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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명작을 재구성하며, 도시+아치+강 2015 공모전(2)
  • 환경과조경 2011년 1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타뷸라 라사와 팔렘세스트의 논쟁. 즉 대상지에 대한 태도의 논쟁은 근대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되었다. 그 논쟁에서 타뷸라 라사는 과거를 무시한 현대 문명의 오만을 상징하기 위한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으며, 팔렘세스트는 과거와 맥락을 존중하는 새로운 모더니즘의 대안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지역적 맥락, 혹은 과거의 양식에 기반을 두었던 비판적 지역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는가? 렘 쿨하스는 1994년의 에세이 ‘전형적 도시(Generic City)’에서 오히려 과거와 역사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사조에 대한 냉소적인 비판을 가하고 있다.
우리가 한 가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모더니스트들이 과거와 결별을 선언하고 대상지를 백지로 돌렸던 것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들에게 과거는 악이었으며 새로운 미래는 백지 상태에서 시작되어야 했다. 흥미로운 것은 에로 사리넨의 아치와 단 카일리의 공원 역시 타뷸라 라사 위에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아치와 공원이 건설되던 당시 대상지를 보면 과거의 도시의 흔적이 깨끗하게 정리된 백지 상태의 대지가 보인다. 과거와의 관계를 끊고 미래를 제시하려 했던 모더니즘의 걸작이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타뷸라 라사의 대지 위에 새워진 과거는 현재를 구성하고 다시 미래를 위한 토대가 된다. 타뷸라 라사와 팔렘세스트. 절대적인 선과 악의 구분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대지는 과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토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문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이를 해석할 디자이너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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