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과 조경
지난 몇 년간 국내외 현상 설계 및 설계 공모전에서는 생산적인 도시 경관과 도시농업(urban agriculture)을 주제로 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개념적으로나 그림으로는 많이 다루어지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계획되고 설계된 생산적 도시 경관의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다. 더구나 이를 조형적, 심미적인 해석으로 창의력을 발휘하여 설계, 시공한 사례는 매우 희귀하다.
최근에 더욱 조명되고 있는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현재의 인구 과밀화, 과도시화 사회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 오픈 스페이스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는 현대인의 자연으로의 회귀 본능과 안전한 식품에 대한 관심과 함께 자연과 인간의 공동 생산 활동으로서의 도시농업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해왔다. 이에 생산적 기능을 갖는 도시 경관(Edible Urban Landscape)에 대한 조경계의 관심도 높아져서 도시농업이 조경 설계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도시 농원의 조경 설계적 이슈
도시농업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텃밭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조경에 있어서의 도시 농원은 도시 경관으로서의 미적 가치보다는 도시의 유휴지에 산발적으로 조성되는 텃밭처럼 그리 매력적이지 못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생산적 도시 경관으로서의 도시 농원의 조경 설계적 이슈는 무엇인가? 우선적으로는 농업이라는 특성상 자유롭지 않은 공간 이용 패턴으로 설계의 다양성을 추구하기에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도시 농원에서 생산성을 감안한 효율적인 공간 배치와 구성은 다양한 경험을 유발하려는 시도를 억제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앞의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도시 농원에 계획된 텃밭의 대부분은 grid나 stripe 형태로 설계되고 보행로는 주로 직선이나 사선으로 그어진다. 곡선의 형태는 경작 패턴과 상충하여 거의 이용되지 않고, 지형 조작(grading)도 경작 활동에 방해되지 않으면서 관개용수의 공급이 원활하도록 일정한 경사도를 유지한다.
도시 농원은 개인의 노동력이 꾸준히 제공되어야만 유지 및 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주거 정원과 같은 사유지가 아닌 공원과 같은 공공용지에 도시농원이 조성되는 경우, 유지와 관리의 주체와 노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에 대한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고령화와 경제 침체를 맞아 증가하는 유휴 인력으로 노동력의 양적 공급이 이루어지면서 해결될 것으로 여겨진다. 각 지자체 또는 정부 차원에서 장려하는 도시농업 교육 시설이 마련되어 체계적인 교육과 실습을 진행하고, 여기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판매하여 수익금 분배나 새로운 프로그램에의 투자로 연결시켜 지속적인 유지와 관리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도시에 생산적 경관으로서의 도시 농원을 조성하는 것이 가능한가? 도시 농원은 기존 도시보다는 새로 만들어지는 도시의 기본계획 단계 또는 마스터플랜 단계에서 전략적으로 계획되어야 한다. 농경지에서 땅의 생산력이 중요한 만큼 사이트가 브라운 필드가 되기 전인 그린 필드 상태에서 생산적 경관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아쉽게도 미래를 바라보는 도시 농원에 대한 현실적인 설계 제안은 사업성과 경제성을 이유로 사장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지향하는 생산적 도시, 자급자족적 도시, 탄소발자국 저감 도시, 친환경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농원의 적극적 도입으로 새로운 도시 구조의 패러다임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