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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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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함께 만드는 용산공원
반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가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의 땅, 용산공원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최고위원은 용산공원 부지의 ‘절반만’ 활용하면 분당 신도시보다 많은 9만 가구의 공공 임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며 용산기지 개발론에 불을 지폈다. 부지의 20%만 용적률 1,000%로 초고밀 개발하면 무주택 서민에게 튼튼한 주거 사다리를 제공할 수 있고 탄소 중립에도 도움이 된다는 현실성 없는 주장이 계속되기도 했다.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나길 바랐지만, 정치권의 여론몰이는 끝내 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강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 15명은 8월 3일, 용산기지 반환 본체 부지에 주택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회적 동의와 국민적 합의를 통해 지난 30년간 진행된 용산공원 계획의 역사를 백지화하는, 문재인 정부의 용산공원 조성 의지와 노력을 한순간에 뒤엎는 근시안적 매표 포퓰리즘이 아닐 수 없다. 황당한 아파트 개발론의 여파에 안타깝게도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의 소중한 성과가 묻히고 말았다. 다양한 연령대의 국민 300명으로 구성된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은 올해 1월부터 6개월간 공원의 정체성과 미래를 논의한 끝에 지난 7월 27일, 용산공원의 온전한 조성을 위한 ‘7대 제안’을 발표했다. 국민참여단이 제시한 용산공원의 좌표는 “1) 사회적 약자를 포함하여 모든 국민이 언제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 2)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모두 공감하는 역사 문화적 가치를 지키는 공원, 3) 남산과 한강을 이어 주변 자연환경과 균형을 맞추며 역사적 건축물을 보존하는 공원, 4) 모든 사회 구성원이 공존하며 다양한 가치와 새로운 가능성을 포용하는 공원, 5) 여가.소통.배움의 장소로 널리 활용되도록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유연하게 운영되는 공원, 6)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주변 지역과 상생하는 공원, 7) 공원 조성의 전 과정에서 국민과 소통하여 국민의 참여 과정이 곧 역사가 되는 공원”이다. 공원 조성 방향을 토론하는 ‘논의 그룹’ 210명, 논의를 지원하고 운영을 보조하는 ‘지원 그룹’(코디네이터) 40명, 용산공원 관련 연구 공모전에서 선정된 ‘연구 그룹’ 30명, 국민참여단 활동 내용을 홍보하는 ‘소통 그룹’(청년 크리에이터) 20명으로 조직된 300명의 국민참여단은 코로나19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러닝e-learning을 통해 대상지의 역사성, 자연환경, 도시적 특성을 탐구했고, 네 차례의 대면 숙의 워크숍에 참여했다. 복합적 의제를 심층 토론하기 위해 ‘용산공원의 정체성’, ‘용산공원과 지역사회’, ‘용산공원의 역사ㆍ생태ㆍ문화적 활용’, ‘용산공원의 역사문화유산’ 등 네 가지 주제를 나눠 맡는 10개 분임을 구성해 6개월간 주말을 반납하며 열띤 논의를 펼쳤다. 10개 분임은 64개 제안 사항을 도출했고, 이를 정리한 것이 ‘7대 제안’이다. 이번 국민참여단 활동은 용산공원 조성 과정에 체계적인 ‘참여 계획’을 도입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참여와 소통은 법정 계획인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2011)부터 이미 용산공원 조성 철학의 하나로 제시되었지만 후속 계획과 공론화 절차에서 늘 레토릭 수준에 머물렀다.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의 성과와 제안은 정부와 전문가가 주도하는 하향식 계획의 한계를 넘어 본격적인 참여 프로세스와 방식을 모색한 실험이다.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위원장 유홍준)는 국민참여단의 ‘7대 제안’을 적극 수용해 기본설계안을 보완한 뒤 올해 말까지 용산공원 조성계획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8월부터 용산공원 국민 참여 홈페이지(yongsanparkstory.kr)를 통해 ‘용산공원 친구들’을 상시 모집하고 있다. 용산공원 친구들은 개방 부지 공간 대여, 랜선 피크닉 등 프로그램 기획부터 운영과 자원봉사에 이르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7대 제안이 조성계획에 반영되는 과정에도 참여해 정책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용산기지를 공원으로 온전히 탈바꿈시키는 과제는 질곡의 근현대사를 치유하는 일이자 왜곡된 도시 구조를 교정하는 일이며 도시의 여백을 미래 세대에게 양보하는 일이다. 용산공원의 완성은 한국 사회의 건강한 도시 문화와 성숙한 공간 정치를 입증하는 지표다. 근시안적 아파트 공급론과 특별법 개정안으로 용산공원사 30년을 뒤흔들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권한다. 7월 말에 발간된 보고서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의 제안: 용산공원을 위한 국민의 바람』을 꼭 읽어보시길. 세월호, 7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번 401호 특집 지면에는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 수상작들을 담는다. 손은신의 비평이 묻듯, “모두의 기억은 모두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풍경 감각] 방 안의 온실
식물 집사들의 SNS 계정을 둘러보니 방 안에 온실을 만들었다는이야기가 많다. 물론 식물원에서 볼 수 있는, 철제 골격에 유리로된 거대한 온실이 아니다. 유리 수납장에 식물 생육용 전구와작은 선풍기, 가습기, 그리고 온습도계를 달아 직접 만든 것이다. 온실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건 희귀한 열대 관엽식물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이 식물은 높은 습도와적정한 온도를 유지해줘야 무탈히 자라나는데, 이런 환경을만들어주지 못하면 상태가 나빠지고 때론 고사한다.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2014년4월16일,세월호 참사로304명의 희생자가 세상을 떠났다.피해자는 희생자의 유가족과 생존자만이 아니었다.그 시각 참사 장면을 목격한 모든 국민이 깊은 충격을 받았다.아직도 사건의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으며 그날의 기억을 간직한 국민들 또한 가슴 한구석에 슬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국민을 위한 추모 시설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지만,진상 규명을 위한 과제를 해결하느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참사가 발생한 지5년이 흐른 뒤에야416생명안전공원 조성을 위한 틀이 마련되었다. 2019년2월27일 정부는416생명안전공원의 기본 방향을 발표했다. 공원의 입지를 둘러싼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었지만,오랜 논의와 협의를 거친 끝에 화랑유원지 남측2만3천m2의 빈 부지가 대상지로 확정됐다.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오갔던 일상의 공간과 맞닿아 있을 뿐 아니라 단원고가 바라보이는 곳이다. 설계공모를 열기 전,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자 피해자 가족과 전국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의 워크숍을 진행했다.워크숍에서 오간 대화를『416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 시민지침서』로 만들고,지침서의 내용을 녹여내2021년2월9일‘416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를 개최했다.공모전을 통해 공원을 설계하는 것을 넘어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 묻고 또 대답하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 416생명안전공원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피해자의 아픔을 함께할 수 있는 봉안,전시,교육 시설이 복합된 문화 공원이다.공원을 통해 세 가지 목표를 이루고자 했다.첫째,참사의 기억이 미래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 및 행동 프로그램을 담는다.둘째,국가 권력이 국민의 생명권에 갖는 책임에 대해 질문하고 사회적 재난에 대한 연대 의식을 깨우치게 한다.셋째,삶과 죽음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공간이 아니라,죽음을 현재의 삶과 잇고 기억하는 공간을 만든다.화랑유원지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고,사람들이 쉽게 접근해 이용할 수 있는 설계안이 요구됐다.또한 추모와 위로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공원을 만들되,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추모,전시,봉안 공간을 연계하는 동선과 시퀀스,방문자 경험 설계도 중요 과제였다. 좀 더 전문적인 설계안을 발굴하고자 건축,조경,전시 세 분야의 전문가가 컨소시엄을 이뤄야 공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국내외75개 팀이 작품을 제출했고,그중5개 팀이2단계에 진출했다.심사 전 과정은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됐고,그 결과 이손건축건축사사무소+건축사사무소 기오헌+안팎+임여진+마크 와시우타 컨소시엄의 작품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심사위원회는“당선작은 두 개의 건축물로 축을 만들고 화랑저수지를 향한 열린 공간의 중정을 계획했다.도시 가로와 만나는 경계면에는 부드러운 풍경을 구축하고 소음을 차단하는 도시적 해법을 제시했다.기능성과 완성도가 높은 평면 계획,대지 외부와의 적절한 연결 동선,독특한 전시 계획,봉안과 추모 공간의 완결성 등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416생명안전공원은416세월호 참사10주기인2024년4월 개원을 목표로 한다.당선 팀은 올 하반기 기본설계에 착수하고2022년에 착공에 돌입할 계획이다. 당선작 이손건축건축사사무소+건축사사무소 기오헌+안팎+임여진+마크 와시우타 2등작 나종원+세이브종합건축사사무소+HEA+미디어버스 3등작 카타콤베+사파리건축사사무소+디나웍스 4등작 이건국+HNSA건축사사무소+완리샤+구샤오위 5등작 리소건축사사무소+플로라앤파우나+서브디비전+권정현 주최안산시 지원국무조정실(416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및 희생자 추모 사업 지원단),해양수산부(세월호 후속 대책 추진단) 위치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667번지 화랑유원지 내 대지 현황 지역:자연녹지지역 건폐율: 20%이하 용적률: 80%이하 층수: 4층 이하 면적 대지면적: 23,000m2 연면적: 9,962m2(±5%) 용도 문화 및 집회 시설(전시장) 공모 방식2단계 국제설계공모 사업비 전체 사업비: 365억원(부가세 포함) 공모 대상 공사비: 310억원 전시·콘텐츠 실시 설계 및 제작·설치비,추모비(별도 발주): 55억원 설계비1,681,935,000원(부가세 포함) 설계 기간 착수일로부터12개월 시상 내역 당선작:계획,중간,실시설계에 대한 설계권과 설계의도구현권(별도 계약) 2등작: 6천만원 3등작: 4천5백만원 4등작: 3천만원 5등작: 1천5백만원 운영위원장 이충기(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심사위원 김정빈(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배정한(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이충기(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임지택(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정다영(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최욱(원오원아키텍츠 대표) 박승진(디자인 스튜디오loci대표,예비심사위원)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 1등작
추모에서 시작해 가치 창조와 향유의 장으로 416 생명안전공원(이하 416 공원) 프로젝트는 세월호 사건의 기억을 보존해 성찰하고 미래를 위한 가치로 승화시키는 실천 작업이다. 죽음에 대한 진실에 응답하고 슬픔에 예의를 갖추는 곳이자 궁극적으로는 질문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세월호 사건으로 촉발되어 진화해나갈 가치들을 토론하고 실험해, 동시대의 가치를 학술적·예술적·윤리적으로 생산하고 축적해 소비할 것이다. 즉 416 공원은 ‘가치 제작소’인 동시에 가치를 축적하는 ‘기억과 생산물의 저장고’이며 재생산을 위한 자원이다. 화랑유원지를 문화와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화랑문화공원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인근의 문화·예술 시설과 416 공원의 기능이 어우러지도록 동선 체계를 다듬고, 일관성이 부족한 화랑유원지의 경관을 개선해 문화공원으로서 모습을 갖춘다. 전략 사건의 건축: 사건들을 그물 모양으로 직조하고, 상황과 사건을 디자인하고자 한다. 빛의 광장을 매개로 그룹 1과 그룹 2를 배치하고, 각 그룹의 기능블록들이 융합되어 하나의 유기체를 형성하도록 조직한다. 장소성 구축: 간척지였던 평탄한 땅에 언덕, 계곡, 들판 등 건강한 지형 요소를 관입해 장소성을 구축한다. 물과 대, 바람과 들꽃 언덕, 빛과 빛의 광장, 하늘과 봉안 공간, 나무와 기억의 숲이 대응해 자연과 인공 공간이 서로 관계를 맺는다. 이로 인해 건축적 풍경이 조영되고 하나의 독특한 문화 풍경을 이루게 된다. 외부 공간 대: 대臺는 호수를 관조하는 일상적 공간이자, 기울어진 판과 팽나무로 세월호 사건을 은유하는 장소다. 단순한 산책로였던 통로에 너른 마당과 물가를 향해 넓어지는 대를 구성해 여유롭게 거닐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이를 통해 단원고와 화랑문화공원, 416 공원을 연결하는 수변 공간이 확장된다. 들꽃 언덕: 단원고와 호수를 바라보는 들꽃 언덕은 호수와 빛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환기의 공간이다. 광화문광장에 설치했던 ‘기억과 빛’을 이곳으로 이전한다. 언덕은 쉼터이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가변적 필드로 기능하고, 곳곳에 피어나는 들꽃은 망자를 추억하게 한다. 호수 변에는 공사에서 발생한 흙을 활용해 한국적인 구릉지 경관을 연출한다.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 2등작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타인이 겪는 고통을 간접적으로 느끼며 상상하는 쉽고 얄팍한 연민의 단순함을 경고했다. 연민은 타인과 우리를 구분하며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무고함을 상기시키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추모 행위가 순간의 감정에 그치지 않도록 추모 공간은 실질적 행동―그 행위에 직접적인 추모의 의도가 있지 않더라도―을 수용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희생자와 유족 옆에 있어 주는 것이다. 공원에서 친구를 만나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숲을 거닐고, 호수를 바라보고,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하며 함께 평범한 매일을 살아가야 한다. 전략 추모 공간의 역할은 세 가지다. 첫째,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모든 시민이 쉽게 접근하고 정신적, 신체적 여가 활동을 누리는 일상적 장소를 제공한다. 주 진입 동선을 축으로 나뉘는 외부 공간은 다양한 활동을 수용한다. 넓고 평평한 광장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운동장이자 연주를 듣는 공연장이며 호수를 향해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한다. 남쪽 숲에는 304그루의 나무와 다채로운 노란 꽃이 심겨 소풍 장소, 사생대회장, 조용한 산책로로 쓰인다. 둘째, 은유와 상징이 과잉된 설계를 지양하여 희생자들이 익명의 집단으로 환원되는 것을 경계한다. 동시에 사소한 기억을 보존하고 전달하는 전시를 구성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능적 공간을 계획한다. 기념관 내 모든 공간은 목적에 맞게 간결하고 명확하게 구성한다. 봉안 공간은 희생자 및 유가족, 시민이 서로 대화하는 장소이며, 상설 전시 공간은 세월호 사건 발생 이전, 참사 당일, 이후에 대한 정확하고 올바른 이해를 돕는다.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 3등작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에 안전과 생명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화랑유원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 경험과 추모 공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참사에 대한 기억과 일상의 공원을 연결하는 매개로서 세월호 선체의 길이와 같은 146m의 ‘추모의 벽’을 세운다. 추모의 벽은 158m 길이의 ‘일상 문화의 벽’과 교차한다. 두 벽의 길이의 총합이 304m에 달하는데, 이는 304명의 희생자를 은유한다. 희고 정갈한 형태의 벽은 화랑유원지 어디서나 눈에 잘 띌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공원의 배경이 된다. 설계 주안점 일상의 공원: 삶과 죽음, 일상이 어우러진 공원이 되도록 추모의 벽 사이사이 길을 낸다. 이 동선은 화랑저수지를 향해 난 주 출입구와 동쪽 화정천에서 유입되는 방문객들을 공원 내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완충 녹지와 연계한 오솔길, 추모의 벽과 만나는 너른 잔디밭, 녹화된 옥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은 추모의 공간을 휴식과 여유가 담긴 공원으로 환원 시킨다. 시민들로 붐비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공원은 희생자들이 외롭지 않은 안식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 4등작
바다의 기억 반성과 다짐, 소망을 바탕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공원에서 시작해 전시 공간, 호수로 이어지는 주 동선을 따라 참사 이후 겪은 기억의 단편을 순차적으로 거슬러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 이를 통해 방문객은 세월호 참사와 희생자뿐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새겼던 다짐과 반성을 되새기게 된다. 또한 지역 주민의 일상생활 공간이 화랑공원의 자연 풍경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도록 해 더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고자 한다. 외부 공간 지형: 호수는 대상지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인근 산업역사박물관에서 보는 전망을 해치지 않으면서 대상지에서도 호수를 바라볼 수 있도록 북동쪽 대지 일부를 들어 올린다. 하부에는 호수를 바라보며 활동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을, 상부에는 녹지가 공원으로 자연스럽게 파고들어 이어지는 전망 공간을 만든다. 동선과 데크: 방문객의 유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잔역 방면에서부터 호수의 리본 데크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계획했다. 이 주요 동선을 따라 주변에 위치한 화랑공원과 문화 체육 시설, 단원고로 향하는 진입로가 연결된다.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 5등작
살아 있는 기림비와 장소들 추모는 기억의 모습에 따라 만들어지고 이어진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며, 우리는 ‘잊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무언가를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일상과 죽음의 거리를 지켜보고 살피는, 살아 있는 기림비들의 공간을 제안한다. 참사의 기억을 안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뿐 아니라 기억을 심어 가꾸기도 하고 두 발로 순례하며 몸으로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일상의 추모, 화랑유원지의 일상 화랑유원지는 다양한 도시 시설을 담은 만큼 큼직한 공원으로, 대규모 행사를 열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시민들이 산책하고 기분 전환을 하는 곳이다. 살아 있는 기림비가 놓이는 장소가 이러한 일상의 모습을 닮기를 바랐다. 416 생명안전공원(이하 416 공원)은 어느 방향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 여러 입구가 있다. 그중 단원고와 화정천에서 이어지는 길을 주 동선으로 설정해 진입 마당을 계획했다. 화랑유원지를 향해 지역 주민들을 위한 쉼터를 배치하고, 이들의 활동이 수변의 데크까지 이어지게 한다.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416 생명안전공원 국제설계공모] 모두의 기억은 모두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참사는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는 2014년의 세월호 참사가 여기에 속한다. 누구나 어렴풋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그날 하루의 시작은 대부분 평범했을 것이다. 일어나 씻고, 밥을 먹고, 일과를 보내던 중에 진도 앞바다에서 배 한 척이 가라앉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걱정은 됐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바다 위로 떠 있는 선체 부분이 꽤 많아 보여 곧 모두 구조되리라 생각했다. 예상을 빗나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수학여행 가던 고등학생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구조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배 안에 공기층이 생겨 아직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많은 사람이 가졌다. 그러나 상황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그날의 기억은 그렇게 우리에게 남겨졌다. 사회적으로 대중이나 여러 집단이 공유하는 기억을 공적 기억 또는 사회적 기억이라 부른다. 이러한 기억 개념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어떤 기억은 단순히 사적이고 주관적인 개인의 기억 차원을 넘어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중요한 기억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대중은 어떤 집단적 감정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은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되었고 단시간에 우리의 사회적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 정치를 비롯한 사회 정세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다. 이러한 점이야말로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서 공적으로 많이 이야기되고 공유되어 왔는지를 반증한다. 공적 기억과 공공 공간의 간극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지니는 공적 기억의 지위와는 달리, 공공 공간인 ‘416 생명안전공원’의 조성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정부 차원에서 세월호 추모 공원 조성이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이 2015년 9월인데, 대상지 선정 과정에서부터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갈등이 불거졌다. 가장 주요한 쟁점은 추모 공원의 입지와 봉안 시설의 설치 유무였다. 화랑유원지를 대상지로 삼고자 했지만, 접근성이 좋아 안산 시민들의 중요한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던 유원지에 추모 시설을 조성하는 점과 희생자인 단원고등학교 학생 250명의 유해를 담은 봉안 시설을 공원에 둔다는 점 때문에 반대에 부딪혔다.1 사실 어떤 기억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공적 기억의 지위를 차지했더라도, 이 기억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공공 공간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머릿속의 추상적 기억을 물리적 공간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순간, 장소의 입지와 공간 구성, 프로그램이 필요해지고 인근 주민들과 시민들이 새로운 이해관계자로 편입된다. 왜 그 장소에 그러한 공간과 프로그램이 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임시 메모리얼이 아닌 상설 메모리얼은 어떤 기억을 왜 영구적으로 그 장소에 보존해 기억해야 하는가를 두고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소통을 통해 기억이 지니는 사회적 의미를 찾고 확장해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손은신은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조경을 전공했고, 현재는 건축공간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도시의 물리적 경관으로 표현되는 추상적 기억을 주제로 한 ‘기억 경관’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메모리얼공원처럼 장소의 기억이 여러 방식으로 남겨진 도시 경관에 관심이 많다.
헌터스 포인트 사우스 워터프런트 파크 2단계
2018년 여름, 헌터스 포인트 사우스 워터프런트 파크(Hunter’s Point South Waterfront Park) 2단계 구역이 문을 열었다. 5.5에이커에 달하는 버려진 산업 경관이 수변 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54번가 남쪽에서 시작해 뉴타운 크리크(Newtown Creek)를 돌아 나오는 수변 공원이 1단계 사업(『환경과조경』 2014년 5월호 참조)에 이어 헌터스 포인트 사우스 워터프런트 파크의 비전을 완성한다. 새로 조성된 수변 공원은 휴식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고 물가에서 사람들이 자연과 긴밀한 관계를 맺도록 유도하는 등 1단계 사업으로 완성된 공원에 활동적인 레크리에이션 공간을 더한다. 이 공원은 홍수로부터 강변을 보호하기 위해 ‘부드러운(soft)’ 방식을 취한 수변 회복탄력성의 새로운 모델이기도 하다. 강의 수면에서 살짝 뜬 상태로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둑길은 강변을 따라 흐르는 보행로일 뿐만 아니라 새롭게 조성된 1.5에이커의 습지대를 보호한다. 더불어 대상지의 극적인 지형을 활용해 그늘진 곶, 다리로 연결된 새로운 섬, 카약 부두, 운동과 피크닉을 위한 테라스, 소로에서 떨어져 나온 일련의 라운지, 습지대 위를 지나며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는 캔틸레버 전망대를 만들었다. 입구 쉼터 특유의 식재 기법과 목재 벤치가 공원 입구를 인지하게 한다. 입구들은 교차로의 전략적 위치에 놓여 공원과 인근 커뮤니티를 연결하는데, 목재 보행로와 휴식 구역이 있는 수변으로 사람들을 안내한다. 습지 새롭게 만들어진 습지는 대상지가 지닌 산업 시대 이전의 역사를 되짚고, 대지의 회복탄력성에 기여한다. 다양한 높낮이의 습지대는 강가의 하안 침식을 조절하고 퇴적물 안정화에 기여한다. 한층 풍부해진 식물종이 수질을 개선하고 야생동물과 물고기에게 새로운 서식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로 중앙 산책로에서 뻗어 나온 새로운 습지와 소로가 기존의 콘크리트 덩어리를 대체하며 공원의 주요 구역과 프로그램을 연결한다. 이 소로 시스템은 강변까지 연장되어 부드러운 가장자리의 일부를 형성한다. 습지와 강 사이의 구불구불한 둑길은 사람들을 수변으로 끌어들인다. 연속적인 소로가 강가 전체를 감싸고 있는 데, 세 개의 전망대를 비롯해 가장자리에 위치한 그늘진 장소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후략)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SWA/바슬리(SWA/Balsley)는 버려진 철도 부지나 방치된 물가, 도시의 격자 구조에서 떨어져 나온 토지의 파편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유휴 공간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땅과 자연을 통합하고,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장소를 만들고 있다. 와이스/만프레디(Weiss/Manfredi)는 뉴욕을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설계사무소로 건축, 미술, 기반 시설, 경관 디자인을 역동적으로 결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명확한 비전, 대담한 형태, 물질적 혁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ARUP은 건설 계획, 엔지니어링, 설계 및 컨설팅을 수행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목표로 기술적 우수성, 혁신 및 가치를 추구한다.
퀸즐랜드 공과대학 교육원
퀸즐랜드 공과대학 교육원(QUT Education Precinct)은 호주 브리즈번(Brisbane)의 도시 켈빈그로브(Kelvin Grove)에 자리한다. 교육원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걸맞은 교육 인재 육성을 목표로 캠퍼스 내 중추적인 위치에 마련됐다.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경관 설계를 통해 친환경적이고 쾌적한 학습 공간을 만들고, 교육원을 기존의 도서관, 버스전용차로, 캠퍼스 중심부를 관통하는 주 보행로와 자연스럽게 연결하고자 했다. 교육원 주변 차로를 보행로로 개선하기 위해 주차 공간, 연석 등 보행 편의를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바닥은 석재로 포장했다. 지상에 있던 번잡한 기반 시설은 조명, CCTV, 급수, 전력, 와이파이 기능을 통합한 스마트폴이 대신한다. 건물 저층부에는 학생들을 위한 휴게 시설과 그늘을 더해 건물로의 접근성을 향상했다. 아트리움은 교육원과 도서관을 연결하는 공간이다. 이곳에 교직원, 학생, 방문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녹지를 마련하고자 넉넉한 규모의 식재 공간을 조성했다. 1, 2층에 걸친 계단식 화단은 토착 식물과 외래종을 모두 아우른다. 이와 더불어 덩굴 식물이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기둥을 세웠다. 덩굴에 무성하게 덮인 기둥 하부는 깊은 숲의 나무 둥치를 연상시키며 이용자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TCL Collaboration Wilson Architects, Henning Larson Architects Client 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 Location Brisbane, Queensland, Australia Area 1.26ha Completion 2019 Photographs CFJ Photography TCL(Taylor Cullity Lethlean)은 조경과 도시설계를 넘나드는 호주의 설계사무소다. 30여 년간 도시의 워터프런트부터 사막의 산책로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공공 공간과 작은 정원을 넘나들며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경관과 현대 문화의 시적 표현에 중점을 두고 맥락, 장소 및 커뮤니티를 심도 있게 탐구한다. 대표작으로는 오스트레일리아 가든, 오클랜드 워터프런트, 엘리자베스 키 등이 있다.
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물빛광장
‘대전 엑스포기념구역 개발사업’은 도시 마케팅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대전의 대표 관광 명소를 마련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빛탑 일원이 엑스포기념구역으로 지정됐으며, 2016년 2월 진행된 ‘엑스포기념구역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에서 엑스포기념구역을 일곱 구역으로 구분해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이어 자문회의를 통해 한빛정원, 한빛광장, 한빛가든을 광장과 분수가 어우러진 형태로 만드는 1단계 사업 추진이 결정됐다. 민자유치사업(사이언스 콤플렉스)과 관련된 공공기여금 100억 원 내에서 한빛정원, 한빛광장, 한빛가든을 한데 어우르는 통합적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한빛광장과 한빛가든 실시계획을 세워 공사를 추진했다. 엑스포공원의 한빛광장은 1993년 대전엑스포 개최 이후, 2000년대에 한 차례 리뉴얼을 통해 음악분수가 설치되어 시민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어 왔다. 음악분수는 6월부터 8월 말까지 야간에 운영되며 국내에서 보기 드문 화염 쇼를 보여주었다. 이 이벤트는 대전의 대표 여름행사인 ‘달밤소풍’의 볼거리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원 시설의 노후화가 심각했고, 축제가 열리지 않는 시기에는 한빛광장을 찾는 이가 없어 휑하기 그지없었다. 개연성 없이 늘어놓은 시설물은 광장을 분절하고, 엑스포라는 정체성 또한 찾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1993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빛탑의 외관은 그대로이나, 그 내부 또한 변함이 없어 낡은 모습으로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첨단 과학과 기술력으로 눈을 현혹했던 1993년의 공상 과학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한빛탑과 마스코트 ‘꿈돌이’를 보며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탑은 총명함을 잃었고 어린이의 우상이었던 꿈돌이 역시 전망대의 뿌연 유리창처럼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고 있다. 오늘날 엑스포공원의 광장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까. 기념 대상을 기억하도록 강요하는 공간이 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지금의 엑스포공원 광장이 보여주고 있었다. (후략)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사업 주체 대전마케팅공사, 신세계 조경 설계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실(서미경, 이상국, 김은지, 송승원) 디자인 감리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실(이상국) 수경 시설 태양환경개발 토목 새길이엔시 경관 조명 영공조명 전기 통신 설계 삼우티이씨 시공 신세계건설 음악분수 레인보우스케이프 위치 대전시 유성구 대덕대로 480 엑스포기념구역 일대 면적 25,759m2 기간 2018. 3. ~ 2020. 8. 준공 2020. 9. 사진 이남선, 대전마케팅공사,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설계실은 자연환경과 인간의 건강한 유기적 관계성의 회복을 목표로 도시 및 단지 계획에서부터 복합 환경 시설, 대형 공원, 수목원, 주거, 특수 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노시티애시앙
이노시티애시앙은23동1,478세대,용적률155퍼센트의 저밀도 주거 단지다.나주 혁신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도록 상징적 외부 공간을 연출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쾌적한 자연환경과 입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사람과 자연이 동화될 수 있는 푸른 단지를 만들고자 했다.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탐닉하고 계절의 변화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경관을 마련했다.인접한 자연 녹지와 근린공원을 연결하는 소통의 길(공공보행통로)을 단지 한가운데 내고,이를 기준으로 풍성한 숲과 다채로운 친수 공간을 조성했다. 일곱 개의 정원 ‘자연으로 완성되는 정원의 이야기’를 주제로 크고 작은 일곱 개의 정원을 조성해 외부 공간에 특색을 더하고,주민들에게 쉼과 여유가 있는 일상을 선사했다.세 개의 큰 정원과 네 개의 작은 정원은 공간별 특성에 맞는 시설 및 수종으로 이루어져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정원마다 테마와 기능,규모와 형태는 모두 다르지만 시설 마감과 식재 패턴을 통일시켜 공간에 연속성과 질서를 부여했다. 공공보행통로와 커뮤니티가든 단지 중심부의 공공보행통로는 본래 대규모 포장 공간으로 계획되어 있었다.주요 휴게 공간과 녹지가 단절되지 않도록 계획된 포장 면적을 줄이고 잔디 광장을 마련했다.이 오픈스페이스 주변으로 석가산이나 바닥 분수 같은 흡인력 있는 수경 시설을 배치해 단지 중심부가 주민 커뮤니티 허브로 기능하게 했다. 탁 트인 전망으로 개방감을 선사하는 잔디 광장은 단지 주 출입구와 인접해 많은 주민의 시선과 발길이 닿는 곳이다.광장 가장자리를 따라 배롱나무,반송,은목서 등을 식재해 공간에 특색을 더하고 중심 오픈스페이스로서의 상징성을 강화했다.공공보행통로를 따라 놓은 예술 작품,벤치,티하우스 등의 다양한 휴게 시설은 주민들의 추억을 담는 요소가 된다. 잔디광장에 사용한 스텔라stellar잔디는 일반 잔디보다 엽폭이 좁고11월 늦가을까지 녹색을 유지한다.생육력 또한 뛰어나 유지·관리가 용이하다.일반적으로 공동 주택 현장에서 잘 사용하지 않았던 품종이지만 최소한으로 도입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후략) *환경과조경 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기술사사무소 아텍플러스, 정한조경 시공부영주택 조경 시공정한조경(정영한, 김태우, 최강욱, 김응조, 최윤재) 위치전라남도 나주시 빛가람동 1 규모1,478세대 면적 대지 면적: 106,626m2 조경 면적: 45,000m2 완공2020. 8. 2002년에 설립된정한조경은 신용과 품질을 추구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민간 및 공공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쾌적한 주거 환경과 여가 활동을지원해 차별화된 공간을 연출한다. 참여한 주요 프로젝트로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나인원한남, 디에이치라클라스, 롯데백화점 동탄점 등이 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돌보는 조경
연재를 진행하며 정작 조경가를 인터뷰하지 않은 게 아쉬웠다. 이번에는 오랫동안 조경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해온 한 조경가를 만났다. 다니엘 윈터바텀(Daniel Winterbottom)은 30년 가까이 워싱턴 대학교에서 조경을 가르치며 도외시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간을 디자인해왔다. 평면이나 완공된 공간의 사진만으로는 그의 프로젝트를 설명할 수 없다. 공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켜켜이 쌓인 많은 대화와 관계를 들여다보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연구와 실무를 오랫동안 병행하면서 누적된 경험의 폭과 깊이를 짧은 인터뷰에 다 담기에 역부족이었지만, 몇 가지 대표 프로젝트를 주제로 이야기 나누며 그의 디자인 철학과 치유 도구로 조경이 갖는 강력한 힘을 알 수 있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 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 27년째 재직 중이다. 1995년에 학부생 대상 디자인/빌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고 있다. 지금은 필수과목으로 채택되어 학부 졸업 전에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캡스톤(capstone)스튜디오로 자리 잡았다. ‘윈터바텀 디자인(Winterbottom Design)’이라는 개인 설계사무소를 열어 다양한 프로젝트도 수행하고 있다. 1995년에 만든 디자인/빌드 프로그램이니 오랜 시간 동안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쌓였을 것 같다. 프로그램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디자인/빌드 프로그램은 설계와 시공을 융합하는 스튜디오 과목이다. 요즘의 설계 과목은 대체로 이론 쪽에 치우쳐져 실무에 관한 내용을 다루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조경 윤리의 적용과 이론만큼 경험을 통한 배움도 중요하다. 구조물이 어떻게 지어지는지 모른다면 시공이 가능한 설계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내가 디자인/빌드에 관심을 두게 된 건 필연적인 일이었다. 학부에서 조소와 회화를 전공했는데, 16살 때부터 시공 현장에서 일하며 작품 활동에 필요한 돈을 벌었었다. 시공 기술을 접목한 미술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1970년대 ‘환경 미술’이라는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조경과의 인연이 그때 시작되었다. 공예적 관점에서 조경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손으로 직접 재료를 다루는 일의 장점을 알고 있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여성이 설계 분야에서 존중받기 어려웠지만,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고 현장에 나가면 큰 강점이 되었다. 또 디자인/빌드는 지역 사회에 공헌할 기회를 마련해준다. 197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으로서 대학에 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를 특권으로 느꼈고,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과 함께 캠퍼스 조경이나 빗물 정원을 디자인하기도 하지만 정신병원, 참전 용사 주거 공간, 피난민 커뮤니티 등 취약 계층을 위한 프로젝트를 더 많이 한다. 이런 작업에서 다양한 참여 방식과 대화를 시도하며 사람들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참여 디자인 기법을 선호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트라우마가 있는 이들을 위한 설계를 시작했을 때 내가 가진 전문 지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석사 논문 몇 편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이들, 학대 피해자, 피난민 공간을 다룬 연구의 전부인 상황이었다. 당사자와 대화를 나누지 않고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참여 디자인의 또 다른 장점은 사용자가 공간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그곳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태도를 갖게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지역 사회에서 주인 의식에 관심이 없다면, 나 역시 굳이 설계안을 그리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은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프로젝트는 주로 누가 주도하고 어떻게 발주되는가. 프로젝트마다 다른데, 대부분 필요한 공간이 있는 NGO나 시민 단체의 의뢰로 시작된다. 이러한 중간 조직들은 이미 수년 동안 커뮤니티와 소통하며 그들의 요구를 파악한 상태이기 때문에 훌륭한 연결 창구가 되어준다. 또한 프로젝트 기금을 마련하고 협력할 이들을 모으는 데도 힘써준다. 단체와 연결되었다고 해서 설계와 시공에 바로 돌입하는 것은 아니다. 첫해에는 주로 신뢰 관계를 쌓는 데 집중한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형성되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나눌 수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데,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 중간 단체에 의지해서 소통을 이어나가는 편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4년 전에 크로아티아 로비니(Rovinj)의 공립 정신병원과 치유정원을 설계했는데 여전히 실현하지는 못한 상태다. 하지만 소통을 워낙 자주하다 보니 병원장과 좋은 친구 사이가 되었다. 2010년에 완성된 ‘시애틀 어린이 놀이정원(Seattle Children’s Play Garden)’을 인상 깊게 보았다. 커뮤니티가 원동력이 되어 조성된 공간의 아주 좋은 사례인데, 구체적인 과정과 역할을 이야기해달라. 이 프로젝트를 위해 4년이나 무료 봉사를 했다. 비영리단체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 단체에게는 처음으로 공립 공원과 연계해 공간을 만드는 시도이기도 했다. 지역의 언어 치료사들이 자폐나 발달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바깥 공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고, 공간 확보를 위해 시애틀 공원녹지과와 20년 기한 임대 계약을 맺었다. 시 입장에서도 공원을 무료로 개선해준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시애틀 시가 내어 준 공간은 공놀이 공간이 있는 어린이 놀이터였는데, 주민들은 운동 공간이 사라지는 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공원을 디자인하다 보면 여러 이해 관계자가 생각하는 공원의 모습이 각기 달라서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을 자주 마주한다. 운동 공간을 우선해야 할지 치료 공간을 우선해야 할지 갈등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두 의견을 모두 충족하는 안을 만들게 됐다. 다섯 단계로 나뉘어 시공이 진행됐는데, 원안대로 조성된 부분도 있지만 다른 단체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바뀐 부분도 많다. (후략) *환경과조경 401호(2021년 8월호)수록본 일부 다니엘 윈터바텀(Daniel Winterbottom)은 워싱턴 대학교의 조경학과 교수이자 윈터바텀 디자인(Winterbottom Design)의 대표다.장소 만들기,치유 정원,커뮤니티 참여 디자인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연구와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1995년에 개설한 조경학과의 디자인/빌드 스튜디오를 통해 학생들과 미국을 비롯해 해외의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조경 설계를 하고 있다. 조성빈은 유년 시절을 미국과 한국의 다양한 도시에서 보냈고,공간과 도시에 매료되어 한국과 노르웨이에서 건축과 조경을 공부했다.늘 경계에 있는 사람으로 살아와 깊이는 부족해도 본질에 관심이 많고,관계에서든 공간에서든 진정성을 추구한다.조경설계 서안을 거쳐 조경작업소 울에서 놀이터와 커뮤니티 디자인을 하고 있다. 김연금은 서울 옥수동에서 태어나 살고 있고, 2009년부터 옥수동 옆 약수동에서 조경작업소 울을 운영하고 있다.『텍스트로 만나는 조경』,『커뮤니티디자인을 하다』,『소통으로 장소만들기』,『우연한 풍경은 없다』등 다양한 집필 작업을 해왔다. 2020년에는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인 이규목 교수를 비롯해 여덟 명의 조경가의 글을 엮어『이어 쓰는 조경학개론』을 펴냈다.
[북 스케이프] 옴스테드의 첫 영국 여행
여행은커녕 외출도 삼가는 기간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 몰랐다. 정리 핑계로 여행 사진을 꺼내 살피기도 하고 남의 여행기를 찾아 읽으며 마음을 달래보기도 한다. 조경의 역사와 관련된 여행기 중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 1822~1903)의 첫 영국 여행을 살펴본다. 마침 내년 IFLA 한국총회에서 옴스테드 탄생 200주년 행사도 있을 예정이니 겸사겸사 한 번쯤 정리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옴스테드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자연을 벗 삼아 자랐고, 18세기 영국의 픽처레스크 미학 작가들의 책을 섭렵했다. 20대 후반까지 그의 생애를 보면 가족들의 걱정이 많았을 것 같다. 옴스테드는 건강 문제로 대학 진학을 포기했고 일관성 없이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선원이 되어 중국에 다녀온 뒤 과학적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가 되기로 결심하고 아버지가 사준 농장을 경영한다. 좀 진득하게 하면 좋으련만, 공부하다 건강을 해친 동생이 정양하러 영국에 간다고 하니 아버지를 졸라 따라나선다. 여기까지는 어느 집안에나 한 명쯤 있을 법한, 혼자만 느긋한 이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여행이 그의 인생, 미국 도시의 모습, 나아가 전 세계 도시와 공원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면 과장일까. 1850년 4월, 27세의 옴스테드와 일행이 영국에 도착했다. 아픈 동생과 철없는 동생 친구를 돌보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옴스테드의 진짜 목적은 영국의 선진 영농 기술을 시찰하고 습득하여 자신의 농장을 개선하고 나아가 자기 같은 미국의 소위 젠틀맨 농부들(gentleman farmers)을 계몽하려는 것이었다. 귀국 후 여행에서 보고 들은 것을 정리해 『Walks and Talks of an American Farmer in England(미국 농부의 영국 도보 여행기)』(1852)를 썼다.1 여정은 배를 타고 도착한 리버풀에서 시작한다. 시내를 관광하고, 리버풀 교외의 막 성장하기 시작한 도시 버큰헤드(Birkenhead)를 방문한다. 배에서 만난 현지인의 조언에 따라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요기를 하러 들른 빵집의 주인은 버큰헤드를 떠나기 전에 꼭 “우리의 ‘새’ 공원”을 보라고 추천했다. 이때까지도 공원은 옴스테드에게 신도시 버큰헤드의 구경거리 중 하나에 불과했다. 공원 초입의 정원에서 그는 5분간 감탄한 뒤 자연과 예술의 관계를 숙고한다.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도 이 ‘민중의 정원(People’s Garden)’과 비교할 만한 곳이 없음을 인정한다. 소낙비를 피하러 간 탑 아래에서는 온갖 계층의 사람이 모여 있는 장면을 보고 무척 기뻐한다. (후략)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 1851년 『Horticulturalist』에 게재한 “The People’s Park at Birkenhead, Near Liverpool(리버풀 인근 버큰헤드의 민중 공원)”을 수정 및 보완해 엮은 책이다. 필자는 2002년 개정판을 참조했다(Frederick Law Olmsted, Introduction by Charles McLaughlin, Library of AmericanLandscape History). 국내에는 『후레드릭·로·옴스테드 전기』(도서출판 조경, 2003)에 일부 소개된 것 외에는 아직 본격적인 옴스테드 연구서나 번역서가 없다. 황주영은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19세기 후반 도시 공원의 모더니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파리 라빌레트 국립건축학교에서 박사후 연수를 마쳤다.미술과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사적 관점에서정원과 공원, 도시를 보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이와 관련된 강의와 집필, 번역을 한다. 그러는 동안수많은 책을 사거나 빌렸고, 그중 아주 일부를 읽었다.
우리를 벗어나 우리가 되는 법
자연에 대한 기존의 사고방식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마련됐다.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는 동식물을 대하는 인간의 상반된 태도에 질문을 던지고 진정한 공존을 모색하고자 기획된 전시다. 전시 제목의 ‘미술원’은 미술관과 동물원, 식물원이 비슷한 방식으로 대상을 수집하고 보호와 보존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갖는 데서 착안한 말이다. 미술원의 ‘원’은 둥근 형태를 뜻하며 지구와 자연, 동식물과 인간이 공존의 관계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전시는 87점의 작품을 ‘우리와 우리 사이’, ‘어색한 공존’, ‘도시와 자연, 그 경계에서’, ‘함께 살기 위해’라는 네 개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전시 공간은 경계와 배타성을 의미하는 벽을 최소화해 구성했다. 여러 공간으로 구획되지 않은 전시장에 다양한 작품을 배치해 각 작품이 서로 주고받는 영향을, 나아가 관계와 경계의 의미를 공간을 통해 보여주려는 의도다. 우리와 우리 사이 첫 번째 섹션 ‘우리와 우리 사이’는 우리라는 단어에 담긴 상반된 의미에 주목한다. ‘우리(we)’는 나를 포함한 타인 혹은 집단을 친근하게 이를 때 사용한다. 한편 동음이의어인 또 다른 ‘우리(cage’)는 동물, 가축을 가두어 키우는 곳을 가리킨다. 이처럼 ‘우리’라는 단어에는 정서적 동질감과 물리적 테두리로서의 경계, 집단과 집단 사이의 배타성이 동시에 담겨 있다. 전시는 ‘우리’라는 틀 안에 갇히는 대신 동물과 식물의 입장에서 ‘우리’의 의미와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 공존을 위한 시작이라고 말한다. 박지혜는 전시장 기둥에 비둘기 모형을 설치하고, 그 아래 작품의 제목인 ‘As You Know(아시다시피)’라는 문구를 새의 배설물 형태로 만들어 놓았다. 한때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는 이제 기피와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인식의 변화를 비둘기의 입장에서 자조적으로 표현했다. 이창진이 제작한 대형 철조망은 그 자체로 전시 공간을 구획하는 울타리이자 경계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관람객은 푸른빛의 철조망에 뚫린 구멍을 통해 전시실 깊숙한 곳까지 드나드는데, 이는 경계를 넘나드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후략)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삼산이수 순천, 순천을 담다
순천만국가정원에 순천의 자연을 담은 식물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순천만국가정원의 실내정원은 2013년 가설 건축물로 조성되었다. 철골 구조와 외피가 낡아 위험할 뿐 아니라 2023년에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다양한 콘텐츠를 담기에 협소하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온실 형태의 새로운 식물원을 건립함으로써, 박람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국가정원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순천만국가정원 식물원 건립 공모’를 개최했다. 대상지는 전라남도 순천시 풍덕동 70번지 일대로 연면적은 4,900m2, 건축 면적은 4,300m2다. 식물원은 화훼, 조경, 농업 플랫폼으로서 국가정원의 비전을 제시하고, 전체적인 형태는 순천의 상징물을 형상화해야 한다. 구성 요소는 주제전시정원과 복합문화공간이다. 주제전시정원은 제1전시정원(원시정원)과 제2전시정원(열대정원, 로컬푸르츠정원)으로 나뉘는데, 다양한 식물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이색적인 전망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두 개 층으로 이루어진 복합문화공간에는 특별 전시실, 플라워쇼 공간, 카페테리아, 씨앗도서관 등 체험 및 휴게 시설이 마련된다. 2층의 경우 국가정원과 호수정원, 실내 온실로의 조망을 고려해야 한다. 세 개 팀이 공모에 참여했고, 지난 7월 13일 종합건축사사무소 창, 고려적산건축사사무소, 본시구도 컨소시엄의 ‘삼산이수(三山二水)순천, 순천을 담다’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우수작은 마인엔지니어링건축사 컨소시엄이, 가작은 건축사사무소 청음 컨소시엄이 차지했다. 당선팀은 기본 및 실시설계를 올해 11월까지 마무리한후 12월에 착공해,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 전까지 식물원을 준공할 계획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될 식물원의 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도록 당선작의 설계안을 소개한다. 삼산이수 순천, 순천을 담다 순천에는 수호신과 같은 세 개의 산이 우뚝 서 있고, 그 가운데 오목한 그릇을 닮은 분지에 물이 흐른다. 굽이굽이 물길이 감도는 길목마다 싹이 움트고 식물이 자란다. 세 개의 산과 두 개의 물길이 펼쳐진 대지 위에 태초의 식물로부터 비롯된 원시 경관이 시작된다. 이를 거대하고 울창한 산림으로 자라나게 해 순천 땅 위에 녹색을 덧입히고자 한다. 전략: 첫째, 대상지 환경에 부합하는 온실 기후 환경을 구성한다. 식물 생육에 치명적 영향을 끼치는 서향 빛을 차단하기 위해 서측을 진입 연계 시설로 둘러싼다. 온실에 아열대 식물이 자라는 점을 고려해 겨울철 난방 부하가 가장 심한 북측의 열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남동향으로 열린 원형의 온실을 설계했다. 둘째, 채광과 환기가 최적화된 온실을 만든다. 표면적을 최소화하는 돔 구조를 적용하고, 태양의 입사각과 지붕이 직각을 이뤄 채광이 극대화되도록 남측으로 기울어진 지붕을 설치한다. 이는 모든 온실의 채광 환경을 균등하게 하고, 자연 대류를 유도해 설비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환기가 이루어지게 한다. 셋째, 모든 시설에서 관람이 가능하도록 온실 중심의 구조를 만든다. 복합문화공간을 온실을 감싸 안는 호 형태로 조성해 모든 시설이 온실을 바라보게 한다. 이를 통해 모든 프로그램이 온실의 경관을 배경으로 두게 되며, 온실의 영역이 확장된 듯한 효과도 꾀할 수 있다. (후략) *환경과조경401호(2021년 9월호)수록본 일부
[기웃거리는 편집자] 산책은 하찮지만 도움이 된다
엄마와 나는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이유로 산책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지난번 검사 받았을 땐 초록색이었는데, 이번엔 노란색이래.” 골밀도 검사 결과를 말하는 엄마의 표정은 약간 의기소침했다. 그래프에서 초록색 등급에 해당되면 정상인데, 수치가 떨어져 노란색 등급을 받았다는 얘기였다. 때마침 여름도 다가오고 있었다. 옷차림이 가벼워져 더는 지난 계절에 얻은 군살을 가릴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엄마는 부지런히 아침 산책을 나가기 시작했다. 오전 5시에서 7시 사이, 아침이라기보다 새벽에 가까운 시간에 짧으면 한 시간, 길면 두 시간을 걷다 들어왔다. 조금 일찍 일어나는 날은 산책 준비를 하는 엄마를 볼 수 있었다. 빨래하기 귀찮으니 어제 신던 양말을 ‘줍줍’해 신는 모습은 퍽 귀여웠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의 발간 광대와 거기에 묻어난 뿌듯함을 보는 것도 좋았다. 비슷한 시점에 나 또한 바깥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하루 대부분을 안에서 보내는 실내 인간에겐 바깥 공기가 필요했다. 출퇴근길 도합 두 시간을 꼬박 지하철에서 보내는데, 서 있으면 서 있는 대로 사람들 틈에서 답답하고 앉으면 앉는 대로 좀이 쑤셨다. 스마트폰 보는 것도 지겨워질 때면 쓸데없이 슬픈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갑자기 서울에 대형 지진이라도 일어나면 나는 꼼짝 없이 여기 갇히겠구나, 죽어서까지 지하철에 있는 건 정말 싫다…….’ 그런 날은 집에 도착해 낡고 편한 운동화를 찾았다. 퇴근해 생산적으로 시간을 쓰기는커녕 곧장 인스타그램이나 넷플릭스행이었으니 뭐라도 집에 있는 것보단 낫겠지 싶었다. 낮엔 폭염이다 뭐다 난리였지만 열기가 팍 식은 저녁은 걷기 딱 좋았다. 모녀가 사이좋게 같이 산책을 나가는 일은 없었지만(활동 시간대가 다를뿐더러 그렇게 붙어 다니는 사이가 아니다), 공통의 관심사가 생겼다. 우리를 들뜨게 한 이슈는 동네 산책 명소였다. 집 주변에 그치던 각자의 산책 코스는 점차 그 반경을 넓혀갔다. 우람한 나무들이 있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로, 얼마 전 하천 정비 공사를 마쳐 멀끔해진 옆 동네 ‘신상’ 산책로로. 발품 팔아 발견한 저만의 산책 스팟spot을 서로 자랑처럼 늘어놓았다.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소는 영축산 순환산책로. 옆 동네 뒤켠 야트막한 산에 생긴 데크 길로, 뒷짐 지고 천천히 걸으면 금세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어쩜 나무도 거의 안 베고 땅도 많이 안 파헤치면서 그런 길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동네가 참 살기 좋아졌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내가 자주 찾는 곳은 공릉동의 경춘선 숲길이었다. 한적한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선형 공원을 따라 이따금씩 카페가 나타나 눈요기는 물론 가볍게 목을 축이기 좋았다. 연남동의 경의선 숲길만큼 ‘힙’하진 않지만 관광객보다 동네 사람들이 많아 편했다. 산책 나온 귀여운 강아지들과 길 따라 심긴 풀꽃을 곁눈질하다 보면 금방 공원 끝에 닿아 있었다. 며칠 못 갈 거라고 예상했던 우리의 산책은 생각보다 꾸준히 이어졌고, 산책 중 각자 보고 들은 것들을 시시콜콜한 이야깃거리로 삼았다. 이 더운 날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많더라, 너무 멀리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리가 빠지는 줄 알았다, 길 위의 지렁이가 사람들한테 밟힐 것 같아서 나뭇가지로 구해줬는데 징그러워서 혼났다……. 소소하다 못해 하찮았지만 그런 걸 나누는 순간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라고도 생각되었다. “고양이들이 밤에 몸을 누이는 장소, 열매를 기대해볼 수 있는 나무, 울다가 잠든 사람들의 집…… 산책할 때 내가 기웃거리고 궁금해하는 것들도 모두 그렇게 하찮다. 그러나 내 마음에 거대한 것과 함께 그토록 소소한 것이 있어, 나는 덜 다치고 오래 아프지 않을 수 있다. 일상의 폭력과 구태의연에 함부로 물들지 않을 수 있다.”1 옷장에서 두터운 옷을 다시 꺼내기까지 산책을 이어가볼 생각이다. 몸을 지탱하는 두 다리만큼 일상을 받치는 별 볼 일 없는 순간들도 필요하니까. 바란다면 동네에 더 많은 산책 명소가 생기기를. 덧붙여 시간이 지나도 지금의 엄마처럼만, 즐겁고 바지런하게 동네를 누비는 산책인으로 자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각주 1. 한정원, 『시와 산책』, 시간의흐름, 2020, p.25.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우리의 취미는 기대하는 것
방에는 자주 쓰지는 않지만 버릴 수는 없는 애물 단지들이 가득하다. 방문 뒤 통기타, 책꽂이 위 디지털 건반, 서랍 속 잉크와 딥펜 등등. 얼마 전 동생이 선물해준 오일 파스텔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인터넷에 사용법을 검색했다가 그 결과에 놀랐다. 가이드북부터 그리는 과정을 담은 영상, 서툴지만 처음 완성한 그림을 자랑하는 게시물이 가득했다. 많은 사람이 즐기는 취미의 대상이 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감탄하며 한참이나 여러 웹페이지를 들락날락했다. 내가 조경 잡지의 에디터라는 말에 반가워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신은 건축을 좋아한다면서 언젠간 유럽을 여행하며 사진으로만 봤던 건물들을 직접 보고 싶다고 말했다. 독특한 건물이 인스타그램의 피드에 등장하면 그곳을 찾아가 커피라도 한 잔 사서 머물며 사진을 찍는 게 취미라고 덧붙였다. 그런 일도 취미로 삼을 수 있구나 깨달았고, 조경도 취미의 영역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화분에 물을 주고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하는 사이 대화의 주제가 바뀌었고, 머릿속을 잠깐 채웠던 질문은 금세 휘발됐다. 조경과 취미라는 말에 떠올린 장면이 저게 전부라니. 아직도 시야가 좁디좁구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도 누가 조경과 관련된 취미 활동이 뭐가 있냐고 묻는다면 저 정도밖에 답하지 못할 것 같다. 조경 역시 어떤 공간 또 공간을 이루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인데, 쉽사리 그 공간을 즐기는 일을 취미라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조경이 잘 보이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경하면 흔히 풍성한 나무와 그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 바람에 살랑거리는 초화 등을 연상한다. 이 낭만적인 풍경은 18세기 영국 풍경화식 정원과 픽처레스크 미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액자 속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드는 이 조경 원리는 현대 조경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피터 워커는 이로 인해 조경이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조경’을 양산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보이지 않는 정원들(Invisible Gardens)』, 1996). 보이지 않는 조경을 보여주는 좋은 예로 공원이 있다. 보통 공간이 커지면 그 존재감도 커지기 마련인데, 자연과 똑 닮게 만들어진 공원은 예외다. 정확히 말하면 규모가 커질수록 조경가의 손길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넉넉한 숲을 이룬 나무들은 본래 그 자리에서 자라던 것 같고, 나뭇가지 위를 오가는 동물들은 자연의 보살핌으로 태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풍경은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사람들은 그 ‘자연’에 감탄한다. 적절한 자리에 주변과 어우러지도록 난 보행로나 벤치 정도를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인식한다. 자연스러움을 위해 대지가 어떻게 조작되었는지 어떤 전략을 세웠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서운하다고 토로할 수 없다. 공간에 녹아 있는 설계 의도를 읽어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 묻지 않아도 나서서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하는 걸까. 공원에 홀로 외로이 서서 떠들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인플루언서 같은 단어는 조경과 멀다고만 생각했는데, 요새는 SNS 게시물의 하단을 채운 해시태그들을 들여다보곤 한다. 구구절절하다고 생각했던 단어의 나열에서 조경을 발견할 때면 웃음이 샌다. 공원을, 정원을, 보이지 않는 생태적 시스템이 구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한 모든 사진의 태그에 조경이 등장하고, 취미는 조경이라 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꾸 그려본다. 덧없는 상상이라고 잠깐 멈칫했을 때, 언젠가 나를 위로했던 글 한 편이 기억났다. “기대하세요. 내일의 날씨, 이따가의 점심 메뉴, 오랜만의 시내 외출, 개봉할 영화와 새로운 드라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실패에도 다시 일어나는 힘은, 지치지 않는 기대에서 나옵니다. 오늘 점심으로 먹은 달걀 샌드위치가 형편없었대도, 저녁으로 먹을 소고기 덮밥은 괜찮을 수 있습니다. …… 우리의 취미는 ‘기대하는 것’. 백번을 실망한대도.”1 어느덧 여름이 저물고 세 번째 계절이 다가온다. 코로나19는 사그라질 기미가 없고, 어쩐지 올해도 세워 놓은 목표를 다 이루지 못할 것만 같다. 그래도 또 기대하고 싶다. “기대는 한 번도 죄였던 적이 없”으니까.2 준비물 없이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이 취미 생활을 추천한다. 새로운 취미가 앞으로 당신이 겪을 실패와 실망들을 사소하게 느끼게 해주기를. *각주 정리 1. 허지원, “실패에 우아할 것”, 「정신의학신문」 2018년 8월 25일. 2. 같은 글
[PRODUCT] 데크 경사로로 놀이 경험을 극대화한 ‘원형놀이터’
기브앤(Giveand)은 외부 환경과 삶의 변화에 대응하며 모든 세대가 쉼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조경 시설물 사무소다. 외부 여가 활동을 지원하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다채로운 운동 시설물과 휴게 시설물,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조합 놀이대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다. 새로 출시한 ‘원형놀이터’는 아이들이 장애물에 구애 받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놀이 경험을 할 수 있는 순환형 놀이 시설이다. 계단을 이용해야만 하는 일반적인 조합 놀이대와 달리 경사로가 있어 영유아와 장애 어린이도 즐겁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은 길게 뻗은 데크 경사로를 신나게 내달리기도 하고, 데크 측면에 연결된 로프, 암벽, 미끄럼틀 등을 통해 마음껏 오르내리는 활동을 즐긴다.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공간을 감싸는 구조와 따뜻한 색감의 목재가 안락함을 선사하며, 커다란 나무 위에서 노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드우드와 철재로 곡선 형태를 살린 오두막 원형놀이터, 로비니아 목재를 사용한 숲속 원형놀이터 등 공간에 적합한 디자인으로 설계 변경이 가능하다. TEL. 031-879-9964 WEB. www.givean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