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빅토리아 시대의 영화와 20세기의 세계화로 인해 제조업이 내리막을 걸으면서 도시의 슬럼화된 모습을 동시에 지층으로 간직한 리버풀의 거리와 항구는 전형적인 영국 날씨에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까지 더해져 스산하기만 했다. 단지 항구 주변 가로등에 매달린 스피커에서 간간히 리버풀이 낳은 세계적인 팝그룹인 비틀즈의 음악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그러나, UNESCO에 의해 지정된 리버풀의 6개 역사지구 중 하나에 위치한 St. George’s Hall에는 영국의 중앙 및 각 지방정부와 공공단체, 그리고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다. 3일 동안 진행된 Landscape Institute에서 주관한 UK Landscape Conference가 전문가 및 언론에게 주목을 받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이태리 피렌체에서 2000년에 발의된 유럽경관협약(European Landscape Convention)에 영국이 2006년에 가입한 후, 협정에 준하는 기준과 제도를 마련해 오던 영국의 관련 단체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점. 둘째는 2009년에 시작된 유럽회의(Council of Europe)에서 시상하는 European Landscape Award에 영국이 처음으로 그들을 대표하는 경관을 후보로 내세우는 자리인 점이다.
컨퍼런스가 개막된 첫째날 저녁에는 훌륭한 만찬과 함께, UK Landscape Award 발표에 이어 지리학자이자 인기 방송인인 이안 스튜어트(Iian Stewart) 교수가 출연하여 BBC에서 방영될 ‘스코틀랜드 경관을 만드는 것(The Making of Scotland’s Landscape)’에 대한 시사회가 있었다.
처음으로 개최된 UK Landscape Award는 지방정부와 전문가, 그리고 지역주민이 합심하여 기획하고, 가꾸고, 보존해온 해당지역의 지역특성을 잘 나타내는 경관을 대상으로 하였다. 영국의 네 개의 행정구역인 잉글랜드(3), 스코틀랜드(1), 북아일랜드(1), 웨일즈(1)에서 예선을 거쳐 올라온 6개의 지역3이 경합을 벌였으며, 대상인 ‘UK Landscape of the Year’는 잉글랜드 북동쪽에 위치한 더람(Durham)의 Heritage Coast 복원 계획에 돌아갔다. 북해 연안의 더람은 문화지리학적, 생태적으로 상당한 특색과 가치를 지니고, 해안을 낀 자연풍경 또한 깎아지른 절벽이 장엄하게 펼쳐진 독특한 해안선과 함께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었으나, 지난 100년 동안 석탄산업에서 발생된 폐기물 150만 톤 가량이 해안가에 적치되어 오염되면서 ‘검은 해안(The Black Beaches)’으로 불리는 등 고유의 모습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이렇게 방치된 해안을 지역의 공무원, 각 분야의 전문가, 그리고 자원봉사로 참여한 지역주민들이 조직한 The Durham Heritage Coast Partnership에서 합심하여 다양하고 독특한 가치를 지니고 있던 예전의 해안과 이와 어우러진 경관을 되찾아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