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원, 세계무대에 선다”
정원의 나라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의 정원박람회, 세계 정원디자인의 경향과 흐름을 이끌어 가고 있는 첼시 플라워 쇼 스몰가든의 아티잔가든 부분에 한국정원이 최초로 선정돼 세계무대에 서게 됐다. 그간 독일의 부가 정원박람회(BUGA) 등에서 학생공모전에 한국 학생이 선정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부분에서는 최초로 선정된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환경미술가그룹 뮴’의 대표인 황지해 작가의 작품 “해우소 가는 길”은 ‘생명의 환원’과 ‘비움’이라는 한국 전통화장실문화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 함의를 정원 디자인으로 재해석하여 승화시킨 작품으로, 180년 역사의 첼시 플라워 쇼에서 처음으로 화장실을 정원 주제로 담아 심사위원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해우소, ‘근심과 걱정을 털어버리는 곳’ 혹은 ‘마음을 비우는 곳’이라는 뜻의 불교식 용어를 황작가는 정원문화에 맞게 재해석하였다. 오죽 숲과 돌담에 둘러싸인 옛 화장실 가는 길을 정원의 중심공간으로 배치하고 그 주변에 송악을 비롯한 다양한 한국 약용식물을 식재하여 선조들의 민간요법과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게 하여 ‘해우소 가는 길’을 인간이 마음을 비우고 자연과 소통하는 곳, 바로 ‘자연과 공존하는 길’로 승화시켰다. 또한 흙과 토종식물의 뿌리를 거쳐 정화된 물을 흘러내리게 하여 사람들이 손을 씻게 하고 발효 항아리를 배치함으로써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재생이라는 뜻을 담았다. 해우소의 문은 1.2m 높이로 낮추어 설계하여 고개를 숙여 출입하도록 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겸양의 의미를 함께 담았다.
꽃과 정원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파생된 산업과 정원문화의 정수라는 점에서 첼시 플라워 쇼가 가지는 위상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황지해 작가의 출품작이 선정되었다는 것은 한국정원문화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은 첫 시발점이라는 기념비적 성과이다. 또한 이것은 앞으로 한국 정원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과 함께 이 모든 것의 토대가 되는 국내의 정원문화산업을 부흥시키고 확산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우리에게 던져주었다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