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공원, 남산자락, 서울
남산자락과 공원을 관통하는 길이 남산예장공원을 만드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구조를 이룬다. 남산은 서울의 중심이자 풍수지리적으로 안산과 주작에 해당하는 산이다. 설계의 중심이 되는 이야깃거리이지만 너무 깊게 빠져들면 자칫 명확한 공간을 만들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었다. 즉 남산은 설계에 있어 크고 명확한 단서인 동시에 공간 해석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존재였다.
남산이라는 복잡한 대상에 쉽게 접근하고자 설계 요소의 위계를 역으로 짚어보았고, 그 여정의 끝에서 ‘길’이라는 설계의 실마리를 찾았다. 길을 통해 만들어지는 남산 예장자락을 상상했다. 자락의 경관이 도시에 스며들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길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다지 많은 생각이 녹아 있지 않은 것 같은 초벌 드로잉이 설계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중요한 것을 더욱 중요하게, 명확한 것을 더욱 명확하게, 흐릿한 자국을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렸다. 명동과 접한 남산 예장자락의 위치적 중요성과 산자락의 명확한 모습을 부각시키고, 그 속에 담긴 근현대사의 기억을 시민들이 조금 더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여러 형태의 공간을 다양한 길의 흐름에 따라 설계하고 배치했다.
샛자락 그리고 사람, 문화, 역사, 나무의 길
남산예장공원 프로젝트의 목적은 남산의 자연 경관 복원과 도시 문화 공간 연결이다. 경관을 재생하며 만드는 길의 위치적 특성, 켜켜이 싸인 숲과 산이 지나온 시간으로 완성되는 남산예장공원은 복합 기능을 갖춘 도시 녹지 공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띠게 된다.
건축 기능 공간을 지하화해 예장자락의 표피를 남산 숲자락의 확장 공간으로 만들고, 길이 있어야만 하는 곳에 원래 있던 것 같은 편안하고 친숙한 분위기의 길을 놓아 연결함으로써 활기를 불어넣었다. 내부화된 기능 공간과 남산 숲자락의 확장은 ‘샛자락’(『환경과조경』 2016년 4월호 참조)이라는 자락 경관의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복합화해야 하는 장소를 해석하는 데 명쾌한 해답이 되었다.
디자인 철학과 장소의 기억에 편중된 방향으로 전개되는 설계를 지양했다. 명동과 남산, 관광객과 케이블카, 아픈 역사와 남산2청사, 남산 위의 소나무, 문화거리 등 복잡한 요소가 얽힌 예장자락에 네 개의 길을 스며들게 함으로써 이 장소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고자 했다.
남산예장공원은 퇴계로와 접한 들머리 진입 광장과 예장숲을 기점으로 시작돼 남산을 향하는 나무의 길과 사람의 길을 통해 이어지고, 소파로와 접한 문화의 길은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와 연결되며, 남산2청사가 있던 공간은 역사의 길로 계획되었다. 하지만 예장자락이 근현대사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해 나무의 길은 남산 위에 저 소나무 길로, 사람의 길은 사람숲으로 조정되었다. 역사의 길로 조성될 계획이었던 남산2청사 부지에서는 공사 중 조선총독부 관사 유구가 발견되었는데, 이를 개방형 유구 보존의 방식으로 남겨 ‘기념6’이라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지하에는 남산과 명동 방문자를 위한 버스전용주차장과 서울시가 추진하여 개관한 이회영 기념관, 실내 문화 공간인 예장마당이 마련되었다.
* 환경과조경 403호(2021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 조경설계호원
건축 설계 시아플랜
조경 시공 안산조경건설
위치 서울시 중구 퇴계로26길 36 일대
면적 22,832.62m2
완공 2021. 6.
조경설계호원은 유형의 물적 공간을 구현해 삶의 다양한 변화를 추구한다. 디자인의 창의적 사고와 공간 구현의 기술적 사고를 중시하며, 치밀하게 계산된 공간의 이미지 연출을 위해 조경이 행하는 모든 영역의 조력자로서 디자인 행위를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