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씻고 닦아 비워내고
길 하나 만들며 가리.
이 세상 먼지 너머, 흙탕물을 빠져나와
유리알같이 맑고 투명한,
아득히 흔들리는 불빛 더듬어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가리.
이 세상 안개 헤치며, 따스하고 높게
이마에는 푸른 불을 달고서,
(제목: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이태수. 시인, 1947~)
까미노(Camino)는 스페인어로 길道이라는 뜻이다. Camino de Santiago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뜻한다. 스페인 북동부의 산티아고 대성당(Santiago de Compostela)을 향해 걸어서 순례하는 길은 다섯 개가 있는데 그중에 가장 유명한 코스가 필자가 걸었던 ‘별의 길’이다. 프랑스 남서부의 생장 피에 드 포르(St.Jean Pied de Port)에서 시작하여 피레네 산맥을 넘어 Roncesvalles - Pamplona - Logrono - Burgos - Leon - Sarria - Santiago de Compostela까지 총 800km를 걸어가는 길이다. 중세부터 시작된 순례길은 100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오늘날 전 세계에서 매년 20여만 명이 이 길을 찾는다고 하는데 그중 약 10%가 한국인이라고 한다.
다양한 국적의 무수한 남녀노소는 왜 이 험하고 한적한 스페인 산간벽지를 찾아오는 걸까? 목마른 자가 물을 찾아 모여들듯, 인생사의 갖가지 사연을 간직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온다. 결혼생활에 실패한 중년 여인,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젊은이, 직장생활에 지친 샐러리맨, 은퇴 후 제2의 인생설계 앞에 머뭇거리며 망설이는 사람,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도전하려는 대학생, 몸이 불편한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연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답을 찾기 위해 가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