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한 사북을 가다
가끔 있는 일이 아니라 항상 상존하고 있는 일이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일상화된 광촌에는 마치 하루살이라도 하듯, 날마다 갱도를 들어가기 전 무사를 기원하는 광부들과 무탈하게 귀가하길 바라는 아내와 자식들의 간절함이 곳곳에 흔적으로 남아 있다.
과거 탄광 마을이었던 고한 사북은 한국의 근현대사가 압축되어 역사적 자산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지금은 카지노와 리조트 관광 산업이 지역을 대변하고 있지만, 탄광 마을이라는 강렬한 역사적 기억이 혼재되면서 조금 모호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거리마다 넘쳐나는 전당포, 카지노 개장을 기다리며 지친 몸을 달래는 타지인들의 모텔들, 강남 못지않은 물가의 식당들을 보면,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개선해 줄 뭔가 새로운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쉽게 체감하게 된다.
고한 사북을 예술 마을로
고한 사북은 폐광 이후 주민들의 노력으로 강원랜드 카지노를 유치하면서 지역의 살 길은 마련했지만, 도시의 난개발과 지역 공동체의 해체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트 인 빌리지(Art in Village)는 이러한 고한과 사북 지역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문화 예술을 통한 지역 재생 프로젝트’로서, 주민 생활 공간에 밀착된 예술 작업으로 지역 재생 및 삶의 질을 제고하고자 시작되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며 ‘지역 재생의 가능성을 주민들과 함께 찾아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기존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 보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해 진화시키고자 하며, 지역의 자연적, 문화적 자산에 예술의 향기를 더하여 “예술 마을”이라는 제 3의 이미지를 중장기적으로 조성함으로써 지역의 자생적 재생을 촉발하고자 한다.
2009년 사업 기획 및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시범 사업을 진행한 이래, 지난 해에는 미술 작품 중심으로 첫 사업이 이루어졌으나, 작품 설치 이후 ‘과연 주민들의 일상에 무엇을 남겼는가’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는 주민들의 일상과 어우러지는 ‘공간’과 ‘장소성’에 바탕을 둔 작업이 진행되었다.
2011 Art in Village
올해 Art in Village 프로젝트는 사북의 동원탄좌와 고한의 야생화 테마파크 등지에서 진행되었다.
1963년 설립되었던 동원탄좌는 한때 국내 최대의 민영탄전으로서 고한 사북 지역 경제의 중심이었다. 1990년대부터 석탄 산업의 몰락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다가 2004년 문을 닫게 되었으며, 지금은 사북석탄유물보존위원회가 설립되어 매년 석탄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옛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건물은 과거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현재 2층에서는 당시 광부들의 고단한 삶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 건물 앞 마당에 ‘사북 장화물놀이 광장’, ‘개비언’, ‘카페’ 등의 작품이 설치되었다.
고한은 만향재, 함백산 등 백두대간의 주요한 지리적 지형적 생태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는 지역으로 폐광 이후의 산업적 기반으로서 ‘야생화 테마파크’ 를 조성하고 있다. 과거의 마을은 ‘소멸해가는 것’, ‘무생물과 무채색(석탄)’ 등의 요소가 정체성을 형성했다면, 앞으로의 고한은 ‘태어나는 것’, ‘자라는 것’ 등의 생명과 성장의 이미지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해 나갈 것이다. 이번에 고한의 야생화 테마파크에는 ‘야생화 도감 테라스’, ‘아트 벤치’, ‘마켓 트리’ 등의 작품이 설치되었다.
․주최 _ 하이원리조트
․주관 _ 한국 메세나 협의회
․총괄 기획 _ 유석연(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건축가)
․프로젝트 매니저 _ 장동선 공공문화예술 A21 PUBLIC CULTURE & ART 사무국
자료제공_ 김아연 교수|사진_ 박상백, 김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