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바꿀지 아는 통찰력이 필요한 시대다. 특히 조경가는 땅과 자연을 다루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것을 만들 수는 없다. 주어진 대지에 창의적이고 합리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1960년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더글라스 호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호텔은 지형에 순응해 계곡을 가로지르며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길게 뻗은 형태다. 멀리서 바라보면 산의 일부처럼 보인다.
흔적을 따라
더글라스 호텔은 2018년 4월 해안건축사사무소가 리모델링해 도심형 리조트인 워커힐 더글라스 하우스(이하 더글라스 하우스)로 재개장됐다. 기존 정원은 건물 서측 사면에 자리했다. 폭 1.5m의 데크 산책로가 있었고, 인공 장미, 하트 조형물, 데크를 따라 설치된 조명들이 조잡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대상지의 아름다운 숲을 보존하고자 기존의 데크 길을 따라 정원을 조성했다. 어린 시절 눈 내린 운동장을 걸을 때 눈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누군가 만든 발자국을 따라 걷곤 했다. 마찬가지로 숲을 또 다른 발자국으로 망가뜨리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아, 숲의 빈터나 나무 사이에 뜰과 숲길 등 작은 공간을 더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진행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7호(2019년 9월호) 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CA조경기술사사무소
(진양교, 조용준, 김지현, 최은지, 유지영, 이재현, 김미경)
조경 시공 창우조경(이순오)
식재 컨설팅 최재혁
발주SK네트웍스
위치 서울시 광진구 워커힐로 177
면적 약 1,500m2
설계 기간2018. 2. ~ 2018. 3.
완공2018. 5.
사진CA조경기술사사무소
2004년 설립된 CA조경기술사사무소는 지난 15년간 작은 공간부터 도시 스케일의 계획에 이르는 국내외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서울 청계천 MA, 한강르네상스 기본계획,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서울광장, 터키 이스탄불 젠데레 하천 복원 설계, 부산 에코델타시티 설계공모, 더글라스 정원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에 당선됐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공공을 위한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