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뉴욕 맨해튼 서부에 하이라인(High Line) 공원이 문을 열었다. 30년간 도심의 흉물로 전락됐던 고가 철로가 아름다운 공원과 멋진 산책로로 다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 공원의 개장은 성공적이었다. 연간 20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뉴욕에는 또 다른 명물이 탄생되었고, 나아가 지역의 개발이 촉진되어 새로운 세수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해밀턴 라비노비츠 애슐러(Hamilton, Rabinovitz and Alschuler, Inc, HR&A)의 하이라인 재생의 가치를 따지는 경제보고서는 멋진 예언서가 되어버렸다.
이런 하이라인이 2009년 1공구의 개장 후 2년 만에 2공구를 개장하게 되었다. 2011년 6월 그 매력적인 공간이 뉴욕의 시민과 영성적인 방문객들에게 화려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1구간에 비해 2구간은 지난 작업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다채로워졌으며 지난 작업과 계획에 비해 성숙해 보였다. 확실히 경험은 중요하다.
시설물 디자인은 과거보다 불필요한 힘을 뺏고 그로인해 현실적이 되었고, 통로들은 초기 계획대로 입체감이 넘쳤으며 지난 수년간 변한 주변의 경관과 시설 그리고 건축물과의 관계는 유연해졌다. 또한 결정적으로 조경은 훨씬 깊이가 있고 지혜롭게 전개되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하이라인의 거버넌스는 자신감과 충만감 그리고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을 가지게 된 것 같았다.
확실히 하이라인은 감동적이다. 일단 지상이 아닌 10m에 육박하는 높이에서 평소에 보기 힘든 도시 경관을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다. 또한 철길이라 접근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기억이 묘한 흥분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건물 사이로 난 좁은 철길 통로는 보행자를 심리적으로 대단히 압박하지만 사이사이 개방된 시각 통로들은 멋진 허드슨강을 그리고 뉴욕의 새로운 조망을 하늘 길로 연결해 놀라운 감흥을 전달해 준다. 이런 감흥은 꼭 낮이 아니라도 유효하다. 공식적으로 오전 7시에서 11시까지 개방하는 공원으로 석양을 등진 시간에도 번화가와는 다른 고즈넉한 풍광을 연출하는 웨스트 맨해튼의 밤 시간에도 묘한 감흥의 상승감은 여전하다.
필자의 하이라인에 대한 관심은 문화부에 근대 산업 유산을 활용한 도시재생사업을 자문하던 때로 군산시의 구조선은행 재생과 옥구선, 아산시의 장항선과 도고온천역 활용 등 우리나라의 폐철도에 관한 문제로 한참 고민할 때였다. 이 폐철도 문제로 지역은 철거냐 보존이냐란 이슈로, 전문가들은 보존하되 어떤 방식을 취할 것인가로, 정부는 혹 예산 확대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까하는 문제로 정말 치열하게 고민할 때였다. 지금 생각하면 어쩌면 같은 문제로 이처럼 다른 고민과 이해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쓴 웃음을 짓게 된다.
그러던 중 태평양을 건너 지역 갈등을 극복한 폐철도의 성공적 사례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하이라인이었다. 이 하이라인에 대한 여러 보고서와 계획 그리고 10년간의 갈등 해소 과정에 자문단과 동료 교수 그리고 연구원들은 술렁댔고 최선을 다해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찾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나와 하이라인의 첫 인연이었다. 사실 2009년 후 공개된 홈페이지와 마스터플랜 수많은 저널들의 자료 사진은 정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라왔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몇 가지 쟁점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1차로는 하이라인의 정체성과 배경에 관한 문제였고, 둘째는 10년간 진행해온 거버넌스의 문제요. 셋째는 설계를 추진한 설계팀의 역량과 프로세스를 그리고 혹 우리가 미처 바라보지 못하는 요소는 없는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