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에 조경설계 이화원을 설립한 이후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국립생태원, 북서울미술관, 대통령기록관, 당인리 서울복합화력발전소 공원화(마포새빛문화숲) 설계 등이 있다. 조경을 통한 세상의 변화를 꿈꾸며 설계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