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들에 ‘한국 대표 건축’ 물어보니」에 대한 반론
얼마 전 조선일보에 실린 「건축가들에 ‘한국 대표 건축’ 물어보니」라는 기사를 보고, 직접 설계를 참여했던 조경인의 한 사람으로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청계‘천’, 선유도‘공원’, 광화문‘광장’ 등의 오픈스페이스가 어떻게 하나의 ‘건축물’로 평가받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공공 공간 조성에 있어서 건축 분야가 참여할 수는 있지만, 건축가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이는 사실도 아니지만) 공간 자체의 의미를 폄훼해서는 안 되며, 그동안 도시 경관에 있어서 서울을 정체성을 잃은 도시로 만든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로서는 좀 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건축가가 하지 않은 외부 공간의 디자인을 건축가가 한 것처럼 이야기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공공 공간의 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건축가가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 모든 디자인이 건축은 아니지 않은가. 도시 공공 공간의 설계에 건축가가 꼭 참여해야 하고 그래야만 좋은 작품이 된다는 것은 지나친 건축만능 내지는 건축제일주의적 사고이며, 특정 부문의 전문가만이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성과들은 조경은 물론 건축, 도시 설계, 단지 및 도시 계획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힘을 합쳐, 이른바 융합을 통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의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기사에서는 왜곡 사항 또한 확인할 수 있는데, ‘베스트’로 손꼽힌 선유도‘공원’에 대한 보도 중 「조성룡 씨가 설계하고 정영선 씨가 조경을 맡았다」는 문구가 바로 그렇다. 실제로 선유도공원은 조경설계서안(대표 정영선)이 총괄 및 마스터플랜을 진행하였으며, 조성룡 씨가 설계한 것은 선유도공원이 아니라 공원에 배치된 일부 ‘건축물(전시관, 까페 등)’이었다. ASLA 미국조경가협회 및 IFLA 국제조경가협회에서 수상한 바 있는 선유도공원의 설계자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최근 중국이 아리랑, 판소리 등을 자국의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본다.
‘워스트’라 한 광화문‘광장’ 및 청계‘천’의 비평 논거인 “한국을 상징하는 공공 건축물인데 건축가도 없이 단기간에 불도저로 밀어붙이듯 만들었다”는 주장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시민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후 1단계 아이디어 현상, 2단계 설계시공일괄입찰(턴키)로 추진되었던 프로젝트로서 시민위원회 운영 및 각종자문회의 등의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이 있었으며, 다수의 건축설계사무소 및 건축가들의 참여가 있었다. 각 전문가마다 디자인은 다를 수 있겠지만, 함께 공유하였던 기본 방향은 국가상징축의 ‘원형 복원과 재현’이었다. 광화문 광장 설계는 6가지 시선에서 출발하였다. 국가의 상징축인 북악산-정궁-황토현-연주대 축의 회복, 월대, 해태상의 복원, 육조거리 축, 황토현 재현, 과거 물길 드러내기(Mordenize) 등을 통해 형성된 광장의 물리적 환경은 우리 정체성 회복의 시작이다. 기억 속 육조거리 흔적의 되살림, 식민 시대에 왜곡되어 틀어지고 가려졌던 북악산, 경복궁 축의 회복이 그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