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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 모두의 기억은 모두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 환경과조경 2021년 9월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참사는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는 2014년의 세월호 참사가 여기에 속한다. 누구나 어렴풋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그날 하루의 시작은 대부분 평범했을 것이다. 일어나 씻고, 밥을 먹고, 일과를 보내던 중에 진도 앞바다에서 배 한 척이 가라앉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걱정은 됐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바다 위로 떠 있는 선체 부분이 꽤 많아 보여 곧 모두 구조되리라 생각했다. 예상을 빗나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수학여행 가던 고등학생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구조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배 안에 공기층이 생겨 아직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많은 사람이 가졌다. 그러나 상황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그날의 기억은 그렇게 우리에게 남겨졌다.

 

사회적으로 대중이나 여러 집단이 공유하는 기억을 공적 기억 또는 사회적 기억이라 부른다. 이러한 기억 개념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어떤 기억은 단순히 사적이고 주관적인 개인의 기억 차원을 넘어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중요한 기억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대중은 어떤 집단적 감정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은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되었고 단시간에 우리의 사회적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 정치를 비롯한 사회 정세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다. 이러한 점이야말로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서 공적으로 많이 이야기되고 공유되어 왔는지를 반증한다.

 

공적 기억과 공공 공간의 간극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지니는 공적 기억의 지위와는 달리, 공공 공간인 ‘416 생명안전공원의 조성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정부 차원에서 세월호 추모 공원 조성이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이 20159월인데, 대상지 선정 과정에서부터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갈등이 불거졌다. 가장 주요한 쟁점은 추모 공원의 입지와 봉안 시설의 설치 유무였다. 화랑유원지를 대상지로 삼고자 했지만, 접근성이 좋아 안산 시민들의 중요한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던 유원지에 추모 시설을 조성하는 점과 희생자인 단원고등학교 학생 250명의 유해를 담은 봉안 시설을 공원에 둔다는 점 때문에 반대에 부딪혔다.1

 

사실 어떤 기억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공적 기억의 지위를 차지했더라도, 이 기억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공공 공간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머릿속의 추상적 기억을 물리적 공간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순간, 장소의 입지와 공간 구성, 프로그램이 필요해지고 인근 주민들과 시민들이 새로운 이해관계자로 편입된다. 왜 그 장소에 그러한 공간과 프로그램이 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임시 메모리얼이 아닌 상설 메모리얼은 어떤 기억을 왜 영구적으로 그 장소에 보존해 기억해야 하는가를 두고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소통을 통해 기억이 지니는 사회적 의미를 찾고 확장해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환경과조경 401(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손은신은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조경을 전공했고, 현재는 건축공간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도시의 물리적 경관으로 표현되는 추상적 기억을 주제로 한 ‘기억 경관’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메모리얼 공원처럼 장소의 기억이 여러 방식으로 남겨진 도시 경관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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