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 Ji Hae
DMZ 가든, 쇼가든 부문 금상 이어 첼시 전체 최고상까지 수상
섬진강변 시골마을 소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최고 정원예술가로 성장
지난 5월 22일, 우리나라에선 조경박람회가 한창이던 그 때, 영국 런던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조경박람회와 동일한 기간에 런던에서 개최된 첼시 플라워쇼에서 우리나라의 황지해 작가가 ‘고요한 시간: 비무장지대 금지된 정원(Quiet Time: DMZ Forbidden Garden)’으로 쇼가든 부문(200㎡ 규모 대형정원) 금상을 수상한 것이다. 개장이 임박하기까지 스폰서가 구해지지 않아 출품 무산의 위기까지 갔었던 터라 이번 수상소식이 더욱 반갑기 그지없었다. 실제로 황작가는 제작비를 마련하지 못해 주최측으로부터 정원 조성 작품비를 납부하지 못한다면 출품을 포기해야 한다는 최후통첩을 받기도 했다. 다행히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강운태 광주시장의 제안으로 지역의 기업(호반건설, 남광건설)들이 나서서 총제작비 8억원 가운데 부족분이었던 5억원을 지원해 정원을 조성할 수 있었다. 지난해 ‘해우소 가는 길’로 처음 출전해 아티즌 가든에서 금메달을 수상(본지 2012년 3월호 (통권제287호) 참고)한데 이은 2회 연속 금메달 수상, 거기에 올해 신설된 전체 참가자 중 최고작에게 수여되는 영국왕립원예협회 회장상의 초대 수상자가 되기까지 첼시 180여 년의 역사를 통틀어 신기록을 세워가고 있는 황지해 작가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녀는 어떻게 미술가의 삶을 살게 되었으며, 정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출품이 무산될 위기에서의 심경 등 수상자이기에 앞서 한 사람으로서의 황지해 작가의 모습을 지금부터 만나보자.
유년 시절 자연이 가르쳐준 미술
이제는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가 된 황지해 작가의 유년 시절은 어땠을까? 거액의 제작비로 인해 아무나 쉽게 출전할 수 없다는 첼시 플라워쇼에 2번이나 출품을 한 것을 보면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겠구나 하는 편견이 들지도 모른다. 적어도 작년 ‘해우소 가는 길’을 출품했을 때만 하더라도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자비를 들여 출품한 것을 보아도 그럼직했다. 그런데 예상 외로 유년 시절과 사춘기 시절을 작은 시골에서 보냈단다. 자연히 의도하지 않아도 놀 수 있는 공간은 야생화가 널린 들판과 강 자락을 타고 오르는 풀과 나무들이었다.
“어머니께서 배려해주신 창문만 열어도 손에 닿는 유실수들이 동네 수퍼보다 좋았고, 지금 생각해도 어머니가 가꿔주신 텃밭은 끝이 없는 보물창고였어요. 그 텃밭은 가장 쉬운 미술시간이었고 가장 쉬운 자연학습 시간이었습니다. 색깔 견본표를 공부하지 않아도 모든 색깔이 다 있었고, 그 안에 작은 벌레부터 날아다니는 나비까지 저에게는 모두 큰 존재였지요. 다 자라서 어른이 된 지금도 그때의 시간이 가장 따뜻했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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