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에 대해서 요즘 새롭게 생각해 본다. 도시농업이란 무엇일까? 농업의 한 형태일까, 아니면 도시의 토지 이용의 한 형태일까? 농업인에게 도시농업은 농업의 일부로 보일 것이고, 조경인에게는 조경의 일부로 생각할 수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영국인들이 가드닝에 취미를 가지고 있듯이 도시농업을 텃밭을 가꾸는 취미로서 향유할 수도 있으며, 또한 경제 활동의 일부일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는 자연의 향기를 조금이라도 느끼게 할 수 있는 체험 교육 활동의 일부로 볼 수도 있다.
도시농업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은 각자의 역할이 다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도시농업은 도시+농업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도시농업을 ‘업(산업)’으로서 농업의 일부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도시농업의 역사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기원전 몇 년 얘기를 한다. 옥상텃밭(정원)은 바빌로니아의 공중정원을 얘기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역사를 통해 우리가 긴 삶의 흔적, 가치의 계승 등을 얘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얘기하는 도시농업은 현재의 우리 도시에대한 이야기이다.
우리의 도시는 어떤가. 미국의 도시, 유럽의 도시, 일본의 도시와는 다르다. 쿠바 아바나의 도시와는 더더욱 다르다. 또한 우리 안에서도 도시농업의 배경이 되는 도시는 서로 다르다. 0.6% 면적에 인구의 1/2이 살고 있는 서울의 도시농업과 전라남도 순천시의 도시농업을 같은 맥락으로 얘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쿠바의 도시농업은 생존과 경제적 자립을 위한 수단이고, 미국의 커뮤니티 가든은 공동체 운동의 일환으로,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은 도시민의 정서적 안정과 휴식처로서, 일본의 시민농원 역시 다른 의미와 역할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각 도시가 가지고 있는 사회경제적 처지와 토지 환경에 따라 도시농업은 서로 다른 이름으로 등장하고 발전해오고 있다. 그래서 도시농업은 도시와 농업의 합성어이다. 도시농업은 여전히 농업의 한 유형이기도 하면서 도시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경제·문화적 활동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도시농업을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그리고 대도시에서 주도하는 것에 큰 문제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마다 다른 느낌과 철학과 지위를 가지고 도시농업을 얘기할 때 좀 더 솔직해질 수 있다. 오히려 도시농업은 중소도시에서 훨씬 파괴력을 가지고 있고, 강력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10년 도시농업을 고민하는 시민활동가들이 모여 ‘도시樂농업네트워크’를 발족하고 토론회를 가진바 있다. 이때 몇 차례의 기획 과정을 거쳐 도시농업의 의미를 ‘자립, 소통, 순환’으로 규정하였다. 이 때의 논의가 어떤 사회적 배경을 갖는지, 또 앞으로 얼마의 역사를 함께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2010년에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여 도시농업에 대한 정의, 범위, 개념을 정리한 ‘자립, 소통, 순환’의 의미에서 도시농업은 서울에서 실현하기 매우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첫째 자립이라는 관점에서 서울의 모든 옥상 면적과 그린벨트 농경지를 합하더라도 식량 10%의 자립을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 상추는 25% 정도 이미 자급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근교하우스원예 때문이다. 싱가포르도 20% 정도 채소를 자급하고 있다고 하니 대도시에서도 자립에 대한 얘기를 전혀 할 수 없는 주제는 아니지만, 중소도시에는 도시농업을 통한 채소의 자립이 충분할 만큼 여유 있는 농경지와 농부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둘째 소통이라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대도시에서도 유효하다. 사람과 자연이, 자연과 자연이(도시생태계의 구성을 도시 + 농경지 + 숲과 물로 본다면) 소통하는 경계에 도시농업이 존재한다. 또 아이들의 환경 교육, 가족의 소통, 이웃 간 소통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역시 지역 사회의 협력과 소통이 익숙한 중소도시의 도시농업을 통한 소통과 비교하면 매우 추상적이고 제한적이다.
셋째 순환은 제한된 공간에서 논리적으로 가능할 수 있지만, 대도시에서 도시 전체를 배경으로 하는 음식물의 순환, 흙의 순환, 물의 순환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도시생태계의 일부가 될 수 있는 도시농업 공간은 이러한 순환 과정에서 매우 미미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시농업은 ‘자급, 소통, 순환’이라는 측면에서 대도시나, 중소도시에서 규모와 질적으로 다르긴 하지만 모두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도시농업이 도시의 자급 능력에, 소통에, 순환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사람들을 고민하게 하고, 잊었던 생명에 대한 생각들을 떠오르게 한다. 노동의 기쁨, 작물과 흙의 촉감을 통해 가족과 이웃 간의 유대 관계를 느끼게 해준다.
도시농업은 그런 것이다. ‘문화’, 자급 또는 자립하고자 하는 문화, 소통하고자 하는 문화, 순환하고자 하는 철학과 문화를 얘기한다. 도시농업은 구체적인 과정과 결과물을 갖고 있으면서도 음악과 미술과 같은 문화 예술의 영역이기도 하다. 도시농업을 도시 공원과 같은 공간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도시농업은 시민들의 행위이자 문화 활동으로 정의하고, 공간 개념으로는 여러 가지 유형의 도시텃밭으로 구분하여 정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